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190)
190 화 칭찬…
칭찬…
쾅! 쾅! 쾅! 쾅!
떨어진 철벽이 저택의 모든 구멍이란 구멍을 막아 버렸다. 순식간에 이루어진 모든 탈출구의 봉쇄.
어차피 열쇠 조각을 얻을 때까지 벗어날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별 상관없는 일이었지만.
어두워진 방 안에서 상체만 남은 아비디타스의 두 눈이 밝게 반짝였다.
[이제 죽어라!!!]외침과 동시에 부서지는 바닥. 수십, 수백에 달하는 금속 가시가 우리를 향해 뻗어 왔다. 단연코 여태까지 봐 온 금인족들 중에서 가장 대규모의 공격.
대체 이자는 몇 년을 살아온 금인족인 거지?
“하압!!!”
짧게 숨을 들이켠 카디쇼가 움직였다. 은빛 막대 양 끝에서 돋아난 주홍빛이 어둠을 세차게 갈랐다.
까아아앙!!!
충돌과 함께 퍼져 나가는 청명한 소리. 빛과 금속이 맞부딪힘에도 둘은 마치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카디쇼의 힘을 이기지 못한 금속 가시들이 휘어져 천장에 처박혔다.
첫 공세를 막아 낸 카디쇼가 다급하게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붉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일단 빠져나가자! 마르낙! 이곳에서 소모전을 이어가 봤자, 우리에겐 득이 될 게 없다!”
“예!”
카디쇼의 말대로 저런 금속 껍데기들과 드잡이질을 해 봤자 아비디타스의 본질에는 전혀 타격을 줄 수 없었다. 우리는 찾아내야만 했다.
이 모든 금속을 움직이며, 금인족 생명의 근원인 코어를.
[보내 줄 거 같으냐!!!]그가 오른손을 내밀자 방 안을 한가득 뒤덮던 금속이 일렁였다. 나무문이 으깨지며 천장에서 떨어진 금속이 문을 대신했다.
막혔다면 뚫어야지.
오른 주먹을 틀어쥔다. 나는 그대로 벽을 후려쳤다.
카아앙!!!
우그러지는 금속. 그러면 그렇지, 우리 앞을 가로막은 저 금속 벽은 이모탈리움이 아니었다. 애초에 이모탈리움을 끔찍이 아끼는 금인족 성격상, 그가 보유하고 있는 이모탈리움은 아마 코어를 지키는 데 사용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한 번 더 벽을 후려치려고 주먹을 치켜들었다.
“비켜라! 마르낙!”
반사적으로 허리를 구부리자 금속 신발이 내 옆을 스쳐 지나 그대로 구겨진 철문을 강타했다.
콰아아앙!!!
흩날리는 금속 가루와 뻥 뚫린 문. 카디쇼의 하얀 얼굴 위에 돋아난 핏줄 몇 가닥. 그녀는 그대로 손을 뻗어 나를 잡아끌었다.
“가자!”
“예? 예.”
너무나 듬직한 모습에 조금 당황했지만, 이내 나는 안정을 되찾고 그녀의 뒤를 따라 복도를 거슬러 뛰었다.
[놓치지 않는다!!! 당장 내 이모탈리움을 내놔!!!]뒤에서 들려오는 고함. 벽면이 부서지며 금속 가시들이 일제히 튀어나와 우리를 노렸다. 카디쇼는 은빛 봉을 틀어쥐었다.
“왼쪽은 네가 맡아라! 마르낙! 오른쪽은 내가 맡겠다!”
“그러죠!”
양손을 뒤덮던 검은 금속이 순식간에 자라나 내 몸 전체를 뒤덮었다.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튀어나온 도살자. 울려 퍼지는 시동음과 함께 수천 개의 톱날이 회전을 시작했다.
왜애애애애애앵!!!
그대로 내려친다. 회전하는 이모탈리움 톱날이 금속의 격을 논하듯 금속 가시들을 두부 자르듯이 갈아 마셨다.
맡은 부분을 정리하고 카디쇼를 도우려 했지만, 곧 나는 그녀에게 내 도움이 전혀 필요가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까아앙!!!
주홍색 빛에 얻어맞은 마지막 가시가 처참하게 휘어졌다. 그야말로 인간의 규격을 넘어선 괴력. 카디쇼는 이곳 수도를 찾아오는 동안 마수와 융합한 자신의 새로운 몸에 적응을 끝마친 뒤였다.
꿈틀대는 핏줄. 아직 완벽하게 적응을 끝마친 건 아닌지, 힘을 과하게 쓸 때마다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나긴 했지만. 저런 괴력을 얻는데 저 정도 부작용이라면 무척 사소한 것이었다.
한바탕 공세를 우리가 가볍게 막아 내자, 추가적인 공격이 뚝 끊겼다.
카디쇼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저택의 복도를 살폈다.
“이거 아무래도 우리가 쉬이 당할 것 같지 않으니, 공격해 오는 방식을 바꾸기로 한 것 같다.”
“어찌 됐건 저희가 할 일은 하나지 않습니까.”
“그렇지. 우리는 아비디타스의 코어를 찾아야만 한다. 일단 움직이면서 마저 대화하지.”
“그러죠.”
우리는 손에 닿는 모든 방문을 열어젖히며 수색을 이어 나갔지만, 금속으로 틀어막힌 창문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특이한 점을 찾아낼 수 없었다.
쾅.
“쯧.”
또 하나의 문을 박살 낸 카디쇼가 혀를 찼다.
“역시 쉽게 나오지 않는군. 이 정도 규모의 금속을 다루기까지 아비디타스가 겪어 왔을 경험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인가. 저택 규모의 금인족이라니, 나는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라 조금은 당황스럽군.”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쾅!
가볍게 대꾸하며 반대편 방문을 발로 차 부쉈지만, 역시나 이 방도 허탕이었다.
“그나저나 테르지…”
그녀는 말을 하다 멈췄다. 이곳이 아바디타스의 몸속이니만큼, 이 이야기를 그가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듯했다.
“그 친구는 아마 배에 잘 있을 겁니다. 자기 할 일은 똑 부러지게 하는 친구라서 말이죠.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나는 에둘러 대답했다. 내가 아는 테르지오라면 지금 눈치껏 스트룸을 탄 채 이 저택 어딘가를 질주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숨겨져 있을 아비디타스의 코어를 찾아 헤매면서.
[내 코어를 찾는 건 순조로운가?]그때, 천장 사이로 금빛 얼굴이 돋아났다. 금속 덩어리 얼굴엔 묘한 침착함이 감돌았다. 이모탈리움을 보고 느꼈던 격동이 조금 가라앉은 듯했다. 그의 두 눈에선 여전히 욕망이 잔뜩 일렁이고 있긴 했지만.
카디쇼의 두 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고개를 살짝 들어 아비디타스를 올곧게 노려보았다.
“네가 정말 악신의 숭배자인지 조금 의혹이 있었지만, 겨우 욕망 하나로 사람의 목숨을 이토록 쉽게 해치려 하는 걸 보니, 네놈은 비단 악신의 숭배자가 아니어도 지극히 무도한 자가 틀림없구나!!!”
[하! 하! 하! 하! 하! 욕망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겨우 두 자릿수의 세월을 간신히 살아가는 너희로서는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생명이란 본디 촛불처럼 쉬이 꺼지는 법! 단단하고 변하지 않는 금속만이 오직 영원하지!]금속 얼굴이 꿈틀대며 커다란 미소를 그려 냈다.
[그야말로 찰나다! 찰나! 너희 종족의 삶이 환히 타오르고 꺼지는 것은! 다만…]아비디타스의 머리는 잠깐 말을 멈췄다. 그는 카디쇼 너머 서 있는 내 금속 갑옷을 뜨겁게 바라보았다.
[너희같이 찰나를 살아가는 생명은 내가 굳이 해를 끼치려 하지 않아도 절로 꺼져 버리고 마는 법. 영원을 살아가는 내가 어차피 꺼질 생명들과 투닥대 봤자 뭐 하겠나? 그래서 특별히 너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겠다!]쿵.
천장에서 떨어진 머리가 불어나 어느새 금속 인간의 형상을 갖추었다. 아비디타스는 여전히 나만을 바라보았다.
[너는 무엇을 바라고 날 찾아온 거지? 네가 가지고 있는 이모탈리움을 모조리 내놓는다면 네가 바라는 것을 내가 이뤄 주마! 인간!]“지금 거래를 하자는 겁니까?”
[그래! 거래다! 너도 알다시피 나는 신뢰를 중히 여기는 상인이기도 하지! 네가 이모탈리움만 전부 내놓는다면 그것이 무엇이든 내가 이뤄 주마!]나는 빙그레 웃었다.
“정말 뭐든지 됩니까?”
[그렇다!]“그럼 리베라티오의 선지자, 맹신의 하바스를 죽이고 그가 만들고 있을 신의 그릇을 제게 가져다주십시오. 제 앞에 신의 그릇을 가져다준다면 기꺼이 이 갑옷을 벗어서 건네 드리죠.”
[뭐…?]아비디타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안 됩니까? 방금 제게 뭐든 이루어 주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리베라티오의 선지자를 죽이는 건, 아무리 나라도 많은 걸 잃을 각오를 해야 하는 일이다. 잠깐 기다려라. 생각해 볼 시간이 필요하다.]완벽한 부정은 아니었다.
뭐지? 얘는 리베라티오에 충성하고 있는 게 아니었나? 거기다 한 가지 더 놀라운 점은 그는 지금 ‘가능성’을 점쳐 보고 있었다. 그 말은 즉, 홀로 선지자를 감당할 자신이 있다는 말과도 같았다.
어찌 됐건 이대로 시간이 끌린다면 나야 좋은 일이었다. 테르지오가 지금 이 순간에도 열심히 저자의 코어를 찾아 헤매고 있을 테니.
“마르낙.”
아비디타스가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 카디쇼가 나를 불렀다.
“선지자 중 하나가 이 도시에 있다는 건 네게 들었다만, ‘신의 그릇’이라니. 그게 무슨 이야기지?”
아, 신의 그릇에 관해 이야기해 준 적이 없었나.
“전해 듣기론 리베라티오가 이 땅 위에 악신을 강림시키려 한다는군요. 저도 정확하게는 모르지만, 신의 그릇은 아마 강림할 악신이 사용할 육체를 칭하는 듯합니다.”
“어째서 내겐 신의 그릇에 관한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지? 마르낙?”
붉은 두 눈에 미묘한 의심이 깃들었다. 나는 그저 여유롭게 웃으며 대꾸했다.
“저도 오늘 알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하는 걸 깜박했나 보군요.”
미안하지만, 사제인 카디쇼에게 곧이곧대로 펄리와의 거래 내용을 알려 줄 순 없었다. 그녀의 입장 상 신의 그릇은 반드시 파괴해야 할 물건일 테니.
“…일단은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똑바로 나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을 꺼냈다.
“다음부턴 까먹지 말고 전부 이야기해 줬으면 한다. 우리는 동료이지 않나. 솔직히… 잠깐 네가 나한테 무언갈 일부러 숨기고 있었다고 착각했더니 무척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
카디쇼가 내 팔목을 붙잡았다. 그녀는 평소처럼 올곧은 미소를 내보였다. 내 양심이 콕콕 찔릴 만큼 시원한 미소를.
“그러니 다음부턴 그러지 말아라.”
“그러겠습니다.”
미안하게도, 나는 그 미소를 보며 이곳 북제국 수도에서의 일이 끝나면 그녀와 반드시 헤어져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언젠가 카디쇼가 내 진짜 정체를 깨닫고 배신감에 슬퍼하고 분노하기 전에.
[애정 행각은 끝났나? 상황과 때를 가리지 않고 날뛰는 너희 인간들의 남녀 관계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이해를 할 수가 없군.]카디쇼의 얼굴이 조금 붉게 달아올랐다.
“애정 행각이라니? 이, 이건 그냥 동료로서 소외감을 느꼈음을 고했을 뿐이다!!!”
[관심 없다. 거기 남자. 네가 내게 한 제안은 깊게 숙고해 보았다. 하지만 네 바람대로 하바스를 죽여 주긴 힘들 듯하군. 그건 아무리 이모탈리움을 받아도 도저히 수지가 맞질 않는다.]“그럼 거래는 결렬이군요.”
녹아내린 아비디타스의 얼굴이 꿈틀댔다.
[아니, 말은 끝까지 들어 봐라. 네가 원하는 것은 하바스의 죽음인가? 아니면 그가 만들고 있는 신의 그릇인가? 만약 네가 원하는 것이 신의 그릇이라면 내가 다른 조건을 제시해 줄 수 있다.]물렁대는 금속 손바닥 위로 하나의 열쇠가 튀어나왔다.
“열쇠?”
[그래, 이건 신의 그릇이 있는 장소로 몰래 갈 수 있는 열쇠다. 네가 입고 있는 이모탈리움 갑옷을 내게 넘기면 이 열쇠를 주고 내가 직접 안내까지 해 주지. 네가 무사히 신의 그릇을 탈취할 수 있도록.]저 열쇠가 진짜가 맞다면, 펄리와 함께 신의 그릇을 빼돌리면서 근처에 있을 성물의 신성을 회수할 수 있었다. 어차피 신성을 회수하는 건 성물을 가지고 나올 필요도 없었으니까.
일이 잘 끝나면 갑옷을 준다고 하고, 한번 속여넘겨 볼까.
내가 무어라 대답하기도 전에 아비디타스의 몸이 세차게 흔들렸다.
[큭?!]나타났던 열쇠가 녹아 그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비디타스의 두 눈은 어딘지 모르게 몽롱했다.
[전신이 이모탈리움인 금속 기사라니… 어찌 이리도 아름다울 수가…]그는 곧, 정신을 차리고 나를 노려보았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이!!! 감히 거래를 제안하는 척하면서 내 코어 쪽에 저토록 아름다운 것을 보내?! 너희도 저 아름다운 자도 모조리 죽이고 이모탈리움을 취하겠다!!!]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그쪽은 제가 그만두라고 하면 바로 그만둘 겁니다! 그러니 저희를 신의 그릇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주십시오!”
여기선 저 금인족을 이용해 먹고 팽하는 게 훨씬 이득이었다.
[꺼져라! 이 아름다운 자도 내가 가지고, 네가 입고 있는 갑옷도 내가 취할 것이다!!! 이토록 순수한 이모탈리움 덩어리라니! 이런 물건은… 실론 황녀가 사라진 뒤로 다신 못 볼 줄 알았건만! 하하하! 아주 횡재했구나!]그 말을 끝으로 아비디타스의 몸이 녹아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무래도 코어에 도달한 테르지오와의 일전에 집중하기 위해 사라진 것이겠지.
“카디쇼!”
“일전이 벌어진다면 분명 어디선가 소리가 들려오겠지! 그곳으로 가자! 마르낙!”
“예!”
***
거대한 금속으로 둘러싸인 공간 안에서 테르지오는 저 너머에서 빛나는 코어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카앙!!!
테르지오는 바삐 손을 놀려 금속으로 이루어진 촉수를 튕겨 냈다. 베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 촉수를 이루고 있는 금속은 이모탈리움이 분명했다.
성인 남성만 한 코어 위로 금속으로 이루어진 몸뚱이가 튀어나왔다. 아비디타스는 어느 때보다 달짝지근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나와 하나가 되자! 아름다운 이여! 평생 행복하게 해 주겠다!]테르지오는 검을 억세게 쥐었다. 자리를 박찬 그는 곧 은빛 선이 되어 아비디타스의 촉수들과 충돌했다.
까아아앙!!!
튀어 오르는 불티 속에서 테르지오의 눈구멍으로 푸른 불빛이 격렬하게 일렁였다. 그간 쌓여 온 감정이 폭발했다.
– 인고의 시간 끝에 찾아온 증명의 때다! 이 얼마 만에 후계자님께 도움이 될 기회란 말인가!!! 나는 이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고 네놈의 코어를 베어 반드시 후계자님께 칭찬받고 말 것이다!!! 이대로 죽어라!!! 아비디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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