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07)
제107화
#[피의 소유> 특집
이틀 후.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사무실.
언제나처럼 시청자 반응과 너튜브 댓글 반응, 그리고 새로운 소스 서칭을 하던 제작진들은 굉장히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때, 승현은 필립의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필립 씨?”
[PD님. 지금 어디세요?]“지금 사무실이죠. 왜요?”
[꼭 보여드려야 할 게 있어서요. 지금 방송국으로 갈게요. 거의 다 왔어요.]“아? 네, 네.”
승현은 다급한 그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했다.
약속을 잡고 오는 것도 아닌, RBS 방송국 사옥으로 거의 다 와서 연락을 한 모양이었다.
그만큼 뭔가 급한 소식을 들고 온 것이었다.
잠시 뒤.
[GUEST]가 쓰인 패찰을 단 필립이 제작사무실로 들어왔다.“필립 씨. 어떻게 여기까지.”
승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의실로 안내하며 물었다.
“우리 그제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기념사진 찍었잖아요.”
“네, 그랬죠.”
“거기서 이상한 걸 발견해서요.”
필립은 눈 밑이 퀭한 것이 무척 피곤해 보였다.
“음료 한 잔 챙겨 드릴게요.”
그 사이 화영이 필립을 보자마자 보통 일이 아님을 눈치채고 자판기로 달려가 음료수를 뽑아 왔다.
그렇게 승현과 화영이 자리한 가운데, 필립은 회의실 의자에 앉아 주섬주섬 카메라와 사진, 필름을 꺼내 올려놓았다.
“그제 삼겹살집에서 촬영한 사진이에요. 카메라 모델은 ‘리콘 FM’이고요.”
그는 무척 오래 되어 보이는 기계식 필름 카메라를 가리키고는 사진을 승현 앞으로 밀어 놓았다.
“그 사진. 그게 최종 결과물이고요. 그 옆에 있는 게 네거티브 필름이에요.”
그는 살짝 긴장한 얼굴이었다.
“제가 심령사진 찍으면서 그래도 PD님하고 다닐 때 가장 선명한 귀신 사진을 담긴 했거든요? 그런데 이건, 지금 이번 건은 진짜 완벽하게 선명해요.”
동시에 약간은 흥분한 모습이었다.
승현은 고개를 갸웃하고 사진을 들어보았다.
웃고 있는 승현과 태정, 장혁의 상반신과 앞에 놓인 고기집 테이블이 보였다.
그리고 셋의 등 뒤에 있는 한 40대 커플이 자리하고 있었다.
꽤 평범해 보이는 커플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일 뿐이었다.
그런데 그중 반듯해 보이는 남자의 등 뒤에 선 여성이 눈에 띄었다.
새하얀 피부.
눈동자가 없이 온통 하얀 눈.
보라색 입술.
초커처럼 목에 길게 난 갈색 가로줄.
펑퍼짐한 원피스.
축 늘어진 두 팔과 손목에 난 갈색 가로줄.
딱 봐도 굉장히 소름 끼치는 모습이었다.
그 귀신은 첫 번째 사진에선 그 남자를 내려 보고 있었다.
승현이 두 번째 사진을 넘겨보자 귀신은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 번째 사진은 결과물이 완전 나가리 됐어요. 그런데 네거티브 필름에는 그 모습이 나왔어요.”
필립이 네거티브 필름을 승현에게 건넸다.
승현이 필름을 들어 형광등에 비춰보았다.
그러자 카메라를 보고 있던 그 여자 귀신이 카메라를 향해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턱이 가슴까지 쭉 늘어져 있었다.
굉장히 기괴한 모습이었다.
“쓰읍-”
승현은 마른 입술을 매만지며 사진을 연신 보았다.
이렇게 선명하게 나온 사진이라면 되레 합성을 의심해 볼 법했다.
하지만 승현과 [미스터리 탐사대]에서 같이 일하는 필립이 합성사진을 내밀 거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래도 뭔가 이상했다.
분명 식사를 할 때 ‘귀신의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다.
이 정도로 귀신이 선명히 찍힐 정도라면 분명 악취든, 향냄새든, 피 냄새든 났을 법했지만 고기 냄새 말고는 그 어떤 냄새도 맡지 못했다.
“물론 제 생각인데요. 이 귀신이 이 남자와 무슨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굉장히 화가 난 것 같은데 한 번 추적해 볼 만 하지 않아요?”
필립이 물었다.
하지만 승현은 회의적인 반응을 내보였다.
“사진 자체가 흥미로운 건 사실인데요. 민간인이고 뭔가 인터넷으로 도는 괴담도 아닌데 일반 민간인을 추적하고 취재하는 게- 쉽지 않은 문제 같아요. 그렇게 해서 이 남자한테 무슨 범죄 혐의가 포착된다 하더라도 할 수 있는 게 없죠. 우리가 사법기관도 아니고 말이에요.”
‘흔적’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에 되레 별것 아니라는 생각도 스친 것이었다.
그때 화영이 펜을 굴리며 받아쳤다.
“아니죠. 우리는 저 민간인을 추적하는 게 아니라 이 귀신을 추적하는 그림으로 가면 되죠. 그건 저희가 초반 콘티를 어떻게 잡냐에 따라 톤 앤 매너가 다를 것 같은데요? 저는 해볼 만할 것 같아요.”
그녀는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승현은 잠시 달력을 보며 일정을 확인해 보았다.
이제는 세이브 편집본이 많아서 3주 이상은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차선책으로 쓸 소스 하나 정해놓고, 이거 한번 추적해 보자. 만약 별거 없을 거 같으면 바로 플랜B를 촬영할 수 있게.”
“네, 알겠습니다.”
화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필립은 손가락을 딱 튕겼다.
그렇게 삼겹살집에서 우연히 찍힌 귀신을 추적하기 위한 촬영에 돌입했다.
* * *
승현과 태정, 화영은 필립이 찍은 사진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먼저 승범보살에게 문의를 해 보기로 결정하고 수원으로 향했다.
승범보살의 집에 도착한 승현은 멘트를 하면서 현관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희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들이 모여 찍은 기념사진 속에 나타난 귀신의 모습. 굉장히 기이했는데요. 이 귀신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조금 더 전문적인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승범보살님을 찾아왔습니다.”
멘트가 끝나자 일행은 어느새 현관문 앞에 도달해 있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수연이 나와 맞이했고, 곧장 승범보살과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저 사진에 나온 귀신. 나도 이렇게 영가가 선명히 나온 사진은 처음 보네요. 그런데 굉장히 화가 나있는 것 같은데요. 저렇게 눈동자가 없고 핏기가 없다는 건 죽는 순간까지도 누군가를 굉장히 증오했다는 건데.”
승범보살은 굉장히 진지한 표정으로 사진을 보았다.
그러다 손가락으로 여자의 눈 부분을 가리켰다.
“보면 첫 번째 사진의 시선은 그 남자의 등에 꽂혀 있지? 그리고 나서 두 번째 사진에 시선이 카메라로 향하고- 그리고 세 번째 사진에서 입을 벌린다. 이건 귀신이 카메라가 자신을 인지할 걸 알고 뭔가 말하려는 걸로 볼 수 있지.”
“뭔가 말하려고 한다고요?”
승현이 되물었다.
“정확하진 않아. 그런데 여기 PD님 쪽 일행이 자길 느끼고 있다는 건 확실히 인지했어. 그리고 자기를 드러내려 하는 거 같거든.”
승범보살의 인터뷰가 이어지는 동안, 태정은 그녀의 손에 들린 사진을 클로즈업했다.
순간 화면이 깜빡이더니 손에 들린 사진 속 귀신의 눈에서 피눈물이 흘러내렸다.
“앗! 차가워!”
동시에 승범보살이 아주 뜨거운 걸 만진 것처럼 사진을 툭 던지며 손을 비볐다.
순간 현장에는 침묵이 흘렀다.
승범보살은 미간을 찌푸리며 사진을 유심히 보았다.
사진에서 흘러내리던 피눈물은 사라져있었다.
“차가워요?”
승현이 놀라 사진을 만져보았다.
“지금은 차갑지 않은데.”
그는 카메라를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거, 저년. 보통 한이 서린 게 아니야. 수연아. 밖에 있냐.”
승범보살은 살짝 흥분된 톤으로 방 밖에 대고 소리쳤다.
그러자 수연이 들어와 다소곳하게 섰다.
“너 이번에는 이분들하고 같이 좀 다녀라.”
“네.”
승범보살은 카메라가 돌고 있다는 것도 잊은 듯 날카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수연은 카메라를 한 번 보고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어?’
승현은 ‘귀신의 흔적’을 느끼지 못한 사진에 승범보살이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 순간이었다.
고기를 삶거나 굽는 것 같은 누린내가 물씬 풍겨왔다.
이런 점집에서는 날 리가 없는 냄새였다.
“뭐지. 이 냄새는.”
승현이 아주 작게 읊조렸다.
“선배. 다음은 어디 가죠?”
태정이 카메라를 정리하며 물었다.
“관례대로.”
승현이 짤막하게 대답했다.
식당에서 귀신을 발견했으니, 식당을 가봐야 하는 것이었다.
*
승현은 인파가 드문 낮 시간 번화가를 걸어가며 말했다.
“저희는 귀신이 촬영된 그 식당에 방문하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그는 골목 안쪽의 식당이 보이자 손가락으로 가리켜 보였다.
카메라는 식당의 간판을 쭉 클로즈업해 촬영했다.
물론 본 방송 때는 모자이크를 해야 할 것이었다.
승현과 필립이 앞장서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주방에서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앞치마를 두른 채 나왔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입니다. 몇 가지 여쭤보려고 왔는데요.”
승현이 꾸벅 인사를 했다.
“네?”
남자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짓는 사이, 승현이 50대 사진을 보여주며 사진 속 커플을 아는지 물어보았다.
“혹시 사진 속에 이 커플을 아시나요?”
“으음. 가끔 들러요. 오면 술을 아주 많이 마셔서 기억을 하죠. 서비스도 종종 나가요.”
“혹시 이 뒤에 선 여성은 아시나요? 조금 징그러우실 수 있지만-”
“으음. 낯이 익은 것도 같고. 낯빛이 그래서 그런가. 낯선 것도 같고.”
“저 커플을 기억하시는 다른 이유가 또 있나요?”
“다른 이유? 아. 반년 전엔가. 가게에서 큰 싸움이 났었어요.”
“싸움이요?”
“네. 이 커플이 다른 테이블하고 싸움이 났는데. 어우. 남자분이 아주 그냥 호걸이더라고요. 가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죠.”
“난장판이요?”
“그러고 나서 미안하다면서 보상금에 선물까지 바리바리 챙겨주더라고요. 그러면서 한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들러서 매상도 올려줬죠. 그래서 기억하는 겁니다. 성질은 욱해도 사람이 나빠 보이진 않아서.”
50대 남성은 승현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그때 상황을 기억나는 대로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승현의 요청에 남자는 기억을 더듬듯 눈동자를 굴리며 그때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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