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65)
65 화 앗…
앗…
콰앙!
거대한 식칼이 금속 거인의 몸을 두들겼다. 충격으로 일그러진 은빛 금속판이 빠른 속도로 제 모습을 되찾았다. 한 번의 공격을 허용한 금속 거인은 곧장 반격을 나섰다. 움켜쥔 금속 주먹이 부패의 거인의 머리통을 후려갈겼다.
콰앙!
금속 주먹에 얻어맞은 거대한 머리통이 순식간에 뭉개지며 체액과 살점들이 비산했다. 머리를 잃었음에도 부패의 거인의 몸뚱이는 가차없는 반격을 나섰다. 굵직한 두 손은 손에 쥐고 있던 거대한 식칼을 대충 내던지고는 금속 거인이 했던 것처럼 굳건히 움켜쥔 주먹으로 금속 거인의 몸뚱이를 후려갈겼다.
콰앙!
우그러지는 금속 몸통. 구겨진 몸통이 다시 펴지기도 전에 부패의 거인은 다시 한 번 주먹을 박아 넣었다. 제대로 얻어맞은 금속 거인의 머리통이 반쯤 뭉개졌다. 어느덧 재생을 끝마친 부패의 거인이 거친 포효를 터뜨렸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진짜 잘 싸우네. 역시 부패의 거인을 한 번 강화한 보람이 있었다.
“‘아.’하세요.”
다키아의 부드러운 권유에 사람의 모습으로 화해 내 옆에 앉아있던 어머니가 ‘아.’하고 입을 벌렸다. 다키아는 잽싸게 벌어진 입안에 과자를 밀어넣어 주었다. 어머니는 입안에 들어온 과자를 오물오물 씹으며 두 거인이 서로 치고 박고 있는 광경을 구경했다.
‘살해!’
어머니는 한 손을 허공에 휘휘 저으며 부패의 거인을 응원했다. 그 모습을 흐뭇한 눈빛으로 보던 다키아는 물통의 뚜껑을 열고 어머니에게 건넸다.
“과자만 먹으면 목이 메일 테니 이것도 마시면서 구경하세요!”
어머니는 다키아가 내민 물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홱 잡아채서 벌컥벌컥 마시고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옆에 내려놓았다.
나는 은근히 죽이 잘 맞는 둘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래도 그간 다키아가 어머니한테 맛있는 걸 자주 챙겨준 덕에 어머니는 다키아가 건네는 것들을 넙죽넙죽 잘만 받아먹었다. 물론, 어머니가 가끔 다키아한테 툴툴대기는 했지만, 그 툴툴거림의 저변에는 미묘한 친근감이 어느 정도 담겨 있었다.
콰앙!
‘살해!!!’
잠깐 수세 몰렸던 금속 거인이 다시 한 번 부패의 거인에게 맹렬한 반격을 퍼붓자, 어머니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부패의 거인에게 좀 더 잘해보라며 손을 휘휘 내젓다가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살해!’
깜빡 잊고 있던 게 생각났다는 대답. 어머니는 잽싸게 내 쪽으로 다가와서 내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살해살해…’
어머니는 ‘이쯤 짱박아뒀는데…’라고 중얼거리며 내 가방을 뒤적이다 이내 환하게 웃으며 무언가를 번쩍 들어 올렸다.
‘살해!’
어머니의 손에 들린 건 일렁이는 신성 덩어리 구슬이었다. 에라디코에서 누더기 거인으로 변해버린 리버켈의 머리통에서 꺼냈다가 어머니의 능력 부족으로 뒤엉킨 신성을 풀어내지 못했던 바로 그 구슬.
신성 덩어리 구슬은 시간이 지나며 조금씩 흩어진 탓에 처음 누더기 거인의 머리통에서 뽑아냈을 때보다 확연히 작아진 상태였다.
어머니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만만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살해!’
똑똑히 잘 보라는 외침과 함께 어머니는 신성 덩어리 구슬을 양손으로 쥐고서 두 눈을 천천히 감았다. 새하얀 두 손이 신성 덩어리 구슬을 어루만지자, 구슬이 붕괴하기 시작했다. 풀려난 온갖 신성이 손을 타고 어머니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마침내 모든 신성을 흡수한 어머니가 씨익 웃으며 성큼성큼 걸어서 내게 다가왔다.
‘살해살해!’
얼른 고개를 숙여보라는 재촉에 나는 무릎을 꿇고 어머니를 향해 머리를 내밀었다. 새하얀 두 손이 부드럽게 내 머리를 붙잡았다. 파르르 떨리는 두 눈. 어머니는 두 눈을 꼭 감고서 전신을 파들파들 떨면서도 과감하게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를 성취했다.
지극히 촉촉하고 부드러운 감촉이 아주 잠시 내 이마에 닿았다 떨어졌다.
그와 동시에 어머니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던 온갖 종류의 신성이 부패의 신성으로 화해 내 몸으로 스며들어왔다.
[신성 : 6379] – > [신성 : 13379]그 결과, 단번에 7천의 신성이 늘어났다. 나는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머니, 이건 대체…?”
어머니는 볼을 발갛게 붉힌 채, 몸짓을 섞어가며 내게 설명을 시작했다.
‘살해살해, 살해!’
뒤엉킨 온갖 종류의 신성을 자신이 흡수해서 하나의 신성으로 엮어낸 다음 내게 건네주었다는 지극히 논리적인 설명에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봉인된 성물이 해방되어 갈수록 어머니의 능력도 다양한 방면에서 진화하고 있었다.
신성여과기의 기능을 개방한 어머니에게 나는 진심을 담아 칭찬했다.
“정말이지 너무 대단하십니다! 이젠 정말 한 명의 여신이기에 손색이 전혀 없으시군요! 이 아들은 나날이 진보하는 어머니의 모습에 정말 감동했습니다! 얼른 이리 오시길! 번쩍 안아서 비행기 태워 드리겠습니다!”
‘살해!’
냉큼 내 품으로 뛰어든 어머니를 번쩍 들어서 내가 태워줄 수 있는 가장 높이까지 비행기를 태워드렸다. 어머니는 드디어 자신이 내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 어찌나 기쁜지 연신 함박웃음을 지으며 환호성을 내뱉었다.
‘나는!!!’
“예, 어머니께선 지금 날고 계십니다! 하하하! 윗공기 맛이 어떠십니까! 평소엔 키가 안 닿아서 못 드시는 거 이 기회에 잔뜩 드시지요!”
다키아는 마주 웃으며 주변을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면서 돌아다니는 우리를 보고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겨우 흥분을 가라앉힌 내가 어머니를 바닥에 내려드리자, 어머니는 바닥에 서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질 뻔했다.
나는 잽싸게 어머니를 안아 들었다.
‘사래…사래…’
너무 빙글빙글 돌아서 토할 거 같다는 어머니의 등을 조심스럽게 토닥여드렸다. 다키아는 그 모습을 보곤 피식 웃었다.
“진짜 두 분이 죽이 엄청 잘 맞네요.”
나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게 보인다니 기쁘군요.”
다키아는 아직도 어지러움에 빠져서 해롱대는 어머니를 힐끔 보고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술을 오물거리다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저도 마르낙 사제님과 죽이 잘 맞을 수 있을까요…?”
‘살…해…’
어머니는 해롱대는 와중에도 힘을 쥐어짜내 꿈도 꾸지 말라고 대꾸했다. 나는 그런 어머니의 등을 토닥여드리며 다키아의 질문에 답했다.
“저는 이미 공녀님과 제가 무척이나 죽이 잘 맞는 사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저 혼자만의 생각이었군요.”
“넷?!”
다키아와 나는 전투적인 측면에서 호흡이 꽤 잘 맞았다. 내가 그녀의 이름을 짧게 부르는 것만으로도 다키아는 비상한 눈치로 내가 원하는 조력을 재깍재깍 적절한 방식으로 제공했다.
내가 보기엔 다키아는 대체 마법사로서 자신을 대체 왜 억눌렀는지 모를 만큼 전투적인 소양을 타고났다. 아직 그리 많은 전투를 겪어본 게 아니어서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가 약하기는 했지만, 그건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였고.
발갛게 볼을 붉힌 다키아가 무어라 말을 하려던 찰나. 우리끼리 과자를 먹는 와중에도 열심히 싸우고 있었던 부패의 거인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끼이이익!!!
억지로 쥐어뜯기는 금속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쾅! 쾅! 쾅!
머리를 붙잡힌 금속 거인이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휘두르며 반항했지만, 부패의 거인은 간신히 잡은 승기를 놓치지 않았다. 붙잡은 금속 거인의 몸에서 아예 뜯어내 버리기 위해 모든 힘을 쏟아부었다. 녹슨 갑옷들의 사이로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른 근육들이 지금 부패의 거인이 금속 거인의 머리통을 뜯어내기 위해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를 증명했다.
끼이이이익!!!
금속 거인의 목과 몸을 연결하는 연결부위가 뜯겨나가기 시작했다. 강제로 찢겨 지는 금속. 결국, 버티지 못한 금속 거인의 머리통이 금속 몸뚱이에서 뜯겨나갔다.
쿵.
마침내 머리를 잃은 금속 거인의 몸뚱이가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푸른 보석이 박힌 금속 거인의 머리는 제 입을 딱딱이며 저항을 이어나갔지만, 이미 누가 승리자인지는 명확했다.
부패의 거인은 열심히 반항하는 금속 거인의 머리통을 치켜들며 승리의 포효를 터뜨렸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지난 유적에서 금속 거인 여럿에게 당했던 일방적인 몰매에 대한 설움이 포효와 함께 씻겨져 나갔다. 포효를 끝마친 부패의 거인은 이제 아무런 미련이 없다는 듯이 그대로 금속 거인의 머리통을 바닥에 처박았다.
콰앙!!!
푸른 보석이 깨어지며 금속 거인의 머리가 작동을 정지했다.
나는 그 광경을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새로 생긴 1만의 신성을 부패의 거인을 강화하는 데 쓸까 잠시 고민했었지만, 굳이 당장 부패의 거인을 강화할 필요가 없어 보였다.
일단, 꽁으로 얻은 1만의 신성은 남겨두는 편이 나을 듯했다. 위급해지면 상황을 보고 그때 필요한 권능을 강화해서 유동적으로 사용하는 게 좋겠지. 새로운 권능을 얻어봤자 ‘부패의 검’ 같이 당장 쓰기엔 무척 애매한 권능이 튀어나오면 곤란했으니까.
분명 부패의 거인을 강화하는 건 다른 권능들을 강화하는 것에 비해서 얻는 것이 확실한 보증수표나 다름없었지만, 부패의 거인은 덩치가 너무 커서 좁은 곳에서 벌어지는 대인전에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됐다.
특히 이 유적의 끝이 어디일지 모르는 지금. 유적의 난이도가 만만치 않은 걸 알아챈 이상, 이 자리에서 새로 1만의 신성이 생겼다고 무작정 거인을 강화하는 건 좋지 못한 판단이었다.
고민을 끝마친 나는 어머니를 안아 들며 말했다.
“손으로 되돌아오시지요. 이제 다시 움직여야 할 시간입니다. 다키아 공녀님도 꺼냈던 과자랑 물통을 다시 짐에 넣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예! 빨리 정리할게요!”
묘하게 들뜬 목소리. 다키아는 헤실헤실 웃어대면서도 빠르게 손을 놀려 짐을 싸고는 가방을 등에 멨다. 나도 손으로 변한 어머니를 품속에 챙기고 가방을 멨다.
“다 챙기셨습니까?”
“네! 지금 바로 가면 돼요!”
“좋습니다.”
쾅! 쾅! 쾅!
우리가 짐을 다시 싸는 와중, 부패의 거인은 혹시나 모를 부활을 막기 위해서 바닥에 쓰러진 금속 거인의 몸통을 네 갈래로 찢고 있었다. 나는 부패의 거인을 향해 외쳤다.
“그쯤 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계속 가보도록 하죠!”
짧게 고개를 끄덕인 거인이 포효를 내지르며 거침없이 복도를 가로질러 금속 거인이 걸어 나온 거대한 문을 향해 돌진했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콰앙!
– 그 앗?!
“피하십시오!!!”
제 몸보다도 거대한 문을 박차고 들어간 부패의 거인이 들어갔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튕겨 나와 바닥을 뒹굴며 우리를 향해 굴러왔다.
지체없이 ‘부패의 문(文)’을 활성화했다. 은은한 암녹색 문신이 내 전신의 신체능력을 증폭했다. 나는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다키아를 안아 들고서 복도의 벽을 향해 질주했다.
콰앙!
간발의 차이로 피해낸 부패의 거인의 몸뚱이가 벽에 처박혔다.
저 앞에 뭐가 있는지는 몰라도 역시 부패의 거인을 강화해야 하나. 내가 일만의 신성을 부패의 거인을 강화하기 위해 쓰기로 마음먹은 그때.
부패의 거인을 공격한 존재가 제 모습을 드러냈다.
끼익. 끼익.
삐걱이는 금속음과 함께 황금빛 금속으로 이루어진 금속 거인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그 거대한 황금빛 몸뚱이는 앞서 나타났던 은빛 거인에 비해 족히 1.5배는 더 거대했다.
금빛 거인의 모습을 확인한 나는 부패의 거인을 강화하려던 계획을 바로 포기했다. 그건 전부 금빛 거인의 왼팔에 달린 물건 때문이었다.
금빛 거인의 왼손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현대인인 내 눈에 무척이나 익숙한 물건이 달려있었다.
바로 황금빛 개틀링 건이.
1만의 신성을 투자해 부패의 거인이 기적과도 같은 진화를 이룩한다고 하더라고 저걸 이기는 건 절대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다.
어쩔 수 없지.
끼이이익!
황금빛 총신이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나는 저것이 어떠한 형태의 절망을 토해낼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공녀님!”
“네!”
“꽉 잡으십시오. 지금부터 전력을 다해 달릴 겁니다.”
“넵!”
다키아가 내 목을 감은 팔에 힘을 주었다. 나는 미안함을 한가득 담아서 소리쳤다.
“잠시만 저걸 막아주십시오! 그 틈에 저희는 빠져나가겠습니다!”
천천히 제 몸을 일으킨 부패의 거인은 나를 힐끔 보고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콰앙!
거칠게 자리를 박찬 부패의 거인이 포효를 내질렀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아 아 아!!!
포효를 들으며 내가 자리를 박차자, 거대한 황금빛 개틀링 건이 몇 초만에 수천 발의 폭력을 토해냈다.
투다다다다다다다다!!!
그 압도적인 폭력이 부패의 거인의 몸뚱이를 무참히 유린했다. 부패의 거인이 고기 방패로서 역할을 다하는 동안 나는 눈물을 삼키며 황금빛 거인을 지나쳐 문안으로 뛰어들며 소리쳤다.
“잊지 않겠습니다!!!”
내 품에 안긴 다키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쳤다.
“저도요!!!”
무사히 황금빛 거인을 지나쳐서 거대한 복도를 내달리자 등 뒤에서 총성과 함께 자그마한 포효가 들려왔다.
– 그 아 아 아 아 아 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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