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09)
제109화
딸 진화가 실종된 이후 그녀의 모친 신복향은 매일 매일을 눈물로 지새고 있었다.
실종 전 마지막으로 만났을 걸로 추정되는 김철호도 무혐의 처분을 받은 이상, 그녀를 찾을 단서라고는 전혀 없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살아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그녀는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전단지를 출력해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백방으로 딸을 찾아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늦게 돌아온 신복향은 오지 않는 잠을 자기 위해 소주를 한 병이나 원샷을 한 뒤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잠이 들락말락-하며 천천히 노곤해질 무렵, 거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달각- 달각-
거실에 있는 무언가를 만지는 소리도 들렸다.
신복향은 벌떡 일어나 거실로 달려나갔다.
“진화니?”
혹시 딸이 돌아온 것일까.
신복향은 거실에 나가자마자 바로 형광등을 켜보았다.
하지만 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신복향은 아무도 없는 텅 빈 거실을 바라보다 또 한 방울 눈물을 흘렸다.
“휴우.”
허무함에 형광등을 끄고 돌아서는 순간, 뒤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흑- 흑흑- 흑-
그 소리에 신복향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소파에 앉아 울고 있는 예진화의 모습이 보였다.
“진화니?”
신복향은 반가움에 형광등 켜는 것도 잊은 채 소파로 확 달려갔다.
그리고 그녀를 꽉 안았다.
근데 뭔가 이상했다.
예진화의 몸이 따뜻한 것을 넘어 굉장히 뜨거웠던 것이다.
“어머. 너 몸이 왜 이렇게 뜨거워. 무슨 일이야. 괜찮은 거야? 어디 있다가 이제 왔어.”
신복향이 예진화의 몸 곳곳을 주무르며 말했다.
흑- 흑- 흑- 엄마-
하지만 예진화는 마냥 울기만 할 뿐이었다.
“그래, 그래. 울어. 울어.”
신복향도 울부짖으며 말했다.
그 순간이었다.
예진화의 팔과 다리를 주무르던 촉감이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생크림을 만지는 것처럼 주무르는 대로 뭉개지고 으깨지는 느낌이 든 것이었다.
“어?”
신복향이 놀라 앞을 보았다.
그녀 앞에 앉아 울고 있던 예진화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창문으로 들어오는 아침 태양과 천장을 볼 수 있었다.
잠에서 깬 것이었다.
* * *
“꿈을 꾸신 건가요?”
승현이 물었다.
“그런 것 같아요. 너무 실감 났는데. 그 촉감. 우는 소리.”
그녀는 자신의 손을 내려 보며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때, 다시 한번 고기 누린내가 확 풍겨왔다.
‘아무래도 예진화, 그 사람. 죽은 것 같은데.’
안타깝지만 지금까지 나타난 심령현상으로 봤을 때 그녀는 이미 100% 사망한 것 같았다.
“우리 딸 좀 꼭 좀 찾아주세요. 제발 좀요, 네? 꼭 좀 찾아주세요.”
예진화의 모친은 승현의 팔을 두 손으로 꼭 잡고 울부짖으며 말했다.
여기서 승현이 할 수 있는 건 고개를 끄덕여주는 것뿐이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온 승현 일행은 신복향의 도움을 받아 예진화 실종사건의 담당 형사와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수사 중인 건이라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는 없었다.
다만 김철호가 현재 여자친구인 ‘심영현’과 만나며 예진화와 헤어졌었다는 이야기는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사건 당일, 예진화와 김철호가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둘이 마지막으로 만난 것은 심영현의 집 근처 놀이터였다.
심영현 집에 있던 김철호가 예진화의 전화를 받고 나갔던 것이다.
그 놀이터에서 둘이 대화를 하는 장면은 놀이터 CCTV를 통해 확인이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김철호가 예진화를 놀이터에 혼자 둔 채 떠나갔다.
혼자 남은 예진화는 그네에 앉아 혼자 울기 시작했다.
그때, 심영현이 다가와 위로를 하듯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리고 둘은 CCTV화각 너머로 사라졌다.
“심영현은 그 당시에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줬다고 합니다.”
담당 형사가 덧붙여 말했다.
승현은 진지한 얼굴로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래도 ‘심영현’이라 불리는 그 ‘현 여자친구’를 만나봐야 할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승현은 바로 인터뷰를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승현 일행은 곧장 심영현의 집으로 향했다.
며칠 동안 김철호를 미행했기 때문에 그녀의 집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집은 아파트 단지 옆쪽으로 있는 작은 단독주택이었다.
꽤 넓은 규모로 뒷마당 쪽에는 작은 비닐하우스가 설치되어 있었다.
주변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한동안 그 집에서 꽃과 같은 식물도 판매를 했었다고 했다.
한 마디로 자택 겸 화원으로 이용을 하고 있었다.
띠이이이이이-
초인종을 누르자 굉장히 투박한 부저음이 울려 퍼졌다.
요즘에는 잘 쓰지 않는 소리였다.
[누구세요?]대문 옆에 있는 스피커에서 심영현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미스터리 탐사대] 최승현 PD입니다. 심영현 씨 맞으신가요?”
[네, 맞는데요?]“네. 잠시 인터뷰 가능하실까요?”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잠시 침묵이 이어지더니 인터폰이 뚝 끊어졌다.
“휴.”
승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뒤에 서있던 태정과 화영, 수연, 필립을 돌아보았다.
한 편으로는 예상했던 반응이기도 했다.
그 순간이었다.
띠익-
꿍-
부저가 또 한 번 울리더니 대문이 열렸다.
원격으로 열어준 것이었다.
살짝 놀란 승현은 일행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후 대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끼이이이익-
안은 평범한 가정집과 달랐다.
앞마당에는 온갖 공구들과 작업 선반들이 놓여 있었다.
그 뒤로 단층짜리 주택이 보였고 그 옆과 뒤쪽에는 작은 비닐하우스들이 있었다.
정말 화원 겸용으로 꾸며놓은 단독주택의 느낌, 그 자체였다.
“지금 제가 일하고 있어서요! 뒷마당으로 오시겠어요?”
그때 뒷마당 쪽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네.”
승현이 대답하고는 일행과 함께 비닐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비닐하우스 풍경은 더욱 기괴했다.
가운데 통로가 있고 양옆으로 온갖 화분과 식물들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소름끼치는 건 모든 식물이 죽어 있는 것이었다.
심영현은 이런 식물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 그 사이에 쪼그려 앉아 무슨 작업을 하고 있었다.
화아아아악-
그 순간이었다.
한 번씩 풍기던 고기 누린내가 비닐하우스에 들어오자마자 엄청 지독하게 나기 시작했다.
이건 고깃집에서 나던 것과는 비교도 안 될 수준이었다.
관리가 안 된 정육점에서 나는 냄새보다도 지독했다.
뿐만 아니라 피 냄새까지도 독하게 나는 것이 예사롭지 않았다.
“어머! [미스터리 탐사대] PD님이시구나! 방송 잘 보고 있어요!”
식물들 사이로 심영현이 빼꼼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굉장히 살갑고 행복해 보이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안 그래도 제 남자친구가 요새 PD님 뵀다고 하더라고요.”
그녀는 목장갑에 낫을 들고 있었다.
“네. 저희가 취재 중인 사건하고 관련이 있으신 것 같아서.”
승현이 대답했다.
“그래요? 어떤 사건인데요?”
그녀는 중앙 통로를 통해 승현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그때, 그녀가 지나간 식물들 사이에서 여자의 머리가 슥 나타났다.
고깃집에서 촬영된, 목과 손목, 다리 등등에 시커먼 금이 가있는 귀신이었다.
‘예진화?’
승현은 독한 냄새를 고스란히 맡으며 생각했다.
“예진화 씨 실종사건 관련해서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승현이 방금 발견한 귀신 때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하자 뒤에 있던 화영이 먼저 대답했다.
“예진화? 예진화? 아아! 철호 전 여친!”
심영현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실종이라는 얘기는 들었는데. 아니 전에 보니까 스토커 기질이 좀 있더라고요.”
심영현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승현은 그녀의 말에 집중할 수 없었다.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모든 식물 사이에서 예진화 귀신이 스멀스멀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치 환각에 빠진 것처럼.
혹은 분신술을 쓰고 있는 것처럼.
같은 모습의 예진화 귀신이 나타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만큼 악취도 점점 강렬해졌다.
‘이곳에 뭔가 있다.’
승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수연을 보았다.
수연도 뭔가를 느낀 듯 온몸을 움츠린 채 덜덜 떨고 있었다.
“경찰한테도 이야기하긴 했는데요. 저하고는 뭐 접점이 없었어요. 저한테 뭐 문의 하셔봤자 들으실 수 있는 말이 없을 텐데.”
그 사이 심영현이 말했다.
승현은 정신을 차리고 다시 물었다.
“보니까 실종 당일에 마지막으로 만난 분이 심영현 씨이신 것 같더라고요. 김철호를 만난 다음 예진화 씨를 바로 어디로 데리고 갔던 거 같은데요.”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심영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거짓말!”
그 순간, 뒤에 있던 수연이 버럭 소리쳤다.
목소리도 기괴하게 뒤집어진 것이 소름끼치는 음성이었다.
“거짓말! 나쁜 년! 거짓말!”
그녀는 몸을 벌벌 떨며 소리쳤다.
빙의가 된 것이었다.
“저분은 또 왜 저러실까.”
심영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서도 입가의 미소는 사라지지 않았다.
“아악! 아악! 아악!”
수연이 주저앉으며 마구 소리를 질렀다.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었다.
아무래도 이곳에서 더 촬영을 하는 건 어려웠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당장 촬영은 조금 어렵겠네요. 조금 추스르고 다시 오겠습니다.”
승현이 수연을 부축하며 말했다.
“아이코야.”
화영도 옆에서 수연을 함께 부축해 주었다.
그렇게 일행 모두 돌아서 비닐하우스를 빠져나왔다.
킁 킁-
누린내와 피비린내는 점점 더 심해져만 가고 있었다.
그렇게 다시 대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손잡이를 잡았다.
덜컹-
하지만 대문이 열리지 않았다.
덜컹 덜컹 덜컹
승현이 거세게 대문을 흔들었지만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제가 해볼게요!”
필립도 대문을 붙잡고 힘을 줘봤지만 옴짝달싹하지 않았다.
“뭐 그렇게 급하게 가세요.”
그때 비닐하우스 입구 쪽에서 심영현이 낫을 든 채 나타나 말했다.
승현 일행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뒤를 돌아보았다.
“오신 김에 차라도 한잔 하고 가시지.”
나긋하게 말하는 그녀는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