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107)
107 화 분노.
분노.
아내를 되살려?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죽은 자의 목숨을 그렇게 쉽게 살릴 수 있는 건가?
내 의문과는 달리, 미소공과 그의 옆에 선 두 여인의 얼굴에는 확고한 확신이 깃들어 있었다. 그 추락한 신이 반드시 사람을 살려 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나는 재빨리 가슴주머니를 가볍게 두드리고서 어머니께 자그마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저게 가능한 이야기입니까?”
‘살해!’
일단 가능하기는 하다는 어머니의 말씀.
‘살해살해.’
뒤이어 어머니께선 한 생명을 완전히 되살려 내기 위해선 생각보다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하다고 속삭이셨다. 바로 육체를 떠난 영혼을 거두어 오는 것.
일단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다. 이거네.
나는 미소공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정보는 누구에게서 들으신 겁니까?”
칼토 이르멜은 지극히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내게 대답했다.
“누구에게 들었는지가 중요한가? 그리고 내가 이 정보를 누구에게 들었는지 정말 몰라서 묻는 건 아니겠지?”
당연히 알았다. 그 추락한 신의 출처가 리베라티오인 걸 뻔히 아는데, 미소공이 그 정보를 어디서 들었겠는지 모르겠다면 그게 바로 진짜 이상한 일이겠지.
“리베라티오에서 온 이들을 쉬이 믿으시면 안 됩니다. 그들은 얼마든 진실 위에 가림막을 세워 일부만을 내보이며 다른 이들을 유혹할 수 있는 자들입니다.”
미소공은 고개를 까닥이며 내게 대답했다.
“그들이나 자네나 똑같은 악신의 숭배자가 아닌가? 그들의 말이 못 믿을 종류의 것이라면, 내가 자네의 말 또한 귀담아들을 필요가 없는 것이지 않나?”
‘살해!’
어머니께선 저 입만 산 놈을 그냥 잽싸게 죽여 버리고 얼른 이 도시를 뜨자고 힘차게 소리치셨다.
어머니의 말씀대로 상황이 여기까지 온 이상, 미소공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미소공과 대화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끄는 건, 다키아가 정신을 차릴 시간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자신의 아내를 살리겠다는 칼토 이르멜의 선언을 들은 뒤로 멍한 눈빛을 한 채 자신의 아버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미소공을 예의 주시하며 조금씩 다키아를 향해 움직였다.
“죽은 베아투스의 시민들은 어쩌실 생각입니까?”
미소공은 내가 무슨 짓을 하든 별 상관없다는 듯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들 또한 전부 살려 낼 거다. 내 아내를 가장 먼저 살려 낸 다음에.”
“만약 그 추락한 신이 죽은 이들을 살려 낼 힘이 없다면 대체 어쩌려고 이렇게 무작정 일을 벌이시는 겁니까?”
“실패의 가능성에 매몰되는 것은 패자의 방식이지.”
“실패의 가능성을 마주 보지 않는 건 몽상가의 방식입니다.”
다키아의 곁에 도착한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부드럽게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멍하니 서 있던 다키아는 내 손길을 느끼고는 몸을 움찔댔다. 초점을 잃었던 두 눈이 빠르게 제정신을 차렸다.
“괜찮으십니까?”
다키아는 입술을 꾹 깨물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아버지를 마주 보았다.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어요. 네, 바로 저 때문에요! 그리고 한 번 찾아온 죽음은 억지로 거슬러서는 안 되는 법이에요! 그것도 이렇게 다른 이들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는 절대 안 되는 법이라고요!!!”
진한 죄책감이 묻은 한마디. 다키아는 무척이나 힘겹게 그 한마디를 내뱉었다.
딸의 목소리에 칼토 이르멜은 내게서 시선을 떼고 황금빛 동공을 움직여 다키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네 탓이 아니다. 다키아.”
“네?”
“어째서 그걸 네 탓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너는 너 스스로 태어나길 선택하지 않았다. 애초에 갓난아이가 무슨 선택을 할 수 있겠느냐. 선택할 수 없었던 자들은 책임 또한 지지 못하는 법이다. 그러니 레빌라의 죽음은 네 탓이 될 수 없지. 갓난아이였던 너는 선택할 능력이 없었으니까.”
미소공은 턱을 괸 채 가는 손가락으로 자신의 권좌를 두드렸다.
“레빌라는 자신의 의지로 널 낳기를 선택했다. 내 아내는 그저 선택했고, 그에 따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였을 뿐이지. 죽음이라는 결과를. 나는 너를 탓하지 않는다. 다키아.”
“그럼 어째서… 여태 저를 없는 아이처럼 방치해 두신 거죠? 그게 제가 어머니를 잡아먹고 태어난 아이여서가 아니었다면 대체 왜 그러신 건데요!”
“그건 아주 간단한 이유다.”
다키아를 쏙 빼닮은, 아니 다키아가 빼닮은 황금빛 눈이 유리알처럼 빛났다.
“레빌라는 널 낳기를 선택했지만, 나는 널 선택한 적이 없다. 그래, 나는 널 낳길 원치 않았지. 나는 레빌라가 죽길 바라지 않았으니까. 이러면 충분한 대답이 되었나?”
미소공은 지극히도 잔인한 사실을 자신의 딸에게 고했다. 무덤덤한 목소리로.
“뭐…라고요…?”
떨리는 목소리. 네가 태어나길 바라지 않았다는 아버지의 고백을 들은 딸이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을까. 그건 감히 이해하려 들 수조차 없는 무거운 괴로움이었다.
미소공은 고개를 까딱이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널 선택하진 않았지만, 아버지로서 네게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은 다했다. 널 먹이고, 재우고, 교육시켰지. 네가 가주의 자리에 오를 수 있을 리가 없는 ‘마법사’임에도 불구하고. 네가 누려 왔던 모든 혜택은 원래 ‘마법사’로 태어난 자식에겐 허락되지 않았을 종류의 것이었다.”
다키아의 손이 잘게 떨려 왔다. 그녀는 피부가 새하얗게 질릴 정도로 주먹을 꽉 쥔 채 잔뜩 억눌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 대체 어째서 제게 자꾸 도망치라고 권유하신 건가요? 그것도 아버지가 말씀하셨던 그 ‘책임’ 때문인 건가요?”
“아니.”
미소공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널 살려 두려 한 것은 전부 되살아날 레빌라 때문이었다. 내가 되살려 낸 그녀는 분명 자신의 목숨과 맞바꿔서라도 낳은 딸의 행방을 궁금해할 테니까. 너는 레빌라를 위해서 살아 있어야만 했다. 아직 신을 불러내기 위해서 사용될 이들이 부활할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기에. 그러니 정말 마지막으로 네게 권유하겠다.”
그는 천천히 손을 뻗어 나와 다키아, 그리고 쟈멜을 가리켰다.
“네가 데리고 온 동료들을 데리고 당장 이 도시를 떠나라. 도망치겠다면 굳이 쫓지는 않겠다. 준비된 생명은 신을 불러내기에 이미 충분하니 너는 살아서 내가 되살릴 네 어머니와의 재회를 기다려라.”
“하.”
김빠지듯이 새어 나온 소리. 다키아는 자신의 이마를 짚고서 웃음을 터뜨렸다. 그녀는 웃고 또 웃었다.
모두가 침묵한 가운데 다키아만이 계속 웃었다. 격한 웃음 탓에 새어 나온 눈물이 다키아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리고 웃음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잦아들었다.
하지만 웃음으로 시작된 눈물은 웃음이 멎었음에도 멎지 않았다. 다키아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아버지를 노려보았다.
“그러니까 절 사랑해서가 아니라, 제가 당신의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그냥 제가 필요하니까 살아 있으라. 이 말인 거네요. 당신이 되살릴 아내가 절 보고 싶어 할지도 모르니까!!!”
가녀린 두 어깨가 떨렸다. 그 떨림의 원인이 분노인지, 슬픔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개 같아.”
새빨간 피. 너무나 꽉 쥔 탓에 손톱이 피부를 파고들어 다키아의 두 주먹에선 피가 바닥을 향해 방울방울 떨어졌다.
“진짜 개 같아…”
푹 숙인 고개. 핏방울과 눈물을 흘리며 공녀는 감정을 토해 냈다.
“죽은 아내를 되살리자고 확실하지도 않은 가능성에 수만이 넘는 사람들을 갈아 넣는 당신이 개 같고, 단지 내가 마법사로 태어났다고 색안경을 낀 채 멸시의 감정을 담아 나를 대하던 이 저택의 사용인들도 개 같았고, 당신 같은 놈한테 그렇게 인정받고 싶어서 발버둥 치던 어린 시절의 나도 개 같아.”
다키아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아버지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개 같은 건! 그토록 나를 살려 보려고 하는 걸 보면서, 혹시나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진짜 사랑받고 있던 것은 아닐까 하고 기대했다는 게 제일 개 같아!!! 당신 같은 자식한테 겨우 몇 마디 들었다고 진짜 상처받은 ‘지금의 내가’ 제일 개 같다고!!!”
덜컹.
흔들렸다. 상처받아 진정으로 격렬하게 분노한 마법사의 의지를 따라 마력이 제멋대로 날뛰기 시작했다. 고대어로 된 주박조차 없이.
타오르는 불꽃. 선명한 뇌전 속에서 튀어나오는 불티. 새하얗게 내려앉는 서리.
섞일 수 없는 자연 현상들이 제멋대로 서로 뒤섞여 동시에 꽃처럼 만개했다.
해일처럼 몰려든 현상 속에서 마법사는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살해.’
접혀 있던 반 개의 손가락이 펴졌다.
어머니는 지금 이 순간, 다키아가 손가락 네 개짜리 마법사로 다시 태어났음을 무덤덤한 목소리로 고했다.
미소공은 우는 마법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는 여태까지와 같이 무감정한 눈빛과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도 내게 도전할 생각이냐. 이 내게? 그것도 네 어머니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가능성조차 뭉개 버리면서? 모든 준비는 이미 막바지에 이르렀고, 너는 날 막을 수 없다. 다키아. 그리고 설령 기적이 일어나 네가 날 막게 된다면 지금까지 죽었던 이들의 목숨은 덧없이 낭비된 것에 불과하게 돼 버리는데도 불구하고 날 막겠다 이것이냐?”
“닥쳐!!! 닥치라고!!!”
다키아의 황금빛 두 눈이 휘몰아치는 마력의 편린들이 만들어 낸 발광 현상으로 선명히 빛났다.
“당신이! 그들은 전부 당신이 죽인 거야! 그 책임을 내게 물을 생각 따윈 집어치워! 지금부터 나는 당신을 죽이고, 당신 옆에 서 있는 두 여자도 죽이고, 이 베아투스를 유린하는 그 살점 덩어리 괴물들까지 모조리 죽여서 아직 멀쩡히 살아남은 이들을 지킬 거야! 그러니…”
다키아의 손끝이 미소공의 머리를 가리켰다.
“당신은 이제 여기서 그만 ‘죽어’. 당신의 죄를 껴안은 채로.”
고대어로 된 그 어떠한 주문도 없었다. 그저 한 마법사의 소망과 그 소망을 이룰 선언만이 있었을 뿐.
휘몰아친 마력이 뇌전으로 변해 불타오르며 미소공의 머리를 관통했다. 미소공의 머리가 터져 나감과 동시에 그의 몸뚱이는 얼어붙어 산산조각 깨져 나갔다.
후두둑.
떨어져 내리는 잔해. 조각난 잔해들이 바닥을 나뒹굴기 무섭게 바닥에서 살점 덩어리 나무가 솟아올라 사람의 형태를 갖췄다.
미소공 칼토 이르멜은 부서진 권좌 대신 살점 덩어리 권좌에 앉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아비를 죽이겠다, 이것이냐?”
“당신같이 앞뒤 분간 못 하는 후레자식은 더 이상 내 아버지가 아냐.”
“흐음.”
낮게 신음을 토해 낸 칼토 이르멜이 무척이나 안타깝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거 레빌라가 되살아나서 이 이야기를 들으면 무척이나 슬퍼하겠군.”
그가 가볍게 발을 굴렀다.
건물이 흔들리며 모든 것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는 무너져 내리는 감옥 속에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힘껏 발버둥 쳐서 재주껏 살아남아 봐라. 다키아.”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쾅! 쾅! 쾅! 쾅! 쾅!
뒤섞인 자연 현상이 제멋대로 날뛰며 모든 것을 잘게 으스러뜨렸다. 다키아는 일렁이는 마력 속에서 자신의 아버지를 노려보며 선언했다.
“최선을 다해 발버둥 쳐 봐. 당신이 그 어떤 반항을 하든 이 자리에서 모조리 뭉개 줄 테니까. ‘이렇게’.”
콰아앙!!!
그녀의 손끝에서 피어난 자그마한 폭발이 공간을 통해 퍼져 나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빛과 소음. 그리고 적막.
솟아오른 먼지 속에서 거대한 세 괴물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반인반마(半人半馬)의 흑기사.
하얀 날개를 활짝 펼친 거대한 나방.
푸른 살덩어리로 이루어진 거대한 나무.
세 괴물의 입이 열리며 그들이 차례대로 선언했다.
– 준 비 는 끝 났 다 .
– 끝 과 함 께 시 작 된 다 .
– 추 락 한 신 께 서 이 곳 으 로 오 신 다 .
괴물들이 하늘을 바라보며 입을 모아 소리쳤다.
– 경 배 하 라 .
– 경 배 하 라 .
– 경 배 하 라 .
빛과 함께 ‘신(神)’이 이 땅 위로 떨어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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