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255)
255 화 권법…?
권법…?
쾅! 쾅! 쾅!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앗 ! ! !
부패의 거인은 한시도 쉬지 않고 기계처럼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벽들을 거침없이 부숴대며 질주했다.
나와 펄리는 거인의 뒤에 딱 붙어서 따라 달렸다. 달리는 내내 코앞에서 거인의 뒤꿈치가 위협적으로 왔다 갔다 했지만 쏟아지는 부서진 벽 조각들을 피하기 위해선 거인의 등 뒤를 바싹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달리길 한참. 아무리 벽을 부숴대며 나아가도 보이는 광경 거의 다름이 없었다. 아무리 쉽사리 지치지 않는 부패의 거인이라지만 그도 결국은 생물인 이상 한계가 있었다.
나는 결국 내 옆에서 평온한 얼굴로 달리고 있는 펄리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말 이렇게 가는 게 최선입니까?”
펄리는 내 얼굴을 힐긋 보더니 다시 정면을 향해 시선을 옮기곤 대답했다.
“솔직히 최선인지는 모르겠는데. 지금은 딱히 이거 말곤 더 좋은 생각이 안 떠오르는걸?”
너무나 쉽게 부서지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반복구간. 이건 솔직히 누가 봐도 명백한 시간 끌기였다. 어차피 보이지 않는 적은 우리를 죽이는 것보다 이번 의식을 성공적으로 끝마치고 공들여 만든 신의 그릇에 신을 강림시키는 것이 중요할 테니.
분명히 지금 이 상황은 우리에게 지극히 불리하고 한시가 급한 상황이 맞았다. 하지만 새삼 태평한 펄리의 태도를 보니 내 마음속에서 조금씩 생겨나던 조급함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이러다 그릇을 완전히 빼앗기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저야 성물만 회수하면 된다지만, 펄리는 신의 그릇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내 질문에 펄리는 달리는 와중에도 키득키득 작은 웃음을 터뜨렸다.
“마르낙, 너 이제 보니 완전 날강도의 재능이 차고 넘치는걸? 마음가짐부터가 아주 완벽! 완벽해! 마음에 쏙 들어!”
“예? 그게 무슨 뜻입니까?”
“아직도 눈치를 못 채는 점에서 아주 완벽해! 잠깐만 네 표현을 다시 생각해봐! 그릇을 빼앗겨? 우리는 절대 그릇을 빼앗길 일은 없어! 왜냐! 애초에 신의 그릇은 우리 것이 아니니까!”
그제야 나는 펄리의 말뜻을 이해했다. 하긴 애초에 신의 그릇을 만든 것은 리베라티오니 우리가 정확히는 신의 그릇을 ‘뺏으러’가고 있는 입장이었지.
하도 오랫동안 이번 일을 준비하다 보니 당연히 우리 것이라는 인식이 어느새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살해!’
좋은 게 있으면 당연히 마르낙꺼라는 어머니의 외침. 그 어머니가 내게 무작정 동조해주자 내가 얼마나 날강도 같은 마음가짐이었는지 새삼 되새길 수 있었다.
“흠흠.”
살짝 멋쩍어진 나는 짧게 숨을 고르곤 펄리를 향해 다시 말을 꺼내려 했다. 펄리는 그 낌새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내가 미처 입을 열기도 전에 먼저 내게 말을 던졌다.
“너무 걱정하지마. 이런 대규모 파괴가 연속해서 발생하고 있는데 누가 조종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언제까지고 이 미로를 유지할 수는 없을 거야!”
보랏빛 두 눈이 부드럽게 휘어지며 보기 좋은 눈웃음을 그렸다.
“그 누구도 무한(無限)에는 닿지 못했으니까. 심지어 저 드높은 천상의 신들마저도 말이야!”
콰앙!!!
펄리의 말이 끝마치기 무섭게 여태까지 공사장의 공사 소리처럼 규칙적으로 들려오던 굉음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굉음이 거인의 앞쪽에서 들려왔다.
부패의 거인 뒤를 바싹 따라 붙어가고 있던 거인의 다리 때문에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 일이 무엇이든 우리에게 그닥 좋지 않은 일이란 사실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왜냐하면 당장 눈앞에서 거인의 거대한 동체가 우리 쪽으로 튕겨 오고 있었으니까.
‘살햇!!!’
바로 피하라는 어머니의 경고. 재빨리 자리를 박차고 옆으로 몸을 내던졌다. 간발의 차이로 거인의 몸과 충돌하는 것을 피해낸 나는 바닥을 한 바퀴 구르고 그대로 몸을 튕겨 몸을 일으켰다.
“펄리! 괜찮습니까?”
“나는 괜찮아!”
쿵! 쿵! 쿵!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 ! !
바닥을 몇 번 더 구른 부패의 거인이 분노 가득한 포효와 함께 바닥을 박차고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기다렸다는 듯이 바닥 자체가 밑으로 푹 꺼져버렸다. 지지대를 잃은 거대한 몸뚱이는 그대로 기약 없는 추락을 시작했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앗 ? ! !
당황 가득한 포효. 추락과 함께 빠르게 멀어진 거인의 포효는 어느새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었다.
“어? 음.”
눈 뜨고 코 베인다는 게 이런 경우인가? 순식간에 내 중요 전력 중 하나인 부패의 거인이 무력화되어버렸다.
“어머니. 이거 다시 불러와집니까?”
‘살해…?’
‘어? 왜 안 되지?’라는 짧은 되물음. 어머니가 모르면 당연히 나도 몰랐다.
“거인분이 괜찮은 건 맞습니까?”
‘살해!’
아마도 죽은 건 아닌 거 같다는 대답. 그렇다면 일단 누군지는 몰라도 모종의 방법으로 부패의 거인을 격리해버렸다는 게 맞겠지. 그건 아마도 여태 이 은신처의 구조를 조종하던 자일 가능성이 컸고.
일단은 거인의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 완전히 죽은 게 아니라면 구할 방법이야 언제든 있기마련일테니.
그러나 나와 펄리가 굳이 이 앞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아볼 필요는 전혀 없었다.
끼릭끼릭.
미묘한 불협화음. 마치 기름칠이 덜 된 듯한 톱니 맞물리는 소리는 칠판을 긁어대는 소리처럼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여느 평범한 금인족들과는 달리 당최 어디가 눈이고 입인지 구분이 안 가는 수많은 톱니덩어리 머리.
금인족들이 굳이 자신들의 얼굴을 인간과 비슷한 형상을 취해 돌아다니는 것은 전부 자신들을 위해서였다. 보통 상인으로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종족인 만큼 자신의 능력으로 거래 대상과 비슷한 용모를 갖출 수 있다는 점은 상대방에게 친숙함을 선사해 거래를 조금 더 부드럽게 이끌어 갈 수 있는 강력한 장점이었으니까.
그런 점에서 보면 불쾌한 소리를 잔뜩 내는 데다 생긴 것마저 기묘한 저 금인족의 머리는 인간에 대한 친숙함을 기준으로 평가하자면 완전히 실격이었다.
물론, 저 기괴한 머리는 저 금인족이 상대방에게 ‘굳이’ 친숙함을 선사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거기다 기괴한 톱니 머리와는 다르게 묵빛 금속 몸뚱이 자체는 인간의 형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보다 훨씬 깔끔하게 차려입은 양복은 퍽 잘 어울린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끼릭끼릭.
쉴새 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 사이로 금인족 특유의 울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너.]특이한 외형으로 미뤄보아 저 금인족이 바로 펄리가 내게 미리 일러주었던 호를루라는 자일 게 분명했다.
그래, 저자가 바로 이곳 리베라티오 북부제국 수도 지부의 실질적인 책임자이자 모든 실무를 처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던 금인족이었다.
호를루의 머리엔 딱히 눈이랄만한 기관이 없었지만, 그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자만 넘어서면 이제 정말 신의 그릇이 바로 코앞이었다. 신의 그릇과 성물만 차지하면 뒤로 돌아가서 뒤에 남기고 온 동료들을 도와줄 수 있었다.
나는 스승님께서 주신 푸른 검, 절망의 손잡이에 천천히 손을 올렸다.
호를루는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다시금 말을 꺼냈다.
[그 팔찌, 통짜 이모탈리움이군?]그가 관심을 보인 건 내 손목에 자리 잡고 있던 실론의 유물이었다. 아니, 금인족이라면 무엇보다도 이모탈리움에 흥미를 느끼는 게 당연한가.
저 녀석이 내 뼈들이 전부 이모탈리움이란 사실을 눈치챈다면 내 살과 뼈를 발라내고 싶어 하겠지.
내가 대답 없이 천천히 그와의 거리를 좁히기 시작하자, 호를루는 가만히 서서 나를 바라보곤 다시금 웅웅대는 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너는 어째서 이런 일들을 벌인 거지?]아직 그와의 간격이 조금 멀었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으며 대답했다.
“너희에게 받아갈 게 있으니 그렇지.”
[받아갈 것? 우리는 네게 빚진 것이 없다. 마르낙. 아니, 너는 우리와 애초에 아무런 연관이 없어. 오히려 네게 피해를 입은 우리가 너에게 받아갈 것이 있다.]“아니, 나는 내 것을 받아가러 온 거야.”
어머니의 신성이 봉인된 성물. 저들이 어머니의 신성이 깃든 성물을 가지고 이런 대규모 계획을 벌이는 것 자체가 내게 있어선 가증스러운 도둑질이나 다름없었다.
저들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쓰는 그 힘은 본디 내가 모시는 어머니의 것이기에.
하지만 구구절절한 설명 따윈 필요 없었다. 그 설명은 저들에겐 지극히 과분한 것이니까.
[무슨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신의 그릇이란 것은 애초에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네가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그것으로 무엇을 하려고 하던 네가 원하는 결과에는 결코 닿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이만 돌아가라. 돌아간다면 말리지는 않…]까앙!!!
내지른 절망과 묵빛 동체가 맞부딪히며 선명한 불티가 튀어 올랐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각. 호를루의 몸을 이루는 저 묵빛 금속이 뭐든 절대 평범한 종류의 금속이 아니란 것은 확실했다.
맨손, 정확히는 금속 손으로 절망을 튕겨낸 호를루는 정장과는 전혀 안 어울리는 자세를 잡았다. 누가 봐도 권법가의 자세로 보이는 자세를.
금인족이 권법을…? 하긴, 온몸이 금속이니 검 같은 굳이 냉병기를 들 이유가 없긴 하지.
나는 가볍게 몸을 튕겨 물러난 다음 언제든 튀어 나갈 수 있도록 몸을 낮췄다.
[드높은 천상의 신께서 우리와 함께 이 대지 위를 누비고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해 우리의 눈을 직접 바라보며 그 말씀을 전해주신다. 너도 사제라면 바라마지 않을 미래가 아닌가? 어째서 너도 한 명의 사제이면서 우리를 막아서는 것이지? 나로서는 당최 이해가 가질 않는군.]‘살해!’
‘왜냐면 이미 내가 있으니까!’라는 외침. 호를루의 말은 구구절절 맞았다.
어머니께서 나와 함께 계신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그 옛날 좌절의 구렁텅이 속에서 다시 한번 일어날 수 있었다.
그것은 그야말로 내게 주어진 자그마한 기적이며, 더없는 영광이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어머니의 힘을 멋대로 사용하려는 저들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이고.
“좋아. 덕분에 더 잔뜩 훼방 놓고 싶어졌어.”
[우리 지금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 맞…]까앙!!!
호를루의 금속 손날과 절망이 맞부딪힌다. 나는 쉴새 없이 절망을 내려쳤다. 묵빛 금속을 수없이 두들겨 댔지만, 절망의 푸른 검신에는 자그마한 흠집조차 생기지 않았다. 물론, 절망이 두들겨 댄 묵빛 금속에도 그리 큰 흠집은 생기지 않았다. 부딪힐 때마다 확실히 조금씩 깎여나가고 있긴 했지만.
이대로라면 어느 신인지는 몰라도 충분히 강림할 만큼 시간이 끌릴 게 분명했다.
호를루도 그 사실을 아는 것인지 전혀 급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있었다.
나는 이곳에 혼자 온 게 아니었다.
나는 기다리고 있었다.
“얍!”
보랏빛 머리의 장난꾸러기 펄리를.
잘 짜인 새하얀 실들이 저들끼리 서로 순식간에 얽혀들며 먹잇감을 꽉 사로잡았다. 잠깐 사이에 호를루는 그야말로 거미집에 걸린 벌레처럼 실고치 덩어리가 된 채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완벽하게 호를루를 제압한 펄리가 내 옆에 가볍게 착지했다.
“길을 찾았습니까?”
펄리는 활짝 웃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여기 쥐구멍 하나 없는데? 그냥 완벽한 밀실이야! 근데 어디가 출구인지 대충 알 것…”
끼기기긱!
불쾌한 톱니 소리. 실 고치 속에서 울린 소리와 함께 바닥이 튀어나왔다. 나는 재빨리 펄리를 잡아당겼다. 간발의 차이로 묵빛 금속이 펄리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바닥에서 튀어나온 것의 정체는 바로 금속으로 이루어진 커다란 주먹이었다.
[내 권은 이 두 손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투둑.
끈적한 실고치를 찢어내며 호를루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세차게 움직이는 그의 톱니들이 쉴새 없이 실들을 집어삼켜서 으깨고 찢어버렸다.
그는 천천히 자세를 잡으며 말했다.
[이 공간 자체가 바로 나의 권이지. 그래서 내 권의 이름이 바로 공간권(空間拳)인 것이고!]그가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자 그 움직임에 맞춰 벽 속에서 거대한 주먹이 튀어나와 우리를 덮쳤다.
공간권(空間拳), 이름은 나름 멋졌지만 이건 무슨 진짜 권의 기술을 갈고 닦은 게 아니라 그저 자신의 종족 특성을 이용한 기술이었다.
솔직히 ‘이런 건 권법이 아니야!’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권의 위력 자체는 대단하다고 할만한 것이었기에 일단은 몸을 날려 피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공간권(空間拳)에 사각지대는 없다!]그가 허공에 반대편 주먹을 내지르자 내가 몸을 피한 바닥에서 묵빛 금속 주먹이 튀어나와 그대로 내 옆구리를 후려갈겼다. 다행히 간발의 차이로 펄리를 던진 덕에 펄리는 무사했다.
육중한 공간권(空間拳)에 맞은 내 몸은 그대로 허공을 훨훨 날아 바닥에 처박혔다.
“쿨럭.”
몸을 일으키자 피 섞인 기침이 튀어 나왔다.
내 피를 보자 순간 짜증이 확하고 솟아올랐다. 피가 머리끝까지 돌자 여느 때처럼 내 이성은 여느 때보다도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퉤.”
입안에 끈적하게 남은 피를 마저 뱉어내고 나는 다시 한번 자세를 낮췄다. 신성과 함께 은은한 암녹빛으로 빛나는 문신이 내 발끝에서부터 거칠게 내 몸 위를 내달렸다.
내 권능, 부패의 문(文)이 내 개조된 육체의 상태를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열띤 전능감이 뇌를 적셨다.
“그 공간권인지 뭔지 이제 다 상관없습니다. 지금부터 당신 몸뚱이랑 벽에서 튀어나오는 주먹들까지 모조리 고철로 만들어서 고물상에 떨이로 팔아드리겠습니다.”
콰앙!!!
벽을 뚫고 튀어나온 묵빛 주먹을 힘으로 멈춰 세웠다. 억지로 틀어막은 덕에 묵직한 충격이 뼈를 타고 울려 퍼졌지만 호를루의 권은 보란 듯이 내게 막혔다.
[음?]나는 벽에서 튀어나온 주먹을 붙잡은 채 묵빛의 톱니 인간을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덤으로 팔면서 다음 생엔 부디 착한 깡통으로 다시 태어나시길 빌어드리죠. 특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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