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04)
제104화
#[외계인 납치 사건> 특집
김현민의 제보를 받은 승현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귀신 이야기만 다루다 외계인에 관련한 제보를 받으니 고민이 된 것이었다.
“뭐, 생각해보면 외계인도 미스터리니까 다뤄도 괜찮을 것 같기는 해요.”
화영이 말했다.
장혁 역시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승현이 태정을 보며 물었다.
“심령현상에 대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래? 무슨 심령현상?”
승현이 다시 물었다.
태정은 핸드폰으로 김현민 선수의 사진을 가만히 보다 말했다.
“제가 잘은 모르는데 뭔가 신기가 있는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느낌이 묘하네요. 그런 사람이 이상한 걸 경험했다고 하니까 한 번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신기가 있어?”
승현은 의아한 표정으로 김현민의 사진을 보았다.
우락부락한 모습에 운동을 하고있는 그의 모습은 무속인들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다.
더구나 제보를 받거나 장소를 물색할 때 감지해왔던 ‘귀신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심령사진을 찍을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승현은 다소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생각을 해보면 유명했던 국가대표가 이상한 이유로 나락이 갔던 사건인 만큼, 쉬어가는 특집처럼 가볍게 다루면서 어그로를 끌기에는 좋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침묵을 지키던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사건 조금 더 자세히 조사해 보고 김현민 씨하고 인터뷰 일정 잡자.”
승현이 회의를 마무리하려는 듯 서류를 정리하며 말했다.
* * *
본격적인 촬영에 앞서 김현민 선수와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그는 현역 시절에 비해 약간은 왜소해진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일반인보다는 다부진 몸매를 자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제보를 받았을 때도 그랬지만 승현이 지금까지 느껴왔던 ‘귀신의 흔적’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한 냄새가 나긴 했다.
땅콩을 굽는 것 같은 고소한 냄새를 은은하게 풍겼다.
지금까지 이런 냄새를 맡아본 적이 없기에 승현은 섣불리 ‘귀신의 흔적’이라고 판단할 수 없었다.
“그럼 그 당시 상황 좀 말씀해주시죠.”
승현은 여러 생각을 하며 바로 질문을 했다.
김현민이 말했던 당시 상황은 이러했다.
–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이죠.
올림픽 앞두고 태령 선수촌에서 훈련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 날은 뭔가 운동이 부족한 것 같아서 해 지고 뒷산에 혼자 운동하러 올라갔습니다.
양손에 아령 들고 산을 오르는 거였는데요.
갑자기 빛이 번쩍하더니 온 몸에 힘이 쭉 빠지더라고요.
그리고 누워있는 느낌은 드는데 붕 뜬 것 같은?
또 강한 빛이 절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누군가 절 내려 보는 것 같이 검은 그림자들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눈을 떴더니 그 뒷산이었고요.
뭔가 몸이 이상한 걸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올림픽하러 가서 문제가 생겼죠.
아마추어 선수가 드는 무게도 못 들겠더라고요.
–
이야기를 들은 승현이 물었다.
“그 뒤로 어떻게 됐죠?”
“올림픽에서 최하위권에 들었고 저는 너무 화가 났죠. 그래서 그 감정을 참지 못하고 기자님들 질문에 무성의하게 대응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인성 논란이니, 올림픽에 성의 없이 나갔느니- 하는 말이 돌았던 거군요.”
“네. 보통 선수 기량이 그렇게 확 떨어질 때는 부상, 아니면 성의 문제가 반드시 거론되니까요.”
“외계인에 납치됐다고 믿으시는 이유가 뭐죠?”
“쓰러지는 순간 ‘고오오오’하는 소리를 들었어요. 그리고 빛이 절 감쌌고, 절 내려 보는 그림자를 봤어요.”
“사람이었나요?”
“뒤에 강한 빛이 쏟아지고 있어서 또렷하게 보진 못했는데 둥근 머리와 가는 목이 보였어요. 사람치고는 큰 머리에 가는 목이었죠.”
그의 말을 듣던 승현은 여러 미디어에서 표현된 ‘외계인’의 모습을 떠올렸다.
“동료 선수들 반응은 어땠나요?”
“몇몇한테 이야기하니까 공감은 해주는데 감독님하고 뭐, 여럿은 제가 약이라도 한 줄 알더라고요.”
“그래서 그동안 숨기셨던 건가요?”
“네. 3년 동안 선수 생활 하지 않고 공사장에서 일하면서 지냈습니다. 혼자 훈련도 계속했고요.”
“지금은 회복이 좀 되신 거고요?”
“네. 좀 회복이 돼서 다시 활동을 해 볼까 하고 있는데 너튜브에 ‘근황 월드컵’이라는 채널에서 절 찾더라고요.”
“아아. 근황 월드컵 알죠.”
“거기서 연락 와서 인터뷰를 나갔다가 그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랬더니 반응은요?”
“미친놈 취급하더라고요.”
김현민 선수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그래서 저희에 제보하신 이유가-”
“제 억울함을 좀 풀고 싶습니다. 저는 정말로, 정말로 외계인을 봤습니다.”
김현민 선수가 카메라와 승현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승현은 태정에게 녹화를 멈추라는 손짓을 했다.
“인터뷰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승현이 일어나 김현민에게 인사를 했다.
그 역시 일어나 꾸벅 화답했다.
“저희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취재를 해보죠.”
“네, 감사합니다.”
“그러면 저희가 관련 분야 전문가님과 함께 당시 그 현장을 가보려고 하는데요. 함께 가주실 수 있나요?”
“그럼요. 저는 언제든 시간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촬영 일정 잡은 후에 저희가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현민이 꾸벅 인사를 한 후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사무실에는 승현과 화영, 태정만 남아 있었다.
“말만 들으면 진짜 조금 미친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진짜라고 믿고 있는 거 같기도 하고.”
태정이 닫힌 사무실 문을 보며 중얼거렸다.
“뭐가 됐든 거짓말을 하는 거 같진 않아요.”
화영도 같은 입장인 듯했다.
“일단 필립 씨나 수연 씨를 부를 필요까진 없을 것 같고. 먼저 김현민 선수 데리고 가서 정밀 검진 한 번 해보는 장면 따고 그리고 그 현장에 가보자.”
승현이 말했다.
“알겠습니다. 현장엔 누구 데리고 가요?”
“천문학자나 뭐, 외계인 관련한 전문가?”
승현이 화영을 보며 말했다.
“음. 그 미스터리 채널에 한 번씩 등장하는 아저씨 한 분 계세요. 한국 UFO탐사총회 회장님이시라는데요. 그 분 괜찮을까요?”
“아. 나도 전에 본 적 있는 것 같아. 다른 공중파 방송에서도 인터뷰 하셨던 분이니까 괜찮겠는데?”
승현이 손가락을 딱 튕기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분한테 연락 취해 놓을게요.”
화영이 수첩에 메모를 하며 말했다.
“실제로 보니까 어떠냐?”
승현은 화영에게 알겠다는 손짓을 하며 태정에게 물었다.
“네? 뭐가요?”
“사진 봤을 때 신기 있어 보인다며.”
“아아. 그거요. 네. 확실히 있어요.”
태정이 고개를 격렬하게 끄덕였다.
“느껴져?”
“제가 무당은 아니니까 잘은 모르겠는데 뭔가 사람 기운이 이상해요. 선배는 무슨 냄새 안 나요?”
“글쎄다.”
승현은 혼자 팔짱을 끼며 고개를 갸웃했다.
김현민 선수가 돌아가자 땅콩 굽는 냄새는 갑자기 사라져 있었다.
그가 사용하는 바디로션이나 향수 냄새인지, 점심으로 베이커리 카페에서 빵을 먹은 건지 도무지 정체를 알 수 없는 냄새였다.
“신기하네.”
승현과 태정은 사담을 나누듯 편하게 대화하며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
* * *
며칠 후.
서울 진정종합병원.
태정은 커다란 병원의 외관을 촬영했다.
김현민 선수가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는 장면이 나오기 전에 쓸 인서트 컷을 담아두는 것이었다.
그 사이, 승현과 화영이 주차장에 서서 김현민을 기다렸다.
잠시 뒤, 김현민이 자신의 차를 타고 주차장에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그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승현과 인사를 나누었다.
“선수촌에서 현장 확인하기 전에 의학적인 소견이 어떤지 한 번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검진 요청 드렸습니다.”
승현이 정중하게 말했다.
그러자 김현민은 손사래를 쳤다.
“아유. 검진은 벌써 수십 번 받아봤죠. 다 아무 문제 없다던데요.”
“아아. 네, 물론 검진 받아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방송이니 시청자들을 납득시켜야 하는 부분이 있잖습니까.”
승현은 웃으면서 들어가자는 손짓을 했다.
김현민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승현과 화영을 따라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김현민의 정밀 검진.
태정은 병원 옷을 입은 김현민이 흉부 X-ray 사진을 찍는 모습이나 혈액을 채취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다.
그리고 검진의의 인터뷰도 촬영했다.
“검진 결과 김현민 선수의 건강 상태는 매우 양호합니다. 근골격량이 다른 분들에 비해 월등히 많으신 편이고요. 심혈관계 건강도 매우 양호합니다. 다른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검진 결과 김현민은 굉장히 건강하다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김현민은 과거, 외계인에게 납치된 직후 받았던 검진 결과를 가져와 보여주었다.
최종 방영분에서는 CG를 통해 두 검진 결과를 비교하는 장면을 내보냈다.
“보시면 그 근골격. 특히 근육량이 70% 이상 감소한 게 확인됩니다.”
김현민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역시 그가 올림픽에 성의 없이 출전했다든가, 인성에 문제가 있다든가 하는 것이 아님을 소명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네요. 이런 경우는 아주 극단적인 상황에서 영양소 섭취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혹은 극도의 항암치료를 받았을 때나 이 정도로 줄어드는데요. 얼마 만에 이렇게 줄어드신 거죠?”
의사가 물었다.
“대략 일주일 정도입니다.”
김현민의 대답에 의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불가능한데.”
“사실입니다. 실제로 외계인에게 납치된 이후에 바로 대회 참전하러 출국했고, 거기서 성적 못 내고 바로 귀국해서 검사받은 거니까요.”
“일단 말씀하신 상황은 의학적으로 설명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보입니다. 그 전에 뭔가 사전 징후가 보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고요.”
“그건 아닙니다. 출국 전날까지도 평소 훈련 때랑 비슷하게 무게를 쳤었는데요.”
김현민은 단호했다.
하지만 의사는 뭐라 더 할 말이 없다는 제스츄어를 취했다.
검진을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온 승현은 수첩에 대략적인 콘티를 정리했다.
“이제 된 건가요?”
김현민이 다가와 물었다.
“아, 네. 선수촌은 언제든 갈 수 있는 건가요?”
“뒤에 있는 산길은 민간인도 들어갈 수 있는 산책로니까 언제든 문제없습니다.”
“음. 그러면 저희가 바로 촬영 일정 잡아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김현민은 꾸벅 인사를 하고 자신의 차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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