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1)
제11화
태정도 승현의 시선에 따라 그 심령사진을 클로즈업해 보였다.
“한 3년 전인가. 외곽 순환 타다가 찍은 거예요. 졸음쉼터에서 담배 한 대 태우다 촬영했죠.”
옆에서 필립이 부연설명을 해주었다.
승현은 그 모습을 보는데 지금껏 느낄 수 없었던 두려움을 느꼈다.
쿵-
또 한 번 들리는 둔탁한 소리.
승현과 태정이 깜짝 놀라 어깨를 들썩였다.
“뭐, 뭐죠?”
승현이 묻자 필립이 다시 방 밖으로 나가보았다.
아까 쓰러졌던 스탠드 조명이 다시 쓰러져 완전 박살이 나있었다.
“아이. 비싼 건데.”
그가 쓰러진 조명을 다시 세우며 구시렁댔다.
순간 촬영 중이던 태정의 카메라도 잠시 깜빡거렸다.
“어어?”
그의 반응에 승현도 놀랐다.
“왜 그래.”
“아뇨, 카메라가 잠깐 이상해서.”
촬영 중인 라이브뷰 화면이 기괴할 정도로 빠르게 깜빡이다 다시 돌아왔다.
“무슨 일이죠?”
승현이 물었다.
“글쎄요. 심령사진을 찍다보면 가끔 이상한 일을 겪긴 하는데 스튜디오에서 이러긴 처음이네요. 삼각대가 좀 느슨해졌나.”
필립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승현과 태정에 비해서는 상당히 초연한 모습이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말을 이어갔다.
“말씀드렸다시피 찍을 때 별다른 스킬이 있었던 건 아닙니다. 그냥 ‘이쯤에서 찍었을 때 나올 것 같다.’라고 생각이 될 때 셔터를 눌렀을 뿐이죠.”
필립이 덧붙였다.
“DSLR이나 필름 카메라나 다른가요?”
“아뇨. 필카로 찍힌 귀신은 DSLR로도 찍혔습니다.”
필립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 중에서 필립 씨가 느끼기에, 정말 귀신이 찍힌 것이다-라고 확신이 든 사진이 있었습니까? 단순히 이렇게 찍힌 것만 갖고는 확신하기 어려웠을 것 같은데.”
승현이 묻자 필립이 근처에 있던 책상 서랍을 열더니 신문조각을 꺼냈다.
“이게 당시 그 위치에서 났던 교통사고 사망자에 대한 기사입니다.”
필립의 말에 승현이 놀란 얼굴로 신문조각을 받아들었다.
[서울 외곽순환도로 비극] [가족 나들이 가던 가족의 참변] [아이 엄마는 사망, 아빠와 아이는 중상]기사를 본 승현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제가 귀신을 본 위치가 딱 사고 지점이더라고요. 그 화면이 비친 귀신이 저 사건 속 엄마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제 딴에는 귀신을 믿게 된 계기 중 하나인 것 같아요.”
“그렇군요.”
“이것 말고도 오래전에 찍은 것들도 많아요. 대부분 사건사고가 얽혀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풍경이 좋다] 건에도 관심을 가졌던 거고요.”
“아아.”
그가 이번 사건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확실해진 셈이었다.
그리고 김백춘 국장이 생각했던 것과도 일치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럼 태영읍 저수지에서 촬영된 귀신 사진을 보고도 검색을 해보셨겠네요?”
“네. 그 귀신은 태영 어린이집 원장인 ‘신 모 씨’일 것 같더라고요. 그 외에는 저도 별다른 정보를 찾지는 못했습니다.”
“아아.”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인터넷상에는 피해자와 가해자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지 않은 것이었다.
승현이 태정에게 손짓을 하자 바로 녹화를 종료했다.
“혹시 저 여성이 촬영된 태영읍에서 촬영을 해보실 의향은 있나요?”
“네. 언제 시간되면 가서 직접 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면 아예 저희와 동행을 해주실 수는 없나요?”
승현이 물었다.
태정이 깜짝 놀라 승현을 보았다.
동행 게스트를 부르는 건 계획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네, 좋습니다. 귀신 찍는 거라면 언제든 환영입니다.”
필립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요.”
승현이 태정에게 따라 나오라는 손짓을 하고는 스튜디오 밖으로 나갔다.
태정이 바로 따라가자마자 물었다.
“선배. 동행 게스트 영입은 CP님하고 얘기된 것도 아니잖아요.”
태정의 말에 승현이 손사래를 치며 핸드폰을 들었다.
“걱정마. 내가 잘 이야기 할게.”
승현은 곧장 이열상 CP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님. 지금 [미스터리 탐사대] 촬영 중인데요. 현장에 게스트 한 명 껴도 되죠?”
[게스트? 누구? 연예인? 그 정도 제작비 못 땡기는데?]“연예인 아니고 사진가예요. 심령사진 전문으로 찍는.”
[심령사진? 흐음.]“사진 쪽 전문가 대동하는 게 그림이 좀 더 살 것 같지 않아요?”
[그건 그렇지. 그렇게 해. 일반인이니까 출연료는 관행대로 하고 결제 올려.]“네, 알겠습니다.”
승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끊었다.
일이 착착, 빠르게 진행되는 그림이었다.
승현과 태정은 다시 스튜디오로 돌아가 대화를 이어갔다.
“먼저 요청 드린 대로 저희 취재에 동행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승현의 말에 필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출연료 관련한 부분은 제가 저희 방송국 쪽에 연락해서 안내 메일 드리도록 할게요. 메일 주소 좀 알려주시겠어요?”
“네. 그, 전해드린 명함 보시면 됩니다.”
“아하. 네, 네.”
승현은 필립의 명함을 찍은 뒤 RBS 인사팀에 전달을 해주었다.
그리고 계약서를 메일로 송부해 줄 것을 문자로 요청했다.
“관련 서류랑 뭐, 이것저것 필요한 건 메일 갈 거예요. 확인하시고 전자서명 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필립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됐습니다. 지금까지 촬영된 장면에서 저희가 편집을 할 거고요. 저희는 지금 바로 움직이기 시작할 건데, 가능하신가요?”
“그럼요. 저도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승현의 질문에 필립이 바로 끄덕였다.
“그럼 필요한 장비 가지고 내려오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내려가서 기다리시면 필요한 거 챙겨서 나가겠습니다.”
필립이 대답했다.
승현은 태정에게 내려가자는 손짓을 한 후 앞서 스튜디오 밖으로 향했다.
* * *
“후우.”
태정이 차량 옆에서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승현은 그런 태정의 옆에서 태영읍에 대한 자료조사를 계속 해나갔다.
“근데 선배. 너무 앞뒤 안 재고 캐스팅 한 거 아니에요? 사기꾼일지도 모르는데.”
태정이 물었다.
“그림이 되잖냐.”
승현의 대답은 간단했다.
인터넷에서 핫한 심령사진 전문가.
현재 승현이 구상하는 [미스터리 탐사대]에는 가장 어울리는 게스트였다.
“근데 괜히 이러다 뭐 문제 생기고 그러는 건 아닐까 몰라요.”
“문제? 무슨 문제?”
승현이 태정을 보며 되물었다.
“아니, 뭐. 검증되지 않은 사람을 게스트로 썼다느니- 하는 뭐 그런 거요.”
태정은 당당한 승현의 태도에 살짝 위축 되어 대답했다.
그러자 승현이 그의 어깨를 팡 쳤다.
“그런 걱정하지 마. 우리한테 필요한 건 정말 찐으로 객관적인 말을 해주는 전문가가 아니라, 심령현상에 대한 걸 기준으로 말해줄 전문가가 필요한 거야. 딱이야.”
승현의 말에 태정이 입을 삐쭉거렸다.
“아니, 그건 그렇지만.”
“야. 객관적인 전문가를 불러서 방송 내도 어디선가는 자기가 더 전문가라면서 이의제기 하는 게 이 바닥이야. 더구나 이 분야는 더 그렇고. 그러니까 우리 입맛에 맞는 전문가가 최고야.”
승현의 입장은 단호했다.
태정은 불안하면서도 승현의 말이 틀린 적은 딱히 없었기에 더 반박하지 못했다.
그때 필립이 카메라 가방을 바리바리 싸들고 내려왔다.
“제릉시로 이동하시죠!”
승현이 트렁크를 열어주며 말했다.
필립은 트렁크에 실린 승현의 촬영 장비들을 피해 가방을 싣고는 뒷좌석에 몸을 실었다.
그리고 셋이 탄 차량은 곧장 경기도 제릉시 태영읍을 향해 가열하게 달렸다.
* * *
저녁 5시.
제릉시로 향하는 차 안에서 승현은 사건에 대해 조금 더 조사를 해보았다.
그러던 중,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이 인터뷰를 하고 있는 영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상당히 젊은 외모의 경찰은 오래된 화질 속 뉴스 영상 안에서 발견 당시 상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었다.
진배철 / 태영경찰서 강력계
이름을 본 승현은 검색 끝에 그가 경위로 진급했으며, 현재 태영지구대에서 근무 중이라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승현은 혹시 그가 기분나빠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태영지구대 쪽으로 전화를 걸었다.
[네, 태영지구대입니다.]굵직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저는 RBS 방송국 [미스터리 탐사대] 담당 PD 최승현입니다. 혹시 ‘진배철 경위’님과 통화 가능할까요?”
[잠시만요.]사무적인 목소리가 흘러나온 뒤,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안녕하세요. RBS [미스터리 탐사대] 최승현 PD입니다. 진배철 경위님 맞으신가요?”
[네, 맞습니다.]“네. 저희가 과거에 태영 저수지 인근에서 발생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데요. 관련 자료를 조사하다보니까 경위님께서 당시에 강력계 소속으로 인터뷰 하셨던 기록이 있어서요.”
[아아. 네, 그랬죠. 그때는 제가 제릉 경찰서 형사과에서 근무할 때라, 당시에 형사로 현장에 왔었거든요.]“아아. 그러셨군요.”
[하도 이상한 게 많아서 더 조사를 하고 싶었는데 뭐, 범인도 잡혔겠다. 사건이 종결 돼서 더 조사할 게 없었죠.]“뭐가 이상하셨나요?”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반대편에서는 긴 한숨이 들려왔다.
[그건 전화로 말하긴 좀 뭐하고. 만나서 이야기 합시다.]“네, 좋습니다.”
[지금 서울이신가요?]“아뇨. 태영읍으로 가고 있습니다.”
[밤 9시쯤에 태영 저수지에서 뵙죠. 귀신이 나타났다고 하는 그 위치쯤에서요.]“알겠습니다.”
[대신에 제 신분은 확실하게 비공개로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어쨌든 종결된 사건 갖고 경찰이 뭐 왈가왈부 이야기하는 게 좋지 않으니까요.]“네, 물론입니다. 그럼 조금 이따가 뵙겠습니다.”
승현이 전화를 끊으며 손가락을 딱 튕겼다.
대어를 낚았다는 생각이 든 것이었다.
“바로 이거야!”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