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308)
308 화 사제들.
사제들.
“…죽었네.”
“죽었어요.”
“진짜 죽었네.”
솜니아와 페르카, 페리토드는 아직 따뜻한 시체를 둘러싸고 사망 사실을 다시금 확인했다.
– 그냥 직접 제압할걸… 왜 굳이 멋있어 보이려고 쐈을까…
프리무스는 여전히 벽에 머리를 처박고서 우울한 목소리로 자조하고 있었다.
“다 비켜봐.”
나는 시체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애들을 물리고 직접 시체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일단 프리무스의 탄에 맞은 부위인 허벅지.
프리무스의 총성이 커다랬던 것에 비해서 시체의 양 허벅지를 관통한 구멍은 무척이나 작고 좁았다. 정말 프리무스가 말했던 대로 단순한 제압의 목적을 달성하기 최적화된 크기.
겨우 이런 상처로 죽었다고?
말이 안 되는 이야기였다. 프리무스가 저렇게 믿음이 안 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해도, 고대 제국 제일의 장인인 실론이 설계한 기계 기사였다. 절대 무능할 수 없는.
그렇다면 프리무스의 예측이 빗나갈 정도의 변수가 이 남자의 몸에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기이하게도 총상을 제외한 다른 외상은 단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다른 지병이 있었나? 아니, 지병이 있거나 건강에 이상이 있어 호흡이 이상하거나 했으면 프리무스가 사전에 알아챘을 터.
외부에서 관측했을 땐 문제가 없을 정도의 상태였지만 실제로는 자그마한 쇼크로도 죽을 정도로 쇠약해져 있었다는 건가.
말만 쉽지, 말이 안 되는 상태인데.
“프리무스.”
– 네…
풀 죽은 대답. 나는 대충 시체를 한 번 뒤집어 보며 말했다.
“아까 사방팔방으로 흩어졌으니까, 이 주변에 살아있는 놈이 몇 놈 더 있을지도 몰라. 한 번 살피고 와봐.”
– 알겠습니다! 이, 이번엔 반드시 방금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습니다! 이 못난 제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셔서 감사…
“자학은 거기까지만 하고. 이놈 죽은 거 전혀 신경 안 쓰니까 얼른 가봐.”
– 네!
쾅!!!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프리무스가 곧장 벽을 부수고 튀어 나갔다. 벽이 부서지며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먼지에 다들 켈록켈록 기침을 해댔다.
왜 굳이 벽 부수고 가냐고 지적하면 또 쭈굴쭈굴해지겠지.
실론이 만든 네 기사는 테르지오를 제외하면 전형적인 기사상과는 다들 조금 거리가 먼 성격이었다. 좋게 말하면 개성적인 거고, 나쁘게 말하면 편하게 다루기 조금 힘든 성격이었다.
그 실론부터가 톡톡 튀는 성격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성격들인 거겠지만.
나는 대충 한쪽 팔로 입과 코를 가리고 먼지가 가라앉길 기다렸다.
자욱했던 먼지가 조금씩 가라앉고, 가만히 있기도 뭐했던 우리는 강도들의 임시 거점을 이곳저곳 뒤져보기 시작했다.
“이거 완전 개털인데.”
생각해보니, 도시가 사라진 것도 그리 멀지 않은 최근인데 그 소식을 듣고 강도들을 모아서 여기에 자리를 잡는 시간을 고려하면 우리를 습격했던 게 이놈들의 첫 강도질일 가능성도 없잖아 있었다.
운이 더럽게 안 좋은 놈들인가.
내 주변에서 주변을 뒤지던 레페는 별다른 물건을 발견하지 못하자 오히려 얼굴이 조금씩 밝아졌다. 그녀는 슬쩍 내 눈치를 보다 말을 꺼냈다.
“이 사람들, 아직 제대로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는 거 같은데요.”
“그래서?”
레페는 내 눈을 슬쩍 피하고는 본심을 꺼냈다.
“만약에 그 방금 보냈던 프리무스 씨가 예비 강도를 살려서 데리고 온다면 죽이지 말고 다음 도시 경비대까지 살려서 데려간 다음 넘겨도 괜찮지 않을까요?”
“귀찮게 굳이? 다음 도시로 갈 때까지 누가 걔 돌볼 건데? 그냥 죽여서 곱게 보내주는 게 나아.”
“그러지말고요오! 제가, 제가 도망치지 않게 지켜볼게요! 밥도 제가 챙겨 주고요! 네에?”
무슨 죄수를 살려 데려가자는 걸, 마치 밥하고 똥은 자기가 치울 테니 개나 고양이 한 마리 키우자는 듯이 말하네.
보통 저런 말은 애완동물에 혹한 꼬맹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법이었고, 정작 키우기 시작하면 처음에만 잘 치우고 먹이지 결국은 자연스럽게 밥 먹이는 것도, 똥 치우는 것도 모두 부모의 몫이 되기 마련이었다.
“죄수가 남자라서 화장실 좀 쓰게 해달라고 너한테 조르면?”
“화살 겨눈 채로 멀리서 지켜볼게요.”
“걔가 소변보는 척하다가 갑자기 네 쪽으로 확 돌면? 그럼 너 깜짝 놀라서 놓치지 않을 자신 있어?”
“…남자면 화장실은 페르카한테 도와달라고 해볼게요.”
“하아.”
내가 한숨을 내뱉자, 레페의 얼굴이 더 환해졌다.
“허락하신 거죠?”
“이제 보니 진짜 머릿속이 꽃밭인 건 페르카가 아니라 너였구나. 알아서 해.”
“아자!”
내 허락이 떨어지자, 레페는 아주 폴짝폴짝 뛰며 좋아했다.
범죄자 하나 기르게 해준 게 저렇게도 기쁜가? 나로서는 이해가 안 가는데.
시야 한구석엔 언제 나타났는지 모를 붕대투성이 가짜 상투스가 레페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비록 얼굴이 보이지 않아 무슨 표정으로 레페를 바라보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풍기는 분위기로 보건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히 보였다.
아주아주 흐뭇한 눈빛으로 레페를 보고 있겠지. 상투스라면 당연히 그랬을…
무슨 등신 같은 생각이지? 저놈은 가짜인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뜨자, 상투스의 모습이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내가 헛것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페르카한테도 말하고 올게요! 연 씨가 허락해줬다고요!”
레페가 잽싸게 자리를 뜨자, 잠시 후 솜니아랑 페리토드(가명)이 터벅터벅 내게로 걸어왔다. 둘 다 별 재미를 못 본 표정이었고, 솜니아는 특히 여길 뒤지는 것 자체에 별 흥미가 없어 보였다.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해?”
“프리무스가 돌아올 때까지? 아마 곧 올 거 같은데.”
“…나 근데 다 들었어.”
“뭘?”
솜니아는 새하얀 눈으로 날 빤히 쳐다보았다.
“…죄수 살려서 다음 도시까지 데려가는 거 허락했다며.”
“그래서?”
“…가방 가득한 황금도 있는데, 굳이 짐덩이를 추가하는 것도 이해가 안 가는 데다 하필 그 추가될 짐덩이가 예비 범죄자라는 사실이 더 어이가 없어. 대체 왜 허락해준 거야?”
“자기가 밥도 주고, 화장실도 관리하겠다고 하니까. 알아서 해보라고 한 거지.”
솜니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녀는 날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점점 더 네가 뭘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 대체 왜 행동이 일관적이지 않은 거야?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애매한 태도를 고수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레페랑 페르카, 특히 저 둘한테 점점 더 물러지는 이유도 당최 모르겠고.”
날카로운 질문. 페리토드는 재밌는 것이라도 발견한 듯, 눈을 반짝이며 나와 솜니아의 대화를 지켜보았다.
왜 점점 무르게 구는가. 왜 해달라고 해주는가. 왜 이랬다저랬다 하는가.
하나같이 다 맞는 말이었다. 쓸데없이 눈치가 빠른 꼬맹이 같으니라고.
“사실, 내가 기껏 그어놓은 선 앞에서 도망쳤다가 돌아오길 쓸데없이 반복하는 중이거든.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민해. ‘넘을까? 말까? 할까? 말까? 진짜 해도 될까? 진짜 이러면 안 되는데.’하고 말이야.”
“…그럼 지금 당장 결정해. 고민이 쓸데없이 길어져 봤자, 지체된 시간만큼 후회만 늘어날 뿐이야.”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손을 뻗어 솜니아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솜니아는 갑자기 잡힌 들고양이처럼 내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버둥댔다.
“놔! 놔! 진짜 놔! 화내! 나 진짜 화내!”
겨우 내게서 벗어난 솜니아는 씩씩 숨을 내쉬며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면서 쏘아붙였다.
“…나는 강아지가 아냐. 그리고 빨리 결정이나 해. 바보같이 굴지 말고.”
“내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고민하는 건, 이미 그 답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야.”
그어놓은 선 앞에 서게 되는 기다려 마지않던 그 순간이 찾아온다면, 그때의 나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그 선을 넘어버리고 말겠지.
나는 나를 믿기에, 나를 믿어 의심치 않기에, 나로서 고민하는 것이었다.
이미 결과와 과정이 정해진 고민을.
모순적이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본디 얼마든지 모순적일 수 있는 것이니까.
천 번을, 아니 만 번을 흔들리더라도 이 마음이 꺾이지 않을 걸 알기에. 그렇기에 나는 내가 혐오스러웠다. 더 없이.
토할 거 같아.
나는 환히 웃으며 말했다. 크게 웃지 않으면 진짜 감정이 조금 새어 나올 거 같아서.
“이 시건방진 꼬맹이 같으니라고. 꽤 불쾌했지만, 의도는 좋았으니 나중에 간식 하나 더 주지.”
솜니아는 자그마한 손을 꽉 쥐며 말했다.
“…앗싸.”
***
쿵.
“아악!”
데굴데굴 구른 사내가 벽에 쿵하고 부딪혔다.
– 한 명은 생포해왔습니다! 주인님!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렸다.
“여러 명 잡았는데, 한 명만 데려온 것처럼 말하네?”
– 역시, 바로 알아채셨군요! 주변을 수색한 결과 일곱 명을 제압했습니다. 한 번에 다 데려오긴 불가능이라 판단해서 하나씩 간단하게 심문한 다음 이곳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지 아는 한 명만 데려왔습니다.
“안 데려온 녀석들은 어떻게 했는데?”
– 굳이 살려둘 이유가 없다고 판단. 전부 사살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레페의 얼굴이 어두워지자 프리무스의 청남빛 안광이 거칠게 떨렸다.
– …서, 설마 제가 또 멍청하게 실수를 한 걸까요? 주인님?
“아냐. 잘했어. 훌륭해.”
– 칭찬 감사합니다!
나는 프리무스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잡아 온 강도를 툭툭 발로 건드렸다.
“야.”
녀석은 내 눈을 힐긋 보곤 사시나무 떨듯 떨면서 대답했다.
“…네, 네!”
“뭘 봤는데? 아는 대로 말해봐.”
그는 빠르게 눈을 굴려 우리를 살펴보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 제가 마, 말하면 살려주시는지.”
“가까운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자수하시겠다면 살려드릴게요! 제가 보장해요!”
레페가 불쑥 끼어 들어오며 말했지만, 붙잡힌 강도는 떨면서 나와 프리무스의 눈치만을 볼 뿐이었다.
제법 눈치가 빠른 녀석인가.
“저 말 맞으니까. 빨리해. 귀찮게 하지 말고.”
“자수하겠습니다! 살려만 주신다면 자수 따위야 수백 번도 더 할 수 있습니다!”
“아니, 그거 말고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말이야.”
“아하.”
그는 빠르게 말을 이어나갔다.
“어, 어떻게 된 이야기냐면요… 제가 주제도 모르고 가, 감히 여, 여러분께 가, 강도질을 하려다가 도망치던 와중에…”
“그 부분은 빠르게 넘어가. 내 질문의 요지는 이거야.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여기 있던 다른 강도 놈들 다 어디 갔어?”
강도는 혀로 긴장으로 바싹 마른 입술을 핥고는 말했다.
“사, 사제들이 다 붙잡아갔습니다. 제가 멀리서 본 건 그게 답니다.”
“사제?”
사제들이라고?
“무슨 사제들?”
“그,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그럼 왜 사제라고 확신한 건데?”
“잡아가는 사람 중에 하, 하얀 사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몇 명 보여서요.”
하얗다고? 그럼 선신의 사제들일 가능성이 큰데.
일이 되게 귀찮게 굴러가네.
“걔네 어디로 갔어?”
“저, 저쪽 방향으로…”
그가 가리킨 방향은 우리가 가는 다음 도시가 있는 곳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나돌아다니는 선신의 사제들이라.
어찌 보면 잘된 일이기도 했고, 어찌 보면 잘못된 일이기도 했다. 특히나 페르카나 레페에겐.
그렇지만 내가 사제 놈들이 향한 곳으로 향해야 한다는 사실 하나만은 분명했다.
나는 턱짓으로 사로잡은 강도놈을 가리켰다.
“알아서 손 묶든지 해서 귀찮은 짓 못 하게 해놔.”
“네!”
레페가 기다렸다는 듯이 미리 꺼내든 밧줄을 들고서 강도를 이리저리 묶기 시작하고, 페르카가 곁을 지켰다.
나는 사제들이 향한 방향을 가만히 쳐다보았다.
또 도시 단위로 잔뜩 죽어 나갈지도 모르겠네.
꾹꾹.
누군가 내 옷깃을 잡아당겨 왔다. 고개를 돌리자 프리무스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내 옷깃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 저… 주인님. 심문은 다 끝나셨습니까?
“어. 왜?”
검푸른 기계 여기사는 잠깐 뜸을 들이고는 청남빛 안광을 빛내며 당당하게 말했다.
– 아까 해주신 칭찬! 조금만 더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딱 한 번만 더 해주셨으면 합니다! 치, 칭찬은 고래도 추, 춤추게 하는 법이니까요! 아, 혹시 고래가 뭔지는 아십니까? 엄청 큰 물고기입니다. 이게 또 그냥 평범한 물고기가 아니라 엄청 큰 포유류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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