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0)
제10화
파일럿 프로그램 [미스터리 탐사대]의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었다.
승현은 수시로 내레이션을 녹음했다.
현장감을 그대로 전해주기 위해 현장에서 느끼는 것들을 즉석에서 ‘음성메모’하는 것이었다.
만약 음질이 많이 뭉개지거나 어울리지 않게 녹음된 부분은 대본을 수정한 뒤 후시 녹음을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태정은 촬영과 장소 섭외를 담당했다.
이 역시 현장감을 주기 위해 핸드헬드 기법을 주로 사용하기로 했다.
또 하나.
커뮤니티에서 활동 중인 ‘포스그래퍼’에게 쪽지를 보내 인터뷰 요청을 보냈다.
포스그래퍼는 흔쾌히 인터뷰에 응했고, 자신이 근무 중인 일산의 스튜디오 주소를 보내주었다.
그렇게 촬영 준비를 마친 후 바로 일산으로 이동했다.
그 사이, 승현은 귀신이 촬영된 저수지 풍경 영상을 보며 내레이션을 녹음한 뒤 화면과 함께 음성을 들어보았다.
“[풍경이 좋다] 7회 태영읍 편에서 발견한 정체 모를 사람의 형상. 머리스타일과 복장으로 봐선 여성으로 예상이 되었다. 지금 화면으로 볼 수 있듯, 들꽃이 휘날리는 저수지 주변 들판 가운데 반짝하고 나타났다 사라졌다.”
순간 화면이 잠시 멈추더니 노이즈가 심하게 꼈다.
동시에 승현이 녹음할 때는 전혀 들리지 않았던 여성의 음성이 들렸다.
-으흐흐흐… 흣스흐흐스.
‘이런 소리가 있었나?’
승현은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그 음성도 방영본에 포함시킬 생각을 하며 내레이션을 이어갔다.
“그 형체가 나타난 곳까지의 거리는 가늠할 수 없지만 저수지 바로 앞이라는 건 추측할 수 있었다. 우리는 이 영상이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
흐흑… 흐스스스스스
…아니면 누군가 조작을 한 것은 아닌지 직접 검증을 받아 보기로 했다.”
운전을 하며 녹음을 듣던 태정도 소름이 쫙 끼치는 것을 느꼈다.
“방금 여자 우는 소리 뭐였어요? 선배가 직접 내신 거예요?”
“아냐, 인마. 내가 이런 걸 어떻게 내.”
“아. 뭔지는 몰라도 기분이 이상한데. 아. [괴담이즘] 때보다 더 힘들 것 같은 느낌.”
“걱정 마. 잘 되겠지.”
승현은 태연하게 대답을 했지만, 그 역시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몇 번이고 계속해서 소리를 다시 들어보았다.
여전히 그 이상한 목소리는 함께 녹음이 되어 있었다.
이걸 그대로 방송에 내보내면 꽤 센세이션 할 것 같다는 느낌이 확 몰아쳤다.
* * *
차량은 더욱 속도를 내 일산 시내로 진입해 들어갔다.
그때 승현이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네. 포스 스튜디오입니다.]전화를 받은 상대방의 목소리가 넘어왔다.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안녕하세요. RBS 최승현 PD입니다. 혹시 포스 스튜디오 사장님 계신가요?”
[아아. 네. 접니다. 쪽지 보내셨던 분이시죠?]“네, 맞습니다.”
[지금 스튜디오에 있으니 바로 오시면 됩니다.]“알겠습니다.”
승현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둘의 차량은 바로 으슥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신도시에는 어울리지 않는 허름한 골목 가운데 작은 상가 건물이 포착되었다.
[포스 스튜디오]2층에 스튜디오 간판도 확실히 보였다.
승현과 태정은 차에서 내려 장비를 챙긴 뒤 바로 올라갔다.
* * *
스튜디오 안으로 들어가자 커다란 조명과 작은 세트장.
그리고 각종 카메라 장비와 영상 편집 장비들이 보였다.
태정은 이곳에 발을 들이자마자 뭔가 찝찝한 듯 몸을 움츠렸다.
을씨년스러우면서도 차가운 한기가 목덜미에 슥 드리우는 것이었다.
“계세요~?”
승현이 조심스레 부르자 턱수염이 수북하게 난 중년 남자가 ‘인화실’에서 나왔다.
그는 머리카락도 어깨까지 내려올 정도로 길게 늘어뜨린 모습이었다.
“아. RBS PD님?”
남자가 꾸벅 인사를 하자 승현이 명함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최승현 PD입니다.”
“포스 스튜디오 ‘장필립’입니다.”
자신을 ‘필립’이라 칭한 남자도 명함을 주었다.
승현은 명함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네, 네. 일단 여기 앉으시죠. 음료수 좀 드릴까요?”
필립이 스튜디오 한쪽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카메라와 촬영 계약서 등등이 어지럽게 놓여 있었다.
정리를 잘하는 타입은 아닌 것 같았다.
“괜찮습니다.”
승현이 대답했지만 필립은 작은 냉장고에서 캔커피를 꺼내 승현과 태정의 앞에 놓았다.
“저희가 다큐라서요. 지금부터 카메라를 돌리고 있어도 괜찮을까요?”
“네, 네. 이해합니다. 그렇게 하세요.”
승현의 질문에 필립이 자리에 앉으며 대답했다.
태정은 마이크 수신기와 카메라를 꺼내 둘을 촬영했다.
승현 역시도 마이크와 녹음기를 꺼내 들었다.
“먼저 저희가 연락드린 것처럼, 찾아오게 된 계기는 이번에 [풍경이 좋다] 태영읍 편에서 포착된 귀신 때문인데요.”
“아. 네. 저도 그거 봤습니다.”
“사진이나 영상에 귀신이 포착되는 경우가 있나요?”
“네. 그럼요. 많이 있습니다.”
“아. 뭔가 빛 반사라거나 번지는 효과. 아니면 먼지 같은 걸로 발생하지 않나요?”
“우리가 ‘심령사진’으로 알려진 대부분의 사진들이 사실 그렇기는 합니다. 일부러 합성한 것이 아닌데 이상한 것이 찍히는 경우는 카메라 메커니즘 상 발생할 수 있는 것들이죠.”
“그럼 ‘심령사진’이라면 어떤 걸까요?”
“빛 번짐이나 반사효과가 일어날 환경도 아닌 걸로 보이고 합성의 흔적도 없는데 찍을 때 없던 것이 찍혀있으면 그걸 ‘심령사진’이라고 부르죠.”
“혹시 직접 보셨다던 [풍경의 좋다]의 귀신 영상은 어떤가요?”
“제가 촬영 원본을 본 건 아니라 뭐라 규정할 수는 없는데요. 일단 봤을 땐 굉장히 신기했습니다. 그렇게 편집을 하려면 할 수도 있긴 하겠지만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닐 것 같았어요.”
“그래서 저희가 촬영했던 태영 저수지 영상 원본 파일을 가지고 왔습니다. 한 번 같이 확인해 보실까요?”
승현이 말했다.
“좋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필립은 자리에서 일어나 커다란 모니터와 콘솔, 컴퓨터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승현이 건넨 촬영 원본을 같이 확인하는 장면.
필립은 60프레임으로 촬영된 촬영 원본을 천천히 확인해 보았다.
그리고 그는 인터뷰 형식으로 영상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영상을 보시면 정확히 다섯 프레임에 한 여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사라집니다. 여기서 주목해 봐야 할 점은 주변 풍경부인데요. 보시면 꽃과 나뭇잎, 풀잎 등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보이죠.”
화면은 그가 가리키는 곳을 클로즈업해 보여주었다.
“60프레임 모두 자연스럽게 연결이 되고 있는데 여성의 모습만 나타났다 사라져요. 먼저 이 여성의 모습을 확대해서 보시면 여성의 테두리 근처가 약간 흐릿한 게 보이죠. 만약 합성한 거라면 이 정도로 흐릿할 수 없습니-.”
그 때였다.
쿵!!
커다란 소리가 들렸다.
승현과 태정, 필립이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멀쩡히 서 있는 스탠드 조명이 쓰러져 있었다.
순간 승현과 태정이 얼어붙었다.
동시에 승현은 비릿한 피 냄새를 느꼈다.
저수지에서 느꼈던 바로 그 냄새였다.
그 사이 필립은 고개를 갸웃하며 일어나 스탠드를 다시 세우고 선을 정리했다.
태정은 그런 그를 보면서 한기가 점점 더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다시 자리에 돌아온 필립이 인터뷰를 이어갔다.
“합성은 영상, 사진의 특정 부위를 잘라내 붙이는 거기 때문에 붕 뜨는 것처럼 지나치게 선명하죠. 그걸 부드럽게 하는 게 합성 기술이고, 또 소위 한 픽셀씩 수작업을 해줘야 하는 건데요.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자연스럽기는 힘듭니다.”
그는 영상을 이리저리 확대해 보며 인터뷰를 진행했다.
태정은 수시로 모니터 화면을 촬영하며, 필립이 어떤 장면을 보여주는지 캐치했다.
나중에 방영분을 편집할 때 시청자들에게 직접 보여줘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와중에도 승현과 태정의 등에는 식은땀이 주륵 흘렀다.
“그러니까 결론은 합성이나 편집이 아니라는 말씀이신가요?”
“물론 저보다 고수 분들이 계시니 확언할 수는 없지만 제가 볼 때는 그렇습니다.”
필립이 대답했다.
“심령사진을 굉장히 많이 찍으셨던 것 같은데요. 혹시 귀신이 찍히는 특정 상황이 있나요?”
승현이 물었다.
“네. 뭐, 정해진 환경은 없는 것 같습니다만 주로 습하거나 어두운 곳. 그런 곳에서 많이 촬영이 됐던 것 같습니다.”
“혹시 지금처럼 귀신의 모습을 직접 찍으셨던 다른 결과물이 혹시 있을까요? 보관하고 계신 거라든지.”
승현이 물었다.
태정은 구도에 맞춰 필립에게 클로즈업을 했다.
“네. 따라오시죠.”
필립은 고개를 끄덕인 후 스튜디오 안 쪽으로 들어갔다.
승현은 카메라를 보며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 * *
딸깍-
필립은 스튜디오 구석에 있는 작은 방에 들어가 스위치를 올렸다.
그러자 노란색 백열등이 켜지며 온갖 사진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진 벽을 꾸미듯, 사방 벽에 크고 작은 심령사진들이 걸려 있는 것이었다.
“제 작은 컬렉션입니다. 취미로 한두 장 모으기 시작하다 보니 벌써 이 정도 찼네요.”
그가 사진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태정은 벽에 걸린 심령사진들을 클로즈업하여 몇 장 촬영한 뒤, 원근 기법을 이용해 전시된 사진을 길게 뽑아냈다.
“와, 와우. 커뮤니티에 올리신 건 극히 일부였군요.”
“네. 논란이 될 만한 건 안 올렸으니까요.”
“오호.”
승현은 심령사진들을 자세히 보았다.
동시에 굉장히 이상한 냄새가 확 느껴졌다.
승현은 눈을 감고 무슨 냄새인지 떠올려 보았다.
학창시절, 오래된 급식소에 들어갔을 때 났던 묘한 음식냄새와 함께 습기가 느껴지는 냄새.
약간 곰팡이 냄새도 섞여 있는 듯하면서도 장작을 태우고 있는 듯한 냄새도 났다.
그때 그 사이로, 타이어 타는 냄새가 강하게 느껴졌다.
승현이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달리고 있는 차량 안에서 찍은 듯한 구도의 사진 한 쪽에, 하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수풀 속에서 붉은 눈을 번뜩이며 서있었다.
보기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사진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