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58)
58 화 નુલુગ.
નુલુગ.
어둑한 통로를 비추는 불빛. 휘둘러진 단검의 검날에 일렁이는 불빛들이 비쳤다.
채앵!
“씨발!”
나직한 욕설과 함께, 일레흐의 동부지부장 힐덴은 자신의 목을 노리고 달려드는 단검을 쳐냈다. 현장에서 물러난 지 벌써 오 년은 넘은 몸뚱이가 삐걱댔다. 하지만 자신을 죽이기 위해 찾아온 암살자정도는 이 삐걱대는 몸뚱이로도 충분히 상대해줄 수 있었다.
그도 이 바닥에서 닳고 닳은 인간이었기에.
“뒈져!!!”
푹!
힐덴이 휘두른 단검이 암살자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그는 습관적으로 힘을 줘서 가슴에 박아넣은 단검을 반 바퀴 회전시키고서 빼냈다. 힐덴은 오랜만에 느끼는 전투의 열기로 정신이 멍했다.
자신이 승리했다는 것을 깨달은 힐덴이 양손을 번쩍 들었다.
“그래, 시발! 아직 나 안 죽었네! 이 동부지부장 힐덴은 아직 안 죽었다고!!! 이딴 암살자들쯤이야 백 명이 오든 천 명이 오든 모조리 상대해주마!!! 흐하하하!!!”
광소하는 힐덴의 주변에는 바닥에 쓰러진 시체가 셋이나 누워있었다. 흥분이 가시자 그의 이성이 현실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굉장히 갑작스러웠다. 그냥 갑자기 문을 부수고 들어온 이 암살자들은 자신을 배신자라고 지칭하며 달려들었다.
힐덴은 뒷세계에서 자신을 여태 살아남게 해준 비상한 눈치로 단박에 상황을 파악해냈다.
‘안 그래도 살짝 불안하더라니, 그 도마뱀 왕자 놈이 의뢰한 일이 완전 좆돼버렸구나! 그래서 자취를 감추고 숨기 전, 마지막 보복으로 나랑 그 도마뱀 왕자를 공격한 거고. 그렇다면 지금 그 도마뱀 왕자 놈도 공격을 받았을 터. 나한테 세 명이나 암살자를 붙일 정도면 그 도마뱀 왕자 놈한테는 몇 명이나 붙였을지 상상도 안 가네.’
잽싸게 판단을 끝낸 힐덴이 자리를 박차고 부서진 문밖으로 뛰쳐나갔다.
‘도마뱀 왕자 놈이 위험해! 얼른 구하러 가야···.`
그는 뛰쳐나가다 말고 복도 한가운데에 우뚝 멈춰섰다.
“아니, 내가 대체 왜 걔를 구하러 가야 하지? 그놈이 뭐가 예쁘다고.”
그때, 일련의 무리가 복도 한복판에 우두커니 서 있는 힐덴을 발견해냈다.
“저기 힐덴 놈이 아직 살아있다!!!”
“이 시발 본부에 똥을 던진 저 개새끼가 살아있다!!! 당장 죽여버려!!!”
힐덴은 사방팔방에서 들려오는 외침에 의뢰가 좆되어 버린 것처럼 자신도 좆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씨, 씨발!!! 나 힐덴 아냐!!! 그냥 힐덴이랑 조금 닮게 생긴 거라고!!!”
격렬한 자기 부정. 하지만 당연히 그 누구도 힐덴의 구라에 속지 않았다.
“힐덴 새끼가 헛소리를 한다!!! 저 새끼 혀도 뽑아버려!!!”
“와아아아아아!!!”
앞뒤로 밀려오는 인간의 무리에 힐덴은 잽싸게 튀어나왔던 방으로 다시 뛰어들어갔다.
“힐덴! 이 새끼! 숨어도 아무 소용 없다! 여기는 지하니까 도망칠 창문도 없… 컥!”
문옆에서 대기하던 힐덴이 단검으로 처음으로 들어온 놈의 목을 쑤셨다. 단검이 빠져나온 자리에서 피가 철철 쏟아졌다. 힐덴은 죽어가는 사내를 걷어차며 소리쳤다.
“씨, 씨발!!! 나 혼자 안 가!!! 절대 혼자 안 가니까!!! 다 드루와! 드루와! 이 새끼들아!!!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본부의 요원들이 방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힐덴은 격렬히 저항했지만, 그의 몸 위로 선명한 상처들이 새겨지기 시작했다.
죽음의 위기에서 힐덴은 곰 같은 마누라를 떠올렸다. 결혼 전에는 여우였는데, 결혼하고 나서 살이 팍팍 찌더니 완전 곰이 되어버린 마누라를. 그는 마누라를 떠올리며 이를 악물었다.
“으아아아아아!!! 제발 곰 같은 힘이여 솟아라!!! 시발!!! 누구든 나 좀 구해줘!!! 제발!!! 진짜 제발 좀!!! 누구라도 날 좀 구해주면 내가 엉덩이에 뽀뽀까지 해줄 수 있어!!! 진짜로!!!”
그때, 복도를 타고 시끄러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끄아아아악!”
“미, 미친!!!”
콰앙!
돌로 된 벽이 부서지며 한 남자가 걸어들어왔다. 남자의 전신을 타고 피가 뚝뚝 흘러내렸다. 전부 타인의 것인 피가.
전신 피부 위로 선명하게 돋아난 샛노란 비늘과 날카롭게 돋아난 손톱. 파충류의 그것처럼 갈라진 두 눈.
반룡화(反龍化)를 한 용왕국의 삼 왕자 바티스 드라코의 등장. 그의 등장을 확인한 힐덴의 두 눈은 그 어느 때보다도 뜨거운 희망으로 불타올랐다.
“서, 설마 저 구해주러 오신 겁니까?”
“죽어라!!! 이 빌어먹을 도마뱀 새끼야!!!”
퍽!
빛살같이 뻗어 나간 바티스 드라코의 주먹이 달려드는 남자의 머리통을 터뜨렸다. 그는 짜증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주변을 훑어 보고는 피로 흠뻑 젖은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겼다.
“그럼 내가 여기 놀러 왔겠냐? 닥치고 내 뒤에 따라붙기나 해. 얼른.”
“예, 옙!”
힐덴은 활짝 웃으면서 재빨리 바티스에게로 달려나갔다.
‘도마뱀 새끼라고 부른 거 전부 다 취소다! 진짜!!! 용왕국 왕자님 만세!!!’
사실, 따지고 보면 바티스 드라코가 이번 일의 원흉이었지만 목숨이 경각에 달했던 힐덴은 거기까지 생각할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저 자신을 구하러 온 왕자님이 진짜 너무 반가웠을 뿐.
“딱 달라붙어. 막는 놈들은 내가 직접 다 쳐 죽이면서 빠르게 빠져나갈 생각이니까.”
“예!!! 바티스 왕자님!!!”
힘찬 대답에 바티스는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서 말했다.
“혹시 너, 나중에 내 엉덩이에 네 더러운 입을 맞추려고 하면 아주 너도 뒤질 줄 알아.”
***
나는 멍한 눈으로 도살자의 검신 위로 반짝이는 고대어를 바라보았다.
도살자에 이런 기능이 있었다니?
“그런데 이렇게 글씨가 반짝이는 것 말고도 또 다른 기능이 숨겨져 있습니까?”
버둥대는 호기심은 도살자를 천천히 한 번 훑어보고는 내게 건네주며 대답했다.
“나는 잘 몰라. 하지만 내 사랑스러운 딸의 성격상, 자기 다른 작품들이랑 연동되게 만들어놨을 수는 있어. 내 딸이 워낙에 ‘변신’이나 ‘합체’ 같은 걸 좋아해서 말이야.”
나는 받아든 도살자를 두 칸짜리 인벤토리 속에 집어넣었다.
문득,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따님분이 만들어 준 것들은 소중히 보관하고 있으시면서 제 검을 탐내시지는 않는군요.”
악마는 빙그레 웃었다.
“그거야 당연하지. 네가 말했듯이 내가 소중히 여기는 건 내 딸이 내게 ‘선물’한 것들이니까. 다른 것들은 내 딸이 누군가가 사용해주길 바라면서 만든 것이니, 그걸 내가 억지로 수집해봤자 나는 아까워서 쓰지도 못하고 창고에 처박아둘 텐데, 그건 내 사랑스러운 딸이 바랬던 바가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걸.”
쿡쿡.
텅 비어 있는 쿠키 그릇. 마침내 모든 쿠키를 도살해버린 어머니가 버둥대는 호기심의 턱을 손가락으로 꾹꾹 찔렀다.
‘살해…?’
“혹시 이 과자 더 없느냐고 물어보십니다.”
“그래?”
악마는 싱긋 웃고서 어머니의 눈높이에서 손가락을 뻗어 부엌 한구석을 가리켰다.
“저기 저 서랍을 열면 안에 쿠키가 가득 들어있거든? 빈 그릇 들고 가서 먹고 싶은 대로 마음 껏 퍼와도 괜찮아!”
어머니는 악마의 얼굴을 살짝 흘겨보았다.
‘살해…’
‘감히 날 애취급하다니…’라고 중얼거린 어머니는 구시렁대면서도 빈 그릇을 챙겨 들고는 악마의 무릎 위에서 폴짝 뛰어내려서 빈 그릇에 다시 과자를 채우러 떠났다.
악마는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싱글벙글 웃었다.
“진짜 귀여워. 그치?”
“저희 어머니가 귀여우시긴 하죠.”
“그런데 이거 내가 너한테 어떻게 감사를 표해야 할지 모르겠네?”
버둥대는 호기심은 잔뜩 늘어놓은 물건들을 상자 모양 성물 안에 차곡차곡 집어넣으면서 고민했다.
악마의 두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부패의 어머니 몰래 우리 한 번 할까? 내가 진짜 완전 대접해줄게. 찐하게.”
“마음만 감사히 받고 단호하게 거절하겠습니다. 어머니 앞에서 그 제안은 절대 꺼내지 말아 주십시오. 또 한바탕 시끄러워질 테니까요.”
내 거절에 버둥대는 호기심을 손가락을 펼쳐 자신의 입술을 매만졌다. 촉촉해 보이는 그녀의 입술이 고운 손가락을 따라 살짝살짝 모양을 달리했다.
“그래? 아쉽네. 저번에는 장난이었지만 이번에는 약간 진심이었는데 말이지. 으음, 마음 바뀌면 나중에라도 말해줘. 나는 괜찮으니까.”
요망하네. 굉장히.
나는 마음속에 절로 피어나는 심마(心魔)를 재빨리 베어냈다.
악마는 여전히 입술을 비쭉 내밀고 고민했다.
“그럼 뭐로 보상해주면 좋을까… 으음, 내가 챙겨둔 것 중에 너한테 내줄만한 게 있던가…?”
탁.
수북이 쌓여있는 과자의 탑. 그야말로 욕심이 그득그득 담겨 있는 과자의 산과 함께 어머니가 돌아왔다. 수북한 그릇을 탁 하고 탁자 위에 올려놓은 어머니는 자연스럽게 악마의 무릎 위에 앉으려다 말고 흠칫 멈춰 섰다.
‘살해…!’
굳이 악마의 무릎 위에 다시 앉아야 할 필요가 없다는 중대한 사실을 깨달은 어머니는 의자 하나를 빼서 냉큼 그 위에 앉아 과자들을 집어서 입안에 꾹꾹 밀어 넣어 꼭꼭 씹어먹기 시작했다.
악마는 빈 찻잔에 다시 차를 한가득 채워서 어머니의 앞에 놓아주고서 고민을 계속했다.
“마음 같아선 내가 널 따라다니면서 조금 도움을 줄까도 생각해봤는데, 내가 전투는 그다지 즐기지 않아서 말이야. 딱 봐도, 아니 딱히 보지 않아도 부패의 아들인 네 여행길은 분명 그 길 위에 진한 피의 강이 흐를 게 뻔하니까.”
악마의 고민을 들은 어머니가 볼이 빵빵해진 채로 소리쳤다.
‘살해!’
나는 피식 웃고는 악마에게 어머니의 말을 전했다.
“고마우면 이 과자만큼 수북한 금화로 보답해달라십니다.”
악마는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는 키득키득 웃었다.
“우리 부패의 어머니는 아주 현실적이어서 좋네. 마음에 들어. 그런데 나도 앞으로 돈 쓸 일이 잔뜩 밀려 있어서 돈으로 주기는 조금 그렇네? 반쯤 무너진 지하투기장 건물을 어떻게 뒤처리할지도 생각해봐야 하고, 이 망가진 한쪽 눈도 고치는 데 돈푼 꽤나 써야 할 테고 말이야.”
버둥대는 호기심은 재잘재잘 떠들면서 은근슬쩍 어머니의 머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찰싹!
악마의 무례한 손짓은 분노한 어머니의 솜사탕만큼 매서운 손바닥 공격에 저지당했다. 그녀는 얻어맞은 손등을 매만지며 웃었다.
“거기에다 쓰면 사라지고 말 돈을 은인들에게 주는 건 내 방식이 아니거든. 뭔가 좀 더 기억에 남을 특별한 걸 주고 싶단 말이지. 진짜 마땅한게… 아!”
혼자 손뼉을 친 악마가 잔뜩 가려웠던 게 해결된 것만 같이 행복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여기 잠깐만 있어 봐. 마침 줄 만한 게 있을지도 몰라.”
벌떡 일어난 버둥대는 호기심이 성큼성큼 걸어서 어디론가 떠났다. 어머니는 악마가 떠난 걸 전혀 신경 쓰지도 않은 채 과자들을 무참히 해치워나갔다.
그 모습이 퍽 귀여워 나는 장난스럽게 말을 붙였다.
“그렇게 맛있으십니까?”
‘살해!!!’
완전 너무 맛있다는 대답. 냉큼 찻잔을 든 어머니가 차를 후루룩 마셨다. 나는 과자로 빵빵한 볼을 오물오물 씹어먹는 어머니를 보며 찻잔에 다시 차를 채워주었다. 비록 나는 맛을 느끼지 못하게 됐지만, 어머니의 행복한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이 과자의 맛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먹는 걸 좋아하시는 줄 알았으면 진작에 맛있는 것들을 사서 잔뜩 먹여드리는 건데.
불법 투기장에서 딴 돈 덕분에 주머니도 나름 든든해졌으니 앞으로 비싸고 맛있는 것들을 잔뜩 사 먹여드리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살해.’
나직한 부름. 나는 빙그레 웃으며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왜 부르십니까?”
어머니는 잽싸게 주변을 살피고는 악마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 그 누구보다도 은밀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어차피 악마가 보는 앞에서 말해도 안 들릴 텐데도 불구하고.
‘살해살해.’
아까 부엌 서랍을 열어보니까, 이 과자가 서랍 한가득 들어있더라는 말. 어머니는 조심스럽게 본심을 드러냈다.
‘살해…?’
나중에 떠날 때, 악마한테 말해서 과자 좀 싸달라고 해주면 안 되겠느냐는 귀여운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따로 한번 말해보겠습니다.”
‘살해!’
그제야 어머니는 만족스럽게 웃고는 과자들을 다시 볼 안으로 꾹꾹 밀어 넣기 시작했다. 나는 오독오독 과자 씹어먹는 소리만 들려오는 평온한 한 때를 차분하게 즐겼다.
잠시 후, 돌아온 버둥대는 호기심의 손에는 자그마한 물건 하나가 들려있었다. 그녀는 내게 그 물건을 내밀면서 활짝 웃었다.
“이거 마땅한 사람이 오면 적당한 값을 주고 팔려고 보관해뒀다 마땅한 사람이 안 나타나서 파는 걸 깜빡한 건데, 그냥 너한테 줄게. 이 정도면 너한테 충분한 보상이 될 거 같거든.”
나는 악마가 건넨 ‘열쇠’를 받아들었다. 바로 고대제국 유적의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를. 나는 이 ‘열쇠’의 의미를 당장에 알아챘다.
“설마 따님분의 다른 ‘작품’이 있는 유적입니까?”
버둥대는 호기심의 두 눈이 부드럽게 휘어졌다. 그녀의 눈물점이 살랑댔다.
“역시 눈치가 빨라서 좋네. 근데 나도 유적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는 잘 모르거든? 그래도 괜찮아?”
여태 도살자가 얼마나 활약해줬는지를 생각하면 절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악마를 향해 빙그레 웃었다.
“정말이지 딱 마음에 드는 보상입니다. 벌써 잔뜩 기대가 될 정도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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