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63)
63 화 유적 진입.
유적 진입.
너희는 누구냐는 붉은 머리 외뿔족 여인의 물음에 나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저 여인이 누구든 간에 여기 엎어져 있는 마법사보다는 말이 잘 통하겠지.
나는 내 로브를 슬쩍 들추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저는 유지의 여신을 모시는 마르낙이라고 합니다. 이쪽에 계신 분은 미소공의 따님이신, 다키아 이르멜 공녀님이시고요.”
다키아의 이름을 꺼낸 이상, 저쪽이 제대로 된 조직이라면 자신의 정체를 불 수밖에 없겠지.
“이르멜…?”
잠깐 눈을 크게 떴던 붉은 머리 외뿔족 여인은 대충 한 갈래로 틀어 묶은 자신의 머리를 벅벅 긁고는 다키아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십니까? 공녀님. 저는 왕립 발굴단의 단장직을 맡고있는 포소리나라고 합니다. 만나 뵙게 되어서 정말 영광입니다.”
다키아는 포소리나의 인사에 고개를 꾸벅 숙여서 답했다.
“아, 네. 안녕하세요.”
포소리나는 나와 다키아를 천천히 훑어보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데 대체 두 분은 어떻게 알고 여길 찾아오신 겁니까? 이곳에서 발굴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 극비사항일 텐데요. 그리고 트란, 저 등신 새끼는 또 왜 저기 나자빠져 있는 겁니까?”
왕립 발굴단이면 적어도 여기 북부 왕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곳이니만큼 조금 믿어봄직 하겠네. 문제는 내가 발굴단에 존재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지만.
일단 대답이 우선이었다.
“일단, 저기 누워있는 마법사분은 제가 기절시켰습니다.”
내 대답에 다키아를 바라보고 있던 포소리나가 고개를 돌려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사제님이요?”
“예.”
“그런데 왜 기절시킨 겁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조금 말이 안 통하시는 분이어서 다른 분을 불러달라고 했더니 너무 흥분하시길래 자칫하면 싸움이 벌어질 거 같아서 잠깐 재워뒀습니다.”
혹시 자신의 부하를 멋대로 기절시킨 것에 대한 책임을 물어올까 싶어서 걱정했지만, 포소리나의 반응이 내 걱정을 무색하게 했다.
“하긴, 저 꼴통 새끼가 조금 말이 안 통하기는 하죠. 무슨 상황이 벌어졌던 건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사제님.”
포소리나는 발끝으로 쓰러져 있는 마법사, 트란을 툭툭 차며 한탄했다.
“진짜 이 새끼는 마법사만 아니었어도 진작에 묵사발 내서 잘라버리는 건데.”
떨어지던 비가 그쳤다. 천천히 제 모습을 드러내는 해를 보며 포소리나가 인상을 찌푸렸다.
“비가 벌써 그쳐? 아, 이러면 물이 부족한데.”
포소리나의 말을 들은 다키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제가 조금 더 물을 만들어 드릴까요?”
다키아의 권유에 포소리나가 반색했다.
“그래 주실 수 있겠습니까?”
“아, 네. 딱히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요.”
“감사합니다! 야! 전부 다 물통 들고 이리로 튀어와!!!”
“예!”
“예!”
포소리나의 외침과 함께 꾀죄죄한 복장의 발굴단원들이 분주하게 빈 물통을 옮겨오기 시작했다. 다키아가 손을 내밀고 고대어를 중얼거리자 대기 중의 마력이 그녀에게 호응해 물로 변화했다.
“물이다!!!”
저마다 큰 물통을 하나씩 안아 든 발굴단원들이 허공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를 이용해서 열심히 물을 받았다.
포소리나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채워져 가는 물통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문득 든 의문을 꺼냈다.
“그런데 물이라면 여기 드러누워 있는 마법사분한테 부탁해서 만들어달라고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포소리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서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하아,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 꼴통 새끼는 물 만드는 마법을 잘 못 써서요.”
하긴, 대부분의 마법사는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적성에 맞는 마법에 특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에 따라 심한 경우, 커가면서 적성에 맞지 않는 마법을 아예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마법사들도 있었다. 저기 쓰러져 있는 트란이 바로 그 경우인 듯했고.
반면에 다키아는 신기하게도 어렸을 때 의식적으로 마법을 사용하지 않음으로 특정 마법에 특화되는 과정을 겪지 않아서 인지는 몰라도 여러 계통의 마법을 잘만 쓰고 다녔다. 물론, 지금 끼고 있는 고대 유물 반지를 벗으면 마력을 제대로 통제하질 못했지만.
“혹시 질문 하나 해도 괜찮겠습니까?”
내 물음에 포소리나가 나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사제님께서 제 질문에 먼저 답해주신다면 저도 대답해드리겠습니다.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는 법이니까요.”
“알겠습니다. 어서 먼저 물어보시길.”
선홍빛 눈동자가 내 모습을 찬찬히 훑었다.
“여긴 대체 어떻게 찾아내신 겁니까?”
그녀의 질문에 나는 주변에 모여든 사람을 훑어보았다. 저마다 연장과 무기를 들고 있긴 하지만 전문적인 집단 전투 교육을 받은 자들로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이들이 욕심을 부려오더라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사실, 저희는 ‘열쇠’에 적힌 좌표를 따라 이곳에 온 것입니다.”
“예? ‘열쇠’에 적힌 좌표요?”
“예.”
포소리나가 두 눈을 반짝이며 내 손을 덥석 붙잡아왔다.
“호, 혹시 그 유적. 저도 들어가 볼 수 있을까요?”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건 조금 곤란할 것 같습니다.”
내 거절에도 불구하고 포소리나의 두 눈은 여전히 반짝반짝 빛났다.
“제 말은 처음부터 같이 들어가게 해달라는 게 아닙니다. 저는 두 분께서 필요한 물건을 다 챙겨 나오신 다음에 ‘열쇠’로 다시 한 번 절 데리고 그 안을 구경시켜주실 수 있느냐는 겁니다!”
우리가 물건을 다 챙기고 나온 다음에? 그 정도라면야 충분히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었다. 나와 다키아가 유적을 빠져나올 때 필연적으로 이 장소로 나올 확률이 무척 높았기에 이 포소리나라는 발굴단장과 우호적인 관계를 조성해두는 건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내 수락에 포소리나는 연식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흥분을 감추질 못하는 그녀를 겨우 진정시키고 말을 꺼냈다.
“이제 제가 질문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예, 얼마든지 하십시오. 제가 아는 선에서 전부 대답해드리겠습니다!”
내가 포소리나와 떠드는 와중에도 다키아는 열심히 물을 여기저기 뿌려대고 있었다. 발굴단원들은 연신 다키아를 찬양하며 물통을 채우고 있었고.
나는 다시 시선을 포소리나에게로 향했다.
“저는 사실 왕립 발굴단이라는 단어를 오늘 처음 들어봤습니다. 혹시 존재부터가 비밀인 조직인 겁니까?”
내 물음에 포소리나가 어색하게 웃으며 또 자신의 뒷머리를 긁적였다.
“저희 업무가 극비리에 이루어지긴 하지만, 아마 사제님께서 저희 존재를 모르셨던 건 저희 왕립발굴단의 규모가 너무 작아서 일 겁니다. 여기 이곳에 있는 이들이 왕립 발굴단의 전부거든요.”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전부라고? 아무리 넉넉히 잡아도 채 쉰 명이 안 되는 인원들인데?
“사람이 너무 적은 게 아닙니까? 제 생각엔 발굴이 원활하게 진행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데요.”
“사제님 말씀이 맞습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건 어쩔 수 없는 문제입니다. 저희 왕립 발굴단은 그다지 돈을 잘 벌어오는 조직은 아니거든요. 아, 고마워.”
포소리나는 발굴단원이 건네는 작은 물통을 받아들고는 벌컥벌컥 들이마셔서 목을 축였다. 순식간에 물통을 비운 그녀가 상큼한 미소를 지었다.
“크으. 진짜 시원하네요! 그런데 제가 어디까지 이야기했습니까?”
“왕립발굴단은 돈을 잘 못 벌어온다고 하셨습니다.”
“아! 거기까지 이야기했군요! 사제님, 사제님은 혹시 고대제국의 유적에 대해 잘 아시는 편입니까?”
나는 어깨를 으쓱이고서 대답했다.
“잘 알지는 못하고, 그저 남들 아는 정도만 압니다.”
“그렇습니까?”
포소리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을 이어나갔다.
“고대제국의 유적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뉩니다. ‘열쇠’를 통해서 갈 수 있는 공간 속에 잠들어 있는 고대제국의 유적과 땅에 잠들어 있는 유적으로요. 저희 발굴단은 그중 후자에 속한 유적들을 발굴해내는 것을 목적으로 움직입니다.”
돈이 안 될만하네.
‘열쇠’를 통해서 갈 수 있는 공간 사이에 잠든 유적과 달리, 땅속에 잠들어 있는 유적들은 보전상태가 완전 엉망이었다. 오랜 세월을 겪은 탓에 풍화되고 무너져내린 유적들을 설령 발굴해낸다고 해도, 세월 탓에 정작 중요한 고대제국의 유물이 하나도 없는 경우가 허다했다.
게다가 ‘열쇠’만 있다면 완벽하게 보존된 고대제국의 유적을 얼마든지 관찰할 수 있기에 지하에 묻힌 고대제국의 유적들을 발굴해내는 건 무가치하다고 여겨졌다. 뭐, 나름의 학술적 가치는 인정받고 있겠지만.
“대충 무슨 뜻인지 이해했습니다.”
“역시 사제님께선 명석하신 분이시군요!”
나는 거대한 동굴을 보며 물었다.
“그럼 이곳 지하에 고대제국의 유적이 잠들어 있는 겁니까?”
포소리나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습니다. 그것도 꽤 보존이 잘 됐을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사항은 기밀이라 전부 얘기해드리지 못하지만요.”
“그럼 제게 ‘열쇠’를 통해서 갈 수 있는 유적을 구경시켜달라는 건, 이곳에서 발굴될 유적과 어떤 관계가 있을지 알아볼 필요를 느끼셔서 그런 거군요.”
그녀는 또 내 손을 덥썩 붙잡아왔다.
“예. 맞습니다. 그러니 꼭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진짜 사제님과 공녀님께서 얻은 유물에는 털끝만치도 욕심을 보이지 않을 테니, 유적의 공략이 끝나시거든 유적 안쪽 구경을 시켜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내며 빙그레 웃었다.
“대신, 아마 저희가 유적에서 나왔을 때 무척 피곤한 상태일 테니, 그때 쉴 곳을 좀 제공해주셨으면 합니다.”
포소리나가 활짝 웃었다. 참으로 건강한 미소였다.
“그 정도야 얼마든지 제공해드릴 수 있죠! 무사히 돌아오시길 바라겠습니다.”
***
“그럼 열게요!”
“예.”
다키아가 열쇠 위에 적힌 고대어를 중얼거리며 허공에 열쇠를 밀어 넣자 공간이 일그러지며 유적으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드디어 들어가나.
나는 왕립 발굴단의 사람들이 지켜보는 와중, 망설임 없이 발을 집어넣어 유적 안으로 진입했다. 잠시 후, 다키아가 가볍게 걸어 유적 안으로 따라 들어왔다.
‘열쇠’가 넘어오자 열렸던 유적의 ‘문’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로써 이곳은 밖과 완전히 단절된 공간이 되었다.
“와아! 여기 진짜 예뻐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고대제국의 유적에 들어온 다키아는 잔뜩 신이 나서 여기저기 둘러보느라 바빴다.
우리를 반기는 유적의 모습은 저번에 내가 도살자를 얻었던 유적의 모습과 무척이나 흡사했다.
깔끔하게 정돈된 길. 그리고 그 길의 끝에 지어진 거대한 건축물.
저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는 해야만 할 일이 있었다. 나는 품속에서 버둥대는 호기심에게 받은 성물을 꺼냈다.
낡은 귀걸이 모양의 성물.
‘살해!’
성물을 본 어머니가 ‘드디어!’라는 외침을 내질렀다. 나는 두 눈을 감고 성물의 봉인을 풀어냈다. 성물에서 흘러나온 신성이 어머니의 손과 내 몸으로 스며들었다.
[신성 : 16379]이제 새로운 권능을 깨울 시간이었다.
“어머니. 새로운 권능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살해!’
[신성 : 6379]일만의 신성이 사라지고 새로운 권능이 내게로 스며들었다. 쏟아져 들어오는 권능에 대한 정보. 그 속에서 이번에 얻은 권능의 이름을 찾아냈다.
‘부패의 검(劍).’
시험 삼아 권능을 발현하자, 허공이 갈라지며 지독하리만큼 진한 부패의 신성으로 뭉쳐진 검이 튀어나왔다.
‘닿는 모든 것’을 순식간에 부패시키는 걸 넘어 금속마저 부식시키는 신성의 검(劍).
그것이 바로 내가 얻은 새로운 권능이었다.
드디어 나도 강력한 권능을 얻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환호를 내지르며 허공에 떠 있는 부패의 검을 잡아챘다.
댕그랑!
부패의 검이 유적의 바닥 위를 나뒹굴고는 신성으로 화해 흩어졌다.
그리고 다키아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마, 마르낙 사제님! 소, 손이!!!”
“저는 괜찮습니다. 너무 놀라지 마십시오.”
내 손은 부패의 검을 쥐는 순간, 순식간에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썩어들어가서 뭉개져 버렸다. 그 탓에 나는 부패의 검을 놓칠 수밖에 없었고.
부패의 검은 분명 무척 강력한 권능이었다.
다만, 닿는 모든 것을 부패시키는 부패의 검에겐 내 손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 무슨 주인조차 방사능 피폭으로 죽이는 최강의 검인 통짜 우라늄 검도 아니고 내 손까지 녹이면 진짜 어쩌자는 거지?
“어머니, 이거 대체 어떻게 쓰라고 주신 겁니까…?”
‘살해!!!’
내가 골라서 준 거 아니라는 힘찬 대답. 나는 한숨을 폭 내쉬며 가슴을 토닥였···.
아, 아직 오른손이 썩어서 없었다.
대신 왼손으로 가슴을 토닥였다.
“그래도 밝으셔서 다행입니다. 뭐, 저 검이야 어떻게든 쓸 수 있는 방법이 생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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