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199)
199 화 구면.
구면.
어쩔 수 없다. 그래, 이건 어쩔 수 없는 거야.
솔직하게 이야기해서 스승님이 작정하고 날뛰면 내가 어찌 말리겠는가? 스승님과 나의 수준 차이는 종잇장 한 장이 아니라, 아주 널찍한 거리가 있었으니.
이미 벌어진 일이고 거기다 어쩔 수 없기까지 하다면 이젠…
“스승님.”
“왜 부르니?”
“그 누구도 이번 일과 관계없는 사람은 굳이 죽이진 맙시다.”
즐기는 수밖에 없겠지. 내가 언제 이런 국가 단위로 치는 깽판을 다시 해보겠나.
“연아.”
“네?”
댕댕댕!
건물 안에서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경종 소리 속에서 스승님은 뭔가가 마음에 안 드셨는지, 특유의 뾰로통한 미소를 짓고 계셨다. 입은 웃고는 있지만, 눈이 안 웃는 그런 미소를.
“이 어여쁜 스승님은 막무가내로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살인마가 아니란다. 아까도 보았다시피 아직 이 스승님은 아무도 죽이지 않았단다. 그저 살짝 두드려 줬을 따름이니.”
아. 그 부분인가.
“확실히 그렇군요. 제가 그만 너무 넘겨짚었나 봅니다.”
“알면 됐단다. 음…”
짧게 입술을 오물거리신 스승님은 이내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마셨다.
“확실히 밖에서 연이 너와 같이 무얼 하는 건 처음이라 조금 흥이 올라버렸을지는 모르겠구나. 매번 혼자 일을 했던지라 무엇을 ‘같이’ 한다는 게 그리 익숙하진 않으니 말이다.”
딱 처음으로 소풍을 가는 듯한 감상이었다. 그 소풍이 한 제국의 수도에서 치안대 여럿을 때려눕힌 것이란 점만 빼면.
“거기 둘! 너희가 이 건물을 불로 뒤덮은 범인이냐! 당장 건물을 뒤덮은 불을 치우고 손들고 투항해라!”
우리가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는 사이, 당연히 치안대는 놀고 있지 않았다.
눈만 움직여 빠르게 숫자를 훑었다. 중무장한 치안대원이 열하나. 건물의 입구에서 튀어나온 적은 예상보다 많이 적은 숫자였으나, 막상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 정도 규모의 사고를 칠만한 적에게 어중이떠중이인 아군을 데리고 나서는 건, 거치적거리기만 할 뿐이었으니.
“하던 이야기는 조금 있다 마저 하는 편이 나아 보이는구나.”
“제 생각도 같습니다.”
등을 돌린 스승님은 푸른 검을 늘어뜨린 채, 중무장한 치안대원들을 훑어보았다.
“너희 중 가장 직위가 높은 사람은 누구?”
늘상하던 초면에 하는 존댓말도 버린 물음. 긴장한 치안대들은 당장 교전이 일어날 낌새가 보이지 않자 조금 안심한 표정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곧, 치안대원 중 하나가 검을 집어넣고 그들 사이에서 걸어 나왔다.
투구를 깊게 눌러 써 얼굴이 제대로 식별되지 않았지만, 그가 입은 갑옷은 확실히 다른 치안들의 것보다 조금 화려하고 여러 문양이 더 새겨져 있었다.
“나다.”
“직위는?”
“중앙 치안청 수석 치안감, 브레임이다. 하나만 묻지. 너희는 대체 어쩌자고 이렇게 일을 벌이고 있는 건가? 지금 너희가 무력시위를 벌이는 이곳이 어떠한 나라의 어떠한 장소인지 내가 굳이 입 아프게 설명할 필요는 없을 거라 본다만?”
“어제 야간순찰 근무. 근무자들은 근무 시간이 끝나고 이미 다들 퇴근했을 테니, 그 근무를 짠 지위에 있는 자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혹시 그쪽이 근무를 짠 건가?”
투구의 틈 사이로 비친 입술이 굳게 닫히고 마땅찮다는 듯이 휘어졌다.
“겨우 그런 걸 묻겠다고 이 사달을 낸 건가?”
프리디야 스승님은 그저 가볍게 한 번 검을 빙글 돌리곤 입을 열었다.
“나는 질문을 해도 된다고 한 기억이 없는데… 연아, 혹시 내가 저들에게 질문을 해도 된다고 했니?”
즐기자. 그래, 즐기자. 나는 스승님이란 든든한 벽 뒤에 서서 치안대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
“없습니다. 제가 똑똑히 들었으니 믿으셔도 좋습니다.”
스승님은 치안감 브레임을 무감정한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렇다는데…?”
으드득.
이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브레임은 우리를 노려보며 노성을 터뜨렸다.
“감히!!! 이곳이 어디…”
순간, 스승님의 자세가 낮아지고 신형이 흐릿해졌다. 흐릿한 푸른 선은 자리를 떠나 정확하게 브레임의 뒤에 서 있던 치안대원들에게로 이어졌다. 그 뒤, 벌어진 일은 아주 간단했다.
털썩.
브레임의 뒤에 서 있던 열 명의 중무장한 치안대원들이 의식을 잃고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고꾸라져 머리를 처박았다.
“이게… 무…”
“아무래도 당신이 지금 자신의 위치를 모르는 것 같아서.”
브레임은 자신의 뒤에서 들려온 속삭임에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스승님은 그 정도쯤이야 예상했다는 듯이 정확하게 브레임의 오금을 툭툭 걷어찼다. 무릎 뒤를 걷어차인 브레임의 몸은 아주 정직했다.
쿵.
그는 그렇게 타의로 공손하게 무릎을 꿇었다. 스승님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브레임의 앞으로 가 섰다. 치안감을 내려다보는 스승님의 두 눈에는 별다른 흥분과 희열 따윈 없었다. 그저 아름다운 유리알 같이 반짝거릴 뿐.
“이 정도 했으면, 지금 내가 당신들을 얼마나 봐주고 있는지 지나가던 코흘리개 아이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은데…”
브레임은 입을 꾹 다물고 가타부타 대답이 없었다. 스승님은 검면으로 브레임의 뺨을 툭툭 쳤다.
“저 건물 위쪽에 대기시켜둔 저격수들을 믿고 있는 거라면 다시 생각해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너도 이미 느꼈다시피 나는 고대제국의 유물이 쏘아내는 총알도 충분히 베어낼 수 있어.”
그 한마디를 끝으로 수석 치안감의 고개를 푹 꺾였다.
“어째서…”
“음…?”
“어째서 ‘달인’이 이런 짓을 하는 거지…?”
그제야 스승님의 입가로 잔잔한 미소가 퍼져나갔다.
“처음으로 쓸모 있는 질문을 던져줬네. 간단해. 누군가 장인에게 맡겨 뒀던 ‘내 것’을 훔쳐 갔고, 그 누군가의 뒤를 너희 치안대가 봐줬으니, 나로서는 어쩔 수가 없었지. 응. 어쩔 수가 없었어.”
“그런 문제라면 공식적으로 수사를 요청하면 되는 것 아닌가!!!”
성난 질타에 스승님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굳이…? 이렇게 쉽고 빠른 방법이 있는데, 굳이 이리저리 빙빙 돌 필욘 없지. 게다가 난 옛날부터 사람이 셋 이상 모인 단체는 잘 믿지 않는 편이라. 자, 친절히 답해 줬으니 이제 누가 그 근무를 짰는지 말해.”
“나다. 내가 그 근무를 짰다. 전부 내 책임이니 나를 데리…”
억지에 가까운 고백.
그 대답에 스승님의 얼굴에 위에 희미하게 남아 있던 표정이란 것이 사라졌다. 스승님은 천천히 허리를 숙여 브레임의 귓가에 속삭였다. 범인에게는 절대 들리지 않을 만큼 자그마한 목소리였지만, 내게는 그 속삭임의 내용이 똑똑히 들려왔다.
“지금부터 네 팔다리를 잘라버린 다음, 불꽃으로 단면을 지져 살릴 거야. 내게 달랑달랑 들린 넌 내 손 위에서 덜렁이며 그 뒤에 벌어질 일을 감상하게 되겠지. 시작은 이 건물.”
공기가 무거워졌다. 형체가 없는 압박감이 모든 것을 짓눌렀다. 치안감의 턱 끝을 타고 굵직한 땀방울이 똑하고 떨어졌다.
“내가 일을 끝마치면 이 건물 안에서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이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될 거야. 내가 모조리 살아있는 채로 사지를 잘라내서 살려둘 거거든. 딱 너처럼.”
새하얀 손가락이 브레임의 투구의 코부분을 잡고 슬쩍 밀어냈다. 벗겨진 투구가 바닥에 떨어지며 댕그랑하고 울어댔다. 브레임의 얼굴은 식은땀으로 이미 흠뻑 젖어있었다.
“그다음은 이 도시야. 너와 실낱같은 관계라도 있는 이들은 모두 너랑 똑같은 모습으로 만들어 줄 거야. 그리고 넌 나와 함께 그 모든 광경을 직접 두 눈으로 감상하게 될 거고. 아, 그 전에 하나만 물을게. 대답하지 않아도 좋아.”
스승님은 슬쩍 뒤로 한걸음 물러나 부드럽게 웃었다. 미소를 따라 푸른 두 눈이 곱게 휘어졌다.
“혹시 집에 가족은 있니?”
브레임은 겁에 질린 소년처럼 달달 몸을 떨었다. 그리고 이내 그의 머리가 툭하고 바닥에 떨어졌다.
“…내가 하지 않았다. 그 근무표를 짠 건 내가 아니다.”
“그럴 줄 알았어.”
모든 것을 짓누르던 무형의 압박감이 언제 나타났냐는 듯이 사라졌다.
“이제 슬슬 안내해줬으면 하는데. 내 귀여운 협박이 현실이 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따라와라.”
무릎 꿇고 있던 브레임이 일어서는 데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의 다리가 너무 격렬하게 후들거리는 탓에 몇 번이고 다시 일어나야만 했기에. 겨우 일어선 그는 진 빠진 사람처럼 걸어 앞서 나갔다.
나는 슬쩍 스승님의 뒤에 따라붙어 아까부터 궁금했던 걸 물었다.
“한두 번 협박해보신 게 아닌 것 같습니다.”
“겁박은 의외로 유용한 수단이란다. 덕분에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이렇게 안내받고 있잖니.”
“브레임의 머릿속에선 수많은 피가 흘러내렸겠지요. 너무 살벌한 협박이라 이 제자도 살짝 무서웠습니다.”
“재밌는 소리를 하는구나.”
스승님은 정말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이 키득키득 웃음을 터뜨렸다.
“너는 겨우 이런 몇 마디 겁박을 두려워하는 아이가 아니잖니. 만약 네가 이런 겁박을 당한다면 너는…”
새파란 눈. 브레임을 바라볼 땐 분명 유리알처럼 투명했던 것 같은데. 지금 내 눈을 마주하고 있는 스승님의 눈은 마치 심해와 같아서 그 속을 감히 들여다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분노하겠지. 너는 그런 아이니까. 부러질지언정, 꺾이지는 않으니.”
“스승님께선 조금 저에 대한 오해가 있으신 거 같습니다. 제가 얼마나 잘 굽히고, 융통성이 있는 사람인데요.”
나는 상황이 불리하다면 언제든 굽힐 수 있는 사람이었다. 스승님은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내가 말하는 건 일상에서의 이야기가 아니란다. 인간으로서 맞게 되는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서의 이야기지.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맞닥뜨리게 되는 드높은 고비. 바로 그 고비를 말하는 거란다.”
“솔직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잘 이해가 안 갑니다.”
“너는 몰라도 된단다.”
한껏 진지해졌던 스승님이 가볍게 미소 지었다.
“네가 평생 모르고 살 수 있도록 이 어여쁜 스승님이 힘껏 힘 써볼 테니.”
“스승님, 저는 애가 아닙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요. 굳이 과보호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나는 백살 밑으론 어른으로 안 친단다.”
저 나이 기준은 이 시대 인류에겐 기준이 너무 높았다.
“…그러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입니다만.”
“원래 사람은 아이 같이 살다 아이로 죽는 거란다.”
우리는 저만치 앞서가는 브레임의 뒤를 쫓았다.
“그런데 스승님.”
“왜 부르니?”
“스승님도 그 ‘고비’라는 것과 맞닥뜨리신 적이 있으십니까?”
“있지, 당연히 있단다. 나는 제법 오래 살아온 편이니.”
“스승님께선 그럼 그 고비와 맞닥뜨렸을 때 어떻게 하셨습니까?”
“죽였지.”
스승님께선 무덤가에 꽃 한 송이 내려놓듯 한마디 수식어를 덧붙였다.
“모조리 다.”
***
꼭대기 층. 브레임이 우리를 안내한 장소는 아마도 이 중앙치안청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있으리라 짐작되는 방이었다.
그는 문 앞에 멈춰 서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곧 있을 대회의를 대비해, 모든 근무는 한 달 전부터 청장님께서 관리하고 있다. 정확히는 청장님의 보좌관이 하고 있는 거겠지만.”
스승님은 별말 없이 그저 가볍게 턱짓 한 번 하는 것으로 그에게 답했다. 나는 옆에서 슬쩍 한마디를 보탰다.
“말 많이 말고 그냥 문이나 여시랍니다.”
“…”
끼익 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방의 문이 열렸다. 높게 줄 세워진 책장과 그 끝에 있는 높은 자리. 정갈한 책상과 의자엔 그 누구도 앉아있지 않았다. 브레임은 그저 조용히 방을 가로질러 책상에 다가갔다.
“스승님, 제 감각엔 아무도 안 걸립니다. 누가 있긴 한 건 맞습니까?”
“네 말대로 이곳엔 아무도 없단다.”
책상에 다가간 브레임이 재빨리 무언가를 누르더니 허탈한 표정으로 의자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황제의 개입만은 피하고 싶었는데…”
“설마 당신이 사실 중앙치안청의 치안청장이었던 겁니까?”
내 질문에 브레임이 힘없는 웃음을 터뜨렸다.
“청장님은 오늘 출근하지 않으셨다. 조금 야속하군. 뜻을 같이하는 입장에서 내게 자그마한 언질이라도 있으셨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달인이 찾아온 이상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그게 무슨 뜻…”
“안 들어도 뻔하단다.”
스승님은 무척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황제를 호위하는 달인을 호출한 것이겠지.”
“그거 엄청 큰일 아닙니까?!”
“그리 큰일은 아니란다. 조금 귀찮은 일일 뿐이지. 그랑 나는 구면…”
쨍그랑!!!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유리가 깨지고 하얀 무언가가 바닥에 부드럽게 착지했다.
헐렁한 백색 도복과 회색빛 기다란 봉. 그리 체구가 크진 않았으나, 언뜻 보인 그의 몸은 오밀조밀한 근육으로 가득했다. 창문을 뚫고 나타난 사내는 탁한 금발을 쓸어넘기며 인상을 찌푸렸다.
“왜 이렇게 늦게 호출하는 건가? 아무리 치안청이 폐하와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다 해도, 불꽃에 휩싸인 치안청을 보는 제국의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지 않은가! 스스로 감당을 못하겠거든 빠르게 날 부르기나 하지! 그 청장이라는 자리… 음? 자네는 누군가?”
“저는 수석 치안감 브레임입니다. 솔도스님.”
“그럼 청장 놈은?”
“아직…”
둘이 우리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대화를 나누는 사이, 나는 스승님을 힐끔 바라보았다.
“아는 사람 맞습니까?”
스승님의 표정이 뭔가 미묘했다.
“처음 보는 얼굴이란다. 아무래도 내가 마지막으로 다녀간 사이 북제국에 새로운 달인이 나타난 것 같구나. 하지만 뭐, 그리 큰일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는 말렴.”
“그렇다면야 다행입니다만…”
솔도스는 브레임에게 한바탕 훈계를 늘어놓은 뒤에야 인상을 찌푸리며 우리를 돌아보았다.
하는 짓은 꼬장꼬장한 늙은이인데, 얼굴은 아무리 많이 쳐줘야 서른 초반으로 보이는 탓에 미묘한 위화감이 있었다.
“쯧쯧. 어찌 제국의 수석 치안감 된 자가 시민들의 안전보다 정치적 알력을 먼저 고려하다…”
그는 빠르게 눈동자를 움직여 먼저 내 얼굴을 훑고, 스승님의 얼굴을 훑었다. 솔도스의 눈이 더할 나위 없이 아주 커다랗게 벌어졌다.
“너, 너는…?! 백 년 전에 이 나라에서 그 깽판을 치고 간 여자가 아닌가!!!”
“스승님, 아무래도 구면이 맞는 것 같습니다만…”
“내 기억엔 없는 얼굴이란다.”
솔도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르다 못해 터지기 일보 직전에 치달았고, 그 분노는 성난 질타가 되어 터져 나왔다.
“이 나라의 황궁을 반파시켜 놓고 도망간 대역죄인이 무슨 염치가 있어서 다시 이 나라를 찾아온 것이냐!!!”
황궁을 부쉈다고?
“저 말 진짭니까?”
그래서 장미궁에서 초대가 날아왔을 때 안 가시겠다고 한 건가. 그 구면이라는 다른 달인과 궁전에서 마주칠까 봐. 스승님은 내 눈을 슬쩍 피했다.
“기억이 살짝 흐릿하구나. 그런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