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318)
318 화 등장.
등장.
여섯 개의 흑익이 어지러이 날면서 테스타의 사각을 점유해나갔다.
검은 금속질 유도 병기의 끝에서 푸른 빛이 맺히자 테스타는 급히 자리를 박차고 몸을 날렸다.
커다란 소음은 없었다. 그저 흑익에서 곧게 뻗어 나온 푸른 빛이 닿는 모든 걸 불사르며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걸 꿰뚫었을 뿐.
푸른 광선들의 세례 사이로 테스타는 절묘하게 몸을 날려 모든 사격을 피해냈다. 그러나 한 번의 공격을 피한 것만으로 어림도 없다는 듯이 여섯 흑익이 기묘한 궤도를 그려내며 테스타의 이동 경로에 푸른 광선의 세례를 퍼부어댔다.
당장 4개의 옥(玉)을 삼켰음에도 쉽게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이 상황이 테스타로서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웠다.
분명 저 날파리 같은 검은 금속 덩어리 하나하나는 자신보다 분명히 느렸으나 다른 금속 덩어리가 내뿜는 푸른 빛을 피해내다 보면 다른 금속 덩어리가 어느새 따라붙어 자신의 이동 경로를 방해하고 있었다.
절묘하게 얽혀들어 가는 연계 공격에 테스타는 마치 사냥꾼에게 쫓기는 사냥감이 된듯한 기분을 받았다.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가 더욱 진해졌다.
“좋습니다. 어디 한 번 제대로 놀아보죠!”
쾅!
내딛는 발에 힘을 실어 바닥을 찍자 부서진 바닥의 조각들이 비산하며 허공으로 튀어 오르고 테스타의 몸이 쑥하고 꺼졌다.
프리무스는 침착하게 주변을 살펴 상황을 파악했다.
지하. 당연하단 듯이 존재하고 있던 저택의 지하로 테스타가 이동한 것.
여기서 선택지는 둘로 나뉘었다.
자신 또한 테스타의 뒤를 쫓아 지하로 가는 것과 그가 다시 튀어나오길 기다리는 것.
굳이 직접 쫓아갈 이유가 있는가? 전혀 없었다.
그와의 전투에서 자신이 무엇보다 가장 집요하게 지켜야 할 것은 ‘간격’이었다. 이 거리를 좁혀내느냐, 좁혀내지 못하느냐가 이 승부의 향방을 가를 가장 중요한 지점.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생각은 전혀 없었다.
프리무스는 빠르게 흑익을 조종해 2개의 흑익을 테스타가 사라졌던 구멍 속으로 집어넣고 그대로 사격했다.
한 쌍의 푸른 빛이 어둑한 지하실들을 사방팔방 꿰뚫으며 훑어대자, 역시나 두더지처럼 숨어있던 테스타가 바닥을 부수며 튀어나왔다.
콰앙!!!
아까보다 훨씬 줄어든 거리. 역시나 그는 지하에 쥐새끼처럼 숨어서 몰래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프리무스는 지하에 집어넣었던 흑익 두 개를 호출하며 허공에 떠 있던 네 개의 흑익을 조종해 테스타를 향해 사격을 퍼부었다.
테스타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푸른 광선들을 피해내며 범인이 그려낼 수 없는 기이한 궤적을 그리면서 프리무스와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그야말로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육체적 능력의 표상.
테스타는 마치 관성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듯, 모든 걸 끝 간 데 없이 활성화한 육체 능력으로 찍어누르며 자신이 원하는 이동 경로를 개척해나갔다.
빠르게 좁혀지는 간격 속에서 프리무스는 지하에서 복귀한 두 개의 흑익을 다시 견제에 추가했다.
여섯 개의 흑익이 빠르게 허공을 날며 푸른 광선을 퍼붓자 아까보다 확연히 거리가 줄어드는 속도가 감소했다.
그러나 감소했다는 것뿐이지, 거리가 좁아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 좁아지는 간격 속에서 프리무스는 뒤로 물러나는 대신 흑익의 조종에만 충실했다.
끝 간 데 없이 거리를 좁히던 테스타는 마침내 프리무스와의 간격을 3보 이내로 줄여내는 데 성공했다.
딱 한 번만 자리를 박차면 닿을 수 있는 거리.
4옥(玉)을 집어삼킨 지금, 자신의 간격 속으로 저 검은 기계 기사를 집어넣기만 한다면 분명히 우세를 점할 수 있었다.
테스타의 오른발이 바닥에 닿던 그때.
바삐 날던 여섯 흑익이 마치 붙박이기라도 한 듯 허공에 정지했다. 프리무스의 푸른 안광이 격렬하게 빛나고, 그녀는 짧은 한마디를 내뱉었다.
– 계산은 이미 끝났다. 사제.
여섯 흑익이 테스타의 모든 이동 경로를 불사르며 푸른 광선을 내뿜었다. 테스타는 바닥을 디뎠던 오른발에 힘을 주며 자신의 앞에 있는 가느다란 빈틈을 향해 몸을 집어 던질 준비를 끝마쳤다.
여태 단 한 번도 프리무스의 곁을 떠난 없던 두 개의 흑익이 의도적으로 테스타를 몰아넣은 공간을 향해 제 아가리를 벌렸다.
테스타는 자신의 눈앞에 존재하는 두 개의 흑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는 시선을 움직여 프리무스를 바라보았다.
“계산 좋아하는 건 이미 대충 파악했습니다.”
그의 오른 다리의 근육들이 터질 듯이 팽팽해지며 자신의 한계까지 힘을 쥐어짜냈다.
4번째 옥(玉)을 먹은 뒤, 처음으로.
콰앙!!!
바닥이 부서지며 여태까지보다 한층 더 빠른 속도로 테스타의 몸이 튀어 나갔다. 프리무스의 계산을 뛰어넘은 그는 흑익이 채 광선을 토해내기도 전에 한 쌍의 흑익들을 쳐내고는 프리무스와의 간격을 완벽히 좁혀내는 데 성공했다.
프리무스는 코앞에서 주먹을 치켜든 사제를 보며 실소했다.
‘내가 계산을 통해 절묘한 한순간을 노린다는 걸 미리 파악하고 일부러 힘을 숨겨둔 채 움직여서 계산의 전제 자체가 잘못되게 만든 건가. 답지 않게 교활하군. 한 방 먹었어.’
테스타는 환히 웃으며 외쳤다.
“그 몸, 반드시 단단해야만 할 겁니다!”
그녀는 눈앞에서 주먹을 휘두르는 사제를 보며 답했다.
– 그거 아나? 난 단 한 번도 혼자였던 적이 없다. 너만이 혼자였지.
“…?”
푹.
테스타의 눈에 의문이 퍼져나가기 무섭게 무언가 그가 치켜들었던 팔을 꿰뚫었다. 빠르게 고개를 돌린 그가 확인한 건, 자신의 팔에 꽂힌 하나의 화살이었다.
“너! 딱 걸렸어!!!”
화끈한 열기가 피부에서 느껴지고, 뜨거운 마력의 불덩이가 그의 몸을 덮치며 폭발했다.
콰앙!
기껏 좁혔던 거리가 무색하게 테스타의 몸은 그대로 폭발에 휩쓸려 튕겨 나가 벽에 처박혔다. 제대로 한 방 먹이는 데 성공한 페리토드가 폴짝 뛰며 주먹을 허공에 붕붕 휘둘렀다.
“아주 그냥 우리를 개무시를 하더니 꼴이 좋네! 멍청아!”
그녀는 테스타를 향해 한마디를 쏟아붓고는 고개를 돌려 레페를 바라보았다. 다음 화살을 시위에 올리고 있는 레페를 향해 페리토드는 진심으로 궁금해서 물었다.
“너, 대체 어떻게 정확하게 맞춘 거야? 나야 어림짐작으로 대충 때려 박은 건데.”
테스타와 프리무스의 공방은 범인의 시선으로는 쫓을 수 없는 찰나의 간격 속에서 이루어졌다. 그 와중에 정확하게 테스타의 오른팔에 화살을 꽂는다는 것? 그건 아무나 해낼 수 없는 기예였다.
레페는 시위를 당기며 대답했다.
“보고 맞춘 거 아니에요. 제대로 주먹을 휘두르려면 그쯤 팔이 있겠다 싶어서 미리 쏴둔 거지.”
‘그게 그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페리토드의 머릿속에 들었지만, 굳이 따지고 들지 않았다. 당장은 훨씬 더 급한 게 있었으니까.
테스타가 처박히며 자욱하게 피어오른 먼지 구덩이 속에서 무언가 빠른 속도로 튀어나왔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페르카가 튀어 나가 검을 휘둘렀다.
까가가가각!
비스듬하게 휘둘러진 검면을 긁어내며 궤도가 비틀어진 돌멩이가 그대로 벽을 깨부수며 처박혔다.
‘무슨…’
정말 간신히 버텨냈지만, 하마터면 그대로 검을 놓칠 뻔했다.
단순히 궤도만을 바꿨을 뿐인데, 벌써 두 손이 얼얼했다. 살짝 축축해진 느낌으로 보건대 장갑 속 손바닥의 피부가 터져서 피가 흐른 게 분명했다.
“정말이지…”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테스타가 먼지 구덩이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자신의 팔에 박힌 화살을 뽑아 대충 바닥에 버렸다.
텅!
그 순간을 노리고 레페는 한껏 당겨뒀던 시위를 놓았다. 테스타는 귀찮다는 듯이 손가락으로 빛살같이 날아온 화살을 튕겨내고는 한숨을 내뱉었다.
“…불쾌하군요. 기껏 용써서 속여놨는데 말입니다.”
다 익어버린 그의 피부가 빠르게 원상태로 수복되어가고 화살에 꿰뚫렸던 상처도 아물었다.
그 재생 속에서 페르카는 하나의 변화를 깨달았다.
“…조금 늙었어?”
처음엔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던 테스타는 어느새 30대 초중반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워낙에 미묘한 차이라 자세히 살펴보지 않고는 파악하기 힘들 정도였지만.
– ‘가진 것 없는 자’들은 마냥 무한히 재생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딱 자신이 훔쳐서 보관해둔 만큼만 재생할 수 있지. 거기다 저들에게는 분명한 약점도 있지.
펼쳐진 여섯 흑익이 빠르게 움직여 허공을 선점했다.
– 육체 능력이 극적으로 상승할지언정, 육체의 강도 자체는 육체능력의 상승을 따라가지 못한다. 재생력은 강력하지만, 몸 자체는 물렁하기 그지없다는 이야기지. 정확한 순간을 노리기만 한다면 화살 같은 것에도 상처를 입을 정도로.
짝짝.
테스타는 손뼉을 치며 웃었다.
“아주 잘 아시는군요. 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하나 모르는 사실이 있으십니다. 제가 ‘왜?’ 갑자기 나이를 먹었을까요?”
페리토드가 피식 웃었다.
“그거야 내 화끈한 마법을…”
사제의 저의를 가장 먼저 깨달은 건 프리무스였다.
– 피해!!!
테스타의 신형이 전조도 없이 페리토드를 향해 쭈욱 늘어났다. 여태까지와 격이 다른 그 속도에 프리무스는 자신의 불길한 추측이 맞아 들었음을 확신했다.
저 사제, 먼지 구덩이 속에서 다섯 번째 옥(玉) 집어삼켰다.
지금 당장은 저 속도를 따라잡아 저지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대로 방치해두면 페리토드는 그대로 즉사하리라.
그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
저들을 지키란 것은 후계자님이 자신에게 내린 명령이었으니까.
결국, 프리무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했다.
테스타가 나아가는 경로에 자신의 몸을 비집어 넣었다.
사제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웃으며 주먹을 휘둘렀다.
콰앙!!!
처음으로 직격한 공격에 프리무스의 몸이 실 끊어진 인형처럼 바닥에 튕겨대며 날아 처박혔다.
프리무스의 시야가 붉게 물들며 온갖 손상을 알리는 경고음들이 울려 퍼졌다.
자신과 형제들의 몸은 ‘대부분’ 이모탈리움으로 만들어졌지만, 모든 것이 이모탈리움인 건 아니었다. 애초에 모든 것이 이모탈리움이라면 그저 금속 덩어리에 불과했을 테니.
그녀는 기지에 있는 넷째를 호출하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답은 없었다.
아무래도 과도한 충격에 통신 장치가 고장이라도 난듯했다.
설마 5옥(玉)까지 사용할 수 있는 사제였을 줄이야. 그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4번 장비가 아니라 다른 장비까지 같이 사용했을 텐데.
최대한 화력을 절제한 소규모 교전으로 조용히 처리하던 게 제일 큰 실수였다.
그러나 실수야 만회하면 될 뿐.
프리무스는 붉게 물든 시야의 경고들을 모조리 꺼버렸다.
비척대며 일어난 그녀를 테스타는 정중하게 기다렸다. 그에겐 그럴 수 있을 만큼 여유가 있었으니. 테스타는 자신을 겨냥하는 레페와 페리토드를 향해 말했다.
“한 번만 더 방해하면, 당신들을 먼저 정리하겠습니다. 부디 멍청한 선택을 하지 말아주셨으면 하는군요. 저쪽 금속기사분도 그걸 원하실 테고 말이죠.”
– 끼어들지 마십시오.
겨우 일어선 그녀를 향해 여덟 흑익이 모여들었다. 프리무스의 전신이 수천 조각들로 갈라지고, 그에 응하듯 여덟 흑익 또한 수백 조각으로 나뉘어 프리무스의 몸에 달라붙어 뒤섞여나갔다.
4번 무장 흑익을 모조리 흡수한 그녀의 몸에서 푸른 망토가 떨어져 나가고 진짜 새카만 금속 날개가 자라났다. 외형조차 말끔한 기사의 그것에서 어딘지 모르게 장갑이 덕지덕지 추가된 형태로 변이했다.
프리무스의 푸른 안광이 어두운 푸른 빛을 토해내고, 2형태로 변한 그녀가 아까보다 훨씬 흉폭해진 목소리로 선언했다.
– 지금부터 갈기갈기 찢어서 쳐 죽여버릴 거니까.
활짝 펼쳐진 진짜 검은 금속 날개 마디마디에서 푸른 광구가 맺혔다.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테스타의 신형이 잔상을 남기며 프리무스를 향해 쭈욱 늘어졌다.
푸른 광구들은 이전처럼 광선으로 뻗어 나가지 않았다. 그것들은 허공에 둥실 떠오르더니 홀로 빛을 내뿜으며 폭발했다.
연쇄하는 빛들의 폭발.
정확하고 정교한 사격 따윈 없었다. 그저 테스타가 존재할 수 있는 모든 공간에 작렬하는 폭발만이 있을 뿐.
공간 자체를 터뜨리는 폭발이 휘몰아치는 와중에도 프리무스는 지극히 멀쩡했다.
이모탈리움이라는 육체의 강점을 이용한 전방위 폭격. 찰나 간 몰아친 연쇄적인 폭발들이 자취를 감추자 팔다리가 날아가 버린 채 몸뚱이만 남은 사제가 바닥을 굴러 프리무스의 앞에 떨어졌다.
현상을 왜곡하듯 빠르게 재생하는 몸뚱이. 프리무스는 그 광경을 내려다보며 자신의 금속 날개로 사제의 몸을 찍어누르고 그의 몸속에 다시 한번 소규모 폭발을 일으켰다.
재생하던 육체의 일부가 터져나가고, 다시금 급격한 재생이 이뤄진다.
쿵! 쿵! 쿵! 쿵!
– 감히! 내! 완벽한! 일 처리를! 방해해?!
프리무스는 벌레 잡듯이 자신의 금속 날개로 테스타의 몸뚱이를 찍어누르고 터뜨렸다.
– 너 때문에 내 일 처리에 오점이 생겨버렸어! 이런 식으로 멍청하게 승리한 걸 아시면 주인님께서 내게 얼마나 실망하실까! 나는 반드시 아름답고 정교하게 이겼어야만 했는데! 그랬다면 주인님의 일행분들이 그 이야기를 주인님께 잔뜩 신나서 들려드렸을 테고! 나는 또 칭찬받았겠지! 내 자그마한 바람을! 이런 식으로 망가뜨리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어! 너, 너 때문에 또 버림받으면! 내가 또 버림받게 되면 너는 그걸 어떻게 책임질 생각이야!
쾅! 쾅! 쾅! 쾅!
일방적인 공격이 이어질수록 채 한마디조차 내뱉지 못하고 있는 테스타의 얼굴이 점점 늙어갔다.
– 죽어! 죽어! 죽어! 죽…
한 소년이 천장을 뚫고 떨어져 내렸다.
텅!
간단한 손 휘두름에 기계적으로 내려치던 금속 날개 한 짝이 연결부위가 뜯겨나가며 허공으로 치솟았다. 이어진 짧은 공격에 오른팔의 이음매가 부하를 못 이기고 뜯겨나가며 바닥에 처박혔다.
맨손으로 프리무스의 몸을 뜯어내 버린 소년 사제는 몸을 낮춰 이젠 재생조차 못 한 채 늙어버린 테스타의 뺨을 매만졌다.
생기를 잃어버렸던 새하얀 머리칼이 제 색을 되찾고 테스타의 몸뚱이가 빠르게 복구되어갔다.
그 현상을 보고 프리무스는 눈앞의 소년이 사도(使徒)란 사실을 깨달았다.
‘가진 것 없는 자들’에게 본디 자신이 빼앗은 생명력을 타인에게 넘겨주는 권능 따윈 없었다. 일반 사제들의 권능 범위를 넘어선 기적. 그것을 행할 수 있는 존재는 사도(使徒)뿐.
소년은 테스타가 재생을 끝낸 것을 확인하고는 주변을 한 번 둘러보곤 프리무스를 향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테스타를 이렇게 만든 건 당신인가요?”
프리무스는 대답 대신 페리토드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
– 당장! 도망쳐! 사도(使徒)는 내가 저지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일행이 굳어있자 소년이 멋쩍게 웃었다.
“도망치시는 건 조금 곤란한데요.”
– 도망치라고!
프리무스는 문답무용으로 남은 한쪽 날개에서 광구를 발사하려 했다. 날개의 마디들에서 빛나는 푸른 구슬이 채 맺히기도 전에 어느새 나타난 소년의 발길질에 하나 남은 날개마저 뜯겨 허공으로 치솟았다. 채 완성되지 못한 푸른 광구들이 바스러지며 허공으로 흩어졌다.
소년은 자그맣게 감탄했다.
“정말 단단하시네요. 이게 그 이모탈리움인가 그거죠?”
– 제길!
프리무스는 하나 남은 팔을 재빨리 변형해 소년을 조준했다. 소년은 그저 한쪽 손을 내밀어 프리무스의 총구를 덮었다.
타앙!!!
잠깐의 충격. 탄환은 소년의 손아귀를 뚫지 못한 채 바닥으로 우수수 떨어졌다.
어느새 소년의 등 뒤엔 소년이 사도임을 증명하는 빛나는 헤일로가 나타나 있었다.
필멸자의 모든 물리적 공격을 부정하는 신성한 증표가.
소년은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이야기를 좀…”
푹.
어디선가 날아온 검이 사도가 내밀고 있던 팔을 꿰뚫었다. 소년 사도가 자신의 상처에 놀라고 있을 때, 레페 일행이 있던 자리의 바닥이 폭발하며 금속질의 거대한 무언가가 나타났다.
양어깨에서 뻗어 나온 여섯 개의 팔과 거대한 몸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은 네 개의 금속다리. 짙은 회색빛 동체 곳곳에선 녹색 빛이 발광해댔다. 연녹빛으로 발광하는 안광을 보며 프리무스가 환히 웃었다.
– 콰르트!
바닥을 뚫으며 나타난 네 번째 기사, 콰르트는 대답하지 않았다. 입을 연 건 그의 등에 매달려있던 솜니아였다.
“…솜니아. 완전 멋지게 극적으로 등장.”
그러나 소년 사도의 시선은 바닥 뚫고 나타난 거대한 금속기사에게 향하지 않았다. 소년은 고개를 들어 저택의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사도의 권능을 발현했음에도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자를.
녹색 무늬가 들어간 새카만 가면을 쓴 연은 천장에 뚫린 구멍에 앉아 발을 까딱이며 사도를 향해 가면 뒤에서 웃으며 말했다.
“애들 싸움에 어른이 끼어들어서 애를 패면 안 되지.”
툭.
천장에서 떨어져 내려 착지한 연이 어디서 주워왔는지조차 모를 평범한 검을 꺼내 들었다. 연은 양 날개와 한쪽 팔이 뜯겨나간 프리무스를 힐긋 본 다음 소년 사도를 향해 다시 웃었다.
“감히 우리 집 애를 패? 넌 아주 죽었어. 사도 꼬맹아. 나는 애, 어른 안 가리고 다 패는 아주 질 나쁜 어른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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