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220)
220 화 미행.
미행.
르소나가 깨어난 후, 모든 뒤처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펄리는 떠나기 전 발견된 시설에 바티스의 피를 일정량 남겨 놓았고, 당연한 수순으로 르소나는 펄리가 남겨둔 피를 발견했다. 그녀는 그것으로 이번 사건이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고 판단하고 자신의 사람들을 부려 현장을 추가적으로 수색하도록 명했다.
사실, 펄리의 수작이 너무나도 뻔했지만 르소나에게 잘 먹혀든 이유는 딱 하나.
바로 ‘내가’ 직접 범인의 목을 베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참으로 고맙소. 하마터면 오라버니와 나 둘 다 그 정체불명의 슬라임에게 제압당해 험한 꼴을 볼 뻔했는데 마르낙, 그대 덕에 큰 참사를 면했소. 정말 이 감사를 어찌 표현하면 좋을지 모르겠소.”
‘살햇!’
르소나의 감사에 어머니는 피를 뭉텅이로 뽑혀놓고도 저리 속 편한 말을 하고 있다며 키득키득 비웃었다. 그러나 나는 결과적으로 아는 사람을 속이게 된 것이 마음에 걸려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그렇게 감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심이었다.
르소나는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대는 작금의 상황을 그저 한 사람을 도와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는 것 같소만… 내 딱 말하겠소. 그대는 지금 용(龍)에게 빚을 지운 것이오. 이 빚은 결코 가볍지 않소. 비단 그대에게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소?”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용왕녀의 황금빛 두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녀는 호의가 듬뿍 담긴 목소리로 나를 타일렀다.
“과례(過禮)는 비례(非禮)라. 즉, 그대가 이 나의 호의를 거절하는 것이 곧 무례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오. 그러니 혹 내게 원하는 것이 있다면 편히 말해주시오.”
여기서 그녀에게 보상을 받았다가 혹시라도 일이 잘못 풀려 펄리와 내가 한 짓을 들키게 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
아니지. 그럴 일은 절대 없지. 암.
나는 재빨리 분노한 용이 나를 징벌하기 위해 날뛰는 상상을 저 멀리 처박아두고 입을 열었다.
“바라는 것을 말하는 건 조금 나중으로 미뤄두어도 괜찮겠습니까?”
여기서 그녀에게 당장 무얼 받는 건 역시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양심이 찔리기도 하지만 더욱 큰 이유는 내가 딱히 그녀에게 바라는 것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
르소나는 내 얼굴을 천천히 훑어보곤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대가 그리하고 싶다면 그리하시오. 다만, 이 나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소.”
“명심하겠습니다.”
그녀는 고생했다는 듯이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었다.
“이곳의 뒷정리는 나와 오라버니가 할 테니, 그대는 이만 돌아가서 쉬어도 좋소. 내 가까운 시일 내로 한 번 그대와 그대의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놀러 가 이번 일의 뒷이야기를 해주겠소.”
“예. 언제든 편히 찾아오셔도 좋습니다.”
일단 상황을 대충 모면하고 자리를 벗어나자 한 남자가 나를 붙잡았다.
“야.”
“예?”
바티스는 몇 번 말을 고르고 또 고르더니 겨우 말을 툭 던졌다.
“고…맙다. 구해줘서.”
천방지축으로 날뛰던 바티스가 내게 감사를 표할 줄은… 이건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종류의 사건이었다. 나는 다시금 불과 얼마 전까지 펄리와 작당모의 해서 두 남매의 피를 뽑은 것이 떠올라 가슴 한켠이 더욱 무거워졌다.
“그리 감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나는 오랜만에 내 몸이 약물로 개조된 것에 다시금 감사했다. 개조된 몸이 아니었다면 표정 관리를 못한 탓에 지금쯤 수치심으로 얼굴이 잔뜩 붉어졌을 테니.
“그래도… 아니다. 됐어. 잘 가. 또 보자고.”
바티스는 멋쩍게 고개를 긁적이곤 터덜터덜 걸어 르소나가 있는 방향으로 떠났다. 나는 그렇게 가슴을 짓누르는 부끄러움과 함께 페리스, 아니 펄리가 준비해뒀던 저택을 홀로 떠났다.
“어머니, 아무래도 저는 친분이 있는 누군가를 속이는 게 체질에 안 맞나 봅니다.”
‘살해!’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이 어딨겠냐는 다독거림.
‘살해살해!’
한 두어 번만 더 속여보면 아무렇지도 않을 거라는 어머니의 속삭임을 한 귀로 흘려들었다.
“어! 거기! 거기! 거기 지나가는 멋진 사제 아저씨! 잠깐 멈춰봐요!”
장난스러운 부름. 그녀는 빵모자를 푹 눌러쓴 채, 보랏빛 머리칼을 찰랑이며 내게로 다가왔다.
“펄리. 피는 다 옮긴 겁니까?”
“응응! 아주 잘 전달해줬지! 리베라티오 쪽에선 듬뿍 뽑은 피를 건네받곤 ‘그릇’을 완성하는 게 획기적으로 앞당겨질 거라면서 평소보다 아주 후하게 보수를 줬어! 히히!”
“잘된 일이군요.”
그녀는 슬쩍 빵모자를 들추고 턱 끝을 살짝 치켜든 다음 날 올려다보며 내 표정을 살폈다.
“어찌 된 게 기분이 조금 안 좋아 보이네? 왜 아는 사람을 속이니까 죄책감이라도 느껴져?”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무척이나 정확한 지적이었다.
“아뇨. 괜찮습니다.”
“그래? 괜찮다 이거지?”
펄리는 히죽 웃곤, 서슴없이 손을 뻗어 내 손을 덥석 붙잡고 나를 어디론가 이끌었다. 나는 그녀에게 이끌려가며 물었다.
“어디로 가는 겁니까?”
“어딜 가긴! 네가 같이 한탕 해준 덕에 내가 쉽게 돈을 좀 벌었으니 고맙다고 한턱 쏘겠다는 거지! 응! 응!”
***
“이 옷은 어때!”
“잘 어울려.”
“이건?!”
“그것도 잘 어울려.”
“그럼 또 이건!”
“응. 그것도 잘 어울려.”
“이것두 입어봐야겠다! 히히!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어어.”
쟈멜이 새로운 옷을 집어 들고 갈아입으러 쏙 들어가자, 지젤은 탁자에 턱을 괴고서 길게 하품을 내쉬었다.
“하아암. 공녀ㄴ… 아니. 다키아는 옷 더 안 골라도 돼?”
“괜찮아요.”
손에 집히는 대로 입어보는 쟈멜이나 진작 옷을 다 고른 지젤과 달리, 같이 놀러 나온 다키아는 새로운 옷을 한 벌도 고르지 않았었다.
지젤은 가만히 앉아 직원이 내준 차나 홀짝이는 저 공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반쯤 들여다보였지만 굳이 내색하지 않았다.
“왜? 한두 벌 정도는 이쪽 북제국 양식의 옷을 사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듯싶은데.”
다키아는 힐긋 눈을 돌려 여기저기 전시된 옷들을 슥 훑어보았다. 그리곤 이내 다시 찻잔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무리 봐도 이곳의 옷들은 오래 여행하는데 어울리는 옷들이 아니어 보여서요. 전투를 하는 데도 거치적거리게 생기기도 했고요.”
한창때의 여인이 꾸미는 데 큰 관심이 없다라. 아니, 저건 꾸미는 데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아마 여기 옷들은 그녀가 지향하는 바와 방향성이 다른 거겠지.’
아마도 다키아는 마르낙. 항상 순백의 사제복을 입고 다니는 사제에게 자신의 유능함을 인정받고 싶은 것이겠지.
지젤은 손가락을 까딱이며 상념에 빠져들었다.
‘굳이 자신을 증명하는 데 그리 애닳지 않아도 마르낙의 성격이라면 네가 스스로 떠나기 전까진 너를 내버리고 가지 않을 텐데 말이지.’
어느새 지젤의 상념은 다키아에게서 떠나 마르낙에게로 향했다.
다시금 생각해봐도 그녀의 입장에서 마르낙은 꽤 괜찮은 고용주였다. 가는 곳마다 사건이 끊이지 않는 그는 생각보다 꽤 벌이가 좋은데다, 자신과 함께 다니는 이들에게 번 것을 나누는 걸 그리 아까워하지 않았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스스로를 위해 돈을 쓰는 법이 없었다. 그가 서슴없이 돈을 쓸 때면 보통, 그가 자신이 모시는 ‘신’이라 주장하는 암녹색 머리 꼬마가 그에게 무언가를 요구했을 때였다.
지젤은 다른 이들과 달리 그 ‘부패의 어머니’가 진짜 신이라는 주장에 대해 조금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악신의 숭배자들이 이뤄낸 조직, 리베라티오에서 조차 ‘신’을 이 땅 위로 불러내기 위해 엄청 엄청난 시간과 자원들을 쏟아 부어왔고, 또 부어 넣고 있는데 이미 ‘악신’ 중 하나가 이 땅 위에 강림했다?
리베라티오의 상부에서 이 사실을 안다면 아마 억울해서 펄쩍 뛰리라.
지젤은 그 꼬맹이가 인간이 아닌 것은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신은 아닌. 그저 아직 풀어내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속한 생물이라 여겼다.
“이건 어때!”
하늘하늘 원피스 자락이 흔들리고, 쟈멜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직 상념에 빠진 지젤은 그 모습을 보며 아까와 똑같이 기계적으로 답했다.
“잘 어울려.”
“히히! 그래? 저기요! 이 옷도 아까 제가 입었던 옷이랑 같이 싸주세요!”
“자, 잠시만!”
지젤의 뇌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너 여태 입었던 걸 다 사겠다고 한 거야?”
“응! 너가 잘 어울린다며! 히히!”
최근 갑자기 큰돈을 만지게 된 탓인지, 쟈멜의 금전 감각은 파멸적으로 망가져 있었다. 예전에 한 푼 한 푼을 소중히 여기던 그녀의 친구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지 오래.
다행히 지젤은 아직 그녀의 친구를 설득할 비장의 단어가 있었다.
“너 그거 다 사면 누가 들고 돌아갈 건데? 그리고 저렇게 많은 걸 여행하는 내내 어떻게 들고 다니려고? 무거워서 못 들겠으니 다 ‘마르낙’한테 들어달라고 할 거야?”
“앗?!”
쟈멜은 지젤의 타당한 지적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깜짝 놀랐다. 진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는 듯이. 몇 번 눈을 깜빡인 쟈멜은 이내 자신이 골라서 산더미처럼 쌓아둔 옷을 힐끔 보고서 다시 지젤을 바라보았다.
“그, 그럼 이거 다 어쩌지?”
“어쩌긴! 당장 다 제자리 가져다 두고 한두 벌만 골라야지!!!”
“아, 알았어! 알겠으니까 소리 지르지 마!”
“아니, 사람이 생각이란 게 있으…”
쟈멜은 지젤이 잔소리를 더 하기 전에 호다닥 뛰어 점원에게 간 뒤, 연신 사과를 하곤 점원의 도움을 받아서 옷들을 하나둘씩 제자리로 돌려놓기 시작했다.
“지젤.”
여태 조용히 차를 홀짝이던 다키아의 부름. 지젤은 쟈멜을 설득하기 위한 연기를 그만두고 다키아에게 답했다.
“응? 왜?”
다키아는 황금빛 눈으로 지젤을 마주 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마르낙 사제님을 지칭할 땐, 경칭을 붙이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데요.”
“하아.”
이놈이고 저놈이고. 지젤은 한숨을 푹 내쉬며 작게 대답했다.
“내가 신경 쓸게.”
***
쟈멜이 고르고 고른 두 벌의 옷을 사는 건, 작은 소동 벌어진 뒤로 조금 많은 시간이 지난 뒤였다. 겨우 지옥 같은 옷가게에서 벗어난 지젤은 잠깐 숨을 돌리자며 근처의 찻집으로 일행을 이끌었다.
“그러니까 그때 무슨 일이 있었냐면…”
주문한 차들이 나오자, 쟈멜은 지치지도 않는지 혼자 재잘재잘 열심히 떠들어댔다. 다키아는 적당히 쟈멜의 말에 맞장구를 치다가 어느 순간부터 쟈멜 못지않게 말을 많이 했다.
“그러니까 그때 마르낙 사제님이…”
역시나 가만히 있던 다키아의 입을 절로 열리게 한 것은 쟈멜이 꺼낸 ‘마르낙’이라는 단어였다. 지젤은 어느새 차를 마시는 것도 잊고 열정적으로 마르낙에 대한 칭찬과 그의 일화를 늘어놓는 둘을 보며 다시금 상념 속으로 빠져들었다.
‘티가 나도 티가 너무 나는데 말이지.’
다키아가 마르낙에게 이성적인 호감이 있다는 것은 단 며칠만 이 일행과 지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었다. 쟈멜은 아직도 눈치를 못 챈 듯싶었지만.
‘이해가 안 간단 말이지.’
한창때의 다 큰 성인 남자가 저 좋다는 저런 미녀를 건드리지 않는 것이 가능한가? 아니, 애초에 마르낙의 일행은 구성원의 비율이 너무나도 기형적이었다.
한창때의 여자로 한가득한 일행. 그가 의도한 결과는 아닌 듯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재의 일행 구성 대부분이 여자란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심지어 이 일행은 그가 당장 손만 뻗으면 얼마든지 손댈 수 있는 여자로 가득한 일행이었다.
저기 저 은발 머리 공녀는 마르낙이 자신의 침실로 부르면 당장에라도 좋다고 뛰어들어갈 티를 팍팍 내고 있었다. 그의 스승이라는 푸른 머리 미녀는 언제라도 그를 품을 준비가 되어 있는 데다, 쟈멜은… 마르낙이 뭘 하자고 하든 당장에라도 좋다고 할 기세로 그를 따르고 있었고.
‘나는…’
지젤은 잠깐 마르낙이 자신에게 하룻밤, 아니 자신에게 연인관계를 권유하는 상상을 떠올렸다. 이내 그녀는 입가에 쓴웃음이 걸렸다.
‘리베라티오를 배신하고 그 녀석에게 붙은 내 입장상 그 녀석이 당장 오늘 밤에 내 침대로 들어온다고 해도 절대 거절할 수가 없겠지. 아마 그럴 일은 없겠지만.’
거미줄처럼 뻗어나간 잡생각이 ‘범인의 신체 능력을 넘어선 그 사제는 과연 밤일을 어떻게 할까?’에서 혹시 ‘진짜 아무도 안 건드리는 걸 보면 그런 신체 능력을 얻는 대가로 남자로서 생식능력을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으로 넘어갈 무렵, 그녀의 상념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앗?! 마르낙 사제님이다! 응? 그런데 마르낙 사제님은 오늘 용왕국 공주님이랑 따로 일하러 간 거 아니었어? 그런데 왜 펄리랑 있지…?”
쟈멜은 손가락이 가리킨 곳, 저 멀리에는 펄리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 마르낙이 있었다.
지젤은 잘도 저 멀리 있는 마르낙을 발견했다며 혹시 쟈멜에게 마르낙을 찾는 권능이라도 새로 생긴 건 아닌가 의문이 들었다.
“일하다 만났나 보지.”
“아냐! 아무래도 수상해! 아주 수상한 냄새가 나!”
쟈멜은 두 눈을 가늘게 뜨고서 거의 점에 가까워진 마르낙을 빤히 쳐다보며 외쳤다.
“내 안의 명탐정 쟈멜이 지금은 저 둘을 쫓아가 볼 때라고 외치고 있어!!!”
지젤이 그건 개똥촉이라고 반박하려던 찰나, 다키아가 말을 슬쩍 얹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쟈멜.”
셋 중 가장 발언권이 큰 다키아가 동의했다. 그 말은 즉, 자신은 저 둘과 함께 마르낙의 뒤를 쫓아야 하는 상황이란 뜻이었다.
지젤의 입에서 다시 한번 큰 한숨이 비집고 나왔다.
“하아.”
이거 여유롭게 쉬긴 완전히 글렀다는 한숨이.
***
“안 들켰겠죠?”
“안 들킨 거 같아요.”
마르낙과 펄리가 향한 곳은 복작이는 술집이었다. 다키아 일행은 마르낙이 앉은 테이블에서 조금 멀리 떨어진 자리를 잡았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그 거리는 범인 이상의 청력을 가진 다키아에겐 충분히 펄리와 마르낙의 대화를 충분히 엿들을 수 있는 거리였다.
다만, 예상외의 문제가 하나 있다면 식당이 워낙에 소란스러운 탓에 마르낙의 대화가 끊겨서 들린다는 것이었다.
다키아는 둘의 대화를 듣기 위해 오늘 중 가장 집중했다.
“그러니까 진지하게 할 말이 있다…. 무슨… 말?”
펄리의 질문에 마르낙이 무어라 답하려 했지만, 펄리는 늘상 그렇듯 자기 멋대로 말을 덧붙였다.
“아, 네가 내 배 위에 올라탔을 때, 네 허리를 더듬으면서 내 가슴을…”
“쿨럭.”
펄리가 내뱉은 예상외의 문장에 다키아는 마시던 물이 목에 걸려버렸다.
마르낙 사제님이 펄리의 배 위에 올라타? 허리를 더듬어? 그리고 펄리의 가슴으로 뭔가를 했다고…? 그리고 그걸 마르낙 사제님은 어째서 부정하지 않지?
다키아의 동공이 좁아지며 황금빛으로 찬란히 빛나던 두 눈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쟈멜은 급격히 스산해진 다키아를 보곤, 저도 모르게 몸이 반응했다.
“딸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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