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227)
227 화 실수.
실수.
대부분의 상황을 고려해두고 계획을 짠 펄리였지만, 단 한 가지 요인이 그녀의 예상을 크게 벗어난 탓에 모든 것이 꼬여 버렸다.
바로 다키아의 마법적 역량.
그녀가 관찰해온 다키아는 평소 일행이 물을 만들어 달라면 물을 만들어서 채워주거나 불을 지필 때 부싯돌을 대신하거나 하는 수준의 마법을 주로 사용한 데다 전투에 있어서도 대규모 마법보다는 대인전에 유용한 소규모 마법을 주로 했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다키아와 손잡고 이 고난과 역경을 탈출해내는 과정에서 여자끼리의 우정을 돈독하게 다졌을 터인데…
부둣가의 한 구역을 화려하게 때려 부수면서 ‘나 여기 있소.’하고 광고를 해댄 탓에 마르낙이 뒤를 쫓아올 수 있도록 흔적을 너무 크게 남겨 버렸다.
그 결과.
자신은 저 차가운 분노로 일렁이는 새카만 눈을 마주해야만 했고.
“켈록.”
말없이 더 억세게 졸려오는 목 탓에 펄리는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그녀는 자신의 목을 붙잡고 있는 마르낙의 손목을 탁탁 두드려서 이러다 진짜 숨넘어가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하지만 그녀의 목을 틀어쥔 손아귀의 힘은 약해질 줄을 몰랐다.
마르낙은 정말 당장에 자신을 죽이기라도 하려는 듯이 계속해서 목을 틀어쥔 손에 힘을 더했다.
산소 부족으로 펄리의 동공에 힘이 풀리기 시작했다. 정말 그녀의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야 마르낙은 펄리의 목을 놓아주었다.
털썩.
“케흑. 케흐흑.”
펄리의 폐가 굶주린 듯이 허겁지겁 공기를 들이켰다. 그녀는 그렇게 한참을 켈록인 끝에야 겨우 진정했다. 펄리는 주저앉아 눈물이 한가득 고인 눈으로 마르낙을 올려다보며 배시시 웃었다.
“이제 무릎 꿇을까?”
조금 전까지 목 졸린 사람의 태도라기엔 너무나도 태평한 한마디.
펄리는 알고 있었다.
마르낙은 절대 지금 이곳에서 자신을 죽이지 못한다.
지금의 기분에 취해 자신을 죽인다면 그가 모시는 신께 바칠 성물을 얻을 수단 하나를 제 손으로 버리는 것이기에.
펄리는 마르낙을 믿었다. 그녀가 봐온 마르낙이라면 아무리 분노하더라도 무엇이 더 중요하고 그렇지 않은지 알고 있을 터였다.
거기다 그는 자신의 동료라 생각하는 이들에게 은근히 약하기도 했고. 자신도 그가 생각하는 ‘동료’의 범주에 들어가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녀의 생각대로 마르낙은 홀로 분을 삭이는 중이었다.
사실, 그로서도 작금의 끓어 넘쳐 식을 줄 모르는 분노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처음으로 심각하게 다친 동료를 봐서 그런 것일까.
마르낙은 천천히 숨을 골랐다. 분노는 여전했지만, 사리 분별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자신은 아직 펄리가 필요했다.
기껏 세 조각 난 열쇠까지 모았는데, 성물이 있는 곳까지 안내해줄 길잡이 역인 펄리와의 관계를 끊어낼 수는 없었다.
“마음 같아선 당장에라도 당신을 잘근잘근 토막 쳐서 뭉개버리고 싶군요.”
존댓말로 돌아온 말투. 펄리는 기꺼운 신호에 히죽 웃음을 터뜨렸다.
“엎드려서 신발이라도 핥을까? 그게 아니면… 몸으로라도 사죄해?”
펄리가 슬쩍 자신의 목깃을 늘려 하얗고 부드러워 보이는 속살을 내보이자 마르낙은 대번에 눈살을 찌푸렸다.
“진짜 죽고 싶습니까?”
“이게 안 먹히네?”
“말장난은 여기까지입니다. 절 정말 화나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제가 묻는 말에나 답하십시오.”
“응! 응! 뭐든 물어!”
펄리는 바닥에서 폴짝 일어나 배시시 웃었다. 마르낙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일을 벌릴 계획이었으면, 뒤처리 준비도 당연히 했으리라 믿습니다.”
“당연하지! 내가 쥐도 새도 모르게 다 정리해둘 준비를 해뒀지!”
“당연히 다키아가 크게 다치는 경우도 고려했겠고요.”
“맞아! 맞아!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근처에 수복교 사제를 대기시켜뒀거든!”
“사제를?”
사제를 대기시켜뒀다는 말에 마르낙은 조금 당황했다. 악신의 숭배자인 펄리가 사제에 끈이 닿아 있었을 줄을 몰랐기에.
펄리는 마르낙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한다는 듯이 손가락 두 개를 동그랗게 맞붙여 동전 모양을 만들어냈다.
“사제들도 다 먹고 싸려면 돈이 필요하니, 생각보다 돈과 관련된 영역이라면 관대해지는 부분이 있지! 암암! 정말 돈이면 웬만한 건 다 해준다고! 물론, 사제들의 자존심이나 신앙에 관련된 부분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전제가 붙지만!”
“그곳으로 안내하십시오. 지금 당장.”
“응!”
가벼운 발걸음으로 펄리가 발을 떼려던 그때. 마르낙의 양손이 그녀의 볼을 감싸 쥐었다. 졸지에 양 볼을 감싸인 채로 마르낙과 마주 보게 된 펄리는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마르낙은 당장에라도 얼굴을 쥐어 터뜨릴 수 있는 자세로 펄리의 보랏빛 눈을 바라보았다.
“제발. 제가 당신을 미워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히히.”
짧은 웃음. 펄리는 도리어 활짝 웃었다.
“넌 아직도 날 미워하지 않는구나?”
***
펄리에게 다신 이런 일이 없을 거란 굳은 다짐을 받은 나는 그녀와 함께 다키아를 두고 온 장소로 향했다.
“음?”
하지만 다키아를 두고 온 장소엔 그녀도 어머니도 없었다. 잠깐 당황했지만, 다행히 어디선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살해살해.’
희미하게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향하니 푹신해 보이는 침대가 나와 펄리를 반겼다. 어머니는 침대 위에 다친 다키아를 눕혀놓고 열심히 팔다리를 주물러 주고 있었다.
아마도 직접 피부를 맞대며 가호를 쏟아부어 상처의 악화를 막고 있는 것이겠지만, 멀리서 보기에는 열심히 다친 다키아의 팔다리를 안마하는 거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열심히 안마, 아니 다키아를 간호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자 들끓던 화가 빠르게 식어 자취를 감췄다.
다키아의 어깨엔 꿰뚫린 상처가 남아있었지만, 어머니의 가호 덕인지 환부의 피가 멎어 악화될 기미는 없어 보였다.
‘살해살해.’
죽으면 많이 귀찮아지니까 죽지 말라는 투덜거림.
안마에 한참을 열중하던 어머니는 그제야 내가 이곳에 온 걸 깨달으셨는지 나를 보며 환히 웃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여전히 손은 다키아의 팔다리를 조물조물 주물러 주시면서.
그 어딘가 어색한 광경에 나는 그저 부드럽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곧장 다키아를 치료해줄 곳을 구했습니다.”
‘살해!’
잘됐다는 한마디. 나는 다키아를 안아 들고서 펄리에게 눈짓했다.
“안내하십시오.”
“좋아. 그런데 다키아를 사제한테 맡긴 다음 아무래도 너랑 나는 다시 여길 와봐야 할 거 같은데? 그래 줄래?”
그래, 한바탕 다 죽여버렸으니 좋든 싫든 뒷정리를 해야겠지.
“알겠습니다.”
“좋아! 얼른 가자! 가자! 진짜 안 멀어!”
***
거구의 수복교 사제는 누군가를 조용히 치료하는 데 꽤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는지 휑하니 뚫린 다키아의 상처를 순식간에 치료해주곤 별다른 질문 없이 펄리가 마련해둔 은신처를 떠났다.
상처는 다 나았지만, 피로는 여전한지 다키아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펄리는 미리 준비해둔 깨끗한 옷으로 다키아를 갈아입힌 다음 푹신한 침대에 다키아를 조심스럽게 눕혀주며 투덜댔다.
“원래 이 순간은 역경을 벗어난 여자들끼리 단단한 우정을 다지는 마지막 과정이어야 했는데 말이지!”
“제 분통 터지는 소리는 거기까지만 하시지요.”
“히히.”
‘살햇!’
여기까지 오면서 내게 자초지종을 들은 어머니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서 펄리에 대한 경계를 숨기지 않았다.
‘살해살해!’
그렇게 안 봤는데, 아주 교활한 인간이었다는 외침.
펄리는 어머니의 눈빛에 가득 담긴 감정을 알아차렸는지, 침대 근처 서랍을 한 손으로 뒤져서 무언가를 꺼내 내밀었다.
‘살햇?!’
펄리가 어머니를 향해 내민 건 다양한 종류의 과자와 사탕이었다. 펄리는 어머니의 손 한가득 군것질거리를 쥐여주었다.
“나쁜 의도는 없었어! 정말! 정말로!”
어머니는 자신의 양 손바닥 가득 놓인 군것질거리와 펄리를 몇 번 번갈아 보곤 그녀를 향해 짧게 선언했다.
‘살해!’
앞으로 너는 내가 꼭 두고 보겠다는 한마디.
어머니는 짧은 선언을 끝마치시곤 손에 놓인 군것질거리를 입에 쏙쏙 집어넣고 우물댔다. 어머니의 얼굴 위로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이 번져나갔다.
단숨에 어머니를 회유한 펄리는 내게 다가와 엄지로 저택이 있을 방향을 가리켰다.
“우리 그럼 슬슬 돌아가 볼까?”
“그러죠.”
다만,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내가 떠나면 다키아가 홀로 이곳에 남게 된다는 것. 다키아의 몸은 다 나았지만, 이곳에 그녀를 홀로 내버려 두긴 조금 꺼림칙했다.
펄리는 내 눈치를 슬쩍 보더니 이번엔 벽장에서 커다란 무언가를 꺼냈다. 이번에 그녀가 벽장에서 꺼낸 건 펄리였다. 정말 말 그대로 펄리와 똑같은 모습을 한 여인.
그녀는 근처의 의자를 당겨와 자신의 인형을 앉힌 다음 침대에 엎드리게 해 자는 모습을 만들곤 나를 향해 싱긋 웃었다.
“누가 올 리는 없지만, 만약에 침입자가 오면 내 인형이 다키아를 지킬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나랑 가면 돼!”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어머니를 불렀다.
“어머니.”
내 부름에 어머니는 펄리가 군것질거리를 꺼냈던 서랍을 끄집어내 그 안에 있는 군것질거리들을 자신의 양주머니에 한가득 쑤셔 넣고는 내게로 도도도 잽싸게 달려왔다.
‘살햇!’
이제 가도 좋다는 한마디.
나는 어머니와 함께 펄리를 따라 저택으로 되돌아왔다.
‘살해?!’
저택엔 이미 누군가가 와있었다. 아니, 누군가라기보다는 누군가들.
잿빛 옷을 입고 얼굴을 가린 이들이 바삐 움직이며 저택의 이곳저곳을 정리하고 있었다. 펄리는 태연한 얼굴로 그 광경을 보며 내 옷깃을 잡아끌었다.
“가자.”
“저들은 누굽니까?”
“이런 거 뒷정리하는 걸 업을 삼는 업체지! 아까 수복교 사제한테 돌아가면서 저 사람들한테 연락을 넣어 달라고 미리 부탁해뒀어!”
나는 그 광경을 보며 펄리가 정말 여러 가지로 미리 준비를 해뒀구나 싶었다.
“저분들이 뒷정리를 해줄 거면 저희는 왜 여기를 다시 온 겁니까?”
펄리는 히죽 웃더니 두 손가락을 동그랗게 맞붙여 동전 모양을 만들었다.
“당연히 돈 될만한 걸 챙기러 온 거지! 원래 한바탕하면 전리품을 챙기는 게 맞잖아!”
“과연.”
‘살해살해.’
어머니는 주머니에서 꺼낸 과자를 오독오독 씹어먹으며 참으로 맞는 말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래서 그 전리품이란 게 뭡니까?”
“미리 알면 재미없지! 따라와!”
펄리는 마치 자기 집처럼 나를 이끌어 저택을 가로질렀다. 그녀가 저택 복도 한가운데 놓인 장식을 건드리자 육중한 소리와 함께 벽이 천천히 열리고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우리를 반겼다.
펄리의 뒤를 따라 계단을 내려간 끝에 우리를 반긴 건 어두컴컴한 지하실이었다. 어딘가에서 풍겨온 냄새가 코끝을 아릿하게 자극했다.
“뭡니까?”
“보면 알아!”
돌벽으로 된 복도는 길게 이어져 여기저기 문이 달려있었다. 펄리는 마치 자기 집처럼 여러 문을 지나치더니 한 문 앞에 멈춰서서 그 문을 활짝 열었다.
“역시 출하 전이라 여기 다 있었네!”
그곳엔 자그마한 가죽 주머니들과 상자들이 한가득 쌓여있었다. 어머니와 나는 손을 뻗어 각자 가까운 곳에 있는 가죽 주머니 하나를 열어보았다.
핑크빛 고운 입자들과 은은히 풍겨오는 달큰한 장미 향.
“설마 이건?”
펄리는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생각하는 그게 맞아!”
그래, 펄리가 날 인도한 곳에서 발견한 건 이 저택의 주인이 만들어둔 마약 한 무더기였다.
이걸 대체 나보고 어쩌라…
잠시만.
방금 어머니도 이 가죽 주머니를 하나 챙겼는데?
문득, 불길한 예감에 고개를 돌리니 새끼손가락으로 핑크빛 가루를 콕 찍어서 입으로 집어넣는 어머니의 모습이 보였다.
“어머ㄴ…”
당황한 내가 어머니를 말리기도 전에 뾰족한 비명이 내 귀를 때렸다.
‘살해애애애애애애애앳!!!’
풀썩.
어머니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새끼손가락을 입에 무신 모습 그대로 가죽 주머니들 위로 풀썩 쓰러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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