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06)
제106화
덜컹-
놀란 태정이 뒤로 물러서다 의자를 건드렸다.
그 소음이 주변에 퍼지자 김현민과 승현 모두 태정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왜.”
승현이 입모양으로 태정에게 물었다.
태정은 아니라는 손짓을 하며 다시 김현민을 촬영해 보았다.
그의 뒤에 나타났던 귀신은 사라져 있었다.
“이거. 이거 확인해 보세요.”
태정은 방금 촬영된 영상을 돌려보며 김현민에게 카메라를 건넸다.
그는 자신의 뒤에 서있던 노인 귀신을 두 눈으로 보게 된 것이었다.
“뭐야. 이거 뭐야. 이거 뭐예요. 이거 뭐야?”
김현민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두리번거렸다.
하지만 그의 눈에 귀신이 직접 보일 리 만무했다.
“믿기 힘드시겠지만 그래도 이 보살님 한 번 만나보시겠어요?”
승현이 물었다.
김현민은 얼어붙은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승범보살과 수연 앞에 앉은 김현민은 긴장한 표정으로 주변을 보았다.
난생처음 들어와 본 점집에서 느껴지는 향냄새와 금색 무구들.
신을 모신 신당과 한복.
굿을 할 때 사용하는 작두.
그가 어리둥절한 채로 주변을 보는 사이, 승범보살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보통 신이 든 게 아니네. 조상인데- 조상 중에 무당이 있었네?”
그녀의 말에 김현민이 손사래를 쳤다.
“아뇨. 저희 집안은 다 크리스천인데요.”
“아닌데. 보니까 박수무당이 있는데?”
“아뇨. 금시초문이에요.”
김현민이 거세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태정은 자신이 촬영했던 노인 귀신을 떠올렸다.
“뭐- 믿고 안 믿고는 김 선수가 정할 일인데 내 말을 듣는 게 좋긴 할 거야. 보니까 그냥 잡신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신도 아니고-”
“에?”
“악신이네.”
승범보살이 김현민 선수의 뒤를 보며 말했다.
“아, 악신이요?”
승현도 놀라 되물었다.
“그냥 영상만 봤을 땐 신이 들었다고 생각해서 내림굿 받으라고 한 건데 실제로 보니까 이거 보통 악신이 아니구먼.”
승범보살이 미간을 확 찌푸렸다.
김현민은 놀란 표정으로 승현과 승범보살을 번갈아 보았다.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살기 가득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이거, 이거 보니까 박수무당인데 악귀를 빙의시켰나 보네! 이거 완전 악질이구먼!”
승범보살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옆에 있던 금색 제기에서 소금을 쥐더니 김현민에게 확 뿌렸다.
촤악-
그러자 놀랍게도 그 큰 덩치의 김현민 선수가 혼자 뒤로 자빠졌다.
우당탕-
신기한 모습이었다.
그 장면도 태정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았다.
“아, 아, 아니-!”
김현민 선수가 불쾌해하는 표정으로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승범보살이 다시 한번 소금을 뿌렸다.
촤악-
김현민 선수가 다시 뒤로 넘어졌다.
승범보살은 일어나서 바닥에 누워있는 그에게 연신 소금을 뿌려댔다.
“그만하라고-!”
순간 김현민이 버럭 소리쳤다.
동시에 그의 얼굴이 회색으로 변하며 목소리가 기괴하게 변했다.
그리고 그에게서 나던 ‘고소한 냄새’가 아주 잠시 ‘음식 썩는 냄새’로 바뀌었다.
승현은 바로 코를 틀어막았다.
마치 노인의 목소리 같았다.
승범보살은 그 말에 대꾸하지 않고 부채와 방울을 양손에 들고는 방방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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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열하게 흔들어대자 김현민은 듣기 싫다는 듯이 귀를 틀어막고 비명을 질렀다.
그의 피부는 점점 더 짙은 회색이 되어갔다.
승현은 계속 촬영을 하라는 손짓을 태정에게 보낸 후 이 광경을 더 집중해서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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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범보살은 제 자리에서 가열하게 뛰었다.
그럴수록 방울소리는 더욱 강하게, 날카롭게 울렸다.
“끄아아아악!”
김현민이 귀를 틀어막고 비명을 질렀다.
“우욱! 우욱! 우욱!”
이내 그가 입을 막고 헛구역질을 했다.
“토해 내! 토해 내! 토해 내!”
승범보살이 버럭 소리쳤다.
“우웨에에엑-!”
그러자 김현민이 무릎을 꿇고는 그대로 토를 하기 시작했다.
철퍽-
굉장히 끔찍한 광경이었다.
검은 끼가 굉장히 짙은 검붉은 피가 바닥에 쏟아진 것이었다.
촤아아아아악-
그 모습을 본 김현민은 토혈한 자신의 손과 무릎, 바닥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온통 피바다, 피천지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아, 아, 아니-!”
김현민이 무릎을 꿇은 채로 승범보살을 올려 보았다.
짙은 회색이던 그의 피부색이 천천히 원래대로 돌아왔다.
승범보살은 방울과 부채를 천천히 내려놓고는 돌아섰다.
“교회를 가든 예수를 믿든 알아서 해.”
그녀는 힘이 든 듯 살짝 비틀거리며 방 밖으로 나갔다.
수연이 쫓아나가면서 그녀를 부축해 주었다.
김현민은 당황을 감추지 못한 표정으로 승현을 보았다.
이 순간, 승현이 따로 코멘트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저 그를 일으켜 정리를 시켜주는 것뿐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영상을 편집하고 최종본을 만들면서, 승현과 태정, 장혁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김현민이 승범보살의 집에서 토혈을 하는 순간, 카메라를 정면으로 보며 피눈물을 흘리는 노인 귀신의 얼굴이 크게 잡혔기 때문이었다.
아주 짙은 회색빛 얼굴에 피눈물을 흘리는 그런 모습으로!
60프레임으로 촬영한 영상 중 약 3프레임 정도에 반짝-하고 나타나는 수준이었다.
승현은 손가락을 딱 튕겼다.
“이거. 이거 본편에 꼭 넣어.”
이목구비가 굉장히 선명하게 나온 편이라 네티즌들의 이목을 끌기 좋겠다는 판단이었다.
* * *
태령 선수촌에서 있었던 김현민 선수의 외계인 납치 사건.
이번 특집의 예고편은 외계인 전문가의 인터뷰 등을 편집해 넣으면서 외계인을 추적할 것처럼 제작을 하였다.
알고 보니 신가물이었고, 신이 들었다는 이야기는 최대한 나중에 반전으로 빼려는 의도였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으로 신이 들었던 것이고, 그게 악신이라 신내림이 아니라 퇴마굿을 해야 했던 내용이었다는 식으로 기승전결을 구성했다.
그렇게 본 방송이 나갔을 때, 시청자들의 평이 극명하게 갈렸다.
– 외계인 다룰 줄 알았더니.
– 외계인 아님????
– UFO 아니었음?
– 그 김 뭐시기 회장 아저씨만 이상해졌네???
– 결국 귀신.
– 귀신이야기임.
– 귀신특집이었음여
– 새로울 줄 알았
알고 보니 외계인에게 납치되었던 것이 아니라는 내용에 대해 실망하는 댓글들이 있는 한 편.
– 그래 외계인이라고 했으면 어케 해도 마무리가 이상했을 듯.
– 개인적으로 만족하는 결과물임.
– 뭔가 극적인 스토리텔링은 없었지만 나름 무섭고 좋았는데
– 할아버지 귀신 비추 ㅅㅂ ㅈㄴ 무섭게 생김
– 늘 잘 보고 있습니다.
귀신 이야기도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은 미스터리지만 그래도 외계인 쪽 결말보다는 훨씬 현실적이고 공포스러웠다는 댓글도 상당했다.
어찌 되었든 시청률이나 클립 영상의 조회 수 모두 평이하게 깔리는 편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 태정과 화영, 장혁은 만족을 했지만 승현과 이열상 CP는 내심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계속해서 시청률과 조회 수가 떡상을 해야 하는데, 평이하게 유지 되고 있다는 건 자칫 하락세를 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던 중, 승현 앞에도 일생일대 중요한 기회가 찾아오게 되었다.
* * *
다음 촬영 소스를 서칭하기 위해 회의를 하다 갖게 된 간단한 술자리가 열렸던 날이었다.
승현과 장혁, 태정이 삼겹살 전문 식당에 모여 고기를 구워 먹었다.
그러면서 술도 한 잔 기울이던 중, 필립에게 전화가 왔다.
최근 근황에 대해 잠시 안부 인사를 주고받는 연락이었다.
그러던 중, 필립도 근처라는 것을 알게 됐고, 바쁜 일이 없으면 합석하라는 이야기를 건넸다.
그러자 필립은 몇 십 분 뒤, 술자리에 합류를 했다.
그렇게 넷이 술자리를 이어가던 중 필립이 물었다.
“귀신이 하나의 ‘기운’이라고 가정을 하면 그 기운을 어떻게 느낄 수 있을까요?”
그의 말에 장혁이 팔짱을 끼며 대답했다.
“글쎄요. 우리가 흔히 ‘인기척’이라고 하는 게 영혼을 감지하는 거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기척’을 귀신의 기운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가령 4명이 있는 방에 또 다른 한 명의 기척이 느껴진다면 그게 귀신의 기운이라는?”
장혁의 말에 태정이 덧붙였다.
“아니면 혼자 있는 방인데 누군가 뒤에 서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음. 그게 귀신의 기운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승현도 한 마디 거들며 필립을 보았다.
그때 태정이 손뼉을 한 번 짝 치고 말했다.
“생각해 보니까 장혁 선배 말이 맞는 것 같네. 우리가 전에 그런 얘기 했었잖아요. 사람이 많은 곳에는 귀신이 없다. 그게 산 사람의 기운 때문이다, 뭐다 했지만 그냥 여러 기척이 있으니 되레 우리가 못 느끼는 거겠죠?”
“맞네. 그럴 수도 있겠네.”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사람이 없는 곳에서는 사람의 기척이 조금만 느껴지니까 작은 기척도 더 잘 느낄 수 있는 거고.”
“응, 응.”
승현이 웃으며 대답했다.
“아. 이런 이야기 할 곳이 없어서 심심했는데 PD님들이 계시니까 좋네요.”
필립이 술잔을 들고 말했다.
자리에 앉은 모두가 건배를 하고는 술을 들이켰다.
“요새는 커뮤니티 활동 안 해요?”
승현이 묻자 필립이 손사래를 쳤다.
“귀신 때문에 병원신세 진 이후로는 좀 조심하고 있어요.”
“그럴 수 있죠.”
필립과 승현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술자리가 무르익어 가고 빈 소주 병이 여러 병 쌓일 쯤, 필립이 카메라를 들었다.
“저희 기념사진 찍을까요?”
필립이 필름카메라의 필름을 감으며 물었다.
“필카로요?”
장혁이 놀라 되물었다.
“그게 갬성이지.”
승현은 장혁의 어깨에 손을 턱 올리고 자세를 취했다.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셋!”
찰칵-
필립의 구호와 함께 사진이 찍혔다.
그리고 그 결과물에서 놀라운 것이 발견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