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22)
22 화 도주.
도주.
푸른 머리 여인의 등 뒤로 수십의 사내들이 간단하게 손목만 줄줄이 묶여 있는 채로 터덜터덜 걸음을 옮겼다.
귀스에서 출발한 뒤로 아무 일이 없었다면 이미 켈톤에 도착하고도 남았어야 할 시간이 지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켈톤으로 향하는 길 위를 걷고 있었다.
이건 전부 우연찮은 만남 때문이었는데, 그녀가 귀스를 떠나 켈톤으로 향하던 와중, 근방에서 명성을 날리는 ‘눈곰 도적단’ 몇과 마주쳐 버린 것이 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었다.
그 우연찮은 만남으로 인해 그녀는 약간 귀찮아졌고, 총원 여든셋의 눈곰 도적단은 궤멸했다.
행렬의 끝에서 저 앞을 걸어가는 푸른 머리 여인의 눈치를 살피던 사내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아무리 저 여인이 강하다 해도 사람인 이상, 거리도 있고 하니 전력으로 도망친다면 충분히 도망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겨우 도망자 하나를 잡자고 여기 이렇게 허술하게 묶여 있는 수십 명을 놓아두고 자신을 뒤쫓을 리 없었다. 그랬다간 분명 여기 남겨진 사내들이 전부 다 도망치고 말 테니까.
사내는 빠르게 행동에 착수했다. 허술하게 손목만을 묶어놓은 포박 따위, 진작에 풀어놓은 뒤였다.
최대한 숨을 죽이고서 몇 걸음 뒤로 물러났지만, 여인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그렇게 조금씩 더 행렬과 거리를 벌리려고 했다.
푹.
“아악!”
날아온 단검이 남자의 허벅지를 꿰뚫었다. 줄줄이 꿰여있던 남자들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닥에 쓰러진 사내를 보았다. 사내들이 무어라 입을 열어 말을 꺼내려 했지만, 푸른 머리의 여인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행렬을 거스르자 모두 일제히 침묵했다.
“아아악!”
그녀는 평온한 얼굴로 허벅지에 박혀 있는 단검을 단숨에 뽑아냈다. 멈출 줄 모르고 솟아나는 피가 새하얀 눈밭을 붉게 물들였다.
여인은 푸른 눈으로 상처 부위를 살피더니 짧게 말했다.
“이거 더 못 걷겠네.”
“제, 제발 살···.”
무어라 빌려던 남자의 머리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여인은 단검과 검에 묻은 피를 닦아내고는 두 눈을 감고 기도했다.
“성화(聖火)시여. 이 자의 죄를 불살라주십시오.”
눈밭 위에서 피어난 푸른 불꽃이 죽은 사내의 몸을 덮었다. 여인은 재 조차 남지 못한 시체를 뒤로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걸어.”
수십의 장정들은 두 눈을 질끈 감고 걸음을 옮겼다.
밤중에 자신들의 본거지로 쳐들어온 저 여인은 아무런 말도 없이 동료들은 모조리 전투불능으로 만들어버린 다음, 걸을 수 있는 자들은 대충 묶어서 따라오라고 명령하고는 걸을 수 없는 상태인 자들은 모조리 죽이고 불살라 버렸다.
청염(靑炎)의 사제는 평온한 얼굴로 다시 행렬의 선두로 나아가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반나절을 걸어 날이 어둑해질 때쯤, 그녀는 겨우 켈톤에 도착했다.
“멈춰라!”
경계를 서고 있던 병사들은 수십의 사내가 여인 하나한테 줄줄이 묶어서 걸어오는 기이한 광경을 보고 굉장히 당황했지만, 일단 훈련받은 대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냈다.
“누, 누구십니까?”
여인은 빙그레 웃으며 검은 로브를 들춰서 자신의 사제복을 내보였다. 병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성화교 사제님이셨군요. 혹시 저 뒤의 사내들은 어떠한 이들이길래 저렇게 묶어서 데리고 오신 건지 가르쳐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청염의 사제는 뒤를 힐끔 보고는 검집으로 가장 맨 앞에 선 사내의 명치를 쿡하고 찔렀다. 사내는 재빨리 누구보다 큰 소리로 소리쳤다.
“저, 저희는 눈곰 도적단입니다!”
그 힘찬 대답에 그녀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서 병사에게 말했다.
“그렇다고 하네요.”
눈곰 도적단이라면 두목 목에 현상금이 걸려있기까지 한 놈들이었다. 방금 힘차게 대답한 사내의 얼굴을 천천히 훑어보던 병사는 이내 그 남자가 도적단 두목 ‘눈곰 빌크’ 본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난폭한 곰 같다고 유명한 사내가 저리도 순하게 굴 줄이야.
“저기···.”
여인의 나직한 목소리에 병사는 화들짝 정신을 차렸다.
“아, 예. 이 도적놈들을 저희에게 인도하실 생각이십니까?”
여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아무래도 제가 데리고 다니기엔 조금 많아서요.”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았지만, 병사는 굳이 그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사제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
“저기 저 맨 앞에 있는 자는 현상금이 걸려있는데, 아무래도 현상금을 거신 켈톤의 영주님께서 현재 사망하신 탓에 현상금을 받으시려면 하루 정도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여인은 그 큰 눈을 깜빡이더니 병사에게 되물었다.
“켈톤의 영주님이 돌아가셨다고요?”
“예. 악신의 숭배자들이 날뛴 탓에 영주님을 포함한 켈톤 시의 모든 시민들이 죽고 말았습니다.”
그 참혹한 소식에 여인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 악신의 숭배자들은 어떻게 됐죠?”
병사는 조금 들뜬 목소리로 대답했다.
“악신의 숭배자들과 악신의 숭배자들이 만들어낸 괴물은 악신의 대적자, 마르낙 사제님께서 모조리 죽여버리셨습니다! 그 숭고한 전투에서 얻은 상처로 꼬박 열흘 동안 정신을 잃고 계셨던 마르낙 사제님께서 오늘 아침에 막 정신을 차리셨고요!”
악신의 대적자 마르낙? 익숙한 이름에 여인은 잠깐 머리를 굴리다, 이내 검 한 자루로 악마를 잡은 귀스의 악마도살자의 이름도 마르낙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혹시 악신의 대적자분이 어디서 묵고 계시는 지, 알 수 있을까요?”
병사는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얼마든지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 마침 마르낙 사제님께서는 다른 사제분들과 담소를 나누는 중이시거든요!”
***
“하하하하! 악신의 대적자 마르낙 만세!!!”
움직이는 근육덩어리인 수복교의 사제가 힘껏 잔을 들어 올리자, 수십의 사제들이 동시에 잔을 들어 올려 호응했다.
“악신의 대적자 만세!”
“만세!”
수복교의 사제는 자신의 머리통만 한 잔을 냉큼 입으로 가져가 벌컥벌컥 마시더니, 숨도 돌리지 않고 잔에 든 술을 모조리 해치웠다.
쾅!
거칠게 빈 잔을 내려놓은 수복교의 사제가 큰소리로 외쳤다.
“한 잔 더! 하하하!”
나는 그 광경을 보며 손에 든 술을 홀짝였다. 역시 아무런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처음에는 내가 처리한 악신의 숭배자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모임이었지만, 시간이 지나고 내 이야기가 대충 끝나자, 수복교의 사제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해온 술과 음식을 펼치며 술판을 벌였다.
솔직히 내가 보기엔 나에 대한 칭송은 그저 빌미일 뿐이고, 그저 신명 나게 술판을 한 번 벌일 빌미가 필요했던 것이 아닌가 싶었다.
“악신의 대적자 마르낙 만세!!!”
‘살해!!!’
어머니께서는 내가 칭송받는 게 마냥 기쁘신지 사제들이 무어라 나에 대한 칭송을 늘어놓을 때마다 흥겨운 목소리로 ‘악신의 대적자 마르낙!!!’이라고 외치며 호응했다.
나는 꿈틀대는 어머니의 손을 꾹 누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저마다 술을 나누고 있는 수십의 사제들이 지금에야 내 정체를 모르니 우호적이지만, 당장에라도 내가 부패의 사제란 사실을 알면 당장에 자신의 무기를 꺼내 날 토막 치고도 남을 인간들이었다.
솔직히 사제들과의 교류는 최소한으로 하고 싶은 게 내 본심이었다. 적게 만날수록 들킬 확률이 낮아지는 건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겠는가.
이번 모임도 피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었지만, 악신의 숭배자를 목격한 사람이 나뿐인 이상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만 했다.
“혹시 속이 안 좋으십니까? 역시 열흘 만에 일어난 사람에게 술자리는 과했던 것 같군요.”
카르멘의 염려 가득한 말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답했다. 마침 물러날 빌미가 필요했는데 딱 적당한 때에 말을 걸어주었다. 카르멘 만세.
나는 최대한 수척해 보이는 표정을 지어 보이며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말씀대로 몸이 조금 안 좋은 것 같긴 합니다.”
카르멘은 시끌벅적한 사제들을 보며 내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조용히 빠지셔도 괜찮을 거 같습니다. 마르낙 사제님을 찾는 이들이 있으면 제가 알아서 잘 대처해두죠.”
나는 감사를 담아 작게 고개를 숙여 보이곤 슬쩍 술자리에서 빠져나왔다. 쌀쌀한 바람을 맞으며 카르멘의 막사로 돌아오자, 한 남자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악마는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사제들에게 칭송받는 악신의 사제라··· 이거 저만 알기엔 너무 아까울 정도로 재밌는 상황이로군요.”
나는 의자를 끌어와서 털썩 주저앉았다. 사제들을 상대하는 일은 나도 모르게 긴장하게 되는 탓에 무척이나 피곤했다.
“사제들이 즐비한 장소를 마음껏 누비는 악마도 만만치 않습니다만.”
“하하하! 그렇습니까? 하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군요.”
“그런데 왜 직접 오셨습니까?”
악마 영주를 제외한 다른 영주들 중 그 누구도 직접 켈톤을 찾지 않았다. 애초에 찾아올 이유가 없기도 하고.
악마는 생글생글 웃으며 답했다.
“그야, 마르낙 사제님이 멋들어지게 악신의 숭배자들을 잡았다길래 그 이야기를 들으러 왔지요! 이미 사제분들에게 여러 번 말해서 귀찮으실 수도 있겠지만, 여기까지 찾아온 제 정성을 보아서 또 한 번 이야기를 들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못 해줄 것도 없었다. 악마의 얼굴을 힐끔 보곤 대답했다.
“뭐, 별거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나는 사제들에게 했던 것과 달리, 한 치의 거짓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악마에게 풀어놓았다. 악마는 얼굴표정으로 온갖 희로애락을 드러내며 내 이야기를 즐기곤 키득키득 웃었다.
“정말이지 너무 재밌는 이야기군요! 하하하! 진짜 제가 이런 몸만 아니었어도 당장에 마르낙 사제님의 뒤를 졸졸 따라다닐 텐데 너무 아쉽습니다!”
솔직히 나도 이 악마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같이 다니면 정말 즐거울 게 분명할 테니.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참을 빙글빙글 웃은 악마가 천천히 입을 벌렸다.
“이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으니, 그 보답을 안 해드릴 수가 없군요. 저도 마침 마르낙 사제님에게 알려드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알려줄 이야기?
“뭡니까?”
악마는 주변을 두리번거리곤 자그마한 목소리로 내게 속삭였다.
“푸른 머리가 무척이나 잘 어울리는 성화교(聖火敎) 청염(靑炎)의 사제가 조잡한 그림을 들고서 마르낙 사제님을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등 뒤에 소름이 돋았다. 미친.
“그 여인은 제, 제가 살아있는 걸 알고 있는 것 같았습니까?”
너무 당황한 나머지 말도 살짝 더듬었다. 내 물음을 들은 악마가 고개를 저었다.
“마르낙 사제님이 살아있다는 걸, 확신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물론, 찾는 걸 그만둘 생각도 없어 보였고요. 제가 켈톤으로 바로 달려온 것도 사실, 마르낙 사제님과 그 여인이 만나는 걸 최대한 피하게 해드리려고 온 겁니다.”
나는 아주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
“설마 그 여인이 여기 켈톤에 있습니까?”
“분명 이 방향으로 떠난 걸 확인하고 왔는데도, 이상하게 아직 도착하진 못한 것 같습니다. 오는 길에 비명횡사라도 한 걸까요?”
절대 그럴 리 없었다. 그녀가 이 켈톤으로 오고 있다면 내 선택은 단 하나뿐이었다.
오늘 밤에 당장 카르멘을 데리고 켈톤을 뜬다.
나는 악마에게 부탁을 하나 하기로 마음먹었다. 바로 야반도주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혹시 부탁 하나 해드려도 되겠습니까?”
악마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마침 심심하던 차니 특별히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그날 밤 악마의 도움을 받아 만취한 카르멘을 데리고 켈톤을 떠났다.
만에 하나라도 그녀와 마주칠 확률이 남아 있는 이상, 켈톤에 남아있는 건 완전 미친 짓이었다.
그도 그럴게, 내가 알고 있는 인간 중 가장 강한 그녀는 무려 손가락 네 개 반짜리 여인이었으니까.
***
뒤늦게 도착해 술자리에서 술을 홀짝이던 청염의 사제가 옆자리 수복교 사제에게 물었다.
“혹시 악신의 대적자 마르낙 사제님은 어디 계신 건가요?”
수복교 사제는 거대한 몸을 꿈틀거리며 힘차게 대답했다.
“마르낙 만세!!!”
아무래도 오늘은 악신의 대적자를 만나긴 글러 버렸다는 걸 깨달은 그녀는 어차피 현상금을 받아야 하기도 하니, 내일까지 켈톤에 머물러서 악신의 대적자도 한 번 보고 가야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물론, 마르낙은 이미 켈톤을 뜬 뒤였지만.
***
도망치듯 켈톤을 떠나고 이주가 흘렀다. 그동안 두 개의 도시를 더 지나왔지만, 그 어떤 도시에서도 하루 이상 묵지 않았다. 다행히 카르멘은 이런 내 막무가내 부탁을 웃는 얼굴로 알겠다고 들어주었고.
그는 정말이지 좋은 의뢰주 겸 여행동료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카르멘의 어머니를 찾아 끊임없이 서쪽으로 향하며 길을 걸어나가는 와중, 우리는 저 멀리서부터 열댓 명의 호위로 둘러싸인 마차가 다가오는 걸 확인했다.
카르멘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서 마차를 보더니 내게 말을 걸었다.
“마르낙, 저거 아무래도 이르멜 가의 문장인 거 같은데.”
카르멘은 지난 이주간 동행 끝에 내게 허락을 구하고 말을 놓았다. 어차피 나이도 비슷했던 터라 나는 군말 없이 승낙했다.
“이르멜이면 남부의 대영주인 그 이르멜 말입니까?”
물론, 나는 그냥 존댓말이 더 편해서 놓지 않았지만. 우리는 이런 존대와 반말이 서로 오가는 대화에 서로 충분히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어. 저기 보이는 하얀 동백꽃 문양이 바로 이르멜 가의 문장이거든.”
이르멜은 북부 왕국의 네 명밖에 없는 대영주 가문이었다.
“다가오면 인사라도 해야 합니까?”
“굳이? 가주의 깃발도 안 걸린 걸 보니까, 아무래도 방계나 그 자식이 타고 있는 거 같으니, 그냥 조용히 지나쳐도 괜찮을 거 같은데.”
우리는 저 마차를 조용히 지나치기로 결론을 내리고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마차의 곁을 지나던 와중, 내 날카로운 감각에 무언가 걸려들었다.
“읍읍읍!”
입을 결박 당한 채, 꿈틀거리는 소리가.
나는 재빨리 카르멘에게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
“이르멜 가는 돈이 많겠죠?”
“엄청 많지···?”
마음을 굳혔다.
“아무래도 마차 안에 누가 포박되어 있는 거 같습니다. 아마 높은 확률로 이 마차의 주인이겠죠.”
카르멘은 얼굴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의 성격상 이런 이야기를 듣고 할 선택은 뻔했다. 그는 내 얼굴을 보며 짧게 말했다.
“도와줄 수 있어?”
“그럼요.”
결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인 카르멘이 큰소리로 외쳤다.
“마차 안에 계신 분을 만나고 싶다!”
대답은 없었다. 마차를 호위하던 인물들은 카르멘의 외침을 듣자마자 일사불란하게 검을 뽑아들었다. 명백한 적대가 우리의 의심이 맞았다는 걸 증명했다.
그렇다면 이젠 말이 아니라 행동해야만 할 때. 나는 자리를 박차며 도살자를 꺼내들어 시동을 켰다. 거친 금속음이 날 반겼다.
왜애애애애애앵!
검과 맞부딪힌 도살자가 거칠게 회전하며 강철검을 부수곤, 그대로 상대방의 목을 갈아버렸다.
“아악!”
내 등 뒤에서 튀어나온 화살이 나를 향해 달려들던 적의 눈알을 꿰뚫었다. 나는 도살자를 뽑아들고 휘둘러 눈을 부여잡은 남자를 몸통 째로 찢어버렸다.
나는 얼굴에 튄 피를 닦으며 빙그레 웃었다.
“이제 여덟 남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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