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266)
266 화 저울추.
저울추.
침착하자. 침착해.
깊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며 마음을 진정시킨다. 아직, 아직 카디쇼는 살아있었다. 지금, 이 순간이 바로 감정적으로 대처하면 분명 크게 후회할지도 모르는 그런 순간이었다.
폐를 긁어내듯 숨을 뱉어내자 잠깐 울렁거리던 속이 진정됐다.
일단 가장 먼저 한 것은 어쩔 줄 몰라 뻣뻣하게 굳어버린 어머니의 어깨를 토닥여드리는 것이었다.
“괜찮습니다. 아니, 괜찮을 겁니다. 카디쇼는 아직 살아있습니다.”
‘살해…’
축 처진 목소리. 미안함이 뚝뚝 떨어지는 그 마음이 전해져왔다. 그 미안함의 끝이 향하는 곳은 아마도 카디쇼의 상태에 대한 미안함보다는 가까운 사람들을 아끼는 날 향한 미안함이시겠지만 지금 그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무거운 발끝을 떼어 바닥에 쓰러져 가쁜 숨만 내쉬고 있는 카디쇼를 향해 다가갔다. 기본적으로 카디쇼는 평범하지 않은 재생력을 가지고 있을 터인데 저렇게 바닥에 쓰러져 쉽게 일어나지 못한다는 건 그녀의 몸에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는 뜻이었다.
“제 말 들리십니까?”
대답은 없었다. 의식이 없는 건가?
그녀의 앞에 무릎을 꿇으니 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카디쇼를 향해 괴물이라 소리쳤던 생존자 무리가 내는 소리였을 테니 대충 흘려들었다.
일단 바닥에 떨어진 카디쇼의 가면을 옆으로 밀어 치우고 몸을 가리고 있는 로브를 벗겼다. 그러자 꿈틀거리는 검붉은 촉수로 이뤄진 그녀의 몸이 드러났다.
총상의 흔적을 찾기 위해 빠르게 눈으로 몸을 훑었지만 이미 촉수들이 그 흔적을 감춰버린 것인지 눈으로는 총상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불규칙적으로 내뱉는 가쁜 숨이 점점 약해져 간다.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하지.
내게는 의학적 지식이 없었다. 아니, 애초에 그런 지식이 있었어도 지금 카디쇼의 몸은 평범한 의학적 지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기도 했고.
…혹시나 이대로 카디쇼가 죽는다면?
상상만으로도 뇌가 지끈거렸다. 정신 차리자.
부정적으로 흘러가는 생각을 멈추기 위해 주먹으로 이마를 몇 번 두드렸다. 잠깐 울린 골의 충격이 다시금 냉정을 되찾게 도와주었다.
‘…살해.’
어느새 다가온 어머니가 풀 죽은 목소리로 내게 속삭이셨다. 몸에 박힌 총알을 찾아서 빼내면 괜찮아질지도 모른다는 한마디.
나는 재빨리 어머니를 향해 되물었다.
“몸에 박힌 총알이 어디에 있는지 아시겠습니까?”
‘살해…’
모르겠다는 한마디.
그렇다면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직접 촉수 덩어리로 뭉친 카디쇼의 몸에 손을 집어넣어 그 안을 뒤적거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아.”
짧게 숨을 내뱉어 마음을 고른 나는 의식 없는 카디쇼를 향해 양해를 구했다.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우선은 배로 보이는 부위부터. 빽빽하게 촉수들로 얽힌 그녀의 몸에 틈을 비집고 손을 집어넣으려 하자 역시나 얽힌 촉수들이 더욱 억세게 얽히며 낯선 침입자를 거부했다.
한시가 급한 이상 다소 강행돌파는 어쩔 수 없었다.
혹시나 추가적인 부상을 입힐까 싶어 조심스럽게 만지던 손에 힘을 더했다. 한 손으로 그녀의 배를 강하게 누르면서 반대 손으로 촉수들의 틈 사이로 억지로 손을 밀어 넣었다.
겨우 벌린 틈 사이로 오른손을 밀어 넣자 감당할 수 없는 압력이 내 사방에서 손을 짓눌러왔다. 촉수들의 압박으로 내 손의 피와 근육이 뭉개져 서로 뒤섞였다. 타는듯한 격통이 뇌를 자극해왔다.
뼈에 이모탈리움이 주입되기 이전이었다면 뼈마저 완전히 바스러졌을 정도의 압력이었지만 다행히 지금의 내 뼈는 이모탈리움으로 대체된 뒤였다.
겨우 카디쇼의 몸속에 적응한 나는 근육과 살이 대충 뒤섞인 상태의 손을 움직여 카디쇼의 몸 안을 억지로 뒤적거려나갔다.
손끝의 감각에 온 신경을 쏟고 있던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드려왔다.
“…사제님?”
카디쇼의 몸을 뒤적거리는 걸 멈추지 않은 채 고개만을 돌려 날 부른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했다.
피로가 한가득 담긴 눈과 푸석푸석한 피부. 군데군데 희끗희끗한 머리칼. 중년과 노년의 사이에 위치한 이 사내는 아마도 방금 문밖에서 살려낸 생존자 무리의 일원 일터.
그는 카디쇼의 몸속에 손을 집어넣고 있는 날 보곤 잠깐 움찔대더니 천천히 말을 꺼냈다.
“지, 지금 사제님께서 뭘 하시려는지 저 같은 우매한 자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저 괴물이 아직 살아있으니 목숨부터 확실하게 끊고 마저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중년 사내는 뒤에서 우리를 쳐다보는 생존자들을 힐긋 보곤 말을 더했다.
“사람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이렇게 방심하시다가 사제님께서 이 괴물한테 당하면 정말이지 큰일일 테니까요.”
아무것도 모르는 저들의 입자에선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나는 최대한 평온을 가장한 채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다 제게 생각이 있으니 저분들에게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제가 다칠 일이나 이…”
쉽게 나오지 않는 말을 억지로 밀어 내뱉었다.
“…괴물이 여러분께 위해를 끼칠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사제님…”
그는 주저하면서도 할 말을 끝까지 내뱉었다.
“저희가 본 괴물만 해도 한둘이 아닙니다. 거기에 지금 들려오고 있는 소리로 사제님도 아시겠지만, 그 괴물들이 지금 이 건물 안을 이 잡듯이 뒤지며 살아있는 사람들을 찾고 있을 게 분명합니다. 그러니 아무래도 괴물을 살피는 건 상황이 정리된 뒤로 미루는 편이…”
말끝을 흐리긴 했지만, 뜻은 분명했다. 언제 다른 괴물이 들이닥칠지 모르니 이런 식으로 자신들을 방치해두지 말아 달라는 것.
오늘 온종일 살아남기 위해 온갖 생명의 위협을 겪었을 이들이니 지금 당장 보이는 생명의 동아줄인 내게 이렇게 극성으로 매달리는 게 지극히 당연했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돌아가서 그리 전해주십시오. 또 괴물이 나타난 데도 바로 제게 알려주시기만 하면 바로 지켜드리겠습니다.”
“그럼 이미 저희 중 몇 명은 괴물에게 죽은 뒤일 텐…”
그는 무어라 더 말하려다 이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알겠습니다. 사제님의 말씀을 그대로 전해보겠습니다.”
중년 사내가 순순히 물러가 준 덕에 나는 다시 카디쇼의 몸에 박힌 총알 찾아내는데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 카디쇼의 몸을 이루는 촉수들이 칩입자를 격렬하게 거부해대는 통에 마냥 쉬운 일이 아니었다.
명치 즈음에서 찾아 나가기 시작했던 손이 배꼽 위까지 내려오자 손끝에서 알싸한 통증이 따끔하게 느껴졌다.
이건가?
손을 조금 더 밀어 넣어 통증의 원인이 되는 물건을 움켜쥐자 알싸한 통증이 순식간에 격렬한 격통으로 모습을 돌변했다.
손을 활활 타오르는 불꽃 속에 집어넣은 듯한 고통. 아니, 그것과는 달랐다.
어딘가 무척이나 익숙한 이 고통은…
그래, 내가 권능을 사용해서 산 채로 몸이 썩어들어갈 때 느끼던 바로 그 고통이었다. 촉수들을 억지로 비집고 움켜쥔 손을 꺼내 펼치자 역시나 거뭇한 탄환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그마한 탄환은 하나하나는 사실상 조금 약해진 버전의 부패의 검이나 다름이 없었다. 이런 게 몸 안에 여섯 발이나 박혀 산 채로 썩어가고 있으니 카디쇼가 지금 제정신을 못 차릴 만도 한가.
나는 첫 번째 총알을 꺼낸 것을 보고 조금 화색이 된 어머니를 힐긋 보았다.
어머니는 대체 언제부터 이런 게 가능하셨던 거지?
얼기설기 튀어나오려는 의문을 꾹꾹 눌러 담았다. 지금은 일단 나머지 다섯 발의 총알을 찾아내는 게 최우선이었다.
다시 억지로 카디쇼의 배에 손을 집어넣고 아까 찾았던 부분부터 그녀의 몸속을 뒤적거려나간다. 원인을 찾는 방법을 알아냈으니 아까보다 조금 더 과감하게 몸속을 살필 수 있었다.
어차피 피부 닿는 순간 고통으로 탄환이 있는 곳을 알아챌 수 있다면 세세하게 하나하나 직접 살필 필요가 없었으니.
웅성대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소리를 무시하며 나머지 탄환 찾기에 집중하려 했지만 시야 주변을 가득 채운 다리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다시 들었다. 손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서.
문 건너편에 있던 무리 중 일부가 다가와 나와 카디쇼를 둘러싸고 서 있었다. 나는 그들을 한 번 훑어보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일입니까?”
아까 내게 말을 걸어왔던 중년 사내가 어색한 표정으로 내게 상황을 설명했다.
“사제님께서 말씀드린 대로 그대로 설명했더니 아무래도 다른 괴물이 나타났을 때 사제님 주변에 있는 게 안전하지 않겠냐며 이렇게 막무가내로…”
그가 또 말끝을 흐렸지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대충 이해가 갔다. 나는 고개를 들어 둘러싼 사람들을 향해 빙그레 웃었다.
“지금 제가 하는 일이 다소 집중을 요구하는 일인지라, 일단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주시면 감사하겠…”
익숙한 고통이 손끝에 걸렸다. 두 번째 탄환이었다. 나는 그 탄환을 움켜쥐고서 힘을 줘 촉수 속에서 손을 뽑아냈다. 두 번째 탄환을 바닥에 버리자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의 시선이 내가 버린 물건으로 쏠렸다.
“저게 뭐지?”
“저거 그거 아냐? 아까 저 아가씨가 괴물한테 고대 제국의 유물로 쏴서 박아넣은 쇳조각?”
“그걸 사제님이 왜 괴물의 몸에서 꺼내시는 거지? 꺼내면 안 되는 거 아냐? 저 괴물이 다시 살아날지도 모르잖아?”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다 생각이 있으시겠지.”
시끄럽게 저마다 웅성대는 소리. 나는 카디쇼의 몸에 손을 집어넣으며 다시 말을 이어나갔다.
“일단 다들 자리로 돌아가 주시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정중하게 단호함을 담아 말해보았지만, 목숨이 걸린 일이라 그런지 누구 하나 쉽사리 발을 떼는 이가 없었다.
“사제님. 뭘 하시려는 지는 모르시겠지만 일단 괴물을 죽여두고 하시는 편이 어떻습니까?”
“맞아요. 여기까지 도망쳐오면서 괴물들에게 죽은 이만해도 열댓 명이라고요!”
“맞습니다! 혹시 지금이라도 갑자기 저 다 죽어가는 괴물이 깨어나서 사제님을 기습하기라도 하면 저희는 정말이지 다 죽은 목숨이지 않습니까!”
“주, 죽입시다! 사제님! 죽입시다! 저 괴물!”
아까 대표로 왔던 사내가 했던 말을 또 하고 있었다.
나는 짧게 한숨을 내뱉고 다시금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그 와중에도 손은 쉬지 않고 카디쇼의 몸 안을 뒤적거렸다. 두 발이나 되는 탄환을 빼냈음에도 아직 카디쇼의 얇은 숨은 제 상태로 돌아오질 않았다.
“여러분의 걱정은 다 이해하고 있으니, 너무 염려치 마시고 일단 자리로 돌아가 주시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여러분이 걱정하시는 그런 일은 절대 벌어지지 않을 겁니다.”
여태 대표로 내게 말을 걸어왔던 중년 사내를 향해 눈짓으로 나를 도와달라고 신호를 보내자 중년 사내는 나를 보고 고개를 저었다.
“…사제님, 저도 이 사람들과 같은 생각입니다. 정말 죄송하지만 모두 생각이 같으니 뭘 하시든 간에 그 괴물은 일단 죽여두시고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다들 괴물이 살아있는 것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게다가 이곳까지 도망쳐오면서 저 괴물들에게 친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아무리 사제님께서 따로 생각이 있으시다 해도…”
그는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내 털어내고 다시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이런 저희의 입장도 고려해주셔서 괴물의 목숨을 일단 끊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맞습니다.”
“맞아요!”
“저 괴물이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저희는 너무나 두렵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빌어먹을 괴물 놈들을 살려둘 이유가 없습니다!”
그의 말을 시작으로 저마다 한마디씩 보태며 모인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통에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설마 아까 저 중년 사내가 내 말에 순순히 이해한 것처럼 물러난 건 뜻이 사람들 데리고 와서 자기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서였나?
저 중년 사내나 저들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나라도 아무것도 모르는 저들의 입장이었으면 저렇게 말했을 테니.
알싸한 고통이 다시 한번 손가락 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세 번째 탄환인가.
재빨리 가슴 부위 근처에 박혀 있던 세 번째 탄환을 꺼내 바닥에 털어냈다. 나는 양손이 자유로워진 김에 잠깐 오른손을 털어냈다. 촉수들의 압력으로 뭉개져 살과 가죽이 이리저리 뒤섞여있던 내 손이 빠르게 원상태를 향해 재생해나갔다.
나는 다친 오른손을 감춘 채 카디쇼를 둘러싼 사람들을 향해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여러분, 정말 얼마 남지 않았으니 잠시만 물러가주…”
“사제님! 죽여야 합니다!”
“괴물을 죽여야 합니다!”
“대체 왜 살려두시는지 저희로선 이해할 수가 없어요! 제발 죽여주세요!”
“맞아요! 일단 저 빌어먹을 괴물을 죽입시다! 그럼 저희도 바로 물러가겠습니다!”
“정 사제님이 못하시겠다면 저희가 하겠습니다!”
내 말도 끊어대면서 시끄럽게 웅성대는 통에 골이 울려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들은 이미 입을 다 맞추고 온 것이 분명했다.
아무래도 조금 강경하게 나가는 수밖에 없나.
조금 단호하게 이들을 물리려는 찰나. 불쾌한 소리가 들려왔다.
“퉤! 더러운 괴물 새끼!”
어디선가 튀어나온 침이 카디쇼의 얼굴을 향해 떨어졌다. 들러붙은 진득한 침이 검붉은 촉수를 타고 바닥을 향해 천천히 떨어져 내렸다.
“죽여라!”
“죽여라!”
“괴물을 죽여!”
나는 양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아직 재생이 채 끝나지 않은 탓에 오른손에 묻어 있던 핏물이 내 얼굴에 진득하니 묻어나왔다.
“하아. 이 버러지만도 못한 새끼들이 진짜.”
그대로 손을 뻗어 이 소동의 주동자일 게 뻔한 중년사내의 얼굴을 붙잡아 그대로 들어 올렸다. 얼굴 째로 들린 사내가 살기 위해 내 손목을 붙잡고 버둥댔다.
“케, 케흑?!”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주변엔 침묵이 내려앉았다. 얼굴이 부여 잡힌 사내는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 사제님. 가, 갑자기 왜 이러시는…”
“좋게좋게 말해주니까 내가 만만해 보였나?”
얼굴을 틀어쥔 손에 조금 힘을 더했다. 얼굴이 붙잡힌 사내는 꺽꺽대며 신음을 뱉어내느라 한마디도 더 내뱉지 못했다. 나는 카디쇼의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노려보며 말했다.
“대가리 수 여럿 모아와서 쨍알쨍알 떠들어대면 내가 너희들 뜻대로 다 해줄 거라 생각한 거야? 정말로?”
내 마음속 저울은 언제나 선택의 무게를 정확하게 쟀다. 그렇기에 내 우선순위는 언제나 확고했다. 가장 무거운 것은 어머니. 그다음으로 무거운 것은 소중한 내 동료들. 가장 가벼운 것이 바로 나와 관계없는 무고한 이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나는 언제나 마음속 저울 위에 올려진 무게를 정확하게 재서 무거운 쪽을 위해 움직였다.
그렇기에 의식이 시작되면 북제국 수도의 죄 없는 민간인들이 수없이 죽어갈지도 모르는 상황임에도 어머니의 신성을 위해 리베라티오의 의식을 내버려 뒀던 것이고.
더 무거운 것을 위해서라면 더 작은 것들의 희생은 그것이 얼마나 많던지 감수할 수 있었다. 비록 그 순간이 지나면 짧은 죄책감에 휩싸일지라도.
그래.
그렇기에 이번에도 내 동료인 카디쇼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이곳에 모인 무고한 이들의 목숨 수십, 수백 따위야 모조리 포기할 수 있었다. 나중에 후회하게 될지라도.
얼굴을 붙잡았던 사내를 그대로 벽에 집어 던졌다. 쾅 소리를 내며 그대로 벽에 처박힌 중년 사내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그대로 벽에서 미끄러져 내려와 바닥에 고꾸라졌다.
나는 모인 군중을 노려보며 나직이 말했다.
“침 뱉은 새끼 튀어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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