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11)
제111화
# [금기된 분신사바> 특집
‘피의 소유 특집’ 최종 편집을 마치고 며칠 후.
승현과 태정은 퇴근 후, 고기에 소주 한 잔을 하며 뉴스를 보고 있었다.
[오늘 오후, 서울 백장동에 위치한 백장고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피살된 채 발견되었습니다. 타살 흔적이 뚜렷한 것으로 보아-]“말세네, 말세. 아니, 애들을 왜 죽여.”
태정이 고기를 씹으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말이다.”
승현은 불판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고 있는 고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확실히 지금 느껴지는 ‘고기 굽는 냄새’는 예진화 귀신의 냄새와는 차이가 있었다.
역한 누린내가 아닌 고소하게 익는 냄새였다.
처음 취재가 끝나고 며칠 동안은 고기를 전혀 먹지 못했다.
순간적으로 그 역한 누린내가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도 다시 적응이 되어 고기를 입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아까 필립 씨 연락받았어요. 이제 다 나아서 병원 안 간다고 하더라고요.”
“다행이네. 필립 씨한테 미안하다야. 우리 때문에 자꾸 다치는 거 같아서.”
“뭐. 그건 그런데 본인이 좋다고 덤비고 있는 거기도 해서.”
태정이 대답했다.
승현은 태정과 건배를 한 후 또 한 잔 들이켰다.
“이번엔 진짜 위험했어요. 필립 씨 없었으면 우리도 다칠 뻔했죠.”
“그러게 말이야.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됐다니까.”
“필립 씨가 직접 그만둔다는 이야기하기 전엔 꼭 붙잡아 뒀으면 좋겠어요.”
승현과 태정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계속 술잔을 비웠다.
그때 장혁이 가게로 들어왔다.
“벌써 드시고 계세요?”
그는 살갑게 말을 하며 태정의 옆자리에 앉았다.
“정리가 늦었어? 왜 이렇게 늦게 와.”
“아아. 마지막에 자막 오타가 좀 있어서 확인하느라고요.”
승현이 바로 술을 따라주자 장혁이 술잔을 받으며 대답했다.
“다음 촬영 장소는 정했어요?”
술잔을 받은 장혁이 물었다.
“아유. 일 얘기는 내일 하자. 안 그래도 스트레스 받는데.”
승현이 손사래를 치며 건배를 제안했다.
이들 모두 잔을 맞추며 술을 들이켰다.
*
같은 시각.
수원 승범보살 점집.
승범보살은 제단을 정리했고, 수연은 방 청소를 시작했다.
오늘 하루 영업을 정리하려는 것이었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퉁 퉁 퉁
굉장히 둔탁하게 치는 소리였다.
제단을 정리하던 승범보살이 멈칫했다.
무언가 이상한 기운을 느낀 것이었다.
“누구세요?”
수연은 그런 승범보살을 보지 못하고 현관문으로 향했다.
끼익-
수연이 문을 열자 교복을 입은 여고생이 쭈뼛거리며 서있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수연이 다시 물었다.
“저- 여기가 [미스터리 탐사대]에 나온 승범보살님하고 수연님 계신 곳인가요?”
여고생이 물었다.
수연은 제단 앞에 서있는 승범보살을 한 번 돌아본 뒤 대답했다.
“맞아요. 그런데- 예약 안 했죠?”
“아, 네. 예약 안 했어요.”
“그러면 상담이 조금 어려운데. 예약한 후 다시 오시겠어요? 앱으로 예약하셔도 되고 아니면 전화로-”
“-잠깐만 이야기 좀 들어주세요!”
수연이 나긋하게 안내하려 하자 여고생이 말을 끊고 소리쳤다.
“어어-”
수연은 난처한 듯 승범보살을 보았다.
그러자 승범보살은 제단을 정리하던 두 손을 천천히 내려놓더니 말했다.
“들어오라고 해라.”
그녀의 목소리는 굉장히 낮고 근엄했다.
수연은 들어오라는 손짓을 했다.
여고생은 조심스럽게 점집에 들어갔다.
순간 승범보살이 휙 돌아서며 소리쳤다.
“지금 따라 들어오는 년은 나가라고 하고!”
그녀의 앙칼진 목소리에 여고생이 흠칫 놀랐다.
지금 들어가려고 한 여고생은 혼자였기 때문이었다.
수연은 지금 이 여고생한테 무슨 사연이 있다는 걸 대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 * *
승현과 태정, 장혁은 취할 때까지 술잔을 기울이다 자리를 정리했다.
“어우. 오늘 많이 마셨다.”
“2차? 2차?”
태정과 장혁이 비틀거리며 말했다.
“내일 출근해야지. 들어가자.”
승현은 손사래를 치고는 지하철역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때 승현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수연의 전화였다.
“여보세요?”
승현이 전화를 받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태정과 장혁은 각자 저마다 이야기를 하며 시끄럽게 굴었다.
[PD님. 지금 통화 가능하세요?]“네. 가능합니다. 무슨 일이세요?”
[다른 게 아니고요. 지금- 일이 좀 있는데요.]“네, 무슨 일이요?”
[혹시 백장고등학교 아세요?]“백장고등학교요?”
승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 아까 뉴스에 나왔잖아요!”
학교명을 들은 태정이 불쑥 끼어들어 말했다.
승현도 그제야 확 기억이 났다.
“아아아. 오늘 살인사건 난 학교죠. 왜요?”
[거기 재학생 한 명이 지금 저희집에 있거든요. 그런데 사연이 이게……, 보통 심각한 게 아닌 거 같아요.]“살인사건이면 경찰들이 해결하겠죠.”
[이게 ‘살인’이 ‘살인’이 아닌 것 같아요.]수연의 말에 승현이 걸음을 멈추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승현이 묻자 수연은 자신이 들은 이야기를 차분하게 전달해주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들은 승현이 바로 대로변으로 달려가 택시를 잡았다.
“지금 그쪽으로 갈게요. 그 학생도 거기 있는 거죠?”
그는 태정과 장혁에게도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 * *
백장고등학교 중간고사 직후.
학교 게시판에는 1등부터 10등까지의 등수가 게시되었다.
2학년 상위권 TOP 10
1등 – 김주연
2등 – 최혁상
3등 – 문별이
.
.
.
10등 – 박세나
등수를 본 10등 박세나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번에도 역시 김주연이 1등을 차지한 것이었다.
그녀는 짜증이 난 표정으로 옆을 보았다.
두꺼운 안경에 여드름이 가득한 김주연은 게시판을 가만히 보다가 말없이 슥 돌아섰다.
‘짜증나.’
박세나는 입을 씰룩였다.
사실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만 해도 둘은 굉장히 친한 사이였다.
각자의 집에 가서 밤새 놀 정도로 가까웠다.
성적도 둘이 1등과 2등을 서로 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2학년이 된 이후로 둘의 사이는 급속도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학교의 일진 무리들이 김주연을 괴롭히기 시작한 것이었다.
물론 전교 1등이라 선생님들의 주목을 받는 만큼 물리적인 괴롭힘을 주진 않았다.
하지만 컨닝을 돕게 한다든가, 돈을 빌리고 안 갚는다든가 하는 ‘오묘한 괴롭힘’이 주를 이루었다.
이에 대해 김주연은 크게 반항하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마치 공부로 좋은 대학에 가 복수를 하겠다는 다짐이라도 한 건지, 그녀는 꿋꿋이 공부만 할 뿐 이들의 ‘일진 놀이’, ‘학교 폭력’에 대항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워낙 조용한 성격이었던지라 교사들도 이런 상황을 그렇게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지 않은 듯했다.
노는 학생들이 공부 잘하는 학생한테 가서 이것저것 물어보고 말 거는 거야 겉으로 보기엔 나쁠 게 없는 때문이었다.
하지만 박세나는 저런 김주연을 보며 이런 다짐을 했었다.
‘나는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
그녀는 김주연이 일진들에게 ‘오묘한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 너무 보기 싫었고, 자신이 그렇게 당할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그녀는 김주연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일진 무리 중 꽤 이름이 알려져 있는 ‘백승호’가 박세나에게 고백을 했다.
박세나은 백승호를 사귀면 일진들이 자신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고 수락을 해주었다.
그러면서도 행여나 성적이 떨어질까, 박세나는 짬짬이 계속 공부를 해 나름대로 성과를 내고 있었다.
그녀 역시도 공부에 욕심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진인 남자친구를 두고 전교권을 유지하는 것은 버거운 일이었다.
이번에도 정말 간신히 전교 10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녀는 고민이 되었다.
만약 백승호와 헤어지게 되면 일진 무리의 타깃이 될 가능성이 컸다.
그렇다고 계속 만나게 되면 이제 다음 시험에서는 아예 저 목록에 들지 못할 것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박세나는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되었다.
김주연의 성적을 떨어트려 놓으면 자신에게 유리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성적을 떨어트리지 않고 싶은, 올리고 싶은 욕심이 김주연을 끌어 내리는 것으로 치환이 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그 기저에는 김주연에 대한 질투심도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자신은 일진들의 타깃이 되기 싫어 일진과 연애를 하고 성적이 점점 떨어져갔지만 자기 길을 꿋꿋이 가고 있는 김주연에 대한 질투와 열등감이 작용한 것이었다.
그렇게 야간자율학습이 진행되고 있는 백장교등학교의 밤.
박세나와 백승호는 아무도 없는 과학실에 몰래 들어갔다.
“여기서 뭐 하려고? 대박. 너 생각보다 과감한데?”
백승호가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이상한 소리 말고 이거나 좀 도와줘.”
하지만 박세나는 A4 용지와 초 같은 물건들을 책상에 올려놓기 시작했다.
“음? 이거 뭐야? 분신사바?”
이미 여러 매체에서 다뤄진 만큼 모양새를 본 백승호도 알아보았다.
하지만 이게 뭔지, 어떻게 하는지, 어떤 금기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아네? 귀신을 불러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거야.”
박세나가 의자에 앉으며 맞은편에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백승호는 고개를 갸웃하며 맞은편에 앉아 핸드폰으로 ‘분신사바’를 검색해 보았다.
“이걸 여기서 왜 해? 뭐하게?”
그는 트리위키에 떠 있는 ‘분신사바’에 대한 정보를 주르륵 훑어보며 물었다.
“김주연 성적을 떨어트려 달라고 할 거야.”
그녀는 백승호의 라이터를 가지고 촛불에 불을 붙였다.
“여기 보니까 O, X로만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해야지, 부탁을 하면 안 된다는데?”
“그런 게 어디 있어. 해보고 되면 되고 아니면 아닌 거지.”
그녀는 이미 결심을 한 모양이었다.
“잡아. 잡아. 엄지손가락을 펜에서 떼면 안 되고.”
둘은 펜을 마주 잡고 종이 가운데 올려놓았다.
종이 위에는 붉은 펜으로 O와 X가 그려져 있었다.
“이게 말이 되나.”
백승호는 입을 씰룩댔다.
“쉬잇!”
박세나는 조용히 하라고 손짓을 한 후 눈을 감았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그리고는 천천히 주문을 외우듯 읊조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