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02)
제102화(삽화)
승현은 다급하게 카메라를 돌리며 소리쳤다.
“빨리! 빨리! 빨리! 여기 이상해요!”
하지만 로프를 끌어당기는 리프트의 속도는 고정되어 있었다.
승현은 겁에 질린 듯 다시 아래를 보았다.
몸에 장착된 코프로 카메라의 앵글도 아래를 향했다.
쩌저적 쩌저저저적-
한복을 입은 여자 귀신이 자갈을 헤치고 네 발로 기어올라왔다.
그녀는 이내 벽을 짚으며 위로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 * *
* * *
승현은 아래 바닥과 우물 위쪽을 번갈아 보았다.
카메라 화면 역시도 아래쪽의 귀신과 위쪽, 둥그런 하늘을 번갈아 보여주었다.
텁 텁 텁 텁 텁 텁 텁 텁 텁 텁 텁 텁 텁 텁 텁 텁 텁 텁
귀신은 성큼성큼 우물 위로 올라왔다.
심지어 리프트 속도보다 빨랐다.
자칫하면 바깥에 나가기 전에 귀신에게 발목이 잡힐 것만 같았다.
구우우우우우웅-
리프트 소리가 점점 가깝게 들려왔다.
스스스스스스스스스-
발아래에서는 귀신 소리가 빠르게 들려왔다.
승현의 코프로 카메라는 피가 흐르고 있는 벽과 아래 바닥, 쫓아 올라오는 귀신을 번갈아 담아냈다.
척 척 척 척
철퍽 철퍽 철퍽
귀신이 우물 벽을 짚고 올라올 때마다 핏물에 손바닥이 부딪치는 소리가 메아리쳤다.
그 소리가 더욱 끔찍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내 귀신이 승현의 발을 붙잡을 듯 손을 뻗었다.
승현의 코프로 카메라는 귀신의 손을 피해 발을 휘젓는 그의 다리를 그대로 담았다.
우여곡절 끝에 우물 끝에 도달했고, 승현이 손을 뻗었다.
텁
화영과 수연이 승현의 팔을 붙잡고 당겼다.
털썩-
우물에서 기어 올라오자마자 승현이 바닥에 나뒹굴었다.
와작-
동시에 허리에 끼고 있던 상자도 부서졌다.
“어- 우와-!”
승현이 허겁지겁 안전장치의 앵커를 풀었다.
“왜요. 무슨 일이에요?”
화영이 물었다.
승현은 땀을 닦으며 우물을 가리켰다.
그때, 수연은 자신의 가방에서 팥을 꺼내 우물을 향해 흩뿌렸다.
“다가오지 마! 물러나! 물러나라!”
그녀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메아리쳤다.
태정은 이 모습을 순서대로 카메라에 담고는 깨진 상자를 클로즈업했다.
안에는 오래된 책이 한 권 들어 있었다.
“이거- 뭐죠?”
태정이 물었다.
우물 쪽을 바라보며 한참 소리치던 수연이 손을 툭툭 털며 다가와 책을 들어보았다.
그리고 몇 장 넘겨보더니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이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록해 둔 이야기 같은데요?”
수연이 말했다.
다들 놀란 얼굴로 서로를 보았다.
그 책에 남아 있는 기록은 이러했다.
* * *
김도일의 처, 장씨 부인의 저주로 성월이 유산을 한 이후.
그녀는 노비들을 시켜 성월을 끌고 왔다.
성월은 김도일의 집 마당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는 노비들이 험악한 농기구를 들고 협박하듯 서 있었다.
김도일과 장씨 부인의 명령을 받는 노비들이 그녀를 끌고 온 것이었다.
“이 요망한 년! 네년이 한 짓을 정녕 모른단 말이냐!”
장씨 부인이 버럭 호통쳤다.
“마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사옵니다.”
성월은 이미 폭행을 당한 듯 얼굴에 상처와 멍이 가득했다.
장씨 부인은 이를 부득 갈더니 온갖 부적과 밀짚 인형을 성월 앞으로 툭 던졌다.
“네년이 이 집안 안 주인으로 들어오려고 나와 우리 아들을 해하려 살을 던지지 않았느냐! 그 때문에 아들과 며느리 모두 목숨을 잃었거늘!”
그녀가 버럭 소리쳤다.
그 인형을 빤히 바라보던 성월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마님께서 복중 제 아이를 해하려 쓰신 방법이지 않습니까. 저는 이런 미신을 하지 않았사옵니다.”
“이 년이 증거가 뻔히 있는데도!”
장씨 부인이 손을 번쩍 들자 옆에 있던 노비가 농기구로 성월의 등을 후려쳤다.
빠악
“컥-!”
성월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네년이 얼마나 교사스러우면 그 어진 분이 아직도 기생집에 드나든단 말이냐!”
장씨 부인은 눈을 표독스럽게 뜨고 말했다.
“그건 제 의지가 아니옵니다.”
성월이 신음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내 결심을 했다. 지아비 단속은 나의 몫. 네년의 숨통을 끊어놔야 집안이 제대로 돌아가겠구나! 여봐라!”
장씨 부인이 성월 주변에 있는 노비들을 보며 소리쳤다.
그러자 노비들은 대뜸 성월의 양팔을 붙잡고 일으켰다.
그러고는 지체없이 그녀를 우물에 던져 버리고 말았다.
풍덩-
“제가 한 것이 아니옵니다! 저는 저주를 하지 않았사옵니다!”
우물 안에서 고래고래 소리치는 성월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장씨 부인은 차가운 표정으로 그 우물을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잠시 뒤, 우물 안에서 들리는 성월의 절규도 잦아 들어갔다.
성월이 우물에 빠진 날 오후.
외출을 했던 김도일은 하인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듣고 우물로 달려갔다.
그리고 내려 보니 죽은 성월의 시신이 물에 둥둥 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때 장씨 부인이 대청마루로 나왔다.
“귀가하셨으면 정리를 하시고 푹 쉬시지 우물가에서 뭐하시옵니까.”
그녀의 목소리는 무척 차분했다.
“지금 무슨 짓을 한 것이오!”
“저 요망한 년이 우리 가문에 살을 날려서 집안 대가 끊겼잖습니까.”
“그게 무슨 소리요?”
“저년이 무당을 불러 주술을 하고 우리 아들 며느리를 죽게 만들었다 아닙니까!”
“그건 당신이 한 짓이겠지!”
김도일이 장씨 부인을 향해 삿대질을 했다.
순간 장씨 부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내 부엌에서 밤에 당신이 인형에 대고 저주를 퍼붓는 것을 보았소. 어디 그것에 대해 한번 말해보시오!”
김도일이 쏘아붙이듯 말했다.
“나는 집안을 지키려 했던 것뿐이옵니다.”
장씨 부인이 두 손을 모으며 대답했다.
“내 당신이 사람을 죽인 일에 대해 반드시 조처 받게 하겠소이다!”
김도일이 장씨 부인에게 삿대질을 하고는 바로 우물로 향했다.
그 사이 장씨 부인의 눈빛은 애절함에서 분노와 광기로 변해갔다.
“여봐라! 밧줄을 가져오너라! 시신을 꺼내야겠다.”
김도일은 명령을 내리고는 우물 안을 다시 내려 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어느새 김도일의 뒤에 선 장씨 부인이 그대로 김도일을 밀어버렸다.
풍덩-
김도일 역시 우물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그의 하인이 그 광경을 보고 놀라자 장씨 부인은 자신을 따르는 노비에게 명령을 내렸다.
“저자의 입도 막아라.”
그녀의 명령에 노비들이 그를 잡으려 달려들었다.
하인은 그대로 도망갔고, 별안간 산속 추격전이 벌어졌다.
* * *
호텔 방 안에서 책을 읽으며 내용을 전달한 수연이 심각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럼 그 책은 누가 쓴 거죠?”
화영이 물었다.
“그 도망친 하인이 쓴 것 같아요. 그렇게 김도일까지 죽은 후에 장씨 부인이 귀신에 홀린 것처럼 미치게 되고, 뒷마당 소나무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하고요. 그녀를 따르던 노비들도 모두 병에 들거나 원인 모를 급사를 했다고 합니다.”
수연이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아아.”
“도망친 하인은 그 모습을 보고 그 집에 스민 한을 풀어줘야겠다고 생각했고, 우물의 물과 시신을 모두 꺼낸 후 그곳에 이 기록을 묻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한을 가졌을 성월의 넋을 기리는 신당을 집구석에 마련해 뒀다고 하고요.”
“아무리 억울하게 죽었다지만 양반집 뒷마당에 애첩 기생의 신당을 차려놓다니.”
태정이 혀를 내둘렀다.
그 당시 사회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임은 분명했다.
“그런데 그 기록만 보면 성월이 장씨 부인 가족한테 저주를 퍼붓지 않았다는 것 같은데. 그게 사실일까요?”
화영이 승현과 수연을 번갈아 보며 물었다.
“아들과 며느리가 같이 급사를 했다는 건 뭔가 비화가 있을 것 같긴 한데.”
그녀가 덧붙여 말했다.
“그 진실은 성월 본인만 알겠지.”
승현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쨌든 우물, 신당, 나무, 부엌. 각 위치에서 나타나는 기현상의 근원이 뭔지는 알아낸 것 같네요.”
화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까지 모은 자료들하고 영상들. 장혁에게 보내주고 우리는 오늘 밤, 귀신을 또 한 번 촬영해 본다. 오케이?”
승현이 비장하게 말했다.
태정이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밤 12시.
CCTV 카메라는 우물을 촬영하고 있었다.
야간촬영 모드가 적용 중이라 초록색으로 풍경이 담겼다.
좌측 상단에는 현재 시간이 1초씩 올라가고 있었다.
치직- 치직-
화면이 살짝 일렁이더니 우물 주변으로 뭔가 하얀색 연기가 스쳐 지나갔다.
이어 우물 위쪽으로 희뿌연 무언가가 스멀스멀 기어 올라왔다.
잠시 뒤, 그 희뿌연 무언가가 조금 더 위로 올라왔다.
사람의 손이었다.
그 손이 우물 입구 쪽을 붙잡더니 이내 그 옆으로 다른 손도 올라와 입구를 잡았다.
츠즈즈즈즈즈즈즈즈-
오디오에서 이상한 소리가 잡히는 사이,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여인이 우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관절이 뒤틀린 듯한 기괴한 움직임.
보통 인간이라면 보일 수 없는 그런 모습이었다.
통상적인 관절의 움직임이 아니었다.
팔과 어깨, 다리, 골반, 손목, 발목 모두 자유자재로 꺾이는 느낌이었다.
츠즈즈즈즈즈즈
동시에 오디오에서 잡히는 괴음이 점점 더 강렬해졌다.
키긱 키긱 키긱 키긱 키킥 키긱 키긱 키긱 키긱 키킥 키긱 키긱 키긱 키긱 키킥
여인은 우물 위에 개구리처럼 앉아 있다가 바닥에 내려왔다.
평범하게 다리부터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내려와 손부터 내려왔다.
그러고는 마치 거미처럼 기괴한 모습으로 카메라 쪽으로 걸어왔다.
승현과 화영, 태정은 호텔방에서 모니터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
“1번 카메라. 1번. 1번.”
승현이 바로 나가자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둘은 바로 신발을 신고는 방 밖으로 달려 나갔다.
태정은 카메라를 들고 달려가는 일행의 뒷모습을 다급하게 찍었다.
그리고 앞마당에 도착하자 보인 것은 덩그러니 놓인 우물뿐이었다.
방금 CCTV 화면으로 보인 귀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지금 카메라에 뭐 잡혀?”
승현이 카메라를 보며 물었다.
“아뇨. 아무것도 안 보여요.”
태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였다.
사악 사악 사악 사악 사악
부엌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고 있었다.
승현과 화영이 서로를 본 뒤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 소리 들려요?”
화영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태정은 부엌 쪽으로 카메라를 돌렸다.
부엌의 형광등은 꺼져 있었다.
문이 없는 부엌 안은 시커멓게 그림자가 져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사각
그쪽으로 신경을 집중시키자 소리가 조금 더 명확히 잡혔다.
승현은 그쪽으로 한 걸음 다가가며 털뭉치가 달린 조니 코리아 마이크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팔을 뻗었다.
부엌 안에서 나는 소리를 조금 더 명확하게 담기 위해서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