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257)
257 화 패배
패배.
자신의 머리 반쪽이 날아가고 한쪽 팔마저 스스로 잘라냈음에도 호를루는 한가지 감정을 강렬하게 느꼈다.
흥분. 그래, 호를루는 지금 명백히 흥분하고 있었다.
애초에 이렇게 생명의 위기를 느낄 정도의 전투를 한 것이 얼마 만이던가.
금인족의 특성과 결합한 그의 권능은 밀폐된 공간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즉, 수성에 특화된 능력이었기에 그는 일선에 투입되기보단 지금처럼 중요 거점을 틀어막는 위치에 우선 배치되는 게 보통이었다.
더욱이 서류 작업에 나름의 재능을 보인 탓에 최전방에서 전투하는 역할은 그에게 절대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호를루는 언제나 마음 한 켠에서 격렬한 전투를 꿈꿔왔다.
남들의 시선이 닿지 않을 때 몰래 스스로를 갈고 닦던 나날. 정정당당한 권법가를 연기하며 적들의 방심을 유도한 후 자신이 모시는 ‘산뜻한 독물’의 권능을 활용하는 전략. 어떻게 하면 권능을 치명적으로 발동시킬 수 있을지 몇 날 며칠을 고민한 끝에 도달한 권능의 매개체를 자신의 금속 몸뚱이 표면에 코팅하는 비장의 수.
그리고 이 모든 수를 사용했음에도 꺾이지 않는 적.
지금의 상황은 완벽했다. 모든 것이.
호를루는 천천히 바닥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바닥에서부터 빠르게 솟아난 금속이 그의 손에 닿자 반 토막 난 톱니 머리와 스스로 잘라낸 팔이 재구축되기 시작했다.
애초에 벽 뒤에 숨겨져 있는 금속들 전부가 모두 그의 몸이었다. 그 모든 금속이 소진되기 전까진 그는 쉽게 죽지 않았다.
[후우.]낮게 웅웅대는 금속음. 그의 톱니 머리가 다시금 서로 맞물려가며 소리를 내뱉었다.
마르낙은 호를루가 몸을 재생하는 광경을 가만히 서서 바라보았다. 아니,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호를루에겐 괜찮은 척했지만, 실제로 마르낙의 몸 상태는 최악에 가까웠다. 그의 불사신에 가까운 재생력, 그 재생의 유일한 약점인 신성을 품은 공격에 직격당한 상태. 사실, 보통의 상태로 호를루의 권능에 당했다면 지금처럼 몸 상태가 최악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터였다.
그러나 하필이면 마르낙은 자신의 신진대사를 증폭하는 부패의 문을 한껏 활성화한 상태였고, 내부의 독을 해독해줄 장기들을 가장 우선적으로 부패의 문의 대가로 지불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즉, 증폭된 신진대사 탓에 가뜩이나 빠르게 독이 퍼지는 와중에 그걸 저지할 장기마저 스스로의 권능으로 반쯤 부패되어 그 기능마저 상실한 상황.
“쿨럭.”
참아보려 했지만 미처 삼키지 못한 검은 피가 역류했다.
‘살해!!!’
일단 도망쳐서 시간을 벌라는 걱정어린 목소리. 입을 열어 대답하는 기력조차 아껴야만 했다. 마르낙은 그저 부패의 문(文)을 더욱 환히 빛내며 신진대사를 더욱 더 가속했다.
몸을 파고든 신성의 독이 더욱 신이 나서 날뛰고, 부패의 문의 대가를 껴안은 장기들이 더욱 빠른 속도로 바스러져 가는 고통이 뇌를 저릿하게 자극했다.
지금, 이 순간,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해보겠다고 부패의 문을 꺼뜨려 버리고 도망치는 건 자신을 위해 이곳까지 함께 와준 동료들을 위기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는 일이었다.
만일의 하나라도 도망친 자신을 무시하고 호를루가 자신의 동료에게로 향한다면 상상하기조차 싫은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터.
마르낙은 푸르디푸른 검을 더욱 억세게 틀어쥐고 자세를 낮췄다.
[와라.]더 이상 권법가 행세를 할 필요가 없어진 호를루의 팔뚝에서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묵빛 칼날이 튀어나왔다.
길쭉한 칼날에서 느껴지는 선명한 신성. 마르낙은 직감적으로 저 칼날에 호를루의 권능이 진득하게 묻어있음을 깨달았다.
자리를 박차는 굉음. 마르낙의 몸이 흐릿해지자마자 금속끼리 맞부딪히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려 퍼졌다. 호를루는 마르낙의 공격을 간신히 막아내며 속으로 감탄했다.
이것이 과연 신성으로 이루어진 독에 중독된 자가 낼 수 있는 속도인가?
평범한 인간이라면 중독되고 몇 초 내로 즉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맹독이었음에도 마르낙은 오히려 중독되기 이전보다 더욱 기세 넘치게 날뛰어대고 있었다.
까앙! 까앙! 까앙!
호를루는 그 맹렬한 공격을 겨우 막아내는 와중에 혹시나 자신의 독이 듣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크윽.]한마디 말조차 없는 마르낙의 안광이 암녹빛으로 격렬하게 일렁였다.
까아앙!!!
여태까지와는 다른 큰 공격. 호를루는 마르낙의 공격을 막아냈음에도 팔이 튕겨 올라 가슴이 비었다. 마르낙은 겨우 만들어낸 그 찰나의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삶의 마지막 줄처럼 쥐고 있던 푸른 검을 놓는다. 절망이 자유낙하를 시작한 그때, 마르낙의 손끝에서 암녹빛 검이 피어올랐다.
닿는 모든 것을 부패시켜 버리는 ‘부패의 검’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마르낙은 부패의 검을 쥐고 그대로 호를루의 가슴팍에 자신의 권능을 박아넣었다.
[끄아아아악!]암녹빛 권능의 검신은 단단한 금속을 파고듦에도 마치 무척이나 부드러운 물질을 파고들 듯 아무런 저항 없이 깊숙이 박혀 들어갔다.
호를루는 격통 속에서 자신의 몸이 중심에서부터 붕괴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늘 연습해왔던 것처럼 양팔에 달린 묵빛 검신을 마르낙의 몸속 깊이 박아넣고 그대로 자신의 톱니 덩어리 머리를 몸에서 분리했다.
툭.
바닥으로 떨어진 톱니 머리가 데굴데굴 굴러가는 사이, 호를루의 몸뚱이는 어느새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붕괴하여 사라졌다.
[허억.]바닥에서부터 튀어나온 금속이 호를루의 톱니 머리를 감싸더니 새로운 금속 몸이 빠르게 자라났다.
마르낙이 아까 톱니 머리를 공격하고 별 재미를 못 봤으니 이번엔 다른 부위를 노릴 거란 예상에 맞춰 자신의 코어를 톱니 머리의 중심으로 옮긴 것이 절호의 한 수가 되었다.
쉽게 떼어낼 수 있는 머리가 아니라 다른 부위에 코어를 옮겼다면 몸이 붕괴하는 데에 휘말려 그 자리에서 즉사했으리라.
하지만 방금 머리의 코어를 중심으로 재생하는 것을 마르낙이 본 이상, 한 번 더 이런 식으로 공격을 당하면 정말 위험했다.
코앞까지 닥쳐온 생명의 위기. 호를루는 자신의 심장, 아니 코어가 두근대는 걸 느끼며 전율했다.
그래, 그가 원하는 것은 이런 싸움이었다.
[좋아! 아주 좋아! 아주 이상적이야!]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새로운 묵빛 칼날이 그의 팔뚝에서 튀어나왔다. 그의 머리를 이루는 톱니들이 거세게 맞물려 돌아갔다.
마르낙은 두 눈을 형형히 빛내며 그를 똑바로 직시하고 있었다. 그의 양 가슴팍에는 자신이 몸을 버리기 직전에 박아넣은 두 묵빛 칼날이 깊숙이 박혀있었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그의 상처에선 단 한 방울의 피조차 흘러내리지 않았다.
호를루는 마르낙의 시선을 마주 보았다.
[와라! 다시 한번 와보아라! 이 내게로!]툭.
마르낙의 손아귀에서 떨어진 부패의 검이 바닥에 몇 번 튕기더니 그대로 사라졌다. 절대 꺾이지 않을 것 같던 그의 무릎이 바닥과 맞부딪혔다. 그의 피부 위에서 환히 타오르던 문신들이 빛을 잃고 사그라들었다.
‘살해!!!’
정신 차리라는 비명. 마르낙의 가슴팍에 박혀있던 두 개의 검날은 부패된 살이 뭉개지자 미끄러지듯 빠져나와 바닥 위를 나뒹굴었다.
마르낙의 정신은 이미 한계였다.
그가 정신을 붙잡고 있기엔 뇌가 ‘물리적’으로 부족했다. 마지막 일격을 위해 부패의 문을 한계까지 활성화한 탓에 중요장기를 넘어 뇌의 일부까지 부패되어 썩어버린 지 오래.
새롭게 그의 가슴팍을 비집고 들어온 신성의 독도 이미 정지해버린 것에 가까운 마르낙의 신체엔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호를루를 노려보던 마르낙의 두 눈꺼풀이 천천히 떨어졌다.
[…방금 일격이 최후의 모든 것을 끌어쓴 것이었나?]투둑.
무언가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마르낙의 썩어버린 어깨가 붙잡지 못한 그의 양팔이 떨어져 내렸다.
호를루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마르낙을 향해 다가갔다. 간만의 흥분을 선사한 상대를 자신의 손으로 마무리 지어 주기 위해서.
‘살해!’
‘살해!’
‘살해!!!’
희미해져가는 의식, 마르낙은 시끄럽게 귓가를 때려대는 어머니의 목소리 사이에서 이질적인 한마디가 들려왔다.
– 사용자의 생명 위기 감지. ‘최후의 투쟁’ 시퀀스 돌입 개시.
바닥에 떨어진 마르낙의 오른 팔목에서 튀어나온 검은 금속 실들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처럼 움직여 마르낙의 오른손을 뒤덮고 다가오는 호를루를 정확하게 조준했다.
손등에서 튀어나오는 포구.
– 사용자의 신변 보호를 위해 마력포 발사.
단조로운 기계음과 함께 포구가 빛을 내뿜었다. 느닷없이 마르낙의 옆에서 튀어나온 마력포에 휩쓸린 호를루는 그대로 튕겨 나가 벽에 처박혔다.
스스로 틈을 만들어낸 실론의 유물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검은 이모탈리움 실 수백 가닥을 내뻗어 마르낙의 양팔을 제자리에 기워 넣었다.
– 생명 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기 복구 개시.
검은 이모탈리움 실들이 마르낙의 몸속을 제멋대로 휘저어가며 무언가를 만들어나갔다. 그의 손목에서 나타난 검은 갑옷이 마르낙의 몸 전체를 뒤덮었다. 어두운 면갑이 마르낙의 얼굴을 가렸다.
– 사용자의 의식 각성 개시.
푹.
검은 투구 속에서 튀어나온 뾰족한 무언가가 마르낙의 관자놀이를 꿰뚫고 들어가 정교하게 뇌를 주물러댔다.
“허억!”
마치 강렬한 전기라도 통한 듯 전신을 꿈틀거린 마르낙이 깊은숨을 토해내며 감았던 두 눈을 떴다.
– 의식 각성 완료.
단조로운 기계음. 마르낙은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대체 무슨 일이…?”
‘살해!!!!!’
짧지만 복잡한 감정이 가득 담친 외침. 어머니의 짧고 굵은 외침으로 마르낙은 대강의 상황을 이해했다. 실론의 유물이 자신의 몸을 강제로 일으켜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주었다는 사실을.
그간 육체와 기예의 단련에 매몰되었던 탓에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었던 건지 잊고 있었다.
“역시 게임은 아이템이 중요하지. 암.”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오랫동안 애용해왔던 친구가 그의 오른손에서 튀어나왔다.
왜애애애애애애애애앵!!!
도살자는 왜 이제야 자신을 찾았냐는 듯이 거친 비명을 내질렀다. 거친 톱니 소리 속에서 마르낙의 시야로 몇 가지 문자가 새겨졌다.
– ‘최후의 투쟁’, 남은 가동 시간 30분 00초. 이 이상 사용 시 사용자의 신체에 영구적인 결손을 초래할 가능성 매우 높음.
마르낙은 어느새 멀쩡히 오른팔을 몇 바퀴 돌려보곤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좋은데.”
호를루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통짜 이모탈리움 갑옷보다도 다 죽은 것이나 다름없는 사용자를 살려내는 저 갑옷이 기능이 더욱 놀라웠다. 그러나 그 놀라움은 오래가지 못했다.
왜애애애애앵!!!
고속으로 회전하는 이모탈리움 톱날이 호를루의 팔에서 돋아난 검날을 깨부쉈다. 마르낙은 이제 굳이 호를루보다 빠르고 강할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어찌 된 영문인지 그의 몸속을 파고들었던 신성의 독조차 깔끔하게 사라진 뒤였다.
몇 번의 맞부딪힘. 호를루는 사정없이 갈려나가는 자신의 검날을 버리고 뒤로 크게 물러났다.
[이, 이건 말이 안 된다! 그 물건은 너무 불합리하지 않나!!!]마르낙은 웃었다.
“이거 모은다고 내가 무슨 고생을 했는데. 이 정도는 해줘야 수지타산이 맞지.”
[내 완벽한 전투가! 내 완벽한 결말이! 이런 식으로 모독받아서는 안 된다! 절대로!!!]호를루는 양손이 맞부딪히자 그의 진짜 몸인 이 공간 자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의 신호와 함께 거친 신성이 몰아치더니 천장에서부터 끈적한 독이 비처럼 쏟아졌다.
쏴아아아.
새카만 독의 빗속에서 호를루는 최후의 기술을 준비했다.
[이제 그만 완벽한 결말을 위해 깔끔하게 죽어라! 마르낙!!!]호를루가 손아귀를 움켜쥐며 거칠게 소리쳤다.
[발(發)!!!]독의 빗속에서 금속으로 이뤄진 공간 자체가 우그러들더니 사방의 모든 것이 마르낙을 노리는 송곳이 되어 공간 자체가 우그러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마치 먹어치운 피식자를 녹이는 포식자의 위장을 닮아있었다.
– 적을 말살하기 위한 최적의 대응 방안 모색 중…
나직한 기계음이 마르낙의 귀를 때렸다.
– ‘6번 작품의 증폭’ 사용 추천. 증폭하시겠습니까?
다 처음 듣는 소리라 마르낙은 뭐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대답했다.
“그래.”
– 6번 작품 증폭 개시.
“어?! 자, 잠시만!”
마르낙의 몸뚱이를 지켜주던 갑옷이 빠르게 자취를 감추더니 손아귀에 들린 도살자에게로 모여들었다. 갑옷이 자리를 비키자 검은 이모탈리움 실들로 빽빽하게 기워진 마르낙의 몸이 드러났다.
갑옷이 없어진 탓에 사방에서 쏟아지는 신성 독의 비에 마르낙은 아무런 보호 없이 그대로 노출됐다. 격통이 마르낙의 몸을 강타했다.
‘살햇?!’
“가, 갑옷! 갑옷을 돌려놔! 얼른!!!”
무미건조한 기계음이 마르낙에게 대답했다.
– 해독은 추후에 가능. 지금은 적의 격멸이 우선입니다.
실론의 6번 작품, ‘도살자’가 여태까지와는 다른 거대한 굉음을 내뱉었다. 도살자로 뭉쳐 든 이모탈리움 덩어리는 도살자의 몸을 이리저리 뒤덮으며 끊임없이 불어나더니 도살자의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왜애애애애애앵!!!
고속으로 회전하는 네 개의 톱날. 웬만한 대검보다 더욱 크게 불어난 크기는 평범한 인간이 사용하기엔 그 크기가 적당하지 않았다. 그러나 도살자의 손잡이에서부터 뻗어 나온 검은 갑옷이 마르낙의 오른 어깨를 뒤덮더니 간신히 무게의 중심을 맞췄다.
– 6번 작품의 출력 5000% 상승. 이제 당신의 앞을 가로막는 적을 갈아버리십시오. 사용자님.
마르낙은 잠깐 뛰쳐나갔던 어이를 겨우 다시 되찾고는 씨익 웃음을 터뜨렸다.
“뭐, 좋아. 한 번 해보지 뭐.”
쾅!
마르낙은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호를루가 있던 자리로 쇄도하며 증폭된 도살자를 휘둘렀다. 호를루는 재빠르게 자신의 몸속인 공간에서 몸을 내뺐다. 잠시 갈라졌던 금속의 공간이 호를루가 몸을 빼내자 순식간에 매워졌다.
마르낙은 망설임 없이 거대해진 도살자를 휘둘렀다.
왜애애애애애애애앵!!!
[이게 무…]거친 굉음. 증폭된 도살자는 닿는 모든 걸 순식간에 갈아 마시며 호를루의 공간을 공간 째로 갈아버리고는 미처 빼내지 못한 호를루의 몸뚱이를 그대로 짓씹어 삼켜버렸다.
호를루는 그렇게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그렇게 코어째로 갈려 즉사했다.
마르낙은 도살자를 한 번 털어내고는 노곤한 한마디를 내뱉었다.
“하아. 힘들었다.”
그때, 마르낙의 귓가로 나직한 한마디가 들려왔다.
– 위험요인의 소멸 확인. 최후의 투쟁 시퀀스 종료까지 앞으로 5초. 이제부터 신체 수복에 모든 자원을 사용합니다. 사용자께선 곧 닥쳐올 격통에 대비하십시오. 혀를 깨물지 않기 위해 무언가를 입에 무시는 걸 추천해 드립니다.
“뭐라…”
비겁하게도 경고를 공지하는 와중에도 흘러간 시간 때문에 마르낙이 경고를 다 듣자마 몰려온 거친 격통이 마르낙의 뇌를 그대로 강타했다.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격통 속에서 마르낙은 그대로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고꾸라져 바닥에 머리를 처박았다.
***
“허억!”
고통 속에서 놓았던 정신줄을 겨우 다시 붙잡자 내 몸은 어딘가에 묶여 위아래로 규칙적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천천히 움직이는 벽을 보니, 나는 지금 누군가에게 들려 이동하는 중이었다.
고개를 돌리니 익숙한 보랏빛 머리가 보였다.
“…펄리?”
“이야. 완벽한 때에 깨어났네? 안 그래도 슬슬 깨우려고 했는데 말이야! 이제 저 문만 넘으면 ‘신의 그릇’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거든! 어때 설레지! 응? 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