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52)
52 화 탈출…?
탈출···?
왜애애애애애앵!
거칠게 회전하는 톱날이 한 남자의 목을 파고들었다. 찢겨나간 살점들이 튀어 올랐다. 이모탈리움 톱날은 인간의 뼈마저도 살을 갈라내듯 부드럽게 갈아버렸다.
“파고들어! 당황하지 말고 파고들어!!! 적은 하나다!!!”
일부러 작위적인 연출을 통해 만들어낸 분위기가 조금씩 반전되기 시작했다.
이건 그다지 좋지 못한데.
반짝이는 검날. 그 검날이 아직 도살자를 빼내지 못한 내 옆구리를 향해 파고들었다. 도살자를 쥔 손에 힘을 더했다.
왜애애애애앵!
시체째로 갈라버린 도살자가 튀어나와 내 옆구리를 파고들던 추격자의 몸을 통째로 갈라버렸다. 반으로 갈라진 몸뚱이가 힘없이 바닥 위를 나뒹굴었다.
하지만 그 틈을 노리고 또 하나의 공격이 날카롭게 뻗어왔다. 도살자로 튕겨내기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빈 왼손을 뻗어 옆구리를 파고드는 검날을 붙잡았다. 잘 갈린 검날이 내 손바닥을 파고들었다.
피가. 내 피가 처음으로 흘렀다.
“마르낙 사제님!!!”
내 피를 본 다키아가 비명을 질렀다. 나는 그 비명이 채 멎기도 전에 오른손에 쥔 도살자를 쳐올렸다.
왜애애애애애앵!!!
굶주린 금속 날들이 게걸스럽게 적의 목을 탐했다. 순식간에 잘려나간 머리. 나는 그 머리를 발로 뭉개며 왼손에 쥔 검을 그대로 내던졌다.
푹!
졸지에 검 손잡이가 머리에 꽂힌 사내의 몸이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나는 피가 흐르는 왼손을 대충 털어냈다. 이 정도 상처쯤이야 조금만 싸우다 보면 충분히 아물었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일 대 다수의 싸움에선 분위기를 휘어잡아만 했다. 저들이 감히 내게 대적할 생각을 못 하도록.
“제가 아까 말씀드렸지 않았습니까? 당신들 같은 쥐새끼들이 몇 모인다고 절 막을 수는 없습니다.”
“공격해라!!!”
불행히도 적들은 생각보다 잘 훈련된 이들이었다.
말 몇 마디로 흔들리지는 않는다는 건가.
“전부 죽어!!!”
내 뒤에서 뾰족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거칠게 요동치는 마력의 유동. 다키아의 손끝에서 튀어나온 불길이 거칠게 복도를 휩쓸었다.
“당장 저거 막아!!!”
“비켜!!!”
맞대응하듯이 터져 나오는 마력의 일렁임. 마력으로 뭉쳐낸 물 덩어리가 다키아의 불길을 집어삼켰다.
적에게도 마법사가 있었다.
지켜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검 하나를 재빨리 주워들고서 자리를 박찼다.
마력으로 일어난 물과 불이 거칠게 충돌하고 있는 그 충돌 지점을 몸으로 뚫었다. 불길이 내 피부를 지져댔다. 왼팔을 한계까지 팽팽히 끌어당겼다. 응축된 힘이 당장에라도 놓아달라고 아우성댔다.
불길을 뚫고 튀어나온 나를 보며 적들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미친!!!”
그들이 경악하든 말든 나와는 상관없었다. 나는 마력의 중심에 서 있는 여인의 존재를 확인하고는 잡아당기던 힘을 터뜨렸다.
퍽!
폭발적인 속도로 날아간 검이 적 마법사의 머리를 뭉개버렸다. 다키아의 불길을 저지하던 물들이 사라지자 작열하는 불꽃이 복도를 휩쓸었다.
“끄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악!!!”
살이 타들어 가는 매캐한 내음이 잔뜩 풍겨왔다. 불길에 휩쓸린 건 나 또한 마찬가지.
불길이 살을 지져대는 고통이 뇌를 울려댔다. 나는 고통 속에서 묵묵히 내 할 일을 했다. 불길 속에서 도살자가 다시 한 번 비명성을 터뜨렸다.
왜애애애애애앵!!!
“아아아아아아악!!!”
휘두르고 또 휘두른다. 나는 적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틈을 이용해서 도살자를 거침없이 휘둘러댔다. 잘 익어가는 인간의 신체 부위들이 잘려나가며 여기저기 튕겨댔다.
뒤에서 당황한 다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불타는 내 모습을 보고 당황한 듯했다.
“마르낙 사제님!!! 제가 다, 당장 불을 끌···.”
“그대로! 그대로 계속 불을 뿜으십시오!!! 저는 괜찮습니다!”
나는 일렁이는 불길 속에서 끊임없이 타오르며 날뛰었다. 내 몸은 재생과 붕괴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끄아아아아아악!!!”
“사, 살려줘!!! 살려줘!!! 제발 살려줘!!!”
“아파!!! 너무 아파!!!”
하지만 적들은 오롯이 타오르기만 했다. 그들에겐 재생능력이 없었기에. 나는 그들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어서 감히 반항할 생각조차 못 하는 그들을 무참히 학살했다.
도살자가 걸신들린 듯이 날뛰며 닿는 모든 것들을 갈아 마셨다.
내 재생 속도가 불길에 의한 붕괴를 따라잡기 힘들어 질 때쯤. 불길이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다키아가 빠르게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르낙 사제님!!!”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녀가 내 얼굴을 붙잡고 울먹였다.
“괘, 괜찮으세요? 지금 얼굴이 완전 엉망이에요! 마르낙 사제님이 시킨다고 하고 보는 게 아니었어요! 많이 아프죠? 네?”
‘살해!!!’
너 때문에 마르낙이 이 개고생을 하는 거 아니냐는 따끔한 꾸중과 함께 어머니가 거침없이 버둥댔다. 나는 날뛰는 어머니를 토닥여 주며 빙그레 웃기 위해 노력했다.
푹 익어버린 얼굴 피부가 일그러지며 자그마한 미소를 겨우겨우 만들어냈다.
“조금 있으면 괜찮아집니다. 몽땅 타버린 머리카락도 몇 시간이면 날 거고요.”
머리를 만지자 다 타버린 머리카락들이 모조리 바스러졌다. 이제부터 잠깐 대머리인가.
황금빛 눈동자를 따라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미안함이 한가득 담긴 눈물들.
“그래도 아프셨죠?”
죽을 만치 아팠다. 지금도 굉장히 아려오고. 머리는 휑했으며 새살이 돋는 간지러움 또한 격렬했다. 사실대로 말했다간 저 펑펑 터져 나오는 눈물이 한 바가지는 더 흘러 나올 게 분명해 도저히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그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충분히 견딜만했습니다. 그러니 그만 우시지요. 그나저나 공녀님은 어디 다치신 데 없으십니까?”
다키아는 눈물을 잽싸게 훔치고는 고개를 저었다. 방금까지 펑펑 운 탓에 그녀의 목소리는 살짝 코맹맹이 소리가 났다.
“저는 엄서요…”
“그럼 일단 여기서 탈출부터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언제 무너진 벽을 뚫고 적들이 쫓아올지 모르니까요.”
“옝…”
우리는 익어버린 시체 더미를 짓밟으며 내달렸다.
“끄으으으…”
가장 외곽에 하반신만 푹 익은 사내가 양손으로 바닥을 기어 도망치고 있었다. 이내 우리 둘의 존재를 확인한 그가 애절한 목소리로 외쳤다.
“사, 살려주십시오! 제발 살려주십시오!!! 지, 집에 저만 바라보는 가족들이 있…”
“한 번 검을 빼 든 이상, 그 결심의 책임을 지세요. 구차하게 빌지 말고.”
“제, 제ㅂ···.”
서걱.
새하얀 뼈로 이루어진 검이 남자의 목을 날려버렸다.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낸 다키아가 차가운 눈빛으로 시체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는 나를 바라보았다.
“제가 잘한 걸까요?”
“방금 하신 결정의 선악 문제를 물으신 거라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하겠습니다. 다만.”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저 남자가 여태 자신 앞에서 빌어온 이들에게 딱히 자비를 베풀며 살아왔을 것 같지는 않군요.”
그녀는 한결 편해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얼른 이 지긋지긋한 투기장부터 탈출해요! 진짜 한동안 투기장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할 거예요! 진짜!”
“동감입니다.”
***
콰득.
또 하나의 악신의 숭배자의 머리통이 물어뜯겼다. 이빨 달린 촉수는 와그작거리는 소리를 내며 게걸스럽게 인간의 머리를 집어삼켰다.
버둥대는 호기심이 나긋한 미소를 지었다.
“남은 건 너 하나네?”
권능까지 펑펑 써대며 악마를 저지했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위협을 오랜 세월 동안 대비해온 악마에겐 역부족이었다.
여태까지 침착하게 상황을 지휘하던 탈란은 침음성을 내뱉었다.
“지독하군. 지독하리만치 강해. 대체 얼마나 오랜 세월을 살아온 거지?”
악마가 빙의한 육신의 가치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가치가 점점 늘어났다. 막 빙의한 초기엔 몸의 내장을 모조리 바쳐야 할 수 있을 일도 몇백 년 묵은 육체의 경우엔 자그마한 손가락 하나로 메꿀 수 있을 정도로.
버둥대는 호기심은 그저 조용히 탈란의 눈을 마주 보았다.
도저히 밑바닥이 보이지 심연. 탈란은 그 심연을 악마의 눈에서 보았다.
악마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어차피 가는 길에 특별히 대답해줄게. 내가 언제부터 이 몸으로 살아왔느냐고?”
잠깐 키득키득 웃은 악마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는 첫 번째 ‘부패의 아들’이 만들어지기도 전부터 이 몸으로 살아왔어.”
“그게 무슨 뜻이지?”
“한 번 대답해줬으니, 이젠 네가 내 질문에 대답해줄 차례야.”
악마는 하얀 손가락을 뻗어 탈란의 머리를 가리켰다.
“너 대체 머릿속에 뭘 넣고 다니는 거야? 응? 누덕누덕 기워 넣은 게 딱 ‘기워붙이는 바늘’ 솜씬데. 너 ‘기워붙이는 바늘’을 모시는 사제구나? 어서 대답해줘. 나도 하나 대답해 줬잖아.”
“대답해.”
“대답해.”
“대답해.”
악마의 등 뒤에서 뻗어나온 촉수들이 일제히 같은 말을 하며 칭얼대기 시작했다. 그 기묘한 화음은 살아있는 지성체의 내면을 긁어대는 무언가가 꾹꾹 눌러 담겨 있었다.
도주조차 불가능. 탈란은 마음을 굳혔다.
“‘기워붙이는 바늘’이시여!”
탈란의 머릿속에서 막대한 양의 신성이 쏟아져나왔다. 신성으로 이루어진 투명한 실과 바늘들이 바닥에 죽어 나자빠진 악신의 숭배자들의 몸을 기워 탈란의 몸에 덕지덕지 꿰어 붙였다.
버둥대는 호기심은 그 무방비한 합체를 막지 않았다. 그저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했다.
“신기한 기술을 쓰네. 모시는 신의 일부를 이 땅에 끌어 내린 건가? 요즘 애들도 참 열심히 사는구나? 아!”
탁하고 손바닥을 내려친 버둥대는 호기심이 씨익 웃었다.
“너희들이 대체 왜 부패의 신성이 봉인된 성물을 모으는지 대충 알겠네!”
열댓 명의 인간을 기워 붙인 괴물이 대지를 버티고 섰다. 악마는 활짝 웃으며 외쳤다.
“너희들 ‘신’의 일부를 이 땅에 떨어뜨릴 생각이구나! 오랜 세월 유지해온 천상의 균형을 무너뜨릴 생각인 거야! 안 그래? ‘기워붙이는 바늘’?”
아주 잠시 지상에 떨어진 신성이 괴물의 입을 빌려 노성을 내뱉었다.
– 닥 쳐 라! 악 마! 이 기 생 충 같 은 것 아!
버둥대는 호기심이 키득키득 웃었다.
“의도를 파악 당하면 화부터 내는 건 여전하구나? 옛날에는 이렇게까지 예의가 없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 악 마 의 껍 데 기 를 죽 여 라! 나 의 바 늘 아!
인간을 꿰어 만든 괴물 몸에 달린 십수 개의 입이 동시에 대답했다.
“예. 나의 신이시여.”
“예. 나의 신이시여.”
“예. 나의 신이시여.”
“예. 나의 신이시여.”
“예. 나의 신이시여.”
괴물의 신실한 대답과 함께 두 자릿수의 권능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
탈출구를 빠져나온 나와 다키아를 반긴 건, 탈출구에서 대기하던 수십 명의 추격자들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추격자들의 시체더미였다.
“커억!”
서걱.
마지막 생존자의 머리가 떨어졌다. 검에 묻은 피를 가볍게 털어낸 푸른 머리 여인의 시선이 막 탈출구를 빠져나온 나와 다키아에게로 향했다.
‘살햇!!!!!!’
당장 도망치라는 비명. 하지만 시리도록 푸른 눈동자에는 이미 내 얼굴이 담긴 뒤였다.
젠장.
쾅!
여인은 아무 말 없이 검을 치켜들고 내게 달려들었다. 나는 다급하게 도살자의 시동을 켜며 소리쳤다.
“다키아! 절대 아무것도 하지 마십시오!!!”
왜애애애애애앵!!!
도살자는 항상 그래왔듯이 내 부름에 답하듯 거친 비명성을 토해냈다.
한참 멀리 떨어져 있던 푸른 머리 여인은 어느새 내 코앞까지 다가와 거침없이 검을 휘둘렀다. 나는 이를 악물고 도살자를 내려쳤다.
까앙!
인간의 육신이 낼 수 있는 힘을 아득히 초월한 힘. 그 힘이 여인의 검에 담겨 있었다. 단 일 합을 버티지 못하고 나는 도살자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왜애애애애앵!!!
튕겨 나간 도살자가 허공에서 애탄 목소리로 울부짖었다.
빡!
걷어차인 내 몸이 바닥을 굴렀다. 어느새 날 따라잡은 푸른 머리 여인이 거침없이 검을 아래로 내려찍었다.
푹.
시리도록 푸른 검날이 내 귓가를 스치며 바닥에 파고들었다. 여인은 내 가슴을 짓밟고서 나직이 말했다.
“검술 실력은 하나도 나아진 게 없고. 네 힘만 믿고 날뛰는 천치인 것도 여전해.”
“힘만 믿고 날뛰는 건 본인도 마찬가지시지 않습니까?”
성화교의 푸른 불꽃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연(緣)아. 내 하나뿐인 제자야. 내가 힘 조절을 하면 네가 날 이길 수 있을 거 같으니?”
나는 침묵했다. 저 말은 사실이었으니까.
“대답 안 하니?”
나의 검술 스승, 프리디야가 내 가슴을 꾹 짓누르며 말했다.
“이 하늘 같은 스승님의 뒤통수를 치고 도망친 배은망덕한 제자야?”
나는 약간의 억울함 담아 소리쳤다.
“맨날 개같이 굴리면서 벨 수 있을 때 베라고 한 건 스승님이 아니십니까!”
스승님이 두 눈을 가늘게 뜨고서 날 빤히 바라봤다.
“검으로 벨 수 있을 때 베라고 했지. 내가 잠깐 외출 나간 사이에 성물고(聖物庫) 열쇠를 훔쳐서 성물을 가지고 달아나란 이야기는 아니었다만?”
“그것도 굳이 따지자면 큰 의미에서 빈틈을 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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