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350)
350
드디어 등장.
세 몸뚱이?
– 그 아 아 아 아 아 앗 ? !
부패의 거인이 당황하든 말든, 콰르트는 녹색 안광을 흩뿌리며 은빛으로 빛나는 거대한 주먹을 바닥에 쓰러지고 있는 거대한 거인의 얼굴에 박아넣었다. 금속 주먹에 무슨 폭탄이라도 달아둔 건지, 콰르트의 주먹이 거대한 거인의 얼굴에 처박힐 때마다 주변을 쩌렁쩌렁 울려대는 폭음과 머리카락이 살짝 나부낄 정도의 공기의 파동이 격렬하게 퍼져나갔다.
“꺄아아아아아아악!!!”
음침한 인상의 여인은 최고의 걸작이라던 자신의 거인이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하자, 마치 자기가 맞기라도 하는 듯 하늘이 떠나가라 비명을 내질렀다.
그 옆에서 생으로 비명을 듣고 있던 시스테르나는 눈살을 찡그리더니 자신의 귀를 틀어막았다.
나는 지체 없이 그 틈을 노리고 파고들었다.
그러나 내가 채 절망을 내뽑기도 전, 시스테르나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양 귀를 틀어막은 채 무척이나 친근한 미소를 지으며 권능을 발했다.
모랫빛 헤일로가 반짝인다.
물컹.
분명 더없이 단단했을 터인 대지가 물렁해진다. 마치 수렁과도 같이. 지지대를 잃은 육체를 물렁해진 대지가 붙잡고 늘어지자 나는 제 속도를 잃고서 바닥을 박차고 뛰어오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대지를 수렁으로 만드는 저 권능, 검사들에겐 치명적으로 위협적인 권능이었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앗 ! ! !
내 몸이 허공으로 뛰어오르자 잠깐 할 일을 잃고서 방황하던 부패의 거인이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뻗어 새로운 지지대가 되어주었다. 나는 작게 고개를 꾸벅여 부패의 거인에게 감사를 표하곤 저 밑에서 여전히 피투성이인 채로 생글생글 웃고 있는 시스테르나를 노려보았다.
시스테르나는 내 눈빛을 전혀 피하지 않고서 말했다.
“진짜 한 번만 봐주라? 응? 다음엔 절대 안 도망치고 끝까지 싸워줄게? 응응?”
주륵.
그녀의 머리칼 사이로 피 한 줄기가 이마를 따라 흘러내린다. 하긴, 거의 반죽음 상태까지 갔었는데 무슨 수를 써서 회복시킨 건지는 몰라도 원래부터 재생능력이 없던 저 여자가 단번에 뚝딱 완벽하게 고쳐졌을 리가 없지.
나는 대답 대신 부패의 거인과 짧게 눈빛을 교환했다.
대지가 내 지지대가 되어주지 못하면 어떠한가? 나는 지금 막 그것보다 훨씬 더 든든한 지지대를 불러냈는데.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앗 ! ! !
쩌렁쩌렁한 포효와 함께 부패의 거인이 시스테르나를 향해 나를 집어던졌다. 나는 내가 직접 대지를 박찼을 때보다도 훨씬 빠르게 총탄처럼 시스테르나를 향해 쏘아졌다.
세찬 공기의 저항이 내 얼굴을 때려대고, 귓가가 멍해질 정도로 공기 찢어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하지만 외부의 조건이 어떠하든 나는 침착하게 내 할 일을 할 뿐.
절망을 빼 들고서 베기 위한 자세를 취한다. 기계적으로 몸을 움직이면서도 단 한 순간도 시스테르나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녀가 땅속으로 꺼지거나 하면 또 새로운 방법을 갈구해야 했으니.
다시 한번 절망의 푸른 궤적이 대지에 내려꽂혔다.
땅속으로 비겁하게 도망칠 거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시스테르나는 도망치지도, 그렇다고 피하지도 않았다.
“꺄아아아아아악!!!”
그저 혼자 비명을 내지르고 있던 음침한 인상의 여인을 집어 들고서 방패처럼 내 앞으로 내밀었을 뿐.
덕분에 너무나도 쉽게 손끝에서 느껴졌다. 정확하게 살을 가르는 익숙한 그 느낌이.
비명만을 질러대던 음침한 여인의 머리가 허공으로 떠오르고, 익숙한 수렁이 내 발을 붙잡고 늘어졌다. 나는 다시 한번 자리를 박차고 뛰어오르려 했으나, 발을 붙잡고 늘어지는 수렁이 아까보다도 더 끈덕지게 날 물고 늘어지는 통에 발목까지 대지에 붙잡히고 말았다.
뚝.
비명이 그쳤다. 그도 그럴 게 소리를 내 줄 몸을 잃어버렸으니, 바닥을 구르는 머리가 더 이상 비명을 지를 수 없게 됐기에.
시스테르나는 마치 쓰레기를 버리듯 머리 잃은 여인의 몸뚱이를 바닥에 버리더니 나를 향해 또 한 번 시원스레 웃었다.
“이야. 이제야 좀 조용하네. 그치?”
대지는 내 발목을 붙잡고 늘어지는 데서 멈추고는 굳이 더 깊게 날 빨아들이지 않았다. 나는 눈을 한 바퀴 데굴 굴리고는 입을 열었다.
“무슨 의도야?”
동료를 방패로 쓰다니. 적어도 그럴 성격으로는 안 보였는데 말이지. 나 혼자만의 인상이긴 했지만.
모랫빛 두 눈이 마치 사막의 모래 알갱이들처럼 반짝였다. 시스테르나는 선명한 모랫빛 헤일로를 띄운 채 별거 아니라는 듯이 답했다.
“보는 대로지 뭐. 얘는 사람들 가지고 노는 데 너무 진심이라서 조금 제대로 쓴맛을 보여줘야 진짜 움직일 생각을 하거든.”
“그게 무슨 뜻…”
콰아아아앙!!!
지축을 울리는 굉음과 함께 거대한 은빛 동체가 튕겨 나가 바닥을 굴러 저 멀리에 처박힌다. 콰르트가 허공을 날아 저 멀리 처박히는 모습을 보고서 다시 고개를 돌리니 바닥에서 상반신만 튀어나왔던 거대한 거인이 쉼 없이 일렁이는 검은 문양으로 뒤덮여있는 것이 보였다.
거인의 머리 한가운데가 쩌억 벌어지고, 그곳에서 새카만 무언가가 이쪽을 향해 뛰어 내려왔다.
얼굴은 방금 머리가 잘린 음침한 인상의 여인과 거의 똑같았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거기에다 여인의 몸부터가 정상이 아니었다.
대체 얼마나 개조해댄 것인지 거대하다 못해 과할 정도로 비대한 양팔. 단순하게 사람의 팔이 커진 모습이 아니라 온갖 짐승과 인간의 팔들이 서로 실처럼 얽혀서 한 쌍의 팔을 구성하고 있었다.
그녀는 새카맣다 못해 죽어가는 눈빛으로 날 힐긋 쳐다보고는 이내 시스테르나를 노려보며 누구보다 빠르게 입을 열었다.
“기껏살려놨더니막내한테무슨짓이야이빌어처먹을후레자식년아!!!”
그녀는 시스테르나를 향해 숨도 안 쉬고 쏘아붙여 댔지만 시스테르나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한 귀로 그 말들을 흘려들으며 대꾸했다.
“막내는 무슨 막내. 너희 셋 다 동일 인물인 걸 내가 뻔히 다 아는데. 그 역할 놀이는 이쯤 접어두고 빨리빨리 실력 좀 보여줘. 쟤는 네가 장난쳐도 될 정도로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무슨헛소리야우리세자매는진짜자매라고동일인물이아니라!!!”
목 날아간 녀석은 말을 더듬어서 사람 답답하게 하더니 뒤이어 나타난 건 숨도 안 쉬고 급하게 말해대네.
그래도 듣는 입장에선 차라리 빠르게 말하는 게 나았지만.
그나저나 ‘세 자매’인 거면 적어도 하나가 아직 더 있다는 건데. 본인을 셋으로 나눠둔 건가. 하나가 말을 더듬고, 하나가 말을 쏘아붙이는 거면, 마지막 쪽이 그나마 말을 제일 정상적으로 할 확률이 높겠네.
나는 슬쩍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기왕 부를 거 마지막 한 명도 그냥 바로 나와주면 안 될까? 기껏 하나 더 죽였는데 또 나오면 살짝 김새거든.”
“닥쳐끼어들지마이막내의원수자식아!!!”
잔뜩 화가 난 여인은 이내 나뿐만이 아니라 뒤에서 괴물들과 싸우는 병사들마저 거슬렸는지 주변을 훑어보곤 잔뜩 화난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다뒤져.”
그 한마디와 함께 벌어진 현상에 나는 작게 놀라고 말았다.
양팔이 비대한 여인의 머리 뒤로 탁한 헤일로가 떠올랐다.
아니, 거기서 그쳤다면 내가 놀랄 일은 없었겠지.
첫 헤일로를 시작으로 잘려 나가 바닥을 나뒹굴고 있던 머리, 가장 가까운 괴물의 머리, 그리고 또 그 괴물과 가장 가까운 괴물의 머리 뒤로.
마치 도미노가 쓰러지듯 탁한 헤일로가 파도처럼 빠르게 번져나가 모든 괴물의 머리 뒤에서 일제히 피어올랐다.
무수히 많은 헤일로의 향연. 난생처음 보는 막대한 헤일로의 숫자에 나는 나도 모르게 그 광경이 조금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말았다.
“어?”
“이게 무슨?!”
“아아아아악!!!”
뒤이어 들려오는 병사들의 비명이 이 현상 자체가 단순한 눈요깃거리가 아님을 내게 일깨웠다.
정신을 차리니 아까까지만 해도 비등비등하게 유지되던 전선이 쏟아지는 비명들과 함께 일제히 밀려나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아무리 탁해도 헤일로는 헤일로.
신성과 마력, 이 두 가지 요소를 제외한 모든 것에 대한 피해를 배제하는 그 권능이 깃들어있었다.
병사들의 날카롭게 벼려진 세속의 무기들로는 헤일로를 띄운 괴물들에게 아무런 피해를 줄 수가 없었다.
살아 움직이는 무적이 된 괴물들이 일방적으로 병사들을 도륙한다. 나는 이내 저 사이에 있을 페르카와 레페에게로 생각이 뻗쳤다.
나는 재빠르게 부패의 거인을 향해 소리쳤다.
“저쪽을 부탁합니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앗 ! ! !
부패의 거인이 내게 대답하며 자리를 박차던 그때.
막대한 마력의 파동이 마치 헤일로들에 응답하듯 일제히 퍼져나갔다. 그리고 그 중심엔 여태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이제야 나타난 붉은 로브의 사내가 서 있었다.
‘보랏빛 지네 켄티페스’.
연옥 속에 처박혀있다 아득한 세월을 건너 다시 이 땅에 떨어진 마법사는 마치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이 하늘로 떠올라 허공을 향해 양팔을 내밀었다.
그러자 주변을 향해 퍼져 들었던 막대한 마력의 파동이 일제히 그의 손끝으로 모여들어 환히 타올랐다.
선명한 보랏빛 태양의 모습으로.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인공 태양을 쳐다보며 천천히 눈을 감고 무어라 짧게 중얼거렸다.
그러자 보랏빛 태양은 수천 갈래의 마력의 가닥을 내뻗어 병사들을 감싸기 시작했다.
밀려나던 전선이 그 기세를 잃고 멈춘다.
선명한 보랏빛 마력이 수천이 넘는 무구들을 감싸고 마력을 머금은 무기들이 탁한 헤일로 하나로 제 몸을 지키고 있던 괴물들의 몸을 다시금 베어대기 시작했다.
마력.
헤일로의 권능을 마력이 침범하며 전선은 다시금 일방적인 학살에서 선명한 살육전으로 변화했다.
아니,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보랏빛 태양에서 쏘아져 나온 강렬한 마력의 광선 한 줄기가 그대로 양팔이 비대한 여인의 몸뚱이 위로 꽂혔다.
콰아아아앙!!!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거대한 두 손 중 한 손이 그 열기로 타닥타닥 타들어 가며 노릿한 고기 냄새를 풍겼다.
안 그래도 화나 있던 여인의 얼굴이 더 없이 일그러지며 무어라 알아듣기 힘든 저주 섞인 말들을 쉼 없이 뱉어댔다.
이내 그녀는 당장에 자리를 박차고서 자신의 권능에 대항하는 보랏빛 태양이 있는 곳으로 자리를 박차고 뛰어올랐다.
아니, 뛰어오르려 했다.
“너, 내가 여기 있다는 걸 아주 잊어먹고 있는데. 진짜 너무 고맙네.”
앞으로 쏠린 머리를 푸른 선이 다시 한번 지나쳐간다. 또 한 번 손끝에서 살을 베어내는 촉감이 느껴지고 잔뜩 화난 여인의 머리가 바닥을 데구르르 구르며 떨어졌다.
바닥을 깨부수고 튀어나오느라 잠깐 썼던 부패의 문이 사그라들고, 나는 절망에 묻은 검은 피를 대충 털어냈다.
콰직.
마침 내 앞으로 머리가 굴러왔기에 나는 발로 밟아 여인의 머리를 터뜨려보았다. 분명 방금까지도 머리 뒤에 헤일로가 있었음에도 뭉개진 머리에선 사리 조각 하나 나오지 않았다.
다행히 저 괴물들 머리를 전부 하나씩 쪼개서 사리 가루들 모아야 할 일은 없겠네.
나는 여전히 여유로운 시스테르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이제 제일 맏언니가 나올 차례인가?”
“원래는 그런데…”
시스테르나는 뒤를 힐긋 보더니 나를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부탁 하나만 할게.”
“또 무슨 부탁.”
“너, 도망쳐주면 안 돼?”
“왜?”
“나는 여기서 네가 죽길 바라지 않거든. 다음에 나랑 또 한 판 해야지.”
별 시답잖은 소리를.
“누누이 말했지만 다음은 없…”
내가 채 말을 하기도 전에 소리가 얼어붙었다. 분명 말을 제대로 끝맺었음에도 그 말이 전해지지 않았다.
‘도망쳐.’라는 입 모양.
그 입 모양과 함께 시스테르나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내게 두 번 죽은 그 여자 대신, 마치 살아 움직이는 얼음 같은 분위기가 사내가 거인의 머리를 통해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얼어붙고 있는 공기와 그의 뒤통수에서 빛나는 새하얀 헤일로를 보자마자 깨달았다.
저자가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