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139)
139 화 일방적.
일방적.
날카로운 나무 손톱과 금속으로 뒤덮인 발이 부딪혔다. 검은 이모탈리움과 부딪힌 괴물의 손톱이 순식간에 뭉개졌다. 손톱을 뭉갠 발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대로 괴물의 가슴팍을 걷어찼다.
쾅!!!
튕겨 난 카투스가 바닥을 굴러 나무둥치에 처박혔다. 그가 걷어차인 충격에서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달빛을 받아 빛나는 선명한 네 개의 총구가 그를 반겼다.
마력포가 빛을 토해 냈다.
콰아아앙!!!
저장된 마력이 물리력으로 변환되어 빛과 함께 카투스의 좌반신을 날려 버렸다. 비산하는 나뭇조각들.
[끄아아아악!!!]악마와 계약한 덕에 막대한 재생력을 얻긴 했지만, 신체 부위가 날아가는 데서 얻는 고통은 오롯이 그가 감내해야 할 문제였다. 이 육체가 보통 몸보다 고통에 둔감하긴 했지만, 재생을 끝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어지는 무자비한 폭력에 카투스의 정신이 갉아 먹히고 있었다.
추가 공격은 없었다. 아니, 애초에 자신을 조준했던 저 포구는 궤도가 살짝 비틀려 있었다. 혹시나 자신을 한 번에 죽여 버릴까 봐.
카투스는 벌떡 일어나 뒤로 물러났다. 그의 반신이 빠르게 재생을 시작했다.
이것이 대체 몇 번째 재생일까. 카투스는 숫자를 세는 것조차 포기한 지 오래였다. 눈앞의 사제는 집요하고 잔인하게 자신에게 고통을 가해 왔다. 자신이 딱 죽지 않을 선까지만. 게다가 저자는 자신이 혹시나 죽을 걸 염려하기라도 한 건지, 지금처럼 많은 신체 부위를 날려 버렸을 땐 기괴한 톱 모양의 검을 어깨에 올린 채 느긋하게 자신을 바라보았다.
어서 재생하고 다시 일어서라는 듯이.
카투스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남자는 괴물이었다. 자신과 비슷한 종류의 괴물. 방어를 도외시한 채 공격해 오는 저 사제에게 몇 번이고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지만, 그는 피와 살점들을 흩뿌리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은 채 적의 몸을 절단 내고 으스러뜨리는 데만 집중했다. 빌어먹을 점이라면 그 적이 자신이라는 것이었지만.
새하얀 사슴 가면의 눈구멍 사이로 드러난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마르낙은 가만히 서서 카투스를 바라보았다.
“도망칠 수 있을 거 같아서 눈 굴리는 거야?”
그는 피식 웃었다.
“꿈 깨. 넌 오늘 여기서 죽어.”
죽는다. 카투스는 그 한마디에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분노를 따라 새하얀 사슴 가면이 비틀렸다.
[나는 죽지 않아!!!]괴물의 목소리가 떨렸다.
[죽을 수 없다고!!!]“흠.”
마르낙은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뛰쳐나가 도살자를 내리그었다. 이모탈리움 톱날이 고속으로 회전함과 동시에 시끄러운 비명을 토해 냈다.
왜애애애애애앵!!!
몇 번이고 당해 본 공격이었다. 카투스는 침착하게 손톱을 내질렀다. 저자는 자신을 가지고 놀기 바빠, 절대 자신에게 치명상을 가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저 사제의 머리를 날려 버릴 생각이었다. 카투스는 최소한의 방어조차 포기했다.
손톱이 순간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악마와 거래하고 받은 능력, 이렇게 되면 자신의 손은 그 누구도 공격할 수 없지만, 상대 또한 자신의 손에 간섭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제 저 사제의 얼굴 앞에서 능력을 해제하고 그대로 머리통을 날려 버리면 끝이었다. 저자가 내지른 검격에 자신의 몸이 반 토막 나게 되더라도.
[죽어어어어어!!!]손톱이 실체화하기 일보 직전. 마르낙은 손아귀에 쥐고 있던 도살자를 놓아 버렸다. 한 점 미련 없이. 그리고 그대로 몸을 살짝 비틀어 실체화한 손톱을 피해 냈다. 마르낙은 그대로 괴물의 길쭉한 다리를 걷어찼다.
우지끈거리는 소리와 함께 괴물의 다리가 꺾여선 안 되는 방향으로 꺾여 나갔다. 카투스는 시야가 기우는 것을 느꼈다. 다리라는 지지대를 잃은 그의 몸이 천천히 쓰러졌다.
마르낙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그는 한 번 더 발을 놀려 나머지 다리도 걷어차서 부러뜨렸다. 카투스는 양손의 손톱을 내저으며 반항했지만, 마르낙은 유유히 손톱의 궤적을 빠져나와 떨어뜨렸던 도살자를 주워 들고는 시동을 켰다.
왜애애애애애앵!!!
[끄아아아악!!!]괴물의 두 팔이 허공을 날았다. 마르낙은 사지가 날아간 괴물의 가슴을 지그시 밟고는 그를 내려다보았다. 카투스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새카만 두 눈에서 아무것도 읽어 낼 수 없었다.
[왜!!! 대체 왜 나한테 이러는 건데!!!]마르낙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 와서 그걸 물으면 조금 당황스러운데.”
카투스는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이내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그, 그 여자 때문에 그러는 거야? 하지만!!! 하지만 따지고 보면 너희가 날 먼저 공격했잖아!!! 나는 그냥 반격만 했을 뿐이야!!! 그리고 애초에 나는 너희를 죽일 생각도 없었어!!! 그 팔도 그냥 아주 살짝만 긁었을 뿐이라고!!! 그 여자를 살피느라 날 못 쫓아오게 하려…]빡!!!
걷어차인 괴물의 머리가 꺾였다. 마르낙은 카투스의 머리를 짓밟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의도가 어떻든. 그건 이제 중요하지 않아. 궁금하지도 않고.”
마르낙이 도살자를 치켜들고 웃었다.
“그런데 아까 보니까 머리가 날아가도 안 죽는 거 같던데…”
[뭐, 뭣?]푹!
시동이 꺼진 도살자가 새하얀 사슴 가면을 부수고 틀어박혔다. 카투스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무엇을 하려는지 깨달았다.
[하지 마!!!]마르낙은 빙그레 웃었다. 그 누구보다 인자하게.
“어디 한번 멱 따인 돼지처럼 울어 볼래? 내가 잘 들을 수 있게?”
[하, 하지 말라고!!!]그의 손가락이 움직이고, 도살자의 시동이 켜졌다. 멈춰 있던 톱날들이 빠르게 움직이며 비명을 토해 냈다. 카투스의 머리 한복판에 박힌 채로.
왜애애애애애애앵!!!
톱날의 회전을 따라 깨부숴진 나뭇조각들이 비산했다. 마르낙은 무감정한 눈으로 카투스를 내려다보며 도살자로 카투스의 머릿속을 휘저었다. 카투스의 비명이 조금이라도 잦아들 때마다.
괴물은 머릿속을 헤집어짐에도 끊임없이 재생했다. 사실, 마르낙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런 단순한 물리 공격으로는 이 괴물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악마와 계약을 통해 탄생한 이 괴물은 여러모로 자신과 비슷했다.
끊임없는 재생력과 기이한 권능. 그렇다면 약점도 비슷하리라. 신성, 신성을 이용하면 이 괴물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 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마르낙은 그러지 않았다. 그럴 생각도 없었고.
이 괴물에게 죽음은 안식일 뿐이었다. 이자의 영혼에 좌절감과 고통이 무엇인지 새겨 넣어 줄 생각이었다.
어머니의 피가 튀던 그때. 마르낙은 그 옛날, 자신의 두 눈으로 보았던 토막 난 상투스의 시체를 떠올렸다. 아니, 저도 모르게 떠올랐다는 표현이 적절하겠지.
그날의 광경은 선명한 흉터가 되어 마르낙의 가슴 한편에 아픈 가시로 꽂혀 있었다. 그날 느꼈던 무력감과 울분, 그리고 후회.
자신은 어째서 리버켈을 구해 줬던 걸까. 그날, 자신이 죽어 가던 리버켈을 구하지만 않았어도 상투스는 죽지 않았을 텐데.
리버켈에게 반드시 복수하겠노라 그렇게 다짐했지만, 막상 리버켈의 죽음은 너무나 평온했다. 그는 순식간에 절명해 버렸으니까.
그렇게 마르낙의 복수는 제대로 연소되어 보지도 못한 채, 그의 가슴 속에 틀어박혀 있었다. 당사자가 죽어 영원히 연소될 수도 없는 채로.
그런데 이 개 같은 괴물이 감히, 감히 어머니를 다치게 했다. 상처 입은 어머니가 소리 없이 우는 그 모습에 마르낙은 그 어느 때보다도 선명한 분노를 느꼈다.
역린(逆鱗).
연소되지 못한 복수심과 들끓는 분노. 마르낙은 괴물에게서 리버켈을 보았다. 누가 보았다면 괜한 사람에게 화풀이한다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이제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끄아아아아아악!!! 그, 그만해애애애!!!]분노에 몸을 맡기지 않았다. 마르낙은 그 어느 때보다도 침착하고 냉정했다. 그는 평온한 마음으로 괴물의 머리에서부터 시작해 목을 타고 내려와 몸을 휘저었다. 움직이는 톱날로.
자신도 이 괴물과 비슷하니만큼, 어떻게 하면 이 괴물이 가장 고통스러울 수 있을지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틈틈이 다시 자라나는 팔다리를 베어 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마르낙은 경건하고 신실하게 고문을 이어 나갔다. 이것을 통해 무언가를 알아내려 하지도, 그에게서 무언가를 바라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자신의 감정을 연소하는 데 집중했다. 그간 애써 가면을 쓰고 선한 이의 흉내를 내 왔지만, 원래 그는 타인의 피와 고통에 무감했다. 의식적으로 공감하고 이해하려 항상 발버둥 쳐 왔을 뿐이지.
그리고 애초에 이 세계는.
[아아아아악!!! 제, 제발!!! 제발 그만!!!]얼마든지 이렇게 행해도 되는 곳이었다. 힘 있는 자가 법인 야만의 시대. 욕망과 야만의 한복판에서 그들의 법도를 따르는 것이 무엇이 나쁜가? 잠시. 아주 잠시 오늘 밤만 이곳의 법도를 따르고, 아침 해가 뜨거든 다시 상투스의 가르침을 받들고 그를 따라 하는 ‘착한’ 마르낙으로 되돌아가면 될 뿐이었다.
마르낙의 입가가 천천히 휘어졌다. 그건 선명한 미소였다. 지독하리만치 선명한 미소.
천진한 어린아이가 동물을 괴롭히며 즐거워하듯, 마르낙은 일련의 행위에서 기묘한 만족감을 느꼈다. 억제되지 않은 폭력을 일방적으로 휘두르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것이었던가.
그는 괴물의 머릿속을 휘저으며 키득키득 웃었다. 괴물의 비명이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어머니, 복수라는 건 생각보다 재밌고 즐겁습니다. 이거 아침 해가 뜨고 나면 조금 아쉬울지도 모르겠군요.”
마르낙은 도살자를 괴물의 몸속에서 뽑아내고 뒤로 물러났다. 그는 괴물이 다시 재생을 끝마치길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진이 빠진 카투스는 다시 일어서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바람이 무색하게 재생을 끝마친 뒤였다.
“흐음. 대체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 그런 몸을 얻을 수 있는 거지?”
마르낙은 그저 별생각 없이 내던진 질문이었지만, 그 질문이 꺼져 가던 카투스의 정신을 깨웠다.
그가 악마에게 바친 것.
사건의 진실을 말할 권리와 한쪽 다리, 그리고 사랑해 마지않는 에나의 시체.
‘카투스… 도, 도련님을 부탁할게요… 제발 도련님을…’
‘이거 아주 간절한 영혼 하나가 여기 있군. 좋아, 인심 썼다. 이번엔 특별히 밑지고 장사해 줄게. 지금 너는 뭘 원하니, 이 친구야?’
피로 흥건한 저택의 복도 위에서 그는 악마에게 죽은 그녀를 건네며 맹세했었다. 반드시 당신의 마지막 부탁만큼은 지켜 주겠노라고.
쓰러져선 안 될 이유. 그 이유가 괴물을 일으켜 세웠다. 새하얀 사슴 가면의 눈구멍 사이로 두 눈이 선명하게 불타올랐다.
[나는…]말을 했지만, 그 말은 완성되지 못했다. 악마와의 거래. 그 탓에 그는 그날 저택에서 있었던 일의 진상을 발설할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것쯤이야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도련님을 지키고, 범인을 찾아내서 에나의 복수를 한다. 그걸 위해선 지금 자신은 이곳에서 죽을 수 없었다.
[나는 죽지 않아!!!]새카맣던 그의 앙상한 몸 위로 두꺼운 새하얀 나무들이 자라나 그의 몸을 뒤덮었다. 새하얀 나무들이 살아 있는 근육처럼 얽혀 괴물의 몸 위에 자리 잡았다. 사슴 가면 위에 뻗은 불이 족히 두 배는 더 거대해졌다.
‘카투스, 그거 알아? 북부 왕국 사슴 중에는 털이 하얀 애들도 있다는 거?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쯤 보고 싶네. 생각만 해도 예쁠 거 같지 않아?’
[나는 절대 죽지 않는다고!!!]족히 두 배는 거대해진 하얀 사슴 가면 괴물이 대지를 박차고 내달렸다. 마르낙은 조용히 웃었다. 도살자가 회전을 시작했다.
[나를 막지 마!!!]투박하지만 강렬한 일격. 카투스는 모든 힘을 그러모아 주먹을 내질렀다. 마르낙의 손이 움직였다.
잘려 나간 팔뚝이 허공을 날았다. 얼마나 강화됐든, 나무는 나무. 영원을 바라고 만들어 낸 금속, 이모탈리움이 못 벨 이유가 없었다. 마르낙은 가볍게 몇 번 더 손을 놀렸다.
괴물의 사지가 잘려 나갔다.
쿵.
괴물의 몸이 바닥 위에 쓰러졌다.
[어…?]마르낙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세상만사 기합으로 다 해결되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현실은 안 그래서 참 아쉽지.”
간절함만으로 기적을 일으킬 수 있다면 상투스도 죽지 않았겠지. 카투스의 두 눈이 좌절감으로 물들었다.
이젠 무슨 짓을 해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보이질 않았다. 마르낙은 조용히 도살자를 치켜들었다.
계약이 그의 목을 막아 왔다. 마르낙은 우뚝 멈춰 서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무슨 사정이라도 있나 봐?”
[마, 맞아!]마르낙은 참으로 안타깝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피식 웃었다.
“그런데 이거 어쩌지? 나는 그다지 알고 싶지 않은걸.”
저자는 애초에 궁금해서 물은 게 아니었다. 그냥 조금이라도 자신의 화를 돋우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척했을 뿐. 카투스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이 개 같…]푹.
어디선가 날아온 단검이 마르낙의 사제복을 뚫고 옆구리에 틀어박혔다.
“거기까지만 하시죠.”
미형의 얼굴, 그리고 근육질 거구. 딜겐트가 어두운 숲속에서 걸어 나왔다. 그는 사지가 잘려 나간 채 바닥에 쓰러진 카투스를 힐끔 보곤 마르낙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괴물에게서 영주님의 아드님 위치를 캐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치곤 말리는 방식이 별론데.”
마르낙은 옆구리에 박힌 단검을 빼내려다 비틀거렸다. 딜겐트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대답했다.
“단검에 신경독을 발라 놨습니다. 아무래도 목격자는 적은 편이 좋으니까요.”
“그래?”
마르낙은 주저 없이 옆구리의 단검을 뽑아내고 빙그레 웃었다. 선명한 녹색 문신이 빛과 함께 마르낙의 피부 위를 뒤덮었다. 부패의 문(文)이 어두운 숲속에서 은은한 빛을 토해 냈다. 단검이 박혔던 살들이 썩어서 떨어졌다.
마르낙의 두 눈에 미약한 녹빛 정광이 어렸다.
“그럼 너도 오늘 죽어야겠다. 네 말대로 목격자는 적은 편이 좋으니까. 그치?”
선명한 악신의 기운에 딜겐트의 얼굴이 굳었다.
뭔가, 뭔가가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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