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66)
66 화 달린다!
달린다!
다키아는 달리는 내 품에 안긴 채로 연신 뒤를 힐끔힐끔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정말 저렇게 버리고 가도 괜찮아요?”
“괜찮을 겁니다. 저렇게 남겨두고 가도 적당히 시간만 끌다가 돌아가시니까요.”
그래, 부패의 거인과 나 사이에는 끈끈한 믿음이 있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부패의 문(文)’을 활성화한 채 거대한 복도를 내달리기도 한참. 마침내 복도의 끝이 보였다. 나는 재빨리 부패의 문의 사용을 중지하고 다키아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아무래도 저기로 들어가면 되나 봅니다. 쿨럭.”
기침과 함께 ‘부패의 문’의 대가로 썩어버린 내장이 튀어나왔다. 다키아는 입을 막고 기침하는 나를 보곤 두 눈에 걱정을 한가득 담고서 내 옷깃을 붙잡아왔다.
“괜찮으세요?”
나는 그녀에게 안 보이는 각도로 썩은 내장조각들을 뱉어내고는 입을 헹구기 위해 등에 멘 가방을 향해 손을 뻗었다. 어쩔 수 없이 매번 썩은 내장을 조각을 뱉고 있긴 하지만 자신의 내장 조각을 뱉어내는 건 그다지 유쾌한 경험이 아니었다.
툭.
딱딱한 감촉. 눈치 빠르게 물통을 꺼낸 다키아가 내 손에 물통을 쥐여주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아무래도 입을 헹구고 싶으실 거 같아서요.”
다키아가 어머니의 눈치를 보며 물을 챙겨주면서 기른 비상한 눈치가 드디어 내게도 발휘됐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물통의 뚜껑을 열며 고개를 까딱였다.
“마침 딱 필요하던 참입니다.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감사를 표한 나는 물통에서 물을 한 모금 머금고는 입을 안을 헹구고 바닥에 물을 뱉어냈다. 한결 상쾌해진 가운데 다키아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서 우리가 달려온 거대한 복도를 지켜보고 있었다.
“뭐하고 계십니까?”
“아까 그 황금의 거인이 저희 뒤를 쫓아올까 싶어서요.”
“너무 그렇게 곤두서 계실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그 정도 덩치의 거인이 복도를 거슬러서 저희를 쫓아오면 굳이 지켜보지 않아도 바로 알 수 있을 테니까요.”
“하긴 그것도 그렇네요.”
나는 문 옆에 주저앉아서 말했다.
“일단 이 속 쓰림만 좀 진정되면 이 문을 열고 들어가도록 하죠. 공녀님도 여기 앉아서 조금 쉬십시오. 아마, 조금 뒤부터는 좋든 싫든 직접 싸우셔야만 할 겁니다.”
“네!”
이 문 뒤에 고대제국의 유물이 있을 확률도 분명 있었지만, 방심하는 것보다야 조금 긴장한 채로 진입하는 게 훨씬 나았다.
다키아는 내 옆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입술을 꾹 다물고는 내 옆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앉는 도중 서로의 어깨가 살짝 맞부딪혔다.
우리는 말 없이 유적의 벽에 기댄 채 가볍게 숨을 골랐다. 그러던 와중, 다키아가 슬며시 입을 열었다.
“마르낙 사제님.”
“예.”
그녀는 몇이나 입술을 달싹이며 말을 골랐다.
“저희 가문의 영지인 베아투스까지 가면요.”
“네.”
“역시 마르낙 사제님은 카르멘이랑 같이 카르멘의 어머니를 찾으러 떠나실 거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성물을 찾기 위해서 이 대륙을 이 잡듯이 뒤져야 하는 입장인 이상, 비단 카르멘의 의뢰가 아니어도 한곳에 머무를 수는 없었다.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다키아는 앉아서 배시시 웃으며 괜스레 신발로 바닥을 긁적였다.
“역시 그렇죠? 그런데 있잖아요…”
“예.”
일렁이는 황금빛 눈동자가 내 얼굴을 한가득 담았다. 그녀는 다시 몇 번 우물쭈물 대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요즘은 제가 굳이 이르멜 가의 가주 자리를 차지하지 않아도 괜찮을 거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어요.”
가주의 자리를 차지하지 않는다라. 가주의 자리를 노리지 않은 그녀의 끝은 뻔했다.
“정략결혼을 하시려는 겁니까?”
다키아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냥 이르멜이라는 이름을 내버리고 이렇게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의미였어요. 마르낙 사제님처럼요.”
나는 빙그레 웃었다.
“부평초처럼 떠도는 생활은 생각보다 그리 좋지 않습니다. 적어도 저는 어딘가에 정착해서 일상의 평온함에 푹 젖는 것이 이렇게 떠도는 삶보다 훨씬 마음에 드는군요.”
“네?”
다키아는 고개를 갸우뚱하곤 내게 물었다.
“저는 영락없이 마르낙 사제님이 이리저리 자유롭게 떠도는 삶을 좋아하시는 줄 알았는데요?”
“전혀 아닙니다. 지금이라도 마음 편히 정착할 환경만 주어진다면 어딘가 살기 좋은 곳에 푹 눌러살고 싶군요.”
그 정체조차 짐작이 가지 않는 메인퀘스트의 위협이 존재하는 지금은 무리지만.
“그럼 돌아다니시는 이유가 전부 마르낙 사제님이 모시는 부패의 어머니의 신성이 봉인된 성물 찾기 위해서이신 거예요?”
“대충 설명하자면 그렇습니다.”
“흐음.”
다키아는 무척이나 중요한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한참을 고민하더니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런데 마르낙 사제님은 지금도 충분히 강하시잖아요. 적어도 적이 달인이 아닌 이상 아무나 쉽게 못 건드릴 만큼요. 그냥 지금 당장 부패의 어머니를 모시고 한적한 곳에 정착하면 되시는 거 아니에요?”
그런가? 충분히 일리 있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녀의 말대로 지금 당장 깊숙한 시골에 정착해서 어머니를 모시고 살아간다고 상상하자 막연한 불안감이 부글부글 들끓어 올랐다. 반드시 나머지 성물을 모아야만 한다는 의무감과 함께.
설마 이 감정도 어머니가 내게 심어둔 건가. 아니면 내가 힘이 없었던 탓에 무력하게 내 은인인 상투스를 리버켈에게 잃었던 그 날의 기억 때문인가.
이 의문을 어머니께 토해내 봤자, 어머니는 내게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답할 게 뻔했다. 한 번 시작된 의심은 들불처럼 번져나가 내 마음을 뒤덮었다.
하지만 나는 이 마음을 드러내는 대신, 그저 조용히 미소 짓고서 다키아의 물음에 답했다.
“다른 악신의 숭배자들이 어머니의 신성이 봉인된 성물을 제멋대로 쓰려고 하는 걸 안 이상, 가만히 있을 수는 없죠.”
다키아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내 말에 납득했다.
“하긴, 마르낙 사제님은 사제님이시니까 모시는 신의 일부가 제멋대로 이용당하고 있는 걸 좌시할 수는 없으시겠죠.”
‘살해살해!’
완전 맞는 말이라는 맞장구. 나는 부드럽게 주머니 속 어머니의 손을 두드렸다.
전부 내가 의도한대로 였다.
지금 당장은 어떤 방법으로도 진실을 알아낼 수 없는 의심 때문에 어머니를 닦달하며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 설사 이 모든 감정이 어머니가 내게 억지로 심어둔 것이라 해도 어머니는 이 세계에 홀로 떨어져 내가 가장 비루한 때부터 항상 내 곁에 있어 주신 분이었기에. 거기에 지금 어머니가 내게 쏟는 애정은 의심할 여지 없는 ‘진심’이었다.
나는 다시 한 번 굳게 마음먹었다.
현재에 충실히 살아가며, 그 어떤 진실이 이 길의 끝에서 기다리고 있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이리라.
나는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슬슬 움직이도록 하죠. 언제까지고 여기서 이렇게 앉아있다간, 정말 그 황금 거인이 우리를 쫓아올지도 모릅니다.”
“네!”
“제가 앞장 서 겠습니다.”
다키아를 내 뒤로 보내고, 힘을 줘서 문을 열었다. 혹시나 문이 안 열리면 억지로 부수고 진입할 생각이었지만 문은 기름칠이라도 한 듯이 너무나 부드럽게 열렸다.
어둠으로 뒤덮인 복도.
나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도살자를 꺼내 들고 천천히 한 발짝을 내디뎠다. 그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복도에 불이 들어오며 벽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끼릭. 끼릭. 끼릭.
성인 남성만 한 크기의 황동 금속 인간 다섯이 튀어나왔다. 금속 인간들은 모두 두꺼운 금속 갑옷으로 입고서 저마다 검과 창 같은 무기들을 장비하고 있었다.
적어도 원거리는 무기는 없어서 다행이네.
나는 재빨리 도살자의 시동을 켰다. 저 금속 인간들이 어떤 금속으로 만들어졌던, 이모탈리움보단 무를 게 분명했으니까.
왜애애애애애앵!!!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리를 박차며 소리쳤다.
“다키아! 왼쪽을 부탁합니다!”
“예!”
나직한 고대어 주문과 함께 마력이 거칠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복도를 내달려 가장 오른편에 서 있는 금속을 인간을 향해 돌진했다.
끼릭끼릭끼릭.
초점 없는 황동빛 두 눈이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왜애애애애앵!!!
거친 비명과 함께 도살자가 금속 인간의 목을 향해 덮쳐들었다. 금속 인간은 특유의 삐꺽 거리는 소리에 어울리지 않게 상상 이상의 속도로 손에 든 검을 휘둘러 도살자를 막아내고자 했다.
까가가가가갉!
하지만 그 반항은 내 힘이 실린 도살자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금속 인간이 들고 있던 검이 부서지며 톱니 날들이 황동빛 금속 인간의 목을 갈아버렸다. 찢겨버린 금속 인간의 머리통이 바닥을 굴렀다.
금속 인간들은 동료의 죽음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나를 향해 달려 들어왔다. 곧게 내지른 창날이 내 배를 노리고 뻗어왔다.
그리고 그때.
“마르낙 사제님 조금 뒤로 물러나세요!”
“예!”
다키아의 손끝에서 뻗어온 한줄기 뇌전이 금속 인간의 몸을 지져버렸다.
끼끽끽끽끽끽!!!
뇌전에 지져진 기계 인간이 괴상한 소리를 내며 몸을 부르르 떨더니 연기를 내뿜으며 그대로 바닥에 고꾸라졌다.
“역시 전기가 잘 통하네요!”
“잘하셨습니다!”
끼릭끼릭!
금속 인간들은 방금의 마법에서 나보다 더 큰 위협을 느낀 건지, 나를 공격하려다 말고 다키아를 향해 무기를 치켜들고 돌진하기 시작했다.
“조심하십시오!!!”
왜애애애앵!!!
재빨리 무방비한 등에 도살자를 박아넣고 한 놈을 반으로 갈라버렸지만, 아직 두 마리의 금속 인간이 남아있었다.
다키아는 금속 인간들이 자신을 향해 거침없이 질주해오는 와중에도 침착하게 낮게 주문을 읊조렸다.
나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서리강철 검을 꺼내 오른손으로 쥐고서 팔뚝에 힘을 더했다. 팽팽히 당겨진 팔 근육의 힘을 폭발시키며 그대로 서리강철 검을 내던졌다.
까앙!
공기를 찢어발기며 날아간 서리강철 검이 다키아를 향해 달려가던 금속인간의 허벅지에 정확히 부딪혔다. 졸지에 무게중심을 잃어버린 금속 인간이 바닥에 고꾸라져서 데굴데굴 굴러 벽에 처박혔다.
그래도 아직 한 마리의 금속인간이 남았다. 다시 한 번 검을 던지기 위해서 새하얀 뼈 검을 꺼내자, 다키아가 다시 한 번 손가락을 뻗었다. 그녀의 손끝에서 또 한 번의 뇌전이 튀어나왔다.
끼릭끼릭!
하지만 황동빛 금속 인간은 전부 예상했다는 듯이 재빠르게 바닥을 굴러 다키아가 쏘아낸 뇌전을 피해냈다. 자신의 마법이 빗나갔다는 걸 깨달은 다키아는 당황이 담긴 말을 내뱉는 대신 침착하게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꺼내 휘둘렀다.
까앙!
검과 검이 맞부딪히는 청명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금속 인간은 다키아를 향해 거침없는 연격을 퍼부었다. 다키아는 이를 앙다물고 쏟아지는 공세를 차근차근 하나씩 막아냈다. 다키아의 침착한 대처는 내가 그녀를 도우러 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벌어주었다.
왜애애애애앵!
끼리리리릭!
거칠게 회전하는 톱날이 금속 인간의 배를 뚫고 튀어나왔다. 나는 힘을 주고 그대로 도살자를 위로 들어 올렸다. 거칠게 회전하는 톱날이 금속인간의 몸을 세로로 갈라버렸다. 반으로 갈라진 몸뚱이가 바닥에 떨어졌다.
내가 무어라 말을 하기도 전에 다키아는 다시 한 번 빠른 속도로 주문을 외웠다. 그녀의 손끝에서 또 한 번이 뇌전이 튀어나와 아까 무게중심을 잃고 벽에 처박혔다가 다시 일어서는 금속 인간을 지져버렸다.
끼릭거리는 비명성과 함께 새카맣게 타버린 금속 인간이 바닥에 고꾸라졌다.
다키아가 배시시 웃었다.
“어때요? 저 잘했어요?”
나는 빙그레 웃었다.
“아주 잘하셨습니다. 저런 금속 인간들이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르니 주의를 기울이며 계속 전진해보도록 하죠.”
“네!”
기나긴 복도를 가로지르며 우리는 벽에서 튀어나온 금속인간들과 세 번의 전투를 더 치렀다. 저 금속 인간들이 뇌전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안 이상, 나는 그저 주문을 외는 다키아를 보호하기만 하면 될 뿐이어서 전투 자체는 무척이나 수월했다.
“후욱.”
나는 멀쩡했지만, 다키아는 연이은 전투로 인한 피로로 땀을 뻘뻘 흘렸다. 잠깐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잠깐 쉬도록 하죠.”
다키아는 고개를 저었다.
“전 아직 괜찮아요.”
“잘 쉬는 것도 중요한 법입니다. 여기서 잠깐 쉬도록 하죠.”
내 진지한 눈빛에 다키아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
콰앙!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바닥이 거칠게 흔들렸다. 지축을 울리는 진동. 거대한 무언가가 우리를 향해 일직선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저 멀리 무너진 복도의 입구 쪽에서 거대한 황금빛 동체가 반짝였다. 아직 우리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
내 예상을 비웃듯이 황금빛 거인은 자신의 왼팔을 우리를 향해 뻗었다.
거대한 총구들이 우리를 향해 새카만 주둥이를 드러냈다.
‘살해!!!!’
어머니의 다급한 경고. 나는 재빨리 양팔을 펼쳤다.
“빨리 안기십시오!”
“예, 예!”
지체없이 다키아를 안아 들고서 부패의 문을 한계까지 활성화했다. 또 한 번 검녹색 문신이 내 피부를 빼곡히 뒤덮었다.
황금빛 개틀링 건이 우리를 향해 탄알을 토해냈다.
투다다다다다다다!!!
단 몇 초 만에 네 자릿수의 탄환이 쏟아졌다. 나는 다키아를 품에 안고서 죽을 힘을 다해 복도를 질주했다. 총탄의 세례는 유적의 바닥을 무참히 유린하며 내 뒤를 무지막지한 속도로 따라붙었다. 나는 당연히 총탄보다 느렸다.
곧 따라잡힌다.
‘젠장.’
나는 다키아를 꼭 안아 들며 큰소리로 외쳤다.
“최대한 몸을 웅크리십시오!!! 제가 몸으로 최대한 막아내 보이겠습니다!”
재빨리 고개를 끄덕인 다키아가 내 품에서 최대한 몸을 웅크린 그때.
딸칵. 딸칵. 딸칵.
사격이 멈췄다. 채 이십 초도 지나지 않아서 모든 탄환을 쏟아내 버린 개틀링 건의 회전이 천천히 멎었다.
진짜로 총알이 다 떨어진 건가? 분명 아까 보았을 때, 그 거인에게 여분의 탄창은 없어 보였는데 부패의 거인에게 그만큼의 총탄을 쏟아붓고도 대체 어떻게 우리한테 또 사격을 가한 거지?
내 당연한 의문은 아주 간단하게 풀렸다.
황금빛 거인이 오른손바닥을 펼치자, 그 손바닥 한가운데에 박혀 있는 거대한 붉은 보석이 빛을 발함과 동시에 바닥에 박혀 있던 총알이 허공을 날아 거인에게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그 미친 총탄 재활용 방식에 고대 제국의 기술력이 내가 상상하던 수준을 아득히 넘은 상태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니면, 이 유적을 만든 장본인의 기술력이 미쳐있던 건지도 모르고.
되돌아가는 총탄을 본 다키아의 두 눈이 세차게 떨렸다.
“마, 마르낙 사제님! 이제 어쩌죠?”
나는 품에 안은 다키아의 등을 토닥이며 나직이 말했다.
“어쩌긴요. 힘껏 내달려서 저 총탄에 벌집이 되기 전에 이 복도의 끝을 보는 수밖에요.”
“그게 가능할까요?”
당연한 질문에 나는 그저 빙그레 웃었다.
“그거야 해보면 알겠지요. 꽉 붙잡으십시오. 지금부터 잔뜩 흔들릴 예정이니까요.”
내 미소에 다키아는 한결 마음을 놓은 표정으로 내 목에 팔을 감으며 큰소리로 대답했다.
“네!”
위이이이잉.
모든 총탄을 회수한 개틀링 건의 총열이 다시 한 번 천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회전음을 들으며 자리를 박차고 거침없이 복도를 내달렸다.
잠시라도 발을 멈췄다간 벌집이 되어버리는 죽음의 레이스가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총성과 함께 막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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