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86)
86 화 베아투스 진입.
베아투스 진입.
다섯 등분 된 것처럼 보이는 동전. 그 조각 중 하나.
사도를 자칭하는 코로트가 나타난 마을에서 얻은 성과였다. 동전의 조각은 마을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촌장의 석상 속에 있었다. 사도를 자칭한 코로트의 석상 속에.
나는 그 조각을 매만지며 걸음을 옮겼다.
어머니의 신성이 봉인된 성물은 그 속에 잠들어 있는 어머니의 신성을 이용해 부서지지 않는 특성을 가지고 있을 터였지만, 여기 이 성물은 마치 보란 듯이 조각나 있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건지는 보자마자 알아챌 수 있었지만.
‘살해!!!’
어머니는 내가 이 조각을 만지는 게 무척이나 거슬리시는 듯했다. 그도 그럴게 이 성물 조각에는 원래 들어가 있어야 했을 어머니의 신성 대신, 다른 신의 신성이 듬뿍 들어가 있었다.
‘살(殺)!!!’
범인을 찾아내면 아주 혼쭐을 내주겠다는 다짐.
그래, 쉽게 말하자면 아주 간단했다.
누군가 ‘어머니의 일부를 도둑질한 것이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 건지는 도저히 이해가 안 가지만. 다른 신의 신성을 품는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가? 그것보다 그게 가능했었더라면, 어째서 신들은 어머니를 13조각으로 나눠서 봉인한 것이지? 그저 어머니의 신성을 자신의 힘으로 삼았으면 됐을 터인데.
나는 원래 이 조각에 깃든 신성을 어머니께 부탁해 한 번 여과해서 내 것으로 삼으려고 했지만, 어머니께서 말씀하시길 이 조각에 깃든 신성이 다른 조각들이 근처에 다가온다면 공명할 게 분명하다며 일단은 이대로 가지고 다녀보라고 조언해주셨다.
그 기다림의 미덕을 배운 어머니의 조언에 나는 마치 내 딸이 쑥쑥 자라서 드디어 제 몫을 해내는 듯한 뿌듯함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옛날 같았으면 그냥 당장에 신성으로 흡수하자고 하셨을 텐데 말이지.
‘살해…?’
내가 뜬금없이 어머니의 손을 토닥이자 어머니께서 갑자기 왜 그러냐며 의문을 표했다.
“그냥 좋아서 그런 겁니다.”
‘살해…!’
어머니의 손이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우리가 떠난 마을에서 얻은 건 이 동전뿐만이 아니었다.
[신성 : 5379 – > 13876]코로트의 죽음과 함께 모조리 죽어버린 그 촉수 기생충들. 그 죽어버린 마을 사람들의 시체를 수습해주며 모조리 신성으로 흡수한 결과, 일만에는 못 미치지만 대략 8천이 조금 넘는 신성을 획득했다.
여차할 때, 저번 코로트와의 전투에서 사용한 것처럼 필요한 권능을 한 단계 강화할 수 있는 일만의 신성을 가지고 있으니, 마음이 무척이나 편안했다. 물론, 그런 상황이 안 오는 것이 최선이었지만.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세요?”
내 옆으로 슬쩍 다가온 다키아가 질문했다. 나는 다키아를 향해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며칠 전 만났던 코로트와의 일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
짧게 침음성을 내뱉은 다키아는 울적한 얼굴로 답했다.
“마을 하나가 통째로 몰살당했던 그 일 말이죠…”
코로트가 머물렀던 마을은 이르멜가의 영지인 베아투스의 통치 아래에 있는 곳이었다. 그 탓인지 다키아는 평소보다 훨씬 더 주민들의 죽음에 민감하게 받아들였다.
입술을 앙다문 다키아가 황금빛 두 눈을 일렁이며 말했다.
“오빠한테 대체 영지가 이 지경인데 뭘 하고 있는 건지 물어보고 말 거예요.”
“지금의 베아투스는 마틴 경이 통치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마틴 경은 분명 최선을 다하고 계실 거예요. 오히려 항상 자신의 영향력을 늘리고 싶어서 영지에 건수만 생기면 날뛰던 오빠가 여태 침묵하고 있는 게 더 말이 안 돼요.”
나는 그녀가 더글렉 마틴에게 보내는 맹목적인 믿음이 묘하게 거슬렸지만, 굳이 그 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나는 더글렉 마틴이라는 기사를 알지 못했으니까.
“보여요!!!”
가장 앞서 걸어가던 쟈멜이 힘껏 소리쳤다.
“저기 베아투스가 보여요!!!”
그 환한 목소리에 카르멘이 밝게 웃었다.
“예정보다 더 빨리 도착했네! 오늘 베아투스에 들어가면 다들 짐부터 풀고 코가 비뚤어지게 마셔보는 게 어때? 내가 쏠게!”
카르멘의 옆에서 걸어가던 사지타가 묵묵히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기생 당한 마을 주민들과 전투 이후 카르멘과 사지타 둘은 묘하게 더 친해져 있었다.
“저도 좋아욧!!!”
카르멘의 제안에 힘차게 대답한 쟈멜이 내게 쪼르르 달려와서 물었다.
“공녀님이랑 마르낙 사제님은 어때요! 공짜 술이랑 음식인데 설마 안 된다고 하시진 않을 거죠? 그렇죠!”
이 돈을 밝히는 쟈멜은 공짜에도 사족을 못 썼다. 진짜 어렸을 때 사탕 준다고 하면 냉큼 따라갔을 그런 성격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나는 고개를 돌려 다키아에게 물었다.
“어쩌시겠습니까? 공녀님?”
잠깐 고민한 다키아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날이 조금 늦었기도 하고, 아무래도 제가 돌아온 걸 알리는 건 내일 날이 밝았을 때 하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카르멘이 쏜다는 데 같이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셔봐요! 마르낙 사제님!”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시면 내일 숙취 때문에 일어나지도 못할 텐데. 며칠을 꼬박 걸어온 끝에 맞이하는 휴식이라 다들 조금 들떠 있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나는 다키아를 향해 마주 웃어주었다.
“오늘 같이 카르멘의 지갑을 거덜 내보죠.”
어차피 이 몸뚱이는 술에 잘 취하지도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취해본 적이 없었다. 내가 취하려면 신성을 담아서 술을 담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술이 있을 리는 없겠지만.
‘…살해살해?’
혹시 자기도 나중에 술을 마셔도 되느냐는 어머니의 물음.
나는 술먹고 날뛸 어머니의 모습을 잠깐 그려보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
“어머니는 주스를 마시는 거로 타협하시길. 술은 조금 더 자라시고 마시는 편이 좋으실 겁니다.”
‘살해!!!’
애 대하듯이 대하지 말라고 부들대는 어머니를 토닥여 드리며 우리는 남부의 대영주, 이르멜가의 영지 ‘베아투스’로 진입했다.
***
숙소를 잡고 짐을 푼 우리는 가벼운 차림새로 여관을 나섰다. 주변을 휘휘 둘러본 카르멘이 빙그레 웃으며 말을 꺼냈다.
“공녀님.”
“네?”
“혹시 추천해주실만한 술집이 있으십니까? 사실, 제가 전에 베아투스에 와 본 적이 있긴 한데 그때는 일 때문에 온 거라 놀지도 못하고 잠깐 머물렀다 떠난 게 다인지라. 어디가 좋은 곳인지 전혀 모르거든요!”
다키아는 어색하게 웃으며 카르멘에게 대꾸했다.
“사실, 밖에 나와서 놀아본 적이 거의 없어서 저도 카르멘만큼이나 베아투스를 잘 몰라요. 기껏 물어보셨는데 미안하네요.”
“하하하! 미안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공녀님. 지나다니는 시민분들께 물어서 가면 될 뿐이니까요.”
호쾌하게 웃음을 터뜨린 카르멘은 아주 능숙한 몸짓으로 지나다니는 베아투스의 시민을 붙잡아 질문을 던져댔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다키아가 내게 말했다.
“카르멘은 항상 활기가 넘쳐 보여서 부러워요.”
“마냥 그런 것만도 아닐 겁니다. 누구나 크든 작든 자신만의 어두운 면이 있는 법이니까요.”
“뭔가 알고 계신다는 듯한 말투시네요.”
그가 홀로 불침번을 설 때마다 몇 번이고 자신의 목걸이를 매만지며 울적해 하는 걸 본 적이 많았다. 하지만 카르멘이 직접 밝히기 전에 내가 먼저 떠들어 대는 건 옳지 않은 일이겠지.
나는 부드럽게 미소 짓고서 대답했다.
“카르멘의 이야기는 카르멘의 것이니, 제가 멋대로 공녀님께 말씀드릴 수는 없겠군요.”
다키아는 새초롬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슬쩍 운을 던지셨으면서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더 묻지도 못하잖아요. 뭔가 조금 치사해요.”
“죄송하게 됐습니다.”
“진짜 탓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장난이죠. 장난. 아, 저기 카르멘이 손짓해요! 저희도 얼른 가요!”
그녀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내 사제복 끄트머리를 꾹꾹 잡아당겼다.
‘살해!!!’
어머니는 그 모습을 보시곤 저게 이제 아주 자연스럽게 손을 댄다면서 분통을 터뜨리셨다.
***
우리는 카르멘의 뒤를 따라 꽤나 비싸 보이는 술집, ‘여름눈꽃’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우리 짠해요! 짠!”
자기 손보다 훨씬 큰 술잔을 든 쟈멜이 볼이 발개진 채로 손을 치켜들었다. 우리가 그녀의 바람대로 잔을 들자, 쟈멜이 살짝 알딸딸한 목소리로 힘껏 외쳤다.
“‘위대하신’ 마르낙 사제님 만세!!!”
짠하는 소리와 함께 유리잔들이 서로 맞부딪혔다. 쟈멜은 술을 벌컥벌컥 마시고는 히죽히죽 웃으며 날 바라보았다.
“황금동앗줄 만세! 나는 부자가 될 거야!!!”
쿵.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을 남긴 채, 쟈멜은 그대로 탁자에 머리를 처박고 쓰러졌다. 혹시 죽은 건 아닌가 싶어 재빨리 그녀의 몸상태를 살폈지만, 새근대는 숨소리로 보건대 그냥 취해서 뻗어버린 것뿐이었다.
“하하하!”
그 모습을 본 카르멘이 유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주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마시더니, 결국 곯아떨어졌네! 볼 때마다 귀여운 친구라니까. 어?! 사지타 잔이 비었잖아! 더 채워줄까?”
카르멘의 물음에 사지타가 조용히 잔을 들이밀었다. 카르멘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서 냉큼 사지타의 잔에 술을 한가득 따라주었다.
테르지오는 쓰러진 쟈멜의 옆에 앉아 음식을 조금씩 밀어 넣고 있었다. 평소 맞물려 있던 턱이 벌어지며 그 안으로 음식들이 사라졌다. 그는 재밌게도 음식을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었다. 덤으로 맛도 느낄 수 있었고. 물론, 술에 취한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우리가 아무리 취해도 우리를 보호해줄 든든한 금속 기사가 있는 데다 이곳은 남부에서 가장 부흥한 도시인 베아투스였기에 카르멘을 비롯한 동료들은 정말 오랜만에 긴장을 완전히 풀고서 먹고 마시고 있었다.
그 덕에 내 옆에 앉아 있는 다키아의 볼도 완전 새빨개져 있었고. 갑자기 고개를 돌린 다키아가 무척이나 심각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내 배시시 웃으며 상큼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는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주당이었다. 여태 그녀의 자그마한 목구멍으로 넘어간 술만 해도 엄청 잔뜩이었다.
“저 토할 거 같아요. 마르낙 사제님. 진짜 완전 쏠려요. 우웁?!”
“예?! 자, 잠깐만요! 공녀님?!”
취소. 완전 취소.
쟈멜이 깨어있었으면 쟈멜이랑 같이 보내면 됐는데. 나는 입을 틀어막은 다키아를 재빨리 일으켜 세우고는 카르멘에게 말했다.
“상황이 위급하니, 잠깐 다녀오겠습니다.”
카르멘은 다키아의 상태를 보고는 키득키득 웃었다.
“이거 마르낙이 고생 좀 하고 와야겠네. 힘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재빨리 다키아에게 속삭였다.
“조금만 참으시길. 직원한테 물어서 속을 비울 곳으로 데려다 드리겠습니다. 가는 도중에 정 못 참으실 거 같으면 말씀하시길.”
혹시 가는 중에 터질지도 몰라 술이 담겨왔던 양동이를 다른 손에 챙겨 들었다. 잡아둔 방을 나와 빠르게 복도를 가로지르며 직원을 찾던 와중, 우리의 맞은편으로 두 남자가 걸어왔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샛노란 장발과 머리와 맞춘듯한 샛노란 눈동자. 강렬한 인상의 미남은 나와 내게 부축받고 있는 다키아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이내 그는 나를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마르낙…”
처음 보는 얼굴인데. 내 이름을 불러? 혹시 나를 아는 건가?
내가 무어라 의문을 느낄 새도 없이 내게 부축받고 있던 다키아가 내 손에서 양동이를 뺏어 들고는 속에 든 것을 게워냈다.
“우웨에에에에엑!”
나는 쭈그려 앉아 토하는 다키아의 등을 한참이나 두드려주었다. 몇 번 헛구역질을 더 한 다키아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신 술 안마셔…”
“괜찮으십니까?”
“아뇨…”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샛노란 머리의 남성은 발에 뿌리라도 난 것처럼 꿋꿋이 서 있었다.
나는 그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혹시 제게 용건이 있으십니까?”
“…”
잠깐의 침묵. 그 후, 그의 입이 천천히 열리려던 그때.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다키아가 휘청였다. 나는 재빨리 쓰러지려던 다키아를 붙잡았다. 그렇게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 품에 안겨 들어왔다. 다키아는 내 품에 안긴 채로 말했다.
“으으… 진짜 쏠려요. 마르낙 사제님… 그냥 저 좀 안아서 방에 데리고 가주시면 안 돼요…? 저번처럼요…”
“이, 이!!!”
샛노란 머리의 사내가 나를 향해 삿대질하며 소리쳤다.
“이 빌어먹을 개자식아!!!”
사내의 급발진에 나는 어리둥절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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