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209)
209 화 냉혹한 추적자 쟈멜.
냉혹한 추적자 쟈멜.
눌러 쓴 빵모자와 몸보다 조금 큰 멜빵바지. 그리고 하얀 셔츠.
펄리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무척이나 산뜻한 걸음걸이로 그리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인파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반면.
“엇?! 저거 저 회오리 모양 감자 구이 맛있어 보이지 않아요?”
‘살해…!’
미행을 제안한 어머니, 그 제안에 찬동한 쟈멜은 슬슬 어두워져 가는 거리 곳곳에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한 노점상들에게 시선을 뺏긴 뒤였다.
이렇게 될 거 같긴 했는데.
‘살해살해!’
내 옷을 꾹꾹 잡아당기는 어머니의 손길. 저것 좀 사달라는 부탁에 나는 쓰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내밀었다.
“회오리 감자 두 개 주십시오.”
“예, 바로 됩니다!”
계산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회오리 감자 두 개를 건네받았다.
“하나씩 드시지요.”
“와아!!! 감사합니다!!!”
‘살햇!!!’
이런 싼 감자 하나에 다들 너무 좋아하는 걸 보니, 돈 벌기 정말 잘했다는 뿌듯함이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맛있어요!!! 진짜로요!!! 엇?!”
‘살해…?’
야금야금 회오리 감자를 뜯어 먹던 쟈멜이 뭔가를 깨달은 듯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 저희 펄리 뒤를 쫓고 있던 거 아니었어요?! 설마 회오리 감자에 빠져버려서 노, 놓쳐버린 건가?!”
‘살햇?!’
쟈멜과 어머니가 한 손에 회오리 감자를 꼭 쥐고서 급히 펄리를 찾았다. 다행히 펄리는 한 노점상 앞에서 음식을 계산하고 있느라 그리 멀리 가지 않은 채였다.
“휴우우우.”
쟈멜은 깊은 한숨을 토해내곤 배시시 웃었다.
“다행히 그리 멀리는 안 간 것 같아요! 그런데…”
그녀는 잠깐 말을 멈추곤 ‘츄릅.’하고 침을 삼켰다. 그녀의 초롱초롱한 연녹빛 눈동자는 펄리가 건네받은 닭꼬치에 꽂혀 있었다.
혹시 내가 평소에 굶긴 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쟈멜은 분명 불과 몇십 분 전에 내가 사 온 음식들로 배를 채우고 나온 상태였다.
쟈멜은 회오리 감자를 야금야금 먹고 있는 어머니의 옆구리를 콕하고 찔렀다. 어머니는 입안 가득 문 감자를 오물거리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살해?’
“저 닭꼬치 맛있어 보이지 않아요…?”
그 한마디에 어머니의 눈빛이 쟈멜과 비슷한 상태로 변했다. 펄리 손에 들린 닭꼬치를 갈망하는 그런 눈빛으로.
“…일단 손에 든 것부터 다 드시면 저 닭꼬치도 사드리겠습니다.”
“와아!!!”
‘살해!’
미행 따윈 이제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었지만, 나는 그러려니 했다.
애초에 쟈멜과 어머니 이 두 명의 조합에게 비밀이 낱낱이 밝혀질 만큼 펄리는 허술하지 않았다. 나 또한 펄리의 속에 든 것이 무엇인지 가늠이 되질 않았고.
단지,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녀는 지금 우리 일행에겐 무척이나 호의적이었다. 전에 한 번 다들 구해주기도 했고. 물론, 그녀의 호의는 정확하겐 내 이용가치에 기반한 타산적인 행위겠지만 작금의 상황에선 그걸 이용하지 않을 이유 또한 없었다.
나야 어머니의 신성이 깃든 성물만 되찾으면 되는 일이었으니, 당장은 의심을 끈을 놓지 않고서 그녀를 유심히 지켜보는 게 최선이겠지.
“다 먹었어요! 얼른 닭꼬치도 먹으러 가요!”
‘살해!’
마침 펄리가 다시 움직이자, 쟈멜과 어머니는 기다렸다는 듯이 닭꼬치 가게를 향해 쪼르르 달려갔다. 쟈멜은 잽싸게 손가락 두 개를 내밀었다.
“방금 파신 거랑 똑같은 거로 두 개 주세요!”
주인장으로 보이는 사내는 우묵한 눈으로 쟈멜을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뒤이어 도착해 가격을 물었다.
“얼맙니까?”
“두 개 합쳐서 동화 열 닢.”
“조금 비싸군요. 여기 있습니다.”
앞에 샀던 회오리 감자가 한 개에 한 닢짜리인 것에 비해 이 닭꼬치는 무척이나 가격이 비쌌다. 북제국의 수도는 다른 곳보다 물가가 높은 것을 고려해도.
닭꼬치 집 주인장은 가타부타 말없이 내가 내민 돈을 받아들고 닭꼬치 두 개를 내밀었다. 나는 두 닭꼬치를 어머니와 쟈멜에게 건네주고 펄리가 향한 방향을 눈으로 쫓았다.
댕그랑.
펄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앉은뱅이 거지의 모자 안으로 동화 한 닢을 떨어뜨렸다. 거지는 깊게 고개를 숙여 펄리에게 감사를 표했다.
펄리는 감사 인사도 받지 않고 미련 없이 다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거리를 거닐었다.
우물우물.
쟈멜은 내 등 뒤에 숨어 그 광경을 빤히 바라보았다. 입에 물고 있는 닭꼬치 덕에 배가 조금 찬 건지, 그녀는 펄리의 추적에 조금 더 집중하기로 결심한 듯했다.
가늘어지는 두 눈. 쟈멜은 심각한 표정으로 펄리의 등을 바라보았다.
“거지에게 적선을 하다니… 심상치 않아요.”
“뭔가 알아냈습니까?”
“마르낙 사제님, 저는 펄리랑 그리 친하지 않아서 잘 알지는 않지만요. 하나는 알아요. 펄리는 아주 그냥 겉과 속이 엄청 다른 사람이라는 걸요! 게다가 펄리는 카드놀이로 과자를 많이 따도 잃은 사람한테 조금도 안 나눠주거든요! 그런 펄리가 거지한테 돈을 준다니! 이상해도 너무 이상해요! 어머니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쟈멜이 자연스럽게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자, 어머니는 자신의 턱을 매만지며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살해.’
확실히 수상하다는 한마디.
“마르낙, 사제님! 이건 그거예요! 저 거지는 어딘가의 비밀 조직원이고, 동전 하나를 주면 거지가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 비밀을 속삭여주는 거예요! 여럿이서 가면 혹시 의심할지도 모르니, 여기서 딱 보고 계세요!”
쟈멜은 힐끔힐끔 주변을 살핀 다음, 잽싸게 거지에게로 질주한 다음 동화 한 닢을 거지의 모자 안에다 떨어뜨렸다.
댕그랑.
앉은뱅이 거지는 펄리에게 그랬듯이 감사의 의미로 고개를 깊이 숙였고, 쟈멜은 그런 모습을 빤히 바라보다 내게로 도도도 달려왔다.
“뭔가 알아냈습니까?”
쟈멜은 반쯤 울상이 되어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거지가 제 돈을 먹었어요… 내 동화 한 닢…”
나는 말 없이 주머니에서 동화 한 닢을 꺼내 쟈멜의 손에 쥐여주었다. 쟈멜의 표정은 그제야 다시 환히 밝아졌다.
“히히.”
“계속 쫓으실 겁니까?”
“당연히요! 사실, 방금의 거지는 그거였던 거예요! 혹시 모를 추적자를 대비해 펄리가 심어둔 심리적 함정이요! 비록 이번 한 번 운 좋게 절 속여넘기긴 했지만! 저 쟈멜은 그렇게 쉬운 추적자가 아니에요! 아주 무시무시하고 집요한 추적자죠! 그러니 마르낙 사제님은 저만 믿으세요!”
그녀는 손까지 파닥거리며 본인의 유능함을 호소해왔다.
“그런데 펄리가 어디로 간지는 아십니까? 저는 깜박 놓치고 말았습니다.”
“아앗?!”
‘살해.’
쟈멜이 당황하든 말든, 어머니는 조용히 손가락을 뻗어 한 가게를 가리켰다. 저 안으로 펄리가 쏙 들어갔다고 덧붙이시면서.
“저 가게로 펄리가 들어갔다고 하시는군요.”
“저, 저도 알고 있었어요! 암암! 어, 얼른 가봐요! 마르낙 사제님!”
지나가던 코흘리개도 속지 않을 거짓말이었지만, 쟈멜은 어떻게든 내게 자신이 유능하단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어하는 것 같기에 기꺼이 속아 넘어가 주었다.
셋이서 함께 조심스럽게 가게에 다가가서 무엇을 파는 가게인지 살폈다. 펄리가 들어간 가게는 전면이 그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벽인 옷가게였다. 자세히 보니, 펄리가 계단을 걸어 가게의 이 층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안타깝게도 1층의 한 면만이 유리였기에 더이상 눈으로는 그녀의 모습을 쫓을 수 없었다.
“어떻게 할까요? 따라 들어가 보시겠습니까? 아니면 나올 때까지 이곳에서 기다려보실래요?”
“으으으음…”
쟈멜은 열심히 고민하는 척하면서 힐긋 어머니의 눈치를 보았다. 어머니는 자신에게로 시선이 모이자 씨익 미소를 지었다.
‘살해!’
괜히 들어갔다가 마주치면 민망하니, 밖에서 조금 기다려보자는 의견. 나는 어머니의 뜻을 쟈멜에게 전했다.
“좋아요! 저도 딱 그 생각이었어요!”
그렇게 가게 앞에서 서성이길 잠시, 펄리는 1층으로 다시 내려오지 않았다. 쟈멜은 눈을 데굴 굴리더니 어머니의 귓가에 대고 작게 속삭였다.
“혹시 저 옷가게 2층에 막 비밀통로 같은 게 있어서 딴 데로 빠져나갔으면 어쩌죠?”
‘살햇?!’
쟈멜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어머니는 고개를 들어 초조한 눈빛으로 나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나라고 딱히 답이 있는 건 아닌데 말이지.
날도 어느새 서서히 저물어, 길가엔 간간이 불이 들어오고 있었다. 어차피 저 옷가게도 머지않아 닫을 게 분명하니, 다 같이 들어가서 얼른 펄리를 찾아보고 놓쳤으면 그냥 펄떡이는 잉어로 데리고 가서 저녁밥이나 먹이면 딱 적당할 듯싶었다.
“일단 한 번 따라 들어가 보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저는 마르낙 사제님 의견에 찬성이에요!!!”
‘살해살해.’
나도 마침 딱 그렇게 하려고 했다는 한마디. 우리 셋은 그렇게 옷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옷가게의 점원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에게로 다가왔다. 점원은 우리를 향해 싱긋 웃으며 계단을 가리켰다.
“진짜 귀한 옷들은 위층에 있으니, 아름다우신 손님들께선 이층으로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점원의 행태는 무척 수상했다. 우리를 대체 언제 봤다고 다짜고짜 이층으로 가보라는 거지.
“헤헤헤. 제가 좀 예쁘긴 해요! 마르낙 사제님! 아무래도 저희는 이층에서 옷을 고르는 게 맞는 거 같아요!!!”
팔랑귀 쟈멜은 당장에라도 이층으로 뛰어갈 기세였지만, 어머니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점원을 빤히 노려보는 것으로 답했다. 마치 네가 뭔데 멋대로 말을 거냐는 듯이.
점원은 어머니의 적대적인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전히 친절한 미소를 유지했다.
“그럼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순순히 물러가는 점원의 모습에 나는 문득 한가지 가정을 떠올렸다.
혹시 펄리가 했던 일련의 행동이 일종의 신호였다면?
바가지에 가까운 닭꼬치를 사 먹고 거지에게 적선하고 이 가게로 들어오는 것 자체가 누군가와 접촉하기 위해 전부 의도된 행동이었고, 우리는 펄리의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한 덕에 이 층으로 안내를 받게 된 거라면?
너무 넘겨짚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펄리라면 왠지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저렇게나 권하는데 이층으로 한 번 가보는 게 어떻겠습니까?”
“저는 좋아요!”
‘살해.’
어머니는 허리춤에 찬 학살자를 슬쩍 매만지곤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혹시나 누군가 펄리를 쫓는 걸 방해할 경우 무력행사를 하는 상상을 하고 계신 것 같았다.
계단을 올라 옷가게의 이층에 도착하자 우리를 반긴 건, 직원 한 명 없이 여기저기 전시된 옷들뿐이었다. 그 광경은 일 층의 전시된 것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그래, 쉽게 쫓을 수 있을 리가 없지.
“펄리가 없네요! 그렇다면 이제야말로 바로 이 냉혹한 추적자 쟈멜이 활약할 때인 거 같네요!”
쟈멜은 주위를 휙휙 둘러보더니 잽싸게 벽으로 다가가서 손을 올리고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엉겨붙은 바위시여. 혹시 이 벽이 본 게 있으면 저한테만 살짝 좀 알려주라고 좀 해주세요.”
권능의 여파를 목걸이가 흡수하자, 벽에서부터 무릎까지 오는 돌인간이 튀어나왔다. 돌인간은 돌가루를 부스스 흘리며 뚜벅뚜벅 걷더니 가게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분주히 뭔갈 하기 시작했다.
전시된 옷의 위치 몇 곳이 달라지고, 마지막으로 벽의 한구석을 툭툭 두드리자 드르륵거리는 소리와 함께 벽이 열렸다. 돌인간은 쟈멜에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 나타났을 때처럼 벽 속으로 쏙하고 사라졌다.
“흐흐흐.”
쟈멜은 나타난 통로를 보곤 헤벌쭉 웃으며 나와 어머니 빤히 바라보았다.
“히히히.”
그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뻔했다.
“역시 아주 유능하시군요. 저는 항상 쟈멜을 믿고 있었습니다.”
“으히히히! 별거 아니에요! 그럼 어서 들어가 봐요! 어서어서요!”
쟈멜이 나와 어머니의 손을 하나씩 꼭 붙잡고 성큼성큼 복도 안으로 우리를 이끌었다.
***
“앗?!”
‘살해?!’
복잡한 복도를 지나 우리가 도착한 장소는 오색찬란한 빛이 가득한 화려한 공간이었다. 정확히는 우리가 있는 발코니 아래쪽 공간이 그러했지만.
가지런히 놓인 테이블과 그 주변을 둘러앉은 사람들. 그리고 잔뜩 쌓여 있는 칩들.
펄리의 뒤를 쫓아 우리가 도달한 장소는 무척이나 화려한 도박장이었다. 난간에 걸터앉은 펄리가 사과를 아삭 깨물어 먹으며 우리를 반겼다.
“뭐야! 뭐야! 이제야 오면 어떻게 해! 한참! 한참! 기다렸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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