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iest of Corruption RAW novel - chapter (9)
9 화 추락.
추락.
코르누가 떠났다. 나는 빠르게 움직여 용병 길드의 안으로 돌아왔다.
“마, 마르낙 사제님!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계십시오!”
“네?! 그게 무···.”
에린의 대답은 듣지 않았다. 나는 날듯이 달려서 내 방으로 뛰어 들어와 서리강철 검을 챙긴 다음 곧장 교화교 사제들이 묵고 있는 방으로 향했다.
“어머니! 있습니까!”
‘살해!’
역시 성물을 챙겨갔는가. 나는 미련없이 등을 돌려 다시 1층으로 돌아왔다. 에린은 문밖을 내다보다 내가 오는 소리를 듣고서 다급하게 외쳤다.
“사, 사제님! 괴, 괴물이! 괴물이 도시 한가운데에 있어요!”
시킨 대로 어디로 안 도망치다니. 수고가 줄었다.
“이제 저희는 어떻게 해··· 꺅!”
나는 그대로 에린을 안아들었다.
“마르낙 사제님?!”
“어딥니까?”
용병 길드를 박차고 뛰쳐나왔다.
“네?”
“퓌에르의 치료를 맡긴 의원은 어디입니까! 당장 안내해주십시오!”
겨우 살린 목숨을 겨우 이런 소동에 휘말려 허무하게 죽게 둘 순 없었다.
“살려줘!”
“저리 비켜! 걸리적거리지 말고 당장 비키라고!”
“꺄아아아아악!”
뒤엉킨 인파와 비명. 도시는 이미 혼돈에 집어삼켜진 뒤였다.
– 가아아아아아!
거대한 괴물이 미친 듯이 날뛰며 닿는 모든 것을 파괴했다. 무너지는 건물과 비산하는 잔해. 악마가 지나간 자리 위에는 흥건한 피와 살점만이 가득했다.
악마의 새카만 머리통 위에서 새하얀 갑옷을 입은 남자가 망치를 치켜들고서 소리쳤다.
“응징의 천칭이시여!!!”
거대한 전투 망치가 새하얀 빛과 함께 불타올랐다. 오브스는 치켜든 망치를 한 손으로 부여잡고 악마의 머리통을 향해 내리쳤다.
“죽어라! 부정한 것!”
전투 망치가 악마의 머리통을 후려침과 동시에 거대한 빛의 망치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렸다. ‘징벌의 망치’에 얻어맞은 악마가 고통에 찬 괴성을 내질렀다.
– 가아아아아아!
거대한 검은 악어가 미친 듯이 버둥대자 또다시 수많은 사람이 휩쓸려 뭉개졌다.
피. 피. 새빨간 피. 살점. 죄 없는 이들의 살점. 절망. 공포. 혼돈.
귀스는 무너져 가고 있었다.
“에린!”
“네, 네?!”
“어서 퓌에르가 있는 장소를!”
에린의 손가락이 한 방향을 가리켰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길 위를 질주했다. 내가 에린을 안고 있음에도 어머니는 침묵했다. 내가 지금 진심이라는 걸 잘 아시기에.
“마르낙 사제님! 저기! 저기예요!”
퓌에르가 있는 의원은 악마가 날뛰는 곳 근처였다. 의원의 문은 이미 열려 있었다.
“퓌에르!”
바닥을 타고 흐르는 피. 원래 이곳의 주인은 이미 죽은 뒤였다. 혼란을 틈타 의원을 털고 있던 남자 둘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날 바라보았다.
쓰레기들. 도저히 구제못할 쓰레기들.
“누, 누구?!”
나는 망설임 없이 한 손으로 서리강철 검을 꺼내 가장 가까운 남자의 목을 날려버렸다.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나머지 한 명의 머리통을 붙잡고 그대로 벽에 처박았다. 내 힘을 이기지 못한 머리가 뭉개지며 피와 살점이 튀었다.
“퓌에르!”
다행히 퓌에르는 전신에 붕대를 둘둘 감은 채 정신을 잃은 상태로 침상 위에 누워있었다. 나는 검을 집어넣고 빈손으로 퓌에르를 들쳐멨다.
“꽉 붙잡으십시오! 이제 양손으로 못 들어드립니다!”
에린이 내 목을 꼭 끌어안는 것을 신호로 나는 귀스의 서문을 향해 달렸다. 길거리는 살려고 도망치는 시민들에 의해 너무나 복잡했다. 달리다 쓰러지는 사람은 그대로 인파에 짓눌려 절명했다.
– 가아아아아!
괴성 속에서 머리를 굴렸다. 이 꽉 막힌 길로 가면 너무 늦어진다.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단번에 뛰어서 오를 만한 낮은 지붕이 눈에 띄었다. 판단은 빨랐고, 몸은 생각보다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에린이 비명을 질렀다.
“꺄, 꺄아아악!”
나는 지붕과 지붕 사이를 건너뛰며 달려서 가장 가까운 서문으로 향했다. 마침내 도착한 서문은 길거리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혼잡한 상태였다.
“사, 사제님! 제가 아는 비밀통로가 있어요!”
“그게 어딥니까?”
“저쪽으로 가시면 돼요!”
에린의 인도를 따라 도착한 장소는 자그마한 한 건물이었다.
“이 집 지하통로를 통해서 귀스를 빠져나갈 수 있어요! 근데 문이 잠겨···.”
“알겠습니다!”
거칠게 문을 걷어차자 두꺼운 문이 종잇장처럼 부서져 나갔다. 지하로 뛰어 내려간 나는 지하통로의 앞에 퓌에르와 에린을 내려주었다.
“혹시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그냥 도망치십시오.”
“사, 사제님은요?”
“저는 돌아갑니다.”
아는 사람의 안전을 확보했으니, 이제 모르는 이들을 구할 차례였다.
에린은 내게 무어라 말하려 했지만, 나는 듣지 않고 건물을 뛰쳐나왔다.
***
– 가아아아아아!
새하얀 빛의 망치가 하늘에서 또 떨어졌다. 악마가 고통 어린 비명을 내지르며 머리를 털어댔다. 오브스는 악마의 머리통에 박아넣은 새하얀 검을 붙잡고 흔들림을 버텨냈다.
“응징의 천칭이시여!!!”
악마의 앞발을 향해 머리에 뿔 난 남자가 달려들었다. 새하얗게 빛나는 망치가 앞발을 강타했다. 또다시 떨어져 내리는 빛의 망치. 하지만 코르누의 망치는 오브스의 것보다 크기가 확연히 작았다. 당연히 그 타격 또한 약했고.
– 가아아아아아!
코르누는 악마가 휘두른 앞발을 피해내지 못했다. 외뿔족 사내는 그렇게 허공을 훨훨 날아 벽을 부수고 처박혔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나는 코르누가 처박힌 장소를 향해 달렸다.
“코르누 사제님!”
건물의 잔해를 넘어 그의 이름을 부르자 어디선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재빨리 소리의 근원지로 향했다.
“마···르낙 사제님···이시군요···.”
앞발에 얻어맞은 코르누의 상태는 처참했다. 일그러진 갑옷은 이미 그의 몸을 가두는 족쇄가 된 지 오래였고, 갑옷의 틈새로는 새빨간 피들이 끊임없이 흘러내렸다. 나는 반쯤 뭉개진 코르누를 붙잡고 재빨리 물었다.
“나머지 한 분의 사제님은 어디 계십니까?”
이들과 같이 온 페티나라고 하는 사제의 모습이 보이질 않았다. 코르누는 겨우 힘을 그러모아 말을 내뱉었다.
“페티나는··· 죽었습니다.”
“악마를! 악마를 잠재울 방법은 있는 겁니까?”
“있습니다. 저희가 가져온 또 다른 성물··· 지금 오브스 사제님께서··· 악마의 머리에 박아넣은 백색 검··· 그 검을 저 두꺼운 가죽을 뚫고 뇌에 박으면··· 악마는 죽을 겁니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 겨우 말을 내뱉은 코르누는 그대로 절명했다. 나는 그의 머리에 손을 대고 두 눈을 감았다.
“부패의 어머니시여. 이 자를 거두겠습니다.”
나직한 기도와 함께, 코르누의 몸이 순식간에 부패해 찌그러진 갑옷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손가락 두 개짜리였던 그는 일백의 신성으로 화했다.
대충 모든 정보를 얻었으니, 이젠 제멋대로 날뛰는 저 악마를 멈출 때였다.
건물을 나와 서리강철 검을 빼 들자, 검이 미끄러지듯이 검집에서 튀어나왔다.
– 가아아아아아!
악마는 여전히 고통 속에서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응징의 천칭이시여!!!”
악마의 머리통 위에 매달린 오브스는 집요하고 끈질기게 한 손으로 망치를 내려쳤다. 좀 더 자세히 관찰하자, 망치가 내려치고 있는 것이 악마의 머리가죽이 아니라 새하얀 검의 손잡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검이 바로 악마를 잠재우는 성물인가.
거대한 검은 동체가 건물을 때려 부수며 이곳을 향해 돌진해왔다. 건물보다 무거운 생명의 걸음걸음에 대지가 거칠게 흔들렸다. 나는 그 흔들림 속에서 침착하게 기회를 노렸다.
– 가아아아아아아!
이윽고 악마가 코앞까지 다가온 그 순간. 재빨리 몸을 날려 서리강철로 이루어진 검을 악마의 다리가죽에 박아넣고 매달렸다.
악마의 발버둥과 함께 몸이 거칠게 요동쳤다. 그 흔들림 속에서 나는 침착하게 조금씩 악마의 다리를 타고 올라 머리로 향했다.
“응징의 천칭이시여!!!”
격렬한 고함과 함께 또 한 번 빛이 떨어져내렸다.
– 가아아아아아!
거친 포효 속에서 세상이 뒤집혔다.
인내심이 바닥난 악마가 그 거대한 몸째로 바닥을 굴렀다. 이대로 있다간 그대로 짓눌려 형체도 안 남을 게 분명했기에, 서리강철 검을 뽑고서 악마의 몸을 박차고 떨어졌다.
여태 겨우 기어오른 높이에서 떨어지자, 거친 공기의 저항이 날 반겼다. 저 멀리 보이던 대지가 순식간에 내게 다가왔다. 나는 침착하게 몸을 굴려 낙하의 충격을 최소화했다. 살이 쓸려나가며 하얀 사제복이 내 피로 붉게 물들었다.
아릿한 고통 속에서 나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약물로 강화된 내 몸은 기다렸다는 듯이 뇌의 명령에 응했다.
– 가아아아아아!
더없이 개운한 포효. 일어난 나는 완벽하게 으깨진 오브스의 흔적을 발견했다. 그는 나와 달리 저 거대한 몸뚱이가 만들어낸 재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고개를 들어 악마의 머리통을 바라보자, 새하얀 검 하나가 악마의 정수리에 박혀 있는 것이 보였다.
마침내 모든 교화의 사제를 죽인 악마는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듯이 무차별적인 파괴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아직 도망치지 못한 이들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나는 다시 한 번 내달렸다. 평탄한 길 위를 지나, 무너진 건물의 잔해를 넘고, 건물의 옥상들을 타고 넘어 뛰어올랐다.
푹.
서리강철 검이 악마의 꼬리 가죽을 꿰뚫었다. 거대한 몸에 비하면 바늘만도 못한 서리강철 검은 악마에게 그 어떠한 피해도 주지 못했다.
악마는 나를 무시한 채 계속해서 귀스를 부숴나갔다.
나는 거칠게 흔들리는 악마의 몸 위에서 서리강철 검에 의지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목표는 악마의 머리통에 꽂혀 있는 저 성물. 오브스의 노력은 헛된 것이 아니었는지, 새하얀 검신의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이미 악마의 머리통을 깊숙이 파고든 상태였다.
당장에 내가 아주 조금만 저 성물을 밀어 넣는다면 악마의 난동은 이제 끝이었다.
– 가아아아아아!
내 몸은 악마의 난동에 맞춰 끊임없이 흔들렸다. 흔들림을 도저히 견딜 수 없을 때에는 손에 쥔 서리강철 검을 억세게 틀어쥐고서 악마의 몸에 매달려 충격이 지나가길 기다렸다.
흥분한 악마의 난동이 점점 거세졌다. 나는 묵묵히 인내심을 갖고서 악마의 등을 타고 올라 마침내 새하얀 백색 검의 코앞까지 도착했다.
또다시 격렬하게 흔들리는 악마의 몸뚱이. 나는 눈앞에 있는 백색 검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건 당장 눈앞의 검에 신경이 팔린, 너무나 조급하고 어리석은 선택이었다.
‘살해!’
흔들리는 진동 속에서 무언가 튕겨 나갔다. 내 품을 벗어난 어머니의 손이 허공을 날아 바닥을 향해 자유낙하를 시작했다.
‘살해애애애애애애애!!!’
뚝.
어머니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내려앉은 정적. 세상에 홀로 남은 불안감이 내 목을 조여왔다. 숨이 제대로 쉬어지질 않았다.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이제 눈앞에 있는 검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악마의 머리통에서 뛰어내렸다.
착지는 완전히 실패였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다리가 뭉개졌다. 나는 아이처럼 울었다.
“어머니! 어디 계십니까! 어머니!!!”
그때 자그마한 목소리가 마음속으로 스며들어왔다.
‘살해…’
나는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을 향해 두 손으로 기어갔다. 손톱이 부서지고 손끝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해서 기어갔다.
마침내 나는 잔해 위에 떨어진 어머니의 손에 닿았다. 머릿속에 다시금 평온이 찾아왔다.
“아. 어머니···.”
‘살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마음이 너무 급했던 탓에 하마터면 어머니를 잃어버릴 뻔했습니다.”
‘살해! 살해! 살해!’
“뭐라 드릴 말씀이···. 네?!”
부패의 어머니께서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뭉개진 오브스의 시체가 보였다.
그리고 그 앞에 떨어져 있는 자그마한 거울도.
‘살해!!!’
저 거울이 바로 나와 어머니가 애타게 찾던 부패의 신성이 봉인된 성물이었다.
나는 거울을 쥐며 빙그레 웃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더니. 참으로 그렇군요. 어머니. 이거 일이 정말 재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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