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294)
294 화 사도(使徒)
사도(使徒)
“하멜과는 어떻게 아는 사이지?”
“모르는 사이인데.”
“그럼 어떻게 하멜이 있는 장소에 같이 있었던 거지?”
“쥐 따라갔더니 있던데?”
“우리에게 사전 파악된 정보로는 너와 동일한 인상착의를 한 자가 하멜의 동료라고 알려져 있었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거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하멜 그놈이 날 어디서 보고 모함하려고 했나 보지.”
“지금 하멜이 어디 숨어있는지 짐작 가는 곳이 있나?”
“모르겠는데?”
대충 대답하며 의자에 앉아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게 질문을 던지는 노기사 체키타 경과 그의 수하로 보이는 남자 여럿.
이게 과연 협조인가?
나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이건 그냥 심문이지 무슨 협조야? 너희는 원래 이렇게 협조를 해?”
“뭐? 너 이 자식! 네가 한 짓을 생각 못…”
“그만.”
체키타의 나직한 제지에 무어라 내게 외치려던 젊은 기사가 침묵했다.
저 젊은 기사가 저리 날뛰는 건 아마도 하수도에서 내가 일방적으로 기사 몇을 쥐어박은 탓에 생긴 앙금 때문이겠지.
쯧쯧. 아직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 못 하는 걸 보니 어리네. 어려.
“너희 영주 딸 찾겠다고 날 데리고 온 거 아냐? 오냐오냐 곱게 대해줘도 순순히 협조해줄까 말까인데 그런 식으로 날 겁박하면 내가 너희를 도울 이유가 있을까? 응?”
“그 부분은 내가 사과하겠네.”
젊은 기사를 뒤로 물린 체키타가 내게 고개를 숙여왔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우선 우리가 파악한 정보를 확인하는 데 급급했네. 그 과정에서 자네가 불편함을 느꼈다면 다시 한번 사과하지.”
“맨입으로?”
“일이 잘 해결된다면 충분한 보상도 하겠네.”
“그럼 괜찮지.”
이렇게까지 내 비위를 맞춰주는 모습을 보니, 어쩌면 저 젊은 기사가 날뛴 것도 체키타가 미리 언질을 준 것이 아닐까 싶었다. 당근과 채찍은 원래 살살 번갈아 가면서 줄수록 효과적인 법이었으니.
뭐, 실제로 체키타가 이 상황을 의도했든 아니든 나야 하멜놈만 족치면 되니 별문제 없었다.
나는 체키타가 가져다준 차를 마시며 운을 뗐다.
“근데 하멜한테 듣기론…”
“역시 네놈, 하멜과 연관이 있구나! 그 녀석한테 들은 게 있다니!”
다시 한번 발끈하는 젊은 기사의 모습에 나는 확신을 굳혔다.
이제 보니 저거 체키타가 따로 언질을 주거나 한 건 아닌 거 같네. 굳이 의도한 분위기 조성이라면 내가 정보가 될만한 걸 뱉으려고 할 때 말을 끊지는 않았을 테니.
“아니, 서로 얼굴 맞대면 말 한두 마디 정도는 나눌 수 있는 거 아냐? 쥐새끼들 때문에 거슬려서 찾아간 건데 내가 그놈한테 왜 쥐새끼들을 도시에 푼 지 정도는 물어볼 수도 있잖아. 이것도 이해 못 해주면 네가 등신인 건데 말이지.”
젊은 기사가 다시 한번 내게 무어라 말을 하려 했지만, 체키타가 조용히 그의 말을 끊었다.
“잠깐 나가 있게.”
잠깐 뒤로 물리는 것이 아닌 완전한 축객령. 젊은 기사는 분노로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지도 못한 채 방에서 쫓겨났다.
체키타는 깊게 한숨을 내뱉고는 나를 향해 다시 고개를 숙였다.
“원래 저런 친구는 아닌데, 다들 쥐 때문에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자다 보니 마음에 여유가 없네. 정말이지 미안하네.”
“쥐 돌아다니는 소리가 거슬리긴 해도 정말 아예 못 잘 정도는 아니던데 피곤하면 충분히 무시하고 잘만하지 않아?”
내 질문에 체키타는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일반 시민들이야 쥐들이 머리 위에서 돌아다니는 소리만 냈었지만, 우리 기사나 병사들은 잠이 조금이라도 들려는 기미가 보이면 천장에서 쥐들이 내려와 팔다리를 깨물어서 잠을 깨웠다네. 그래서 정말 잠을 거의 못 잔 사람들이 많아. 쥐들을 잡고 또 잡아도 정말이지 끝도 없이 계속 튀어나와서 한두 마리 잡는 거로는 전혀 해결이 안 됐었지.”
은근히 집요했네. 잠을 안 재워서 사람을 산 채로 말려 죽이다니.
“여튼, 하멜 말로는 영주가 자기한테 줄 게 있는 데 안 줘서 쥐를 풀었다던데. 그건 어떻게 된 이야기야?”
“…”
바로 대답하지 않았지만, 체키타의 표정만 봐도 뭔갈 아는 기색이었다. 체키타는 몇 번 입술을 달싹거리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원래라면 밝힐 생각이 없었지만, 솜니아님께서 데리고 다니는 자니만큼 입은 무거우리라 믿네. 그러니 지금부터 듣는 이야기를 전부 함구하겠다고 약조하게. 그렇지 않으면 말해줄 수 없네.”
“딱히 떠들고 다닐 데도 없으니까 편히 이야기해.”
체키타는 정말 이야기해도 되는가 고민하는지 내 얼굴을 몇 번이나 더 살피고 나서야 이야기를 겨우 시작했다.
“…하멜, 그자는 악신의 숭배자일세.”
이미 아는 이야기. 겨우 이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를 질질 끌었나 싶기도 했지만, 저들 입장에서야 악신의 숭배자와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밝히는 게 꺼림칙할 만도 했다.
“하멜 그자는 최근 남제국 도시들을 돌아다니며 도시의 해수들을 깔끔하게 치워주고 다녔네. 적당한 값만 치르면 말일세. 제시하는 가격이 제법 비싸긴 했지만, 그가 한 번 해수들을 처리하고 나면 적어도 1년은 도시에 단 한 마리의 해수도 나타나지 않으니 도시 단위로 보면 충분히 합리적인 액수였지.”
명함까지 파서 다니더니 생각보다 더 본격적이었네. 그 녀석.
나는 체키타를 바라보며 키득키득 웃었다.
“근데 악신의 숭배자랑 거래하다가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남제국은 공식적으론 악신의 숭배자들을 적대하는 입장아냐?”
“하지만 지난 5년간 선신의 사제들이 침묵하지 않았나. 그래서 그들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어졌으니 다들 몰래 적당히 필요하면 악신의 숭배자들과 거래하고 하는 거라네. 이 나이 동안 본 악신의 숭배자 몇을 실제로 만나보니 애초에 악신의 숭배자들은 대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매우 강할 뿐이지 그들 모두가 사악하고 그런 건 아니었다네.”
체키타가 정말 악신의 숭배자들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 건지. 아니면 이미 한 거래를 합리화하기 위해 대충 말들을 주워 삼키는 건지 모르겠네.
나는 그저 아무 맛도 안 나는 차를 호록대며 그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왜 돈을 안 준 건데?”
“처음에는 영주님께서 바로 지불하려 했었네. 그런데 자네도 알지 않나? 최근 교역 도시 미세레가 도시 째로 사라져버린 사건을. 영주님께선 무주공산이 되어버린 미세레의 이권 다툼에 끼어들기 위해 현금을 최대한 많이 보유하고 있을 필요가 있으셨네. 여기서 문제는 하멜이란 자는 대가를 현금만으로 받는다는 점이었네.”
“그래서 돈을 안 줬다?”
“안 준 게 아니네. 차용증을 쓰거나 땅으로 대신 지불하려 했었지.”
말하면서도 내 시선을 슬쩍 피하는 모습을 보니 본인도 영주의 판단이 그렇게 현명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나는 피식 웃었다.
“악신의 숭배자한테 차용증이나 땅문서가 퍽이나 쓸모 있겠다. 응? 본인 정체 밝혀지면 다 종이 쪼가리 되는 건데 누가 그걸 받아.”
“…하멜은 영주님의 제안을 거절하고 사라졌네. 그 뒤로 도시에 그가 나타나기 전보다 더욱 많은 쥐가 들끓기 시작했지. 쥐들의 수면 방해도 같이 시작됐고 말일세.”
“나 같으면 그냥 돈 주고 말 텐데. 대체 왜 버티는 거야?”
“쥐들이 날뛰고 영주님께선 하멜에게 약속한 돈을 주겠다고 했네.”
“음?”
돈 주겠다고 했다고?
“그럼 왜 쥐가 아직도 돌아다니고 있던 건데?”
“하멜이 돈을 거절했네. 그리곤 대신 다른 걸 요구했지.”
“뭘?”
“그는 영주님의 유일한 따님을 요구했다네. 당연히 영주님께선 거절했고.”
영주의 딸을? 겨우 여자 한 명은 딱히 쓸데도 없을 건데. 차라리 돈이 낫지.
“그래서 지금 하멜이 영주의 딸을 납치해간 거야?”
“그렇다네.”
“그럼 이제 해결된 거 아냐?”
“…?”
체키타는 내 말이 바로 이해가 가질 않는다는 듯이 멍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하멜이 원하던 영주의 딸도 데리고 갔으니 이제 쥐도 잠잠해지겠네.”
“그게 무슨 말인가?”
“아니, 딸이야 또 낳으면 되잖아. 솔직히 내 입장에서 보면 영주의 딸 하나 주고 이번 일 끝맺을 수 있으면 남는 장사라고 보는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세!!! 어찌 영주님의 따님을 납치한 자를 두고 볼 수 있겠는가! 이는 영주님에 대한 모독이고 우리의 명예가 걸린 일일세!”
체키타가 처음으로 내게 화를 냈다. 본래라면 저 정도로 화낼 일은 아니었겠지만, 여태 잠을 못 잔 건 저 노기사도 마찬가지여서 그렇겠지.
나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답했다.
“명예가 목숨보다 중요하진 않을 텐데.”
“무슨 뜻이지?”
너희 전부가 몰려가도 하멜 하나 잡지 못할 거란 이야기지. 하지만 이거까지 말했다간 저 잠 못 자서 피곤한 노기사가 진짜로 덤벼올지도 몰라서 할 수 없었다.
“구하다가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단 그런 이야기지.”
“최대한 아무도 안 죽게 할 것일세.”
“그게 네 마음대로 되려나 모르겠네.”
“되게 할 걸세.”
“흐음.”
나는 잠깐 의자에 몸을 깊게 파묻고서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알려줄게. 하멜이 어딨는지.”
“…여태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나도 방금 알아냈으니까.”
방금 도시의 한 곳에서 신성이 느껴졌다. 권능의 행사로 새어 나오는 선명한 악신의 신성이.
“어떻게?”
“그야 나도 악신의 숭배자니까. 녀석이 권능을 행사하면 느낄 수 있어.”
“…!”
“하멜이랑 같은 경우지. 나 같은 경우는 네 옛 주인인 솜니아한테 고용된 거라고 보면 돼. 비밀은 지켜주겠지? 지켜준다면 하멜의 위치를 알려줄게.”
체키타와 단둘이 있었기에 반쯤 거짓을 섞고 반쯤 솔직히 말했다. 이 남자라면 비밀을 지켜줄 거 같아서. 딱히 안 지켜줘도 큰 상관 없었지만.
체키타는 내 얼굴과 행색을 살피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말투나 행동이 범상치 않더라니. 그럴만했군.”
“그래서 비밀 지켜줄 거야 말 거야?”
“지켜주겠네. 위치를 알려주게.”
나는 창가로 가서 저 멀리 보이는 한 건물을 가리켰다. 다행히 이 방이 제법 높은 층에 있었던지라 육안으로 보이는 거리에 하멜이 있는 건물이 있었다.
“저기 저 건물. 거기 있는 거 같은데.”
“고맙네. 그럼 여기 있게.”
“…?”
당연히 나도 가야지 이게 무슨 소리지?
“나도 갈 건데?”
체키타는 고개를 저었다.
“자네를 데리고 가면 젊은 기사들이 반발할 걸세. 아까도 보았듯이 자네를 그리 좋게 보진 않아서 말이네. 게다가 자네도 남들이 보는 앞에선 권능을 사용하기 힘들지 않겠나. 그냥 우리가 해결할 테니 여기서 쉬게.”
“후회할 텐데.”
“그럴 일 없네.”
“뭐, 그렇다면야.”
어차피 바로 못 따라가니까 먼저 가보라고 하지 뭐. 다 죽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내가 손을 휘적휘적 내저어 배웅하자 체키타는 짧게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하곤 문을 닫고 바삐 떠나갔다.
아마 바로 병력을 소집해서 하멜을 덮칠 생각이겠지. 그렇다면 나도 하멜놈을 치기 전에 해둬야 할 일이 있었다.
“가볼까 나도.”
드르륵.
창문을 열고 그대로 몸을 던졌다. 추락과 함께 부드러운 바람이 내 몸을 시원하게 쓰다듬으며 흩어졌다.
***
“나, 나는 영주의 딸이야! 당장 풀어줘!”
“하아. 이거 영 말을 못 알아듣네.”
하멜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강아지는 영 눈치가 없었다. 아무래도 조련하는데 손이 제법 많이 갈 게 뻔해서 벌써 상당한 고난이 예상됐다.
물론, 고난 끝에 조련해낸 강아지에게는 더 깊은 애정이 깃들겠지만.
짐승의 조련은 언제나 인내심과 싸움이었다.
충분한 시간을 들여 더 느긋하고, 더 여유 있고, 더 차분할 수만 있다면 자신의 손으로 못 조련해낼 생물은 없었다.
하멜은 웃으며 한쪽 손을 내밀었다.
“우리 손부터 해보죠. 손.”
“아까부터 진짜 무슨 개짓거리야!!!”
영주의 딸, 카니스는 개를 가둬둘 법한 철창을 붙잡고 흔들어대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개가 아냐! 사람이라고!”
“…흠. 사람 말 대신 짖게만 해볼까? 아니, 그건 너무 재미가 없어.”
저번에 말 대신 짖게만 조련해본 결과, 너무 개랑 별 차이가 없어서 막상 결과물에 대해선 제법 실망했었다.
“역시 말은 하게 두는 편이 가끔 말 상대도 할 수 있어서 낫단 말이지.”
“당장 풀라고 이거! 나는 이미 마음에 둔 사람이 있어! 네가 아무리 이런 개짓거리를 해대도 내가 널 좋아하게 될 일은 절대 없다고! 알겠어?!”
“…무슨 소리예요?”
유일하게 가면에 가려지지 않은 갈색 눈이 카니스를 내려다보았다.
“당신은 기르던 암캐를 데리고 산책하다가 우연히 마주친 다른 수컷 개랑 붙어먹었다고 화내는 타입이에요? 아, 품종을 따지면 그럴 수도 있는데 다행히 저는 제가 기르는 개의 번식은 제법 존중해주는 편이라. 당신이 누구랑 붙어먹었던 별 상관없어요.”
그러곤 하멜은 턱을 매만지며 곰곰이 고민했다.
“이번엔 어떤 방식으로 조련해볼까. 귀족 출신의 암캐는 몇 번 안 해봐서 좀 특별한 걸 해보고 싶은데…”
찍찍!
한 쥐가 바삐 하멜의 몸을 타고 오르더니 그의 귓가에 대고 무어라 찍찍여댔다. 하멜의 갈색 눈에 잠시 옅은 신성이 감돌더니 그가 웃었다.
“그 성깔이면 나 대신 다 뒤집어 엎어줄 줄 알았는데, 코렌틴에선 다른 동기가 있어서 그렇게 날뛰었던 건가. 흠. 그나저나 기사들이 이곳으로 온다니 환영 준비를 해둬야겠네.”
“기사들이 온다고?!”
카니스의 얼굴 위로 화색이 돌았다.
“그럼 넌 끝이야 이제!”
“하하하!”
하멜은 크게 웃고는 나무 의자를 가져와 카니스의 철창 앞에 두고 그 위에 앉았다.
“이번 강아지는 상황 파악을 잘 못 하는 편이네요. 제법 귀여워요. 그럼 일단 제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부터 알려줘야겠죠. 원래 짐승을 기르는 건 상하 관계를 확실히 해두는 것도 나름 중요하니까요.”
그는 허리를 펴고 의자에 앉더니 카니스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잘 보세요. 너무 열심히 보지는 말고요. 그랬다간 쫄아서 지금처럼 짖어대는 맛이 없어질 거 같거든요.”
“엿이나 먹어!”
잠시 후, 문이 부서지며 기사들의 무리가 들이닥쳤다.
“카니스님! 괜찮으십니까!”
“나는 괜찮아!”
카니스의 상태를 확인한 젊은 기사는 주저 없이 자리를 박차고 그 옆에 앉아있는 하멜을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무도한 악신의 숭배자놈의 대갈통을 반 토막 내기 위해서.
“하아압!!!”
잘 벼려낸 검은 그대로 하멜의 머리 정중앙에 닿고 멈춰 섰다.
날카로운 날과 부드러운 피부가 서로 맞닿았지만, 피부엔 자그마한 상처조차 내지 못했다. 일련의 물리 법칙이 사라지기라도 한 것처럼.
“기합만 참 요란하시네요.”
어느새 하멜의 머리 뒤에는 기이한 문양을 그리는 빛의 헤일로가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사도(使徒).
지난 5년간 연옥이 붕괴하고, 지상과 드높은 천상을 갈라놓은 깊은 틈이 좁아진 끝에 마침내 신과 인간들이 함께 지상을 거닐었던 시절 신의 총애를 받던 단 한 인간에게만 주어졌던 그 지위가 다시금 지상에 도래했다.
‘지배와 종속의 사슬’의 사도(使徒), 하멜이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재주껏 살아나 보세요. 얍.”
사도의 하얀 손이 갈라지며 쏟아져나온 쥐의 무리가 해일이 되어 기사들을 집어삼켰다.
***
“야!”
레페와 페르카, 솜니아는 갑작스럽게 숙소로 뛰어 들어온 연을 보곤 눈을 크게 떴다. 연은 그 셋이 놀라든 말든 제 할 말만 재빠르게 내뱉었다.
“너희 얼른 짐 싸서 빨리 튀어!”
레페는 순식간에 울상이 되어 답했다.
“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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