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01)
제101화
봉긋하게 올라온 돌덩이 하나가 허리를 굽힌 사람 형상으로 정상 쪽을 향하고 있었다.
“헉, 헉. 특이하게 생기긴 했는데.”
그 바위만 딱 두고 보면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지만 산 가운데 있다고 보면 커다란 한복 치마를 입은 여성이 산을 오르고 있는 그런 느낌이기도 했다.
“신기하네요. 울타리가 있다는 건 관광지로 썼다는 건가.”
화영이 고개를 갸웃하며 울타리를 살폈다.
울타리에는 굉장히 오래 되어 보이는 경고판이 달려 있었다.
[넘어가지 마시오]그 글씨체와 경고판 재질로 봐선 못해도 1980년대 이전 것 같았다.
그 순간이었다.
파치직 파치직
카메라 LCD화면이 요란하게 깜빡거리며 노이즈 소리가 잡혔다.
이내 깜빡거리는 화면 사이로 귀신의 얼굴이 커다랗게 잡혔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최종 방영 영상에서는 그 순간 잠시 정지해 귀신의 얼굴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창백한 피부와 검은 흰자위
시커먼 입술.
귀와 눈, 코, 입 아래로 묻어 있는 회색 액체.
초점이 명확하지 않지만 카메라 앞에 얼굴을 들이대며 시청자를 그대로 꿰뚫어 보는 듯한 소름 끼치는 얼굴이었다.
“선배. 선배. 귀신 잡혔어요.”
태정의 말에 승현이 수신호를 보낸 뒤 녹화 화면을 확인해 보았다.
확실히 아주 짧은 순간, 귀신의 얼굴이 정면으로 포착되어 있었다.
“수연 씨. 알아보시겠어요?”
승현이 수연을 불렀다.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태정의 옆에 다가가 LCD 화면을 보았다.
“아.”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김애진과의 인터뷰에서 보았던 바로 그 귀신의 얼굴이었다.
“네, 알 것 같아요. 김애진 씨 인터뷰 때 봤던 그 귀신이에요!”
수연의 말에 승현과 태정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사람이 그 ‘기녀 성월’인 건가.”
승현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동시에 굉장히 강한 물비린내가 물씬 풍겨왔다.
어디 썩은 물이라도 있는 느낌이었다.
순간 어딘가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쿵-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였다.
카메라와 최승현 PD가 동시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멀리 나무 사이로 한복 입은 누군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저기 서 있는 사람 누구예요?”
태정이 물었다.
“보여요? 지금 저기 서 있는 사람?”
그는 카메라로 한복 입은 사람을 클로즈업했다.
그 순간, 나무 사이에 있던 한복 입은 사람이 가열하게 달려오기 시작했다.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굉장히 저돌적인 모습이었다.
“도, 도망쳐요!”
태정이 소리쳤다.
동시에 강한 악취와 찬바람이 휘몰아치자 승현과 수연, 화영 모두 혼비백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카메라는 요란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허겁지겁 산에서 뛰어 내려오는 것이었다.
파스스스 파스스스
수풀이 스치는 사이로 이상한 오디오가 잡혔다.
치지지직- 스으으으으읍- 스으으으으읍-
노이즈와 함께 거세게 숨을 쉬는 듯한 소리였다.
모두 무선 마이크를 장착한 상태기는 하지만 카메라와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이 태정의 숨소리가 가장 와일드하게 잡혔다.
하지만 이 소리는 지금까지 시청자들이 알고 들었던 태정의 숨소리와 달랐다.
이건, 분명, 또 다른 누군가의 숨소리였다.
*
“헉, 헉, 헉, 헉.”
허겁지겁 다시 산길 초입으로 돌아온 승현 일행은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보았다.
“다친 사람.”
승현이 묻자 다들 고개를 가로저었다.
“방금 찍은 것 좀 보자.”
그는 태정에게서 카메라를 받은 뒤 LCD 화면으로 녹화본을 확인해 보았다.
옆에서 함께 보던 수연이 인상을 찌푸렸다.
“방금 나온 영가. 제가 본 거예요.”
“정말요? 헐.”
승현은 귀신이 찍힌 장면에서 정지를 한 후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정말 성월바위에서 죽은 걸까요?”
화영이 방금 달려 내려온 산길을 보며 혼잣말처럼 물었다.
“어?”
승현이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
“성월바위라고 해도 그녀가 죽었다는 자리라기에 무덤이나 그런 게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말 그대로 바위일 뿐이잖아요. 특이하게 생긴 바위.”
화영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물론 저희가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기는 하지만 저 바위랑 노인들의 구전 설화만 듣고 저기가 성월이 죽은 곳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과학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보면 화영의 말이 맞았다.
무엇보다, 승현은 기녀 성월에게서 나는 묘한 악취를 떠올렸다.
‘물비린내가 난다는 건 익사한 귀신 냄새 아닌가.’
인형을 찾아냈을 때나 방금 느꼈던 썩은 물비린내는 보통 귀신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었다.
승현은 땀을 닦으며 되물었다.
“그럼 어디서 죽었다고 생각해?”
그는 질문을 던짐과 동시에 지금까지 자신과 일행이 보고 듣고 겪은 모든 것을 되새겨 보았다.
우물 앞에서 넘어진 사연자 A.
우물 안에서 기어 올라오는 긴 머리카락의 무언가.
밀짚으로 된 저주 인형 안에 있던 이름과 머리카락.
귀신의 코와 입에서 진득하게 흐르던 회색 액체.
우물 안에서 맡았다던 악취와 김애진과의 첫 미팅 때 마주친 귀신이 내뿜은 악취.
인형과 바위에서 나는 물비린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이 조금씩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김애진!”
승현과 화영 모두 동시에 김애진과 한 번 더 인터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깨달은 것이었다.
승현 일행은 장비들을 바리바리 챙기고는 다시 도영가 호텔로 돌아갔다.
그리고 김애진과 우물 관련한 인터뷰를 추가로 진행했다.
– 김애진(사연자) : 인터넷에 글 올렸던 그때요? 아! 네, 맞아요. 우물에서 머리카락이 긴 사람이 기어 올라왔어요. 제가 봤을 때 남자 같진 않았는데. 그 당시에 남자들도 상투를 틀어서 그렇지 머리가 길잖아요. 그렇다고 해도 옷차림도 약간 여자 한복 같았는데.
호텔에 들어가자마자 사무실에 있던 김애진과 바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녀는 그때를 떠올리며 천천히 답변을 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4시.
해가 지기까지는 제법 시간이 남아 있었다.
“혹시 우물 안에 들어가 볼 수 있을까요?”
기녀 성월도 그 우물에 빠져 익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승현의 말에 김애진이 눈을 크게 떴다.
“네? 저기를요?”
“본격적으로 기현상들을 포착해볼 생각입니다. 가능할까요?”
승현이 말했지만 김애진은 고민을 하듯 머뭇거렸다.
“안전장치만 잘해두면 문제될 거 없을 듯한데요?”
화영도 덧붙였다.
김애진은 머리를 긁적이다 시간을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낮이니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렇게 오후 5시가 되고, 우물 안을 탐색하기 위해 승현 일행 모두 앞마당에 모였다.
*
태정은 앞마당에 있는 우물을 클로즈업 했다.
“자정에 우물가에 있지 말 것. 그리고 우물에 물이 차있는 것처럼 보일 때는 고개를 들이밀지 말 것.”
그 사이 승현이 중얼거리며 우물에 다가갔다.
그때 호텔 직원과 김애진도 앵커와 코프로 만들어진 안전 장비를 가지고 나왔다.
“이거 장착하시면 됩니다.”
이어 호텔 직원이 승현에게 안전 장비를 장착시켜 주었다.
철컥 철컥
“요새는 우물을 봉쇄해 두고 있는데 예전엔 열어뒀었거든요. 그때 가끔 우물에 물건 떨어트리는 분이 있어서 이런 장비가 있습니다.”
호텔 직원은 장착이 완료된 안전 장비를 확인하며 말했다.
“그때 우물에 들어가 보신 적 있으신가요?”
승현이 물었다.
“예전 직원분이 들어가셨습니다. 그때도 낮에만 들어가셨다고 하더라고요.”
직원은 안전하다는 듯 엄지를 들어 보이고는 뒤로 물러섰다.
승현은 카메라를 보며 자신의 몸과 외부 리프트에 연결된 로프를 번갈아 가리키며 말했다.
“제 몸에 연결된 안전 로프는 우물 밖에 있는 리프트에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안전하게, 우물 안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안전하게 촬영한다는 것을 시청자들에게 알려주는 것이었다.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화영이 걱정스러운 톤으로 물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몸에 장착된 코프로 카메라를 확인했다.
“내 몸에 붙인 코프로 카메라 작동 되지?”
이어 묻자 태정이 엄지를 들어 보였다.
“그럼 들어가 보죠.”
승현은 비장한 표정으로 우물에 발을 걸쳤다.
그리고 로프를 타고 천천히 우물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면서 코프로 카메라로 돌로 쌓은 벽면과 말라 있는 바닥을 번갈아 촬영했다.
“괜찮아요?”
우물 밖에서 화영이 고개를 들이밀며 물었다.
승현은 괜찮다는 수신호를 보냈다.
자박-
바닥까지 내려온 승현은 몸에 연결된 로프와 앵커를 다시 한 번 확인한 후 벽면을 살폈다.
시커먼 이끼 자국이 가득했다.
살짝 손을 대니 무척 미끈거렸다.
그리고 물비린내 또한 굉장히 지독하게 나고 있었다.
이건 우물 안이라 더욱 심한 것 같은 느낌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죽은 사람들이 있는 만큼, 익사한 귀신의 ‘흔적’일 가능성이 더 컸다.
“뭐가 좀 있나요?”
위에서 화영이 물었다.
그 소리는 메아리쳐 굉장히 크게 들렸다.
“아직!”
승현이 손을 흔들어 보이고는 바닥을 살폈다.
바닥에 살짝 젖은 자갈들이 깔려 있었다.
우물이 마르긴 했지만 그래도 주변에 지하수가 흐르기는 하는 모양이었다.
승현은 쪼그려 앉아 바닥을 살짝 파보았다.
사그락 사그락 사그락
자갈을 조금 파내자 손끝에 뭔가 이상한 것이 걸렸다.
상자 같은 것이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승현은 조금 더 넓게 파서 상자를 하나 꺼내 들었다.
부적이 덕지덕지 붙은 작은 나무 상자였다.
“올려주세요! 뭔가 발견했습니다!”
승현이 말했다.
구우우우우웅-
그러자 리프트가 작동하며 로프가 팽팽해졌다.
이어 승현의 몸이 둥실 떠올랐다.
그는 상자를 허리에 낀 채로 바닥을 보았다.
자연스럽게 카메라 화면도 바닥을 비췄다.
그 순간이었다.
방금 상자를 파낸 자리에 사람의 얼굴 반쪽이 파묻혀 있는 것이 보였다.
분명 그 얼굴에는 초롱초롱한 안광이 그대로 발현하고 있었다.
“아, 아래, 아래.”
그는 코프로 카메라로 그쪽을 비췄다.
주륵-
동시에 우물 벽면에 있는 돌들 사이에서 붉은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