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05)
제105화.
승현 일행은 바로 한국 UFO 탐사총회에 연락을 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리고 다음 날 오전, 서울 강북에 위치한 작은 사무실에서 백발이 무성한 한 노인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천체물리학 교수로 활동을 하다 퇴임 후 UFO 탐사총회의 회장을 역임하고 있었다.
사무실 입구는 언뜻 유사과학 단체처럼 보였지만 내부에 제법 많은 물리학, 천문학 책들이 꽂혀 있었다.
– 김XX(UFO 탐사총회 회장): UFO에 납치 되었다는 증언은 상당히 많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확인 비행물체에 납치 되어 여러 실험을 당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죠.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요.
그들은 지구 침공을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든, 새로운 문명을 탐사하기 위해서든- 지구에 살고 있는 생명체들을 조사할 필요는 있거든요. 마치 우리가 새로운 생명체를 발견하면 바로 연구실로 데려가는 것과 같은 이치겠죠. 아마 김현민 선수가 외계인에게 납치된 후 근육량이 70% 이상 소실되었다면 외계 기술을 이용한 실험이 진행된 거고, 응당 현재 인류의 의학, 과학으로는 그 원리를 밝혀낼 수 없겠죠.
회장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는 확실히 UFO에 대해 진심인 모양이었다.
“혹시 김현민 선수가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는 그 장소로 갈 예정인데요. 같이 가주실 수 있을까요?”
승현이 묻자 그는 격하게 반기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물론입니다. 얼마든지요.”
외계인과 관련한 것이라면 뭐든 환영이라는 뉘앙스였다.
그렇게 김준명 회장까지 합류된 승현 일행은 김현민 선수와의 일정을 잡고 태령 선수촌 촬영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다.
* * *
승현과 커다란 덩치의 김현민, 그리고 김준명 회장이 잘 닦인 산길을 올라갔다.
김현민 선수가 UFO에 납치 되었다는 태령 선수촌 인근으로 올라가는 것이었다.
“납치되기 전에 어떤 현상이 있었다고 했죠?”
김준명 회장이 물었다.
“빛이 저를 확 감싸는 느낌이 들면서 쓰러졌는데 붕 떠있는 것 같았어요.”
“그리고요?”
“커다란 머리와 가는 목, 가는 어깨를 가진 사람들이 저를 내려 보고 있었습니다.”
“빛이 내리쬐고 있고?”
“네. 빛이 내리쬐고 있고요.”
“그 사람들은 역광으로 보였죠?”
“네. 역광이었습니다.”
김현민 선수가 답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믿기 힘들지만 외계인에게 납치 되었다는 사람들의 증언과 비슷한 부분이 있기는 합니다.”
김준명 회장은 산길을 걸어가며 승현에게 말했다.
“혹시 그런 게 아니라 다른 가능성은 없나요? 그렇게 증언 하는 사람들 중에 다른 케이스가 있었는지.”
“가끔 주목을 받기 위해 일부러 그런 증언을 만들어내는 사람도 있기는 합니다만-”
김준명 회장이 김현민 선수를 슥 돌아보고는 말을 이었다.
“국가대표인 김현민 선수가 그럴 것 같지는 않네요.”
“당연하죠.”
김현민 선수는 살짝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받아쳤다.
하지만 승현은 김현민 선수가 가까이 올 때마다 나는 고소한 냄새가 영 신경 쓰였다.
그렇게 산책로를 조금 올라가자 작은 공터가 나타났다.
공용 운동기구들이 놓인, 소위 말해 ‘산스장’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여기 이 가운데에서 그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현민 선수는 윗몸일으키기를 할 수 있는 기구 앞에서 말했다.
김준명 회장은 그 자리에 서서 하늘을 보았다.
나무들이 높게 자란 가운데 그곳 위만큼은 뻥 뚫려 있었다.
나뭇가지들이 묘하게 빗겨 자란 것 같은 느낌이었다.
“UFO가 내려 보기 좋은 위치네요.”
김준명 회장이 뻥 뚫린 하늘을 보며 말했다.
“이 근방에서 UFO 목격 사례가 있나요?”
최승현 PD가 물었다.
“글쎄요. 이 근방에서는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김준명 회장은 어깨를 으쓱였다.
이어 제작진과 김준명 회장은 ‘산스장’ 근처를 슥 둘러보았다.
그 사이, 승현은 카메라를 보며 멘트를 했다.
“저희는 지금 김현민 선수가 외계인에게 납치 되었다는 그 곳에 와있습니다. 한국 UFO탐사총회 김준명 회장님의 이야기에 의하면, 이곳은 UFO가 인간을 내려 보기 좋은 위치라고 하셨는데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그의 억울함을 밝혀내기 힘들다고 판단이 됩니다.”
승현이 멘트를 하는 사이, 김현민 선수가 어느 위치에서 갑자기 우뚝 섰다.
김준명 회장과 승현, 화영은 그런 김현민 선수를 보지 못하고 산스장 주변을 배회하며 여러 흔적을 찾고 있었다.
타닷
그 순간이었다.
김현민 선수가 갑자기 산스장 옆 쪽 비탈길로 달리기 시작했다.
“어어? 선배. 선배. 선배.”
그 광경을 뒤늦게 발견한 태정이 김현민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쳤다.
“현민 씨! 어디 가요!”
승현이 부랴부랴 쫓아가며 물었다.
태정도 둘의 뒷모습을 앵글에 놓치지 않게 신경쓰며 허겁지겁 내달렸다.
파사사 파사사삭-
나뭇가지 스치는 소리가 오디오에 계속해서 잡혔다.
“김현민 씨!”
승현이 가열하게 쫓아가며 소리쳤다.
잠시 뒤, 김현민 선수는 커다란 나무 앞에 서더니 허겁지겁 땅을 파기 시작했다.
“김현민 씨. 지금 무슨-”
승현이 숨을 몰아쉬며 그의 뒤에 섰다.
딸랑-
김현민 선수가 나무 밑에서 무언가를 들었다.
무당들이 쓰는 방울이었다.
꾸덕꾸덕 녹이 붙어 있는 것은 물론 방울 끝에 달린 오방색 리본은 색이 바래고 헤져 굉장히 지저분해 보였다.
화아아아아악
땅콩 굽는 고소한 냄새가 더욱 진하게 올라왔다.
승현은 그제야 그 냄새가 점집이나 무당집에서 나는 묘한 향냄새 중 하나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김현민 선수는 그 방울 들고 천천히 카메라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거.”
그가 승현에게 방울을 건넸다.
“네? 이걸 왜-”
승현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방울을 가리켰다.
“갑자기 어디서 소리가 나서 오니까 이게 있네요. 이게 뭐죠?”
그는 술 취한 사람처럼 횡설수설하는 듯한 투로 말했다.
태정은 그가 들고 있는 방울을 클로즈업 해 촬영했다.
신들린 것이 분명해 보였다.
“무슨 소리가 들었다고요?”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김현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걸 찾아야 한다고. 빨리 오라고. 왠지는 모르겠는데 갑자기 막 조급한 느낌이 들면서 빨리 찾아야겠더라고요.”
김현민은 머리를 긁적였다.
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태정을 돌아보았다.
“여기서 촬영은 접자.”
“네.”
승현의 말에 카메라 녹화를 끄고 있는 태정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현장 촬영을 마무리하고 김준명 회장과 김현민이 돌아간 후.
차량으로 돌아가던 태정이 손가락을 딱 튕기며 말했다.
“확실해요. 김현민 선수 저분. 지금 신들린 것 같아요.”
태정의 말에 승현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자 화영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기는 해요. 갑자기 막 길도 아닌 곳으로 가서 땅을 파더니 무당들이 쓰는 물건을 찾아내고.”
그녀도 태정과 같은 생각인 듯했다.
승현은 입을 삐쭉 내밀고 산 아래, 김현민이 방울을 찾아낸 나무를 내려 보았다.
그곳에 웬 검은 그림자가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승현은 들고 있던 카메라로 그 나무쪽을 쭉 촬영해 보았다.
하지만 결과물로 그 귀신을 담아낼 수는 없었다.
“뭐 하세요?”
태정이 다가와 물었다.
“아냐.”
승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돌아섰다.
“그럼 다음 계획은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화영이 다가와 물었다.
“승범보살님한테 찾아가서 자문을 구해봐야지.”
승현은 차량에 몸을 실으며 대답했다.
* * *
다음날.
수원 승범보살의 집.
승현은 승범보살에게 어제 촬영된 영상을 보여주었다.
태블릿 PC로 영상을 한참 들여다보던 승범보살이 돋보기안경을 벗으며 말했다.
태정은 그 화면을 인터뷰 형식으로 촬영했다.
– 승범 보살: 신가물이야. 저 국가대표한테 신이 내려와 있어요. 갑자기 운동을 못하게 됐던 게 4년 전이랬나? 그때 신이 내려왔어요. 신 안 받으면 점점 더 몸이 안 좋아질 거예요.
승범보살은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승현을 대할 때 자상한 투로 말하던 것과는 상당히 대비되는 느낌이었다.
“그럼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다는 건 어떤 걸까요?”
“그건 내가 뭐 확실하게 얘기해 줄 수 있는 건 없는데 그런 형태로 신이 내려올 수도 있지요.”
“정말인가요?”
“내가 외계인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저 김현민 선수가 본 게 빛하고 무슨 검은 그림자 이외에는 없는 것 아니에요?”
“아아. 네, 네.”
“그러면 솔직히 외계인에 납치되었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것 같은데. 외계인의 얼굴을 본 것도, 무슨 비행접시를 본 것도 아니잖어.”
“그야 그렇죠.”
“그냥 저 선수 사주나 관상이나 느껴지는 기운 봤을 땐 신가물이야. 더구나 신목에다가 저 방울까지 찾아냈다는 거? 저건 저 나무에 깃들어 있던 신이 저 선수한테 간 거지.”
“아.”
“아마 언제가 됐든 저 나무에서 제사를 지냈던 무당이 있고, 그 무당이 모시던 신이 있었을 거야. 그 무당이 어떻게 됐는지는 몰라도 그 신이 저쪽에 붙은 거지.”
“그렇군요.”
“당장 내림굿 받으라고 해요. 앞으로 안 좋은 일이 더 많아질 테니까.”
승범보살이 단호하게 말했다.
승현은 화영과 서로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승범보살이 했던 이야기를 김현민 선수에게 전달하자 그는 처음에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어넘겼다.
“에이. 말도 안 됩니다. 살면서 점집 한 번 가본 적이 없는데 제가 무슨 신이 내려와요. 그거 다 미신이잖아요.”
그는 승현과 다시 만난 인터뷰 자리에서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하지만 이 보살님이 영험하시기도 하고- 또 그 나무랑 방울이 신목이랑 무구라서 신이 부른 게 분명하대요.”
승현이 다시 덧붙였다.
그러자 김현민 선수는 입을 씰룩이며 손사래를 쳤다.
“저희 집안은 대대로 크리스천입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그런 말씀 하실 거면 촬영을 더 협조해 드리기 어렵습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태정은 그런 그의 얼굴을 쭉 촬영했다.
그 순간이었다.
그가 단호하게 말하는 그 순간, 카메라가 잠시 깜빡이더니 내부 회의실의 형광등이 푹 꺼졌다.
“뭐야. 왜 꺼졌어.”
승현이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한쪽에 자리하고 있던 화영이 일어나 형광등 스위치를 다시 올렸다.
그때, 카메라가 다시 제대로 작동하며 김현민을 그대로 담았다.
화악-
앉아 있는 김현민의 뒤로 상투를 튼 노인이 서 있는 것이 카메라에 잡혔다.
하얀 소복에 흰 머리카락이 가득한 노인이 뒷짐을 지고 있었다.
수염과 구레나룻도 무척 하얗게 올라와 얼굴의 반을 덮고 있었다.
주름과 검버섯이 눈에 띄는 가운데, 피부는 짙은 회색으로 뭔가 기괴한 느낌을 주었다.
여기에 눈동자는 시뻘게서 징그럽기까지 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