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00)
제100화
승현과 태정, 화영은 4개 금기와 관련이 된 곳마다 CCTV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이곳 관리실 쪽에서 보는 CCTV랑 다른 구도로 한 번 두자. 우물하고 신당, 나무, 부엌이 바로 보이게 정면으로.”
“네, 네.”
승현과 화영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카메라 구도를 잡았다.
하이앵글이 아닌 사람 키에서 보는 높이로 오로지 우물, 신당, 부엌 입구, 소나무만 찍히게 세팅했다.
그리고 중앙에 있는 가장 큰 독채에 모니터와 노트북을 설치했다.
“오늘은 평일이어서 예약 손님이 없어요. 편하게 촬영하시면 됩니다.”
김애진이 열린 방문 앞에서 말했다.
“빈방이 있을 땐 그냥 예약 없이 오는 손님도 받죠?”
“네. 그렇긴 한데 평일인데다가 여기 수속면은 관광지도 아니라서 예약 없이 오는 분은 드물어요.”
“그렇군요.”
“저는 사무실에 있을 테니까 필요하시면 오시거나 아니면 객실 현관 옆에 인터폰 있어요. 그거로 부르시면 돼요.”
김애진이 창호문 옆쪽 벽에 붙어 있는 인터폰을 가리켰다.
“아, 네. 감사합니다.”
승현이 인사하자 김애진은 미소를 띠고는 사무실 별채 쪽으로 이동했다.
“그 인형. 가지고 오셨어요?”
승현이 수연을 보며 묻자 그녀는 들고 있던 인형을 내려놓았다.
태정은 카메라를 들어 인형을 클로즈업 했다.
“말씀대로라면 여기 인형 안에 뭔가가 들어 있을 수도 있겠네요?”
“네. 누군가 고의로 저주를 했다면 신체 일부가 들어가 있을 수 있죠.”
“이 인형에 붙은 부적도-”
“-네, 저주와 관련한 부적인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아는 것과 다른 걸로 봐선 굉장히 오래된 양식인 것 같아요.”
“그렇군요.”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승현과 카메라를 번갈아 보고는 인형을 뒤집었다.
그리고는 지푸라기를 엮은 실을 풀어 해체를 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쿵-
방 앞에 세워두었던 삼각대가 혼자 쓰러졌다.
일행이 깜짝 놀라 열어둔 방문 밖을 보았다.
누가 일부러 쓰러트린 것 같지는 않았다.
“계속하시죠.”
승현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수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 뜨고는 다시 해체 작업을 했다.
그렇게 밀짚 인형의 배 부분을 가르자 굉장히 오래되어 푸석푸석한 느낌이 나는 머리카락 뭉치가 나왔다.
“어우.”
승현이 미간을 찌푸렸다.
저런 머리카락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더욱 소름 끼쳤다.
수연은 머리카락 뭉치 사이에서 뭔가 이상한 것을 하나 찾았다.
오래된 한지에 적힌 붉은색 한자였다.
“妓女 成月. 기녀 성월.”
수연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게 뭐죠? 달을 이루다?”
승현이 되물었다.
“기녀. 기생의 이름인 것 같아요. 뭐 때문에 기생의 이름이 이런 양반집 아궁이 구석에 이렇게 남아 있는 걸까요. 그것도 저주 도구 안에.”
수연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양반이라는 김도일 씨가 어디 기생집에서 애첩이라도 뒀나 보죠.”
화영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수롭지 않게 한 마디 툭 던졌다.
하지만 승현은 왠지 허투루 넘길 말이 아니라는 직감이 스쳤다.
이런 대궐 같은 양반집에서 기녀의 이름이 담긴 저주 물품이 나왔다.
이건 높은 확률로 장씨 부인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승현은 인형과 종이를 보며 곰곰이 생각에 빠졌다.
그 사이 화영은 인터넷으로 기녀 성월에 대해 검색을 해 보았다.
“인터넷에 기생 이름이 있겠어요? 황진이급은 돼야 기록에 남지 않을까?”
태정이 입을 삐쭉 내밀고 말했다.
“그럴까요? 그래도- 혹시나-”
화영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계속 검색을 해 나갔다.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밀양의 성월. 기록이 있어요!”
“진짜?”
승현이 놀라 그녀 옆에 앉아 검색 결과를 보았다.
사실상 그녀의 일대기에 대한 기록도, 커뮤니티에 도는 괴담도 아니었다.
– 밀양의 성월 설화 –
아주 짤막한 이야기였다.
출처는 실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학술지 15집. 2003년 출판본.
2003년 밀양으로 농활을 다녀온 대학생들이 노인들에게서 들었던 구전 설화를 과내 학술지에 포함시킨 것이었다.
그게 꽤나 흥미로웠는지 누군가 해당 내용을 스캔으로 떠 자신의 블로그에 업로드 해 두었다.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대략 이러했다.
* * *
조선 중기.
밀양에서 지방 관리로 일하는 양지 김 씨 ‘김도일’은 지역 유지로 명망이 두터웠다.
그런 그에게는 ‘장씨 부인’이라는 아내와 ‘김준’라는 아들이 있었다.
꽤나 단란해 보이는 전형적인 조선시대 가정이었지만 장씨 부인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젊었을 때부터 김도일이 여색을 그렇게 많이 밝혔다는 것.
집과 직장인 밀양도호부. 그리고 기생집이 일정의 전부일 정도.
아니, 심지어 집보다 기생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다고 한다.
심지어 아들 ‘김준’이 결혼하는 그 날에도 저녁때 기생집을 갔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당시 남성의 권위는 압도적이었고, 장씨 부인은 타는 속을 진정시키며 살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기생집의 유명한 기녀 중 한 명인 ‘성월’이 김도일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
실제로 김도일은 그 기생집에서 늘 성월하고만 술자리를 가졌다고 했다.
장씨 부인이 담장 너머 기생집을 들여다보니 실제로 성원은 만삭이었고 김도일은 그의 옆에서 배를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장씨 부인은 분노와 함께 위험을 느꼈다.
바람을 피우고 있는 자신의 남편.
그리고 자칫하면 정실부인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물론 양반집 딸인 장씨 부인이 정실부인 자리를 한낱 기생에게 뺏길 가능성은 적었지만 몸이 약한 ‘김준’이 후사 없이 죽게 되면 분명 저 기생의 아이가 주목을 받게 될 것이었다.
특히나 저 아이가 아들이라면 더더욱.
결국 그녀는 무당을 불러 굿을 하고 성월을 저주하기에 이른다.
온갖 부적을 동원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밤마다 부엌에서 인형에 못을 박고 칼질을 해댔다.
저주 때문이었을까.
성월은 유산을 하고 미쳐버리게 된다.
그렇게 기생집에서도 쫓겨난 성월은 추운 겨울날, 유산 후 회복되지 않은 몸으로 산길을 헤매다 얼어 죽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있던 자리에 돌이 생기니 그 바위를 ‘성월바위’라 하였다.
* * *
내용을 쭉 본 화영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렇게 증거가 되는 바위가 있으면 ‘설화’가 아니라 ‘전설’로 불러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게 뭐가 중요하겠니.”
승현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몇 번이고 다시 읽어보았다.
“그럼 이 설화에 대해서 이 근처 주민들은 알고 있다는 말 아니에요?”
태정이 말했다.
승현이 고개를 끄더이며 수첩을 챙겼다.
“주민 인터뷰를 좀 따보자.”
승현의 말에 일행 모두 움직일 준비를 했다.
* * *
– 김 모씨: 성월전설. 알지, 알아. 성월이가 저쪽 뒤에 수속산 중턱쯤에서 죽었는데 겨울만 되면 억울해서 우는 소리가 이 마을에도 들린다지.
– 이 모씨: 성월이가 바위가 된 이후로 김도일 가문은 풍비박산이 났더랬지. 아들 며느리 다 죽고 그 김도일 내외도 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 한 모씨: 성월이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 다 그 장씨 부인 심보가 못 되어 처먹은 거지.
– 정 모씨: 아무리 조선시대라 해도 바람 핀 남자가 잘못이지. 그 양반나리가 백 번 천 번 잘못한 거야!
– 사 모씨: 그 바위는 그냥 성월바위라고 대충 짜맞춘 거야. 성월이가 어디서 죽었는지는 아무도 몰라.
수속면에 거주하는 노인들 사이에서는 익히 도는 이야기인 듯했다.
다만 최소 70세 이상의 노인들만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승현 일행은 마을을 걸어 다니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거, 인터뷰 내용 봤을 땐 종친회에서도 알고 있는 내용일 것 같은데요?”
“글쎄다. 내가 볼 땐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해. 만약 알았으면 어떻게 해서든 그 저주 흔적들은 없앴을 것 같은데?”
태정의 질문에 승현이 답했다.
“이거 그 수속산인가. 거기로 가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
화영이 물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두리번거리다 허리가 굽은 노파가 걸어가는 것을 보고 그리로 달려갔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길 좀 여쭐게요.”
살갑게 말을 걸자 노파가 고개를 들어 승현을 보았다.
“저희는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인데요. 혹시 여기 성월바위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아시나요?”
승현의 질문에 노파는 잠시 생각하는 듯 눈을 굴리다 옆쪽에 있는 산길을 가리켰다.
“이 산을 따라서 쭉 올라가다 보면 나오는데 가기 힘들 거야.”
“네?”
“길이 없어졌을걸?”
노파는 뒷짐을 지고 유유히 걸어갔다.
승현은 그 자리에 서서 노파가 가리킨 산길을 보았다.
커다란 나무에 그림자가 진 것이 괜스레 어두컴컴해 보였다.
“가보실?”
태정이 물었다.
“가봐야지.”
승현이 앞장서서 걸어갔다.
그렇게 승현과 화영, 태정이 걸어가는 사이, 수연은 그 자리에 홀로 멈춰섰다.
어두컴컴한 산길 가운데로 한복을 입은 귀신이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연은 온몸의 신경이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만 그 귀신을 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수연 씨. 안 오세요?”
승현이 돌아보며 물었다.
수연은 고개를 가로젓고는 승현 일행의 뒤를 따랐다.
그 귀신이 내뿜는 기운과 모습으로 봐선 적대적이지 않다는 느낌이기 때문이었다.
*
산길의 흔적만 있을 뿐, 편히 걸을 수 있는 길은 아니었다.
승현과 화영, 태정, 수연은 거친 산길을 헤치며 올라갔다.
승현은 태정이 들고 있는 카메라를 보며 멘트를 했다.
“저희는 지금 기녀 성월이 죽었다는 성월바위로 향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그녀는 김도일의 정실부인, 장씨 부인의 저주로 인해 죽었다고 하는데요. 그녀가 죽은 자리에 가면 무언가 단서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그렇게 한참 산길을 헤치며 올라가자 낮고 녹슨 철제 울타리 하나가 나타났다.
“여기. 이건가? 헉, 헉.”
승현이 숨을 몰아쉬며 난간을 툭툭 쳤다.
울타리 주변으로 잡초와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자칫하면 발견하지 못할 뻔했다.
“주변에 바위가 많은데 어떤 거죠?”
화영이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그때 울타리 안쪽으로 독특한 형태의 바위 하나가 보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