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03)
제103화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사각
주겨주겨주겨주겨주겨주겨주겨주겨주겨주겨주겨주겨주겨주겨주겨주겨주겨주겨주겨-
이어 빨리 감기를 한 듯한 여성의 목소리도 포착이 되었다.
“죽인다는 말인가요?”
화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속삭여 물었다.
그 순간이었다.
카메라 뒤쪽에서도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죽여 죽여 죽여 죽여-]무속인 수연의 목소리였다.
승현과 화영이 태정의 뒤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내 카메라도 바로 뒤로 돌아갔다.
수연이 우물 앞에서 몸을 파르르 떨며 ‘죽여’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수연 씨?”
승현이 그녀를 불렀다.
그러자 수연은 부엌 쪽을 가리켰다.
이내 카메라가 다시 어두컴컴한 부엌을 비췄다.
승현은 화영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손전등을 들었다.
그리고 부엌 쪽을 향한 뒤 스위치를 켰다.
딸깍
손전등을 켜는 순간이었다.
한복을 입은 여성이 칼을 든 채 서있는 것이 정확히 포착되었다.
하늘색과 다홍색으로 된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한복.
하지만 땅바닥에 구른 것 같이 곳곳이 찢어져 있고 피가 잔뜩 묻어 있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목에 난 시뻘건 밧줄 자국과 가슴까지 축 늘어진 혀. 풀어헤친 머리카락까지.
딱 봐도 목매달려 죽은 귀신이었다.
“헉!”
승현이 움찔하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손전등은 여전히 귀신을 비추고 있었다.
치직 치직 치직-
순간 카메라가 꺼져버렸다.
“꺄아아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이 호텔 전체를 휘감았다.
화영의 비명이었다.
귀신이 일행에게 확 덤벼든 것이었다.
동시에 카메라가 다시 작동하며 태정이 촬영을 재개했다.
“어디 갔어! 어디 갔어!”
“우리한테 달려들었죠?”
“어디 갔어, 그 귀신!”
승현과 화영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수, 수연 씨는?”
“꺄아아아악-!”
이번에는 뒷마당에서 비명이 들렸다.
“뒷마당!”
신당과 소나무가 있는 마당에서 난 소리였다.
승현 일행은 곧장 뒷마당으로 달려가 보았다.
“저기 소나무 한 번 보세요!”
태정이 도착하자마자 소나무를 가리켰다.
소나무의 커다란 나뭇가지 위에 목 매달은 것처럼 공중에 떠 있는 아까 그 여자 귀신의 모습이 보였다.
“으헉!”
승현이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았다.
그때, 신당으로 수연이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수연 씨!”
화영이 소리쳤다.
하지만 수연은 대꾸하지 않고 신당에 달려가 부적을 떼고 문을 활짝 열어버렸다.
사아아아아아
차가운 공기가 확 맴돌았다.
무속인 수연은 그 안에 든 위패를 품에 안고는 몸을 움츠렸다.
잠시 뒤, 찬 공기가 사라지더니 소나무에 있던 귀신도 사라졌다.
승현은 몸을 움츠린 채 잠시 상황을 지켜보았다.
수연은 위패를 안은 채 나지막이 흐느끼고 있었다.
“무, 무슨 일입니까?”
“신당은 왜 여신 거죠? 열면 안 된다고-”
승현과 화영이 번갈아 물었다.
하지만 수연은 흐느낄 뿐,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상황이 진정된 뒤, 수연은 신당을 열었던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
말씀 드렸듯 신당은 기녀 성월의 영혼을 봉인시키기 위한 곳이었어요.
그리고 그건 그녀를 증오하는 장씨 부인의 의지였고요.
신당을 열었던 일가족이 사고를 당했다는 건, 자칫 성월의 영가가 자유를 얻게 될 뻔했던 것에 대한 장씨 부인의 분노가 작용했던 것으로 보여요.
그리고-
부엌에서 칼을 가는 장씨 부인의 영혼.
우물에서 탈출하듯 기어 올라오는 성월의 영혼.
뒷마당 소나무에서 신당을 보며 자살한 장씨 부인.
신당에 봉인 되어 있는 성월의 영혼.
모든 것이 그녀의 증오와 성월의 봉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죠.
제가 그 모든 걸 끌어안고 성월의 영가가 자유로워질 수 있게 해준다면 이곳에서 발생하는 이상한 현상들을 멈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
승현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적이 뜯긴 신당과 위패를 조용히 응시했다.
그렇게 폭풍 같았던 도영가 호텔에서의 하룻밤도 마무리 되어갔다.
해가 뜨자 수연은 호텔 앞마당에서 바로 굿을 준비했다.
저주 인형의 뱃속에서 발견 된 머리카락과 위패를 앞에 두고 천도재를 지내기 위해서였다.
제자도, 승범보살도 없었지만 그녀가 가져온 무구들을 이용해 최대한 구색에 맞춰 진행했다.
그리고 굿이 시작되자 태정은 그녀의 춤사위와 굿 풍경을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했다.
기녀 성월의 천도재로 이번 특집의 취재와 촬영이 마무리 되는 것이었다.
* * *
며칠 후.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사무실.
완성본을 본 이열상 CP가 마음에 든다는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이야. 좋다. 따로 손볼 곳은 없는 것 같은데 그 ‘양지 김 씨’ 종친회에서 뭐라고 안 하겠냐?”
그가 승현을 보며 물었다.
“영상대로면 김도일보다는 장씨 부인의 광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니 크게 문제는 없을 듯합니다. 그쪽에서도 촬영 허가를 해줬고요.”
승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해당 방송은 예고편이 나가고, 예정된 날짜에 본 방송이 송출되었다.
밀양 성월 전설 특집 또한 방영 후 상당한 이슈몰이를 하였다.
실제로 한국에는 각 지역별로 여러 설화와 전설들이 내려오고 있었고, 그와 관련한 이야기 중 하나를 집중 취재했다는 점에서 상당한 흥미를 이끈 것이었다.
그리고 옛날 [전설의 내 고향] 같은 프로그램을 상기시키는 듯한 재연 장면과 공포 연출 등으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기도 했다.
다만 이번 특집의 스코어는 그리 좋지만은 못했다.
RBS의 다른 프로그램에 비하면 높은 시청률과 너튜브 조회 수를 기록했지만 [미스터리 탐사대]의 다른 특집에 비하면 살짝 주춤하는 성적이었다.
너튜브 클립 영상 조회 수는 평균 50만 회.
시청률도 9%정도였다.
하지만 이 역시도 다른 교양 프로그램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이렇게 되자 질투에 불타오른 김승동CP는 [토요일 오전은 HR시간] 프로그램에 아이돌 수준의 초호화 게스트를 불러 한국의 전통 귀신과 무서운 설화에 대해 다뤘다.
[미스터리 탐사대]의 이슈몰이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속셈이었다.하지만 방영되자마자 결과는 정반대였다.
[토요일 오전은 HR시간] 때문에 되레 [미스터리 탐사대]의 특정 키워드들이 알고리즘을 타게 된 것.거기에 초호화 게스트들 관련 검색어에까지 올라타며 되레 [미스터리 탐사대]의 클립 영상 조회 수를 올려주는 역할을 했다.
그러면서 댓글로는 이런 이야기들이 달렸다.
– HR보다 미탐이 훨씬 꾸르잼임.
└ ㅇㅈ
– 미탐이 체험학습이면 HR은 이론수업 느낌.
– 노력하는 모습은 보이지만 솔직히 관심 없는 주제 갖고 나오면 재미없음.
– 전문가들은 많이 나오는데 재밌는지 모르겠음.
– 미탐 보는 낙에 산다.
– 미탐 파이팅!
– 이번 밀양에 성월 전설 봄???????
– 아무리 뭐해도 바람 핀 게 잘못이지.
└ 그 당시에 암묵적으로 허용되던 게 처첩제 아닌가. 지금 사회 기준으로 그때를 보면 안 되지.
– HR에서 미탐에 숟가락 얹으려는 게 눈에 보임.
– 같은 방송국인데 그럴 수도 있지.
전체적으로 [미스터리 탐사대]에 더 집중하는 듯한 여론이었다.
“좋았어. 이 기세로 계속 밀고 나가서 김승동 그 양반, 교양국에서 쫓아내자고.”
이열상 CP가 승현을 보며 비장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김승동 CP와의 경쟁에 있어 승현이 모르는 다른 ‘사정’이 있는 것도 같았다.
둘이 사이가 안 좋기는 해도 이렇게 몰아내려고 하는 모습은 이열상 CP를 오래 본 승현도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 * *
언제나처럼 댓글을 확인하며 다음 촬영 소재를 검색하고 있는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
한참 각자 맡은 업무를 진행하던 중, 전화 한 통을 받게 되었다.
[안녕하세요. 역도 국가대표 선수 김현민입니다.]두껍고 중후한 목소리.
사무실 전화기로 전화를 받은 화영이 메모를 하며 답했다.
“네, 말씀하세요.”
[제가 한 가지 제보를 하고 싶은데요.]“제보요?”
[네. 1년 전에 밝혔던 일인데 아직까지도 아무도 믿어주지를 않아서요.]“무슨 일이 있으셨는데요?”
화영은 통화를 하면서 키보드로 ‘김현민 선수’를 검색해 보았다.
그 사이 그가 말했다.
[제가 UFO에 납치된 적이 있습니다.]그의 말을 듣는 순간 검색을 하던 화영의 손이 멈칫했다.
딱 듣기에도 허무맹랑하기 그지없는 이야기기 때문이었다.
김현민.
그는 역도 국가대표로 어릴 적부터 높은 성적을 내며 유망주로 활약했다.
그가 국가대표 발탁이 되었을 때도 그만큼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그는 두 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며 국위선양에 일조했다.
하지만 4년 전. 문제의 세 번째 올림픽.
나이가 들었지만 그래도 젊은 현역 못지않은 피지컬로 연습 때 좋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대화 당일.
그는 연습 때 잘 소화해 내던 무게조차 들지 못하면서 꼴찌를 기록했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무리 컨디션이 안 좋다 하더라도 상위권에서 맨 꼴찌로 떨어지는 건 이례적이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부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는 아무런 코멘트도 하지 않았다.
기자들의 질문에도 일언반구 답하지 않고 돌아서기 일쑤였다.
이런 태도는 논란을 일으켰다.
세계 대회인 올림픽에서도 무성의하게 참여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부터 인성 논란까지.
그에 대한 비난이 다양하게 쏟아졌다.
결국 1년 전.
그는 한 너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신의 소회를 밝혔다.
UFO에 납치되어 이상한 실험을 당한 후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것.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힘을 회복할 수 있었지만 그때만큼 힘을 쓸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혔다.
하지만 이건 아무런 증거도 없는 이야기.
그는 네티즌들의 조롱거리가 되며 다시 나락으로 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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