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12)
제112화
굉장히 음침한 분위기 가운데 박세나와 백승호가 분신사바를 하기 시작했다.
“분신사바 분신사바-”
박세나가 천천히 입을 뗐다.
“지금 이곳에 계십니까.”
그녀의 질문에 펜이 미묘하게 떨리더니 천천히 O 쪽으로 향했다.
“헐, 대박! 이거 나 힘 안 줬는데!”
백승호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쉿.”
박세나는 다시 조용히 하라며 눈총을 주고는 다시 질문했다.
“저희를 쭉 지켜보고 계셨습니까.”
그러자 펜이 또 한 번 O 쪽에서 미묘하게 떨렸다.
“학교에 오래 계셨습니까.”
O
“저 말고 다른 학생들도 알고 계십니까.”
O
박세나는 여러 통상적인 질문들을 쭉 해나갔다.
그러다 복도에서 누군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면 몸을 움츠리며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어갔다.
그렇게 한참 대화를 하던 박세나가 드디어 본론을 꺼내 들었다.
“1등인 ‘김주연’을 알고 계십니까.”
O
“제가 1등이 되게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X
“그럼 김주연의 성적을 떨어트리게 도와주실 수 있습니까.”
X
질문을 듣던 백승호가 볼을 긁적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야. 그럴 거면 그냥 죽여 달라고 하든가. 키키킥.”
이 한 마디가 엄청난 나비효과가 되어 휘몰아치게 된 것이었다.
물론 백승호에게는 살의가 있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남고생의 흔한 드립이었을 뿐이었다.
박세나는 백승호를 잠시 보더니 천천히 물었다.
“혹시 김주연을 죽여주실 수 있나요?”
그 질문에 펜은 X에서 천천히 O로 향했다.
순간 박세나는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우하하하. 갔다, 갔다. 이거 골때리네.”
백승호는 전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박세나는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점점 무서워지는 것이었다.
“혹시 방금 제가 한 말. 취소해도 되나요?”
박세나가 나지막이 물었다.
그러자 백승호가 가소롭다는 미소를 지으며 펜에서 손을 뗐다.
“아, 뭐야. 취소할 거면 이런 분위기는 왜 잡냐. 하하하하. 아, X나 웃겨.”
그러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촛불이 휙 꺼져 버리고 말았다.
바람이 불지도 않았는데 꺼진 것이었다.
“야, 야. 갑자기 중간에 일어나면 어떡해.”
박세나가 걱정스러운 톤으로 말했다.
“뭐야. 재밌을 줄 알았는데 개노잼이네. 난 쌈이나 빨고 갈란다.”
백승호는 주머니에 손을 쿡 찔러넣고는 과학실 밖으로 나갔다.
박세나는 혼자 남아 은은하게 연기를 내고 있는 꺼진 초를 멍하니 응시했다.
꺼림칙하긴 했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박세나는 자신이 한 일이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만들어 낼지 예상하지 못했다.
일주일 후.
교실 대청소를 하는 날이었다.
학생들은 각자 자신이 맡은 자리에서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었다.
김주연의 담당은 복도였다.
하지만 백승호와 친분이 있고 또 김주연을 괴롭히던 일진 최혜란이 다가와 말했다.
“야. 내 친구 주연아. 미안한데 내가 복도할 테니까 네가 과학실 좀 해주면 안 돼?”
아마 복도를 치우면서 다른 반 친구들과 수다를 떨 생각인 듯했다.
김주연은 언제나 그렇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과학실로 향했다.
그리고 거기서 사고가 나고 말았다.
무슨 일 때문인지 화학약품을 보관해 둔 찬장이 쏟아지며 김주연이 옴팡 뒤집어 쓰게 된 것이었다.
꺄아아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에 과학실 주변에 모인 학생들은 머리카락과 피부가 녹아버린 김주연의 시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교사들이 달려와 학생들이 못 보게 가리고 통제하려 했지만 이미 여러 장의 사진까지 찍혀버린 후였다.
그리고 그 장면은 박세나도 볼 수 있었다.
뼈가 드러날 정도로 살이 녹아 버린 김주연의 시신은 박세나를 정확히 바라보고 있었다.
단순한 우연일까.
박세나는 겁에 질렸지만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고 스스로 세뇌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창문에 앉아 수다를 떨기 좋아하던 최혜란이 갑자기 떨어져 그대로 사망해 버린 것이었다.
누가 밀거나, 스스로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다른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뭔가 무게중심이 달라진 듯 ‘어?’하는 짤막한 신음과 함께 그대로 뒤로 넘어간 것이었다.
박세나는 점점 더 겁에 질렸다.
그러다 결정적인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교내 분리수거장에서 백승호가 죽은 채 발견된 것이었다.
눈에 못이 박혀 있는 상태로, 굉장히 끔찍한 모습이었다.
경찰에서는 자살이나 사고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수사를 해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 어디서도 증거가 나오지는 않는 상태였다.
그 사이 기자들까지 몰려와 취재를 하며 언론을 타기 시작했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오자 박세나는 자신이 즐겨 보던 [미스터리 탐사대]를 떠올렸다.
하지만 방송국에 제보 할 생각을 하지는 못하고, 귀신이나 퇴마에 대해 설명해주던 승범보살, 수연부터 생각이 났다.
그래서 도망치듯 학교에서 빠져나와 승범보살의 집으로 향했다.
* * *
밤 11시.
승범보살의 집에는 승현과 태정, 장혁이 앉아 있고 한쪽에 승범보살과 수연이 서있었다.
그리고 이들 앞에는 박세나가 흐느끼며 울고 있었다.
모든 사연을 들은 승현이 이마를 북북 긁었다.
“그러면 그 학교에 귀신이 있었다는 건가요?”
그의 질문에 박세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자세한 거는 몰라요. 그냥 분신사바 할 때 학교에 오래 있었다고 했어요.”
“그 뒤로 악몽을 꾸거나 그런 건 없고요?”
“네. 그냥- 그냥- 가끔 죽은 주연이가 보여요. 꿈에서요.”
그녀는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승현은 승범보살에게 고개를 돌렸다.
“분신사바가 애들이 하는 장난이라고 해도 어쨌든 귀신을 부르는 의식으로 알려져 있다면 귀신들이 반응할 수도 있기는 하지.”
승범보살은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하는 거 봐선 대단한 악귀나 악신은 아닌 거 같아. 그냥 잡귀 같은데 말이야. 어쨌든 귀신한테 그런 걸 부탁하니까-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지.”
그녀는 안쓰럽다는 눈빛으로 박세나를 내려 보았다.
“그럼 보시기에 그 잡귀가 다른 학생들도 죽이고 있는 것 같아요?”
태정이 물었다.
그러자 승범보살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 잡귀가 어떤 놈인지는 몰라도 그렇게 기가 센 놈은 아닌 거 같아. 기가 센 놈이 학교에 오래 머물렀으면 학교 괴담이 여러 개 있겠지.”
“아.”
“그런 괴담이 없다면 그냥 떠돌이 잡귀인 건데- 산 사람을 죽이면 얼마나 죽이겠어.”
“흐음. 그런가요.”
“지금 이 타이밍에서 가장 한이 센 건 그 ‘주연’이라는 친구겠지.”
승범보살의 말에 승현과 태정, 장혁 모두 승범보살을 올려 보았다.
“그 말씀은-”
“-그래. 섣불리 말할 순 없지만 그 혜란이란 친구랑 승호라는 친구를 죽인 건- 원귀가 된 주연일 수 있지.”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박세나는 고개를 푹 떨어트렸다.
“실제로 이 학생이 들어올 때 어머니께서 따라 들어오는 년은 나가라고 소리치시더라고요. 아마 김주연 학생의 영가가 이 학생을 따라다니고 있는 것 같아요.”
수연이 덧붙였다.
승현은 심각한 표정으로 턱을 매만졌다.
“그럼 세나 학생도 목숨이 위험한 상태라는 거네요.”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태정은 이 모든 걸 촬영하고 있는 상태였다.
자연스럽게 다음 특집이 결정된 것이었다.
“그럼 보살님께서는 지금 어떤 솔루션이 있으실까요?”
승현이 물었다.
“내가 말한 게 맞다면, 그 잡귀는 신경 쓸 거 없고 원귀가 된 김주연, 그 친구를 위로해줘야지.”
“어디서요?”
“학교에서.”
승범보살이 대답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태정과 장혁을 돌아보았다.
“알겠습니다. 학교에서 뭔가 촬영이 이루어져야겠군요. 학교 측에 협조를 구해야 할 것 같아요.”
장혁이 먼저 나서 대답했다.
“세나 학생은 제가 데리고 있을게요. 여기 있으면 그래도 안전할 거니까요. 부모님께는 연락드려 놨어요.”
수연도 거들어 말했다.
“알겠습니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학교에 가봐야겠네요.”
승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희는 일어나 보겠습니다.”
태정도 자리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했다.
그러는 사이에도 박세나는 그 자리에 앉아 계속 울기만 하고 있었다.
태정은 카메라를 정리하며 말했다.
“학생이 분신사바를 해서 주연이를 죽이고 그걸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죽었다고 해도 학생이 법적인 처벌을 받지는 않을 거야. 그런 걱정은 하지 말고 미안한 마음, 반성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도록 해.”
“네. 흑, 흑.”
박세나가 흐느끼며 대답했다.
“가자.”
승현과 태정, 장혁은 승범보살의 집에서 나와 각자 집으로 향했다.
“내일부터 새 특집 촬영이군.”
승현은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 *
다음 날 아침.
백장고등학교 교무실.
승현과 화영, 태정이 박세나의 담임교사와 만나게 되었다.
승현은 어제 박세나에게 들은 이야기를 담임교사에게 전달해주었다.
그러자 담임교사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런 미신 때문에 애를 데리고 있다고요? 학교도 안 보내고?”
그는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본인이 너무 불안해하고 있어서요. 박세나 학생 부모님께도 연락은 드려 놓은 상태입니다.”
“으음. 허허 참.”
담임교사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때, 승현은 담임교사의 목에 걸려 있는 십자가 목걸이를 보았다.
아무래도 종교적 신념 상, 분신사바나 무속신앙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세나가 어디 있는지 알려주시려고 여기까지 오신 건가요?”
그가 묻자 승현이 진지하게 대답했다.
“아뇨. 아무래도 [미스터리 탐사대]에서 이 학교를 조금 취재해 봤으면 좋겠다고 판단이 되어서 찾아왔습니다.”
“취재한다고요?”
“네. 정말 귀신이 김주연 학생을 죽인 건지는 몰라도 어쨌든 박세나 학생이 학교에서 분신사바를 했고, 혜란 학생과 승호 학생 모두 학교에서 사망을 한 것이잖습니까. 학교 내에 심령현상이 있는지 확인을 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승현이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으음. 그 부분은 제가 결정할 건 아닌 것 같네요. 교감선생님께 한 번 여쭤봐야 할 것 같아요.”
담임교사는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