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154)
154 화 뇌물.
뇌물.
신의 그릇?
펄리는 생글거리는 미소와 함께 폭탄 같은 제안을 건네 왔다. 내 쪽에서도 충분히 혹할 만한 제안을.
내 쪽에서는 그게 언제가 되었든, 리베라티오에서 가지고 있는 성물들을 강탈해야 했다. 그런 점에서 봤을 때 펄리라는 내부자의 도움이 있다면 일이 한결 쉬워질 거란 건 분명한 이점 중 하나였다.
진짜 문제는 이 약간 정신 나간 것 같은 펄리를 과연 믿을 수 있는가였다.
솔직히 그녀의 제안을 냉큼 받아들이기엔 살짝 뒤통수를 맞을까 걱정이 되는 게 현실이었다. 지금으로선 조금 더 최대한 정보를 긁어내 볼 필요가 있었다.
“그 신의 그릇이란 게 정확하게 어떤 겁니까?”
“그건! 나도! 나도! 정확하게는 몰라!”
“모른다고요? 그게 뭔지도 모르면서 지금 훔치려는 겁니까?”
펄리는 자신의 입술을 톡톡 두드리고는 설명을 덧붙였다.
“신의 그릇이란 건! 베르시오파 내부에서도 워낙 기밀에 속한 사항이라서 말이야! 하나 분명한 건, 신의 그릇은 이 땅 위에 살아가는 지성체들 중 하나의 모습을 취하고 있어! 즉, 내가 인형으로 만들 수 있는 종류의 물건이란 거야!”
“그럼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습니까?”
“응! 응!”
“어딥니까? 그게?”
종종걸음으로 걸어 나가던 펄리는 씨익 웃으며 딱 걸음을 멈추더니 손가락을 좌우로 흔들었다.
“안 돼! 안 돼! 못 말해 줘! 은근슬쩍 위치만 나한테서 알아내려고 한 거 같은데! 나는 네가 날 도와주겠다고 말할 때까지 신의 그릇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넘겨줄 생각이 없어! 히히!”
슬쩍 떠보려고 했는데, 역시 이런 수작에 넘어갈 만큼 어수룩하지는 않은가.
“당신을 도와줌으로 제가 얻는 게 무엇입니까?”
“다! 신의 그릇을 빼곤 다 가져도 좋아! 좋아! 애초에 나는 그것 말고는 전혀! 전혀! 관심이 없는걸!”
“뭘 얻을지도 모르는데, 다 준다고 해 봤자 딱히 흥미가…”
그녀는 냉큼 내 말을 자르고 자신의 말을 던졌다.
“성물! 너 ‘특별한’ 성물 필요하잖아! 네가 대체 어디에 그걸 쓰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나 확실한 건, 신의 그릇이 있는 곳엔 최소한 하나의 ‘성물’이 있을 거야! 무조건! 무조건! 어때? 이제 좀 흥미가 생겨?”
기묘한 불안감. 나는 방금에야 이 펄리라는 여자와 대화를 나눌 때마다 느끼는 불안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건 정보의 비대칭 때문이었다.
이 여자는 나에 대해 너무나 잘 아는데, 나는 이 펄리라는 여자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그녀는 네가 뭘 생각하는지 다 안다는 듯이 생글생글 웃었다.
“아주 흥미가 생겨서 어쩔 줄 모르겠지? 그치? 그치?”
“아니라고는 하지 않겠습니다만…”
나는 그녀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를 담은 보랏빛 두 눈이 더욱 초롱초롱 빛났다.
“응! 응! 뭐가 문제! 문제야? 웬만한 건 내 쪽에서 최대한 맞춰 줄게!”
“저도 질질 끄는 건 싫어하니,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당신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말해 줄 수 있는 건 전부.”
생글거리던 미소가 더욱 커지며 그녀의 입술에 장난기가 듬뿍 담겼다. 펄리는 자신의 입술을 가리고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뭐야! 그거 나한테 작업 거는 거…”
무어라 떠벌리려던 그녀는 어머니가 다시 한번 학살자를 매만지는 걸 보곤 말을 하다가 말았다. 그런데 저거 다키아가 장전해 준 여섯 발을 다 쏴서 그냥 빈 총일 텐데.
물론, 펄리가 그 사정을 제대로 알 리가 없었지만. 여분의 인형이 없다는 말이 진짜였던 건지 그녀는 어머니를 향해 잽싸게 손을 내저었다.
“쏘지 마! 쏘지 마! 애초에 여기 있는 건 전투용으로 만든 게 아니라서 엄청 물렁물렁하단 말이야! 그래! 그거 안 쏘면 내가 좋은 거 줄게!”
펄리는 자신의 품속에 손을 넣고 뒤적거렸다.
“잠깐만… 차랑 같이 대접하려고 했던 건데, 그냥 미리 줄게! 줄게!”
어머니의 두 눈이 가늘어지는 사이, 훌쩍 어머니의 앞으로 다가간 펄리가 자그마한 주머니를 어머니의 손 위에 올려 주고 귓가에 속삭였다.
“이거… 북제국 황실에 납품되는 고급 과자거든…? 이름은 ‘마카롱’이라고 하고! 진짜진짜 달콤하고 맛있는 거니까! 이거 받고 너도 나랑 친구친구해!”
‘살해…?’
고급 과자란 말에 어머니는 거의 빼앗듯이 주머니를 채 가고는 주머니의 입구를 벌려 안에 든 마카롱을 하나 꺼냈다. 어머니는 내 눈치를 힐끔 보곤 마카롱을 아주 작게 깨물어 오물오물 씹었다.
‘살햇?!’
어머니의 녹색 눈이 더없이 크게 벌어졌다. 어머니는 베어 물고 남은 마카롱을 입 안에 냉큼 던져 넣더니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으로 맛을 음미했다. 펄리는 음흉한 미소를 짓고서 어머니의 귓가에 자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마치 악마처럼.
“잠깐만 참아 주면… 조금 있다가 한 주머니 더 줄게. 줄게. 어때? 어때?”
열심히 오물거리던 어머니가 우뚝 멈춰 섰다. 어머니는 펄리의 눈을 힐끔 보곤, 나를 향해 변명하듯이 말을 꺼냈다.
‘살해살해.’
취할 수 있는 이득은 다 취하고 죽여도 늦지 않을 것 같다는 한마디. 쟈멜에 이어 그 어머니까지 단번에 함락시킨 펄리는 마카롱에 심취하신 어머니를 뒤로한 채 내게 다가왔다.
“우리! 우리! 어디까지 이야기했지?”
“대체 어디까지 알고 준비해 둔 겁니까?”
“나도 너희가 여기로 올 줄은 진짜 진짜 몰랐어! 돈이야! 맨날 들고 다니는 거고! 단것도 내가 좋아해서 챙겨 뒀던 거야! 그럼 우리 이제 하던 이야기 마저마저 하자! 나에 대해 궁금하다고 했지? 응? 응?”
그녀는 필요 이상으로 내게 가까이 다가왔다. 내 어깨에 자신의 어깨를 마주 댄 펄리는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디어디부터 알려 줄까? 뭐가뭐가 궁금해? 아, 혹시 내가 경험이 있는지 궁금한 거야? 걱정 마! 나는 처…”
“전혀 안 궁금합니다.”
나는 이야기가 쓸데없는 주제로 흐르기 전에 재빨리 그녀의 말을 끊었다. 펄리는 고개를 갸우뚱하곤 내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럼 뭐가 궁금한데?”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간단한 과거라든지, 신의 그릇을 얻고 나면 뭘 할거라든지. 좀 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정보를요.”
내 질문을 들은 펄리는 아주 재밌다는 듯이 생글생글 웃었다. 그녀는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로 내 말에 대답해 왔다.
“그걸 본인한테 직접 물어? 내가 얼마든지 거짓으로 꾸며서 너한테 이야기할 수 있잖아.”
“일단 이야기하기나 하시죠.”
“음… 뭐, 좋아. 대신, 듣고 나면 너 무조건 나랑 같이 일하기다?”
“그건 싫습니다.”
“뭐야, 너 되게 나쁜 남자네? 지금 과년한 여자의 속사정만 듣고 내뺄 거란 거야?”
나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
“하기 싫으면 안 하셔도 됩니다.”
“뭐, 그래도 할 거지만! 어디 보자… 어디부터 이야기할까! 그래! 정했다. 귀 똑바로 열고 들어!”
펄리는 흠흠 하고 자신의 목을 가다듬더니 빠르게 말을 뱉어 냈다.
“내 이름은 펄리! 나이는 비밀! 위로 언니가 하나! 태어난 곳은 용왕국! 취미는 요리랑 뜨개질! 부모님은 없어! 좋아하는 사람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 싫어하는 사람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 지금 원하는 건 신의 그릇! 그리고 그 신의 그릇을 가지고 하려는 건…”
그녀는 가볍게 윙크하고서 다시 한번 폭탄 같은 선언을 내뱉었다.
“마룡왕(魔龍王) 살해! 그 날아다니는 도마뱀을 그냥 아주 토막 치고 자근자근 짓밟아서 죽일 거야!”
몇백 년 동안 용왕국을 통치해 온 마룡왕을 죽이겠다고…?
보랏빛 머리로 내 어깨를 꾹꾹 밀며 펄리가 배시시 웃었다.
“이 정도면 충분할까? 거짓말은 정말 하나도 안 했어!”
“잠시, 잠시만요.”
“왜? 뭐 더 궁금한 게 있어?”
용왕국에서 태어났다는 건, 그녀가 높은 확률로 수인족이란 이야기였다.
“당신 수인족(獸人族)이었습니까?”
“맞아! 나는 아주아주 무시무시한 거미 수인이야! 앙!”
펄리는 자그마한 입을 최대한 벌리곤 양 손바닥을 활짝 펴서 장난 같은 위협을 내보였다.
“독도 있어!”
“수인화도 할 수 있습니까?”
“못 해! 못 해! 이 인형엔 그 수인화 하는 기능이 안 달려 있거든!”
되는 인형도 있다는 건가.
“그런데 마룡왕은 대체 왜 죽이려고 하는 겁니까? 용왕국은 무척이나 살기 좋은 나라라고 들었습니다만…”
장난스러운 미소가 자취를 감췄다. 그녀는 여태까지와 달리 무척이나 무겁게 가라앉은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그 도마뱀한텐 돌려줘야만 하는 빚이 있거든.”
이내 펄리는 언제 무게를 잡았냐는 듯이 다시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 용왕국 가 봤어?”
“안 가 봤습니다.”
“역시! 역시! 그렇구나!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번 가 봐! 히히! 마냥 살기 좋은 곳은 아니란 걸 바로! 바로! 알 수 있을 거야! 아니다! 외지인이면 영영 모를 수도 있겠다! 알아야 보이는 게 있는 법이니까!”
그녀는 내 등을 탁탁 두드려 주곤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래서 내 일 도와줄 거야? 말 거야?”
“대답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도 됩니까?”
“뭔데? 뭔데?”
“왜 하필 접니까?”
펄리는 내 얼굴을 가리키곤 활짝 웃으며 냉큼 대답했다.
“너 같은 부류의 사람은 약속을 잘 지키는 편이니까!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 좋아!”
***
“잘 선택했어! 절대!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여러 가지 사소한 점들을 조율한 끝에, 나는 펄리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녀는 마침내 내 확언을 받자, 기다렸다는 듯이 쟈멜에겐 금화 열 개가 든 주머니를 하나 더 건네주고 어머니에겐 마카롱이 가득 든 주머니를 하나 건넸다.
뇌물인 게 뻔히 보이는 물건들이었지만, 쟈멜이나 어머니나 굳이 그 뇌물을 거절하진 않았다.
열심히 마카롱을 오물거리는 어머니를 힐끔 보곤 펄리에게 약간의 장난을 담아 물었다.
“혹시 저한테 줄 건 없습니까?”
“없어! 없어! 지금 당장은 없어! 아까도 말했지만, 나는 오늘 여기서 너희를 만나게 될 줄 전혀 전혀 몰랐는걸! 대신!”
“대신?”
펄리는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에 만날 때, 내가 뿜어낸 실로 만든 물건을 줄게! 분명! 분명! 쓸모가 있을 거야!”
“일단은 알겠습니다.”
말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우리는 아테르의 연구로 보이는 거대한 시설에 도착했다. 정확히는 유적의 공간에 여러 장치들을 가져다 둔 모습에 가까웠지만.
“저 장비들도 전부 당신이 후원한 겁니까?”
“응! 응! 기술이란 건, 나 혼자서 머리를 굴린다고 짜잔! 하고 나오진 않으니까! 그래서 재능이 보이는 사람이 있으면 찾아서 돈으로 도와주고 있어! 그리고 그 보답으로 연구 성과를 받고!”
아무래도 그녀의 후원은 단순히 이곳만이 아니라 거미줄처럼 여기저기 흩뿌려져 있는 듯했다.
연구실 안에서 무언가를 하고 있던 아테르는 나를 발견하고 어깨를 움츠러뜨렸다.
“이, 이제 둘이 이야기가 잘 끝난 거지? 또 내 목을 조, 조르면 이젠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그의 얼굴을 보자, 잠깐 잊고 있던 카디쇼가 떠올랐다.
“그런데 카디쇼는 어떻게 됐습니까?”
“카디쇼? 그 미친 여자 말이야?”
“예.”
“유적 안쪽으로 도망쳐서 몸을 회복하고 있겠지. 아마 한 시간쯤이면 상처를 전부 회복할 거야.”
아테르는 묘하게 카디쇼의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정상이 아니던 그녀의 몸과 유적 여기저기에 흩뿌려져 있던 괴물들의 시체들은 묘하게 닮아 있었다.
“설마 그녀를 저렇게 만든 게 당신입니까?”
아테르는 퀭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내가 죽어 가던 그 여자를 살렸어. 동의 없이.”
“내가! 내가!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줄게!”
혹시 내가 무슨 오해를 할까 걱정이라도 된 건지, 펄리가 불쑥 끼어 들어왔다.
“그 광휘교 사제는, 무슨 소문을 듣고 온 건지는 몰라도! 여기를 찾아내서 아테르가 돌보던 환자들을 보이는 족족 다 죽여 버렸어! 그래서 아테르는 다급하게 날 찾았고! 하지만 지금 이 인형은 전투용이 아니라서 말이야! 나는 마침 근처에 있던 내 언니한테 아테르를 도와달라고 부탁했어.”
“그리고 펄리의 언니가 카디쇼를 반 죽여 놓은 겁니까?”
“맞아! 그냥 돌아가라고 몇 번이나 경고했지만, 사제란 게 워낙에 꽉 막힌 인간들이라 그런지 말을 당최 안 들어 먹는 거야! 결국! 언니랑 그 여자가 한판 붙었고! 그 붉은 머리 여자는 묵사발이 났지!”
펄리는 아무래도 일부러 공격한 게 아니라 오롯이 자기방어를 위해서였다는 점을 내게 말해 주고 싶었던 듯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해가 안 가는 점이 있었다. 나는 아테르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당신 환자들을 모조리 죽인 여자인데, 대체 왜 살려 준 겁니까?”
아테르는 조금 울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 여자가 비록 내 소중한 친구들을 죽이긴 했지만, 나는 분명 들었어. 그 여자가 정신을 잃기 전에 죽고 싶지 않다고 중얼거리는 걸. 그래서 살렸어. 나는… 살고 싶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연구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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