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214)
214 화 기부.
기부.
“케, 케흑?!”
“대답해!!! 당장!!!”
답지 않게 흥분한 르소나는 평소 말투조차 잊어버리고 바티스를 탈탈 털어댔다. 목이 막힌 상태에선 무엇에도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듯, 옷깃에 목이 졸린 바티스는 르소나의 추궁에 그저 켁켁거리며 르소나에게 들린 채 겨우 버둥거릴 따름이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더니, 평소 이리저리 방방 날뛰던 바티스가 저리도 고생하는 모습을 보자 나도 모르게 자그마한 미소가 지어졌다.
하지만 이런 소란이 계속되어서 좋을 일이 없었기에 나는 입가의 미소를 슬쩍 치우고 무척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솔도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이미 그의 옆엔 이곳, 간판 없는 주점의 직원으로 보이는 이가 옆에 서서 무어라 말을 속삭이고 있었다.
아마 르소나의 하얀 피부 중 일부를 덮고 있는 황금빛 비늘을 보고서 자신들 선에서 진정시킬 수 없는 손님이라 판단하고 솔도스에게 저들을 말려달라 부탁하는 것이리라.
슬쩍 솔도스에게 한 걸음 다가가 말을 건넸다.
“용왕녀님께서 조금 많이 흥분하신듯하니, 조금 중재를 해주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무언가 골똘히 고민하던 그는 내가 건넨 말을 듣곤, 무언가 깨달은 얼굴로 환히 웃었다.
“그렇군. 마침 자네가 있었지!”
“예?”
솔도스의 한마디에 나는 의미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그는 내 어깨를 붙잡더니 답지 않게 꾀 많은 너구리 같은 표정을 지었다.
“내가 말일세. 취해서 난동을 부리는 취객이 제국민이었다면 어떻게든 살짝 힘을 써보려 했네만…”
솔도스는 아직도 탈탈 털리고 있는 바티스를 힐긋 보더니 잽싸게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래도 용왕녀께서 참으로 많이 흥분하신 것 같아서 말이네. 이 내가 직접 저 난동을 저지하려다가 용왕녀님과 드잡이질이라도 하게 되면 참으로 곤란하단 말이지. 이게 참 폐하의 호위로서 타국의 왕족과 불미스러운 일을 만들었다간 폐하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겠나? 그래서 곤란하던 차에 마침 용왕녀님과 친분이 있는 자네가 이리도 내 옆에 든든히 있었군!”
이리저리 말을 돌렸지만, 결국 자기 지위 때문에 섣불리 나설 수 없으니 좀 도와달라는 뜻이었다.
쿵!!!
“대답하라고!!!”
내가 무어라 답하려던 그때, 르소나는 바티스의 목줄을 붙잡은 채 그대로 벽에다 처박았다.
“제가 나선다고 쉽사리 진정하실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그때는 정말 내가 나서서 르소나 왕녀님을 진정시키겠네. 그러니 자네가 그전에 말이라도 붙여주면 안 되겠나?”
“하아…”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공짜 술은 아무 데서나 얻어먹는 게 아니라더니. 이거 된통 잘못 걸렸군요.”
에둘러 긍정의 답을 표하자 솔도스의 표정이 금세 환해졌다.
“내, 자네만 믿네.”
“크게 기대하진 마십시오. 저는 정말 딱 말만 걸어볼 겁니다.”
“알겠네.”
내가 흥분한 르소나에게 말이라도 붙여보려 다가간 그때, 상황은 이미 달아오를 대로 달아오른 뒤였다.
“끝까지 대답을 안 하겠다면 좋아.”
세로로 갈라진 황금빛 뱀의 눈동자가 더욱 진한 금빛으로 반짝였다. 르소나는 한쪽 주먹을 말아쥐곤 그대로 들어 올렸다.
“그럼 그냥 고분고분하게 답할 상태로 만들면 그만이니까.”
“켁?! 켁?!”
어딘지 모르게 조금 억울한 비명이 들려왔다. 이대로 놔뒀다간 진짜 한 대 칠 거 같아서 나는 조금 걸음을 빨리해서 그녀에게 다가갔다.
“르소나 왕…”
내가 미처 말을 끝맺기도 전에 그녀의 주먹이 빛살처럼 움직였다.
빡!!!
샛노란 비늘로 뒤덮인 손바닥과 새하얀 주먹이 맞부딪히자 거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그대로 맞으면 크게 다칠 걸 직감한 바티스가 르소나의 주먹을 막아낸 것이었다.
“막아?”
르소나의 동공이 섬뜩한 미소와 함께 세로로 더욱 길게 찢어졌다.
저거 제대로 열 받았네.
바티스는 르소나의 주먹을 막아내서 생긴 틈을 타 자신의 목을 조르는 손을 쳐내고 뒤로 훌쩍 거리를 벌렸다. 그의 피부 곳곳에서 르소나와 달리 광택이 옅은 샛노란 비늘이 빠르게 돋아났다.
“켈록켈록.”
그는 몇 번 숨을 토해내곤 아직도 여기저기 불그스름한 자신의 목을 매만지며 자신의 여동생을 바라보았다.
“옛날부터 넌 꼭지가 돌면 아무도 못 말리니까 그냥 적당히 당해주려고 했더니, 해도 해도 너무하네! 지금 그 흉악한 주먹으로 내 얼굴을 치려 한 거야? 그러다 내 얼굴에 상처라도 나면 어쩌려고?”
어처구니없는 바티스의 대답에 르소나의 새하얀 이마 위로 깊은 계곡이 패였다.
“기껏 입을 열어 한다는 대답이 그건가? 하긴, 오라버니는 어렸을 때부터 그 주둥이로 제정신 박힌 말을 한 적이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어.”
“뭐?! 야! 너 지금 말 다했어?”
“아니. 하려고자 하면 칠주야 동안 욕을 해도 모자랄 정도니 굳이 내 입을 고통스럽게 할 필요는 없겠지. 정작 고통받아야 할 건 내 입이 아니라 오라버니니까.”
새하얗던 그녀의 손이 황금빛 비늘로 완전히 뒤덮어지고 날카로운 손톱이 튀어나왔다. 그녀는 자세를 낮추고 등 뒤의 날개를 활짝 폈다.
“오늘 오라버니의 유일한 자랑인 그 낯짝에 잊지 못할 교훈을 새겨줄 테니 달게 받아.”
더 지체했다간 내가 끼어들 틈이 없을 것 같아 나는 슬쩍 르소나의 등을 향해 한 걸음 다가갔다.
“저… 왕녀ㄴ…”
그제야 날 발견한 바티스가 나를 향해 다급하게 소리쳤다.
“야!!! 쟤 완전 흥분했을 때 뒤에서 다가가면 안 돼!!!”
“예? 그게 무ㅅ…”
‘살햇!!!’
온다는 외침.
금빛이 번뜩였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흥분한 르소나가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자신의 손톱을 내지른 것이었다.
찰나의 순간. 나는 남매싸움에 괜히 끼어들었다는 후회를 했다.
머리가 태평하게 후회하고 있던 그 순간에도 내 몸은 언제나처럼 재빨리 공격에 대한 대응에 나섰다.
팔찌에서 튀어나온 검은 금속 실들은 순식간에 제 모습을 갖춰 내 오른손을 보호했다. 나는 그대로 주먹을 뻗어 손톱의 궤도를 쳐냈다.
까앙!!!
손톱과 이모탈리움 건틀릿이 맞부딪히자 금속끼리 부딪치는 청명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르소나는 자신의 공격이 튕겨난 걸 깨닫자 물 흐르듯 자신의 발끝을 내질렀다.
내 급소를 향해 파고드는 발끝을 팔꿈치까지 늘어난 이모탈리움 건틀릿으로 막아내려 했지만, 그녀의 발끝은 정확하게 내 몸의 한 치 앞에서 멈춰섰다.
세로로 잔뜩 좁아졌던 동공이 살짝 풀리며 르소나가 낮게 중얼거렸다.
“마…르낙? 그대가 여긴 어쩐 일이오?”
나는 살짝 얼얼한 오른손을 털어내고 깊게 한숨을 내쉰 다음 답했다.
“공짜 술 한 번 얻어먹다가 제대로 잘못 걸렸습니다. 이제 좀 진정이 되십니까? 이거 여태 몰랐는데 르소나 왕녀님께선 제 생각보다 훨씬 불같은 분이셨군요.”
그녀의 날개와 함께 피부 위로 드러났던 황금빛 비늘들이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겨우 진정한 그녀는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았다.
난장판이 된 주점의 일 층을 보곤, 그제야 상황을 파악한 르소나의 하얀 볼 위로 창피함이 한가득 담긴 홍조가 피어올랐다.
“이거 내 화를 주체 못 하고 못난 모습을 보이고 말았소… 정말이지 왕족으로서 면목이 없소…”
“저는 괜찮습니다. 그래도 난장판이 된 가게 쪽은 조금 수리가 필요할 것 같군요.”
르소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파손한 것들에 대한 변상은 확실히 할 것이오. 그런데 어디 다친 곳은 없소?”
살짝 얼얼하던 손은 이미 회복을 끝마친 지 오래였다. 나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길래 왕녀님답지 않게 흥분하신 겁니까?”
“아.”
짧게 탄성을 내뱉은 그녀는 빠르게 눈을 굴려 소란스러운 틈을 타 내빼려던 바티스를 발견했다.
“당장 멈추시오! 지금 어딜 감히 도망치려는 것이오!!!”
바티스는 무척 자연스럽게 한 바퀴를 빙 돌아서 자신의 여동생을 향해 어색하게 웃었다.
“내가? 내가 도망치긴! 나는… 그래! 그냥 시원한 얼음물 한 잔이 마시고 싶어서! 물 한 잔 주문하려고 했던 것뿐이라고!”
르소나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손가락으로 솔도스의 옆에 서 있던 직원을 가리켰다.
“오라버니의 주문을 받아줄 직원은 저곳에 있는데, 어찌하여 정반대 방향으로 내빼고 있던 것인지 다시 설명해주겠소?”
바티스는 눈알을 데굴 굴리곤 어색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게 참… 내가 그걸 못 봤네! 역시 내 동생이야!”
“하아…”
가슴 깊은 곳에서 올라온 한숨을 토해낸 르소나는 직원 옆에 서 있는 솔도스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솔도스 경, 경의 앞에서 못 볼 꼴을 보였소.”
솔도스는 젊은 얼굴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허허로운 웃음을 지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르소나는 또 한 번 힘 없이 한숨을 내쉬곤 가게의 직원들을 향해 다가가 사과하곤, 오늘 부서진 물건들에 대한 변상 청구는 장미궁으로 보내라고 일렀다.
만약에라도 도망치면 당장 용왕국으로 모든 일을 고할 거라는 르소나의 으름장에 어느 정도 일이 마무리가 될 때까지 바티스는 그저 눈알만 데구룩 굴리며 내 옆에 서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내 쪽으로 슬금슬금 다가오고 있었다.
“왜 이렇게 점점 다가오시는 겁니까? 조금 부담스럽군요.”
“그거야 르소나가 널 좋게 보는 덕에 네 앞에선 아까처럼 불같이 화를 안 낼 거 같아서 그러지!”
“애초에 르소나 왕녀님께서 화낼만한 잘못을 안 하면 되시지 않습니까? 그러게 대체 왜 비늘과 발톱을 돈 받고 파셔서 이 사달을 내셨습니까?”
“쉿!!!”
바티스는 혹시나 내가 한 말을 르소나가 듣고 열이 뻗칠까 봐 걱정이 됐는지 잽싸게 한 손가락으로 자신의 입을 막았다가 내게 속삭였다.
“난 돈 받고 비늘이랑 발톱을 판 적 없다고!”
“그럼 아까 그렇게 말씀하시지 그러셨습니까?”
내 대꾸에 바티스가 눈살을 살짝 찡그렸다.
“너도 봤겠지만, 아까 르소나가 나한테 대답할 여유를 주던? 나는 그냥 다짜고짜 목이 졸리는 바람에 한마디도 못했다고!”
확실히 그렇긴 했다.
“그럼 그 뒤로 한 번 풀려났을 땐 왜 변명을 안 하셨습니까?”
바티스는 뒤통수를 벅벅 긁더니 어깨를 으쓱였다.
“그땐 얼굴 맞을 뻔한 거에 살짝 나도 열이 올라서 말을 안 했지.”
‘살해!’
저놈 저거 아주 그냥 매를 버는 재주가 용하다는 어머니의 감탄. 나는 솔직히 속으로 어머니의 생각에 깊게 동의했다.
“비늘과 발톱을 판 적이 없다니, 정말 그 말이 사실이오?”
마침 상황 정리가 끝났는지, 어느새 우리 곁으로 다가온 르소나가 바티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 질문에 바티스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래! 난 안 팔았다니까?”
“정말이오?”
“어!”
“그럼 내 귀에 들려온 이야기는 대체 어찌 된 일이오?”
바티스는 활짝 웃으며 자신의 가슴을 탁하고 두드렸다.
“그냥 무슨무슨 연구를 하는데 내 비늘과 발톱이 정말 간절하게 필요하다고 간곡하게 부탁하길래 조금 기부를 한 것뿐이라고!”
르소나의 이마 위로 미묘한 주름이 패였다.
“기부, 기부라고 했소? 그럼 딱 하나만 더 물어도 되겠소?”
“그럼!”
“이곳 직원과 이야기를 해봤더니, 내가 알기론 땡전 한 푼 없던 오라버니가 대체 어디서 났는지 모를 돈으로 이곳의 술들을 사셨다고 들었는데. 그 돈은 당최 어디서 난 것이오?”
르소나의 질문에 바티스는 무척이나 뿌듯하게 웃었다.
“내가 조금 ‘기부’를 해주니까 너무너무 고맙다고 그쪽에서 바로 한가득 ‘사례금’을 주더라고 이 얼마나 기특ㅎ… 켁?!”
르소나는 거침없이 바티스의 목줄을 붙잡고 거칠게 흔들며 소리쳤다.
“그걸 세간에선 돈 받고 물건을 판다고 한다고!!! 이 얼간이야!!!”
“케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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