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10)
제110화
“아닙니다. 저희는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승현이 최대한 침착하고 정중하게 말했다.
“아뇨. 그래도 이대로 보내드리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요.”
심영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순간 필립은 낫을 쥐고 있는 그녀의 팔이 묘하게 ‘단단’해지는 것을 느꼈다.
손에 쥔 것을 한 층 더 강하게 쥐는 것이었다.
그렇다는 것, 곧 공격을 해올 것이라는 의미기도 했다.
“문을 열어주시죠.”
화영이 눈을 부릅뜨고 경고하듯 말했다.
그 순간이었다.
“꺄아아아악!”
심영현이 낫을 높이 들고 덤벼들었다.
필립은 예상했다는 듯 앞으로 튀어나가 어깨로 그녀의 복부를 밀어 침과 동시에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우당탕-
마당에 있던 선반이 부서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하지만 심영현은 고통을 모르는 듯 필립의 목을 치려 낫을 휘둘렀다.
필립이 낫을 든 그녀의 팔을 붙잡았지만 힘이 상당했다.
여성의 힘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수준이었다.
“도망가요!”
필립이 소리쳤다.
순간 승현은 그를 도와줘야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위험해요! 도망쳐요!”
하지만 필립은 다른 사람이 개입하면 다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승현은 입을 꾹 다물고 수연의 팔을 붙잡고 다시 뒷마당으로 달려갔다.
그곳에 다른 길이 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꺄아아악!”
“하아압!”
등 뒤에서 필립과 심영현이 몸싸움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태정은 도망치는 승현 일행의 뒷모습을 촬영하며, 수시로 필립과 심영현의 몸싸움 장면을 촬영했다.
그렇게 다시 비닐하우스로 돌아오자 다시 악취가 심하게 풍겨 올라왔다.
“어디 도망칠 곳이.”
태정이 다급하게 이곳저곳을 보았다.
“그냥 맞서 싸우는 게 낫지 않아요? 저긴 여자 한 명이잖아요. 우린 여럿이고.”
화영이 소리쳤다.
하지만 흉기를 든 상대를 앞두고 머릿수로 밀어붙인다는 건 위험한 일이었다.
난전이 벌어지면 누구 한 명은 다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가능하다면 한 명도 다치게 하지 않는 것이 승현의 생각이었다.
사아아아아아
또 다시 사방에서 예진화의 영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온 몸에 검붉은 실선이 그어진 채, 턱을 빠르게 딱딱 거리고 있었다.
승현과 수연은 그 모습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태정도 뭔가 이상한 기척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다만 카메라에는 아무것도 잡히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태정은 촬영을 멈추지 않았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이 ‘증거’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여기로!”
승현이 비닐하우스 끝으로 달려가 보았다.
그곳에도 출구가 있었다.
문을 열자 뒷마당 담벼락이 보였다.
하지만 나갈 수 있는 문은 보이지 않았다.
“키가 안 닿겠는데.”
승현이 담벼락 위를 보며 말했다.
“저거. 저거 해보죠!”
화영이 구석에 놓인 작은 테이블을 가리켰다.
밖에 오래 내놓은 것인지 녹이 잔뜩 슬어 있는 철제 테이블이었다.
승현이 화영과 함께 테이블을 담벼락 밑에 놓았다.
“올라가요! 올라가!”
승현은 먼저 수연을 올려 보냈다.
그리고 곧장 화영을 담벼락 너머로 올려 보냈다.
그 순간이었다.
“어디 가세요. 차라도 한잔 하시라니까.”
비닐하우스 쪽에서 심영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온몸에 피칠갑을 하고 낫을 든 채로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필립 씨…….”
승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PD님! 올라오세요!”
담장 너머에서 화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지금 여기서 승현이 올라가게 되면 태정은 붙잡힐 판이었다.
그렇다고 태정을 올려 보내면 승현이 붙잡힐 판이었다.
“화영아! 경찰에 신고해! 신고해!”
승현이 외쳤다.
그 순간 심영현이 낫을 들고 달려들었다.
“피해!”
승현이 태정을 확 밀치며 옆으로 쓰러졌다.
우당탕-
달려오던 관성 때문에 심영현이 철제 테이블과 함께 나뒹굴었다.
녹이 슬어 있던 테이블은 그대로 부서져 버리고 말았다.
“차라도 한잔 해!”
심영현이 같은 말을 하며 쓰러진 채로 승현의 발을 붙잡으려 했다.
“으으으!”
승현이 기어서 도망치려 했지만 발목을 붙잡히고 말았다.
순간 태정이 심영현의 팔을 발로 차버렸다.
“선배! 일어나요!”
그는 한 손에 카메라를 들고 계속 녹화를 하는 채로, 승현을 일으켰다.
“끄아아아아악!”
심영현은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벌떡 일어나 낫을 휘둘러댔다.
승현과 태정은 다시 대문 쪽으로 가려 했지만 방향이 여의치 않아 집 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열려 있던 뒷문으로 뛰어 들어갔다.
화아아악
집 안에 들어오자 악취가 한 층 더 심해졌다.
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급히 주변을 보았다.
뒷문은 바로 부엌과 연결되어 있는 모양이었다.
제일 소름 끼치는 부분은 부엌 곳곳에 놓인 커다란 들통들이었다.
그리고 그 들통은 불에 탄 건지, 음식을 태운 건지 검은 무언가가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선배!”
태정이 외치는 순간 승현이 뒤를 돌아보았다.
심영현이 승현의 뒤에까지 쫓아와 낫을 휘둘렀다.
“이크!”
승현이 부랴부랴 몸을 낮춰 피했다.
콰직
낫이 싱크대 찬장에 박혔다.
승현은 태정과 함께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집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정체모를 악취는 계속해서 풍기고 있었다.
승현은 부엌을 지나 거실을 가로질러 현관으로 향했다.
“끼야아아아악!”
심영현이 계속해서 낫을 들고 쫓아왔다.
승현은 현관문을 열려 손잡이를 잡았다.
덜컹
하지만 현관문도 잠겨 있었다.
승현이 부랴부랴 잠금장치를 풀려 했다.
하지만 그 사이 심영현이 다가와 있었다.
“으아압!”
계속 촬영을 하던 태정이 카메라를 내던지고 심영현에게 덤벼들었다.
콰직-
카메라가 떨어지며 렌즈에 금이 갔다.
우당탕탕-
태정과 심영현은 서로 뒤엉킨 채 거실 바닥에 나뒹굴었다.
띠로리-
그 사이 현관문이 열렸다.
승현이 카메라를 들고 태정을 보았다.
“끄으으윽!”
태정과 심영현은 나뒹굴며 서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그녀의 낫 끝이 태정의 얼굴을 찍기 일보 직전이었다.
“크윽!”
태정은 자신의 코앞에서 바르르 떨리고 있는 낫을 보았다.
여기서 힘이 빠지면 그대로 얼굴을 찍을 판이었다.
“이야압!”
순간 승현이 달려가 심영현의 옆구리를 붙잡고 옆으로 매쳤다.
우당탕-
그녀가 TV장과 부딪치며 요란한 소리가 났다.
“나가자! 나가자!”
승현이 태정을 일으킨 후 집 밖으로 나갔다.
그러면서 카메라를 확인해 보았다.
충격을 크게 받았는지 장면 일부가 시커멓게 녹화가 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LCD 액정도 금이 가있었다.
“도망쳐. 도망쳐.”
승현과 태정이 다시 앞마당 대문으로 달려갔다.
문은 여전히 굳게 닫혀 있었다.
“어디 가!”
그때 심영현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낫을 든 채로 현관문에 서서 승현과 태정을 노려 보았다.
“아무데도 못 가. 못 가!”
그녀가 대뜸 덤벼들었다.
승현은 절망을 느꼈다.
이대로면 정말 카메라를 내려놓고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마당 한 쪽에서 필립이 달려 나와 심영현에게 몸을 던졌다.
꽈당-
둘이 또 한 번 마당에 나뒹굴었다.
필립의 한 쪽 어깨에서는 피가 철철 흐르고 있었다.
낫에 찍힌 모양이었다.
우당탕탕-
데굴데굴
둘은 또 한 번 격렬한 몸싸움을 했다.
성인 남자까지 제압을 하고 수연도 한 손에 들던 필립이었지만 심영현의 ‘난동’을 막기에는 무리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만큼 그녀가 마구잡이로 힘을 쓰고 있는 것이었다.
“이잇!”
더 이상 지켜볼 수는 없었다.
한쪽 어깨가 다친 상태로 그녀와 싸우다가는 정말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승현이 둘에게 달려들었다.
“놔! 놔!”
승현이 심영현을 필립에게서 떼어내며 소리쳤다.
그러자 심영현이 더욱 거세게 몸부림을 쳐댔다.
쾅-
동시에 대문이 부서지더니 경찰들이 들이닥쳤다.
“손 들어! 움직이지 마!”
테이저 건과 리볼버를 앞세운 경찰들이 바로 싸움을 말렸다.
그리고 그 사이로 화영과 수연이 따라 들어왔다.
“PD님!”
화영이 승현과 태정, 필립의 상태를 살폈다.
수연도 피가 나는 필립의 상처를 꾹 눌러주며 눈물을 흘렸다.
“부상자가 있다!”
“119! 119!”
경찰 중 한 명이 다른 동료를 보며 소리쳤다.
그리고 또 다른 경찰들은 피칠갑이 된 채 난동을 부리고 있는 심영현을 끌고 나갔다.
“비닐하우스! 비닐하우스를 뒤져보세요!”
승현은 경찰들에게 뒷마당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우르르르르
경찰들은 집과 비닐하우스로 달려가 쥐 잡듯 수색을 하기 시작했다.
* * *
예진화를 죽인 것은 심영현이었다.
예전부터 병적인 집착 증세를 가지고 있던 심영현은 김철호와 사귀며 그를 가스라이팅했고, 예진화와의 이별을 유도한 것이었다.
하지만 결혼을 약속하고 있던 예진화는 받아들이지 못했고, 심영현이 그녀를 죽인 것이었다.
이에 대해 심영현은 단 한 마디 자백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비닐하우스에 있던 화분들 곳곳에서 사람의 뼈로 추정되는 조각들이 대거 발견이 되었다.
그것도 각기 다른 화분들에 나뉘어 담겨 있던 것.
거기에 부엌에 있던 들통과 벽면에서도 일부 혈흔이 발견 되었다.
방송에서도 자세히 다룰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범행이 벌어졌던 것이다.
신기한 것은 김철호 역시 심영현의 범죄를 전혀 몰랐다는 점이었다.
그는 정말 실제로 예진화가 그저 단순 실종이 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떻게 세뇌를 한 건지 몰라도 그녀의 집에서 이렇게 많은 증거가 나오는 동안에도 그는 심영현의 무죄를 굳게 믿는 모양새였다.
사건이 이렇게 진행되는 동안, [미스터리 탐사대]의 최종본이 만들어졌다.
이번에는 사건이 상당히 끔찍하고 살인마와의 추격씬이 담긴 만큼 많은 부분 편집을 해야 했다.
그렇게 최종본이 만들어지고 몇 주 후, ‘피의 소유 특집’이라는 이름으로 방영이 되었다.
이번에도 방영이 되기 전, 뉴스를 통해 해당 사건이 선 보도가 되며 사회적인 파장이 엄청났던지라 [미스터리 탐사대] 역시도 상당히 센세이션한 기록을 낼 수 있었다.
순간 시청률 20%.
한 편의 공포영화 같은 구성에 세간의 시선이 [미스터리 탐사대]에 집중이 된 것이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