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13)
제113화
백장고등학교의 교감은 무속신앙에 대해 약간 열린 마인드를 상대적으로 열린 마인드를 가지고 있었다.
박세나의 담임교사가 가서 문의를 하자 취재를 해도 좋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단, 학생들이 동요할 수 있으니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밤 10시 이후에 촬영을 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리고 안내자로는 담임교사가 직접 나서라는 지시도 덧붙었다.
그렇게 촬영 허가를 받은 승현 일행은 방송국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약속된 날.
밤 10시.
백장고등학교 주차장에는 승현과 화영, 태정, 그리고 필립과 수연이 도착해 있었다.
차 안에서 학생들이 모두 빠져나가기를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잠시 뒤, 박세나의 담임교사로부터 문자가 왔다.
중앙현관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가자.”
승현 일행은 모두 차에서 내린 뒤 중앙현관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학교는 순식간에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모든 교실 형광등은 꺼져 있고 복도 등만 켜져 있었다.
승현이 중앙현관으로 다가가자 담임교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승현이 꾸벅 인사를 하자 담임교사도 인사를 했다.
하지만 다소 귀찮아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 퇴근도 못 하시고.”
“아니에요. 안 그래도 학교 분위기 뒤숭숭한데 이런 걸로 조금 분위기가 나아졌음 좋겠네요.”
담임교사가 대답했다.
하지만 그렇게 진정성 있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학교 역사는 대략 어떻게 되나요?”
승현이 물었다.
태정은 바로 녹화 버튼을 누르고 촬영을 시작했다.
“그렇게 역사가 긴 학교는 아니에요. 1991년에 개교했거든요.”
담임교사가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그 사이 필립은 광각렌즈로 교체한 뒤 학교 건물을 촬영했다.
찰칵 찰칵 찰칵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 보았다.
“뭐가 좀 나와요?”
화영이 필립 옆으로 가 속삭여 물었다.
“잠시만요.”
필립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촬영한 결과물들을 빠르게 훑어보았다.
그 사이 승현과 담임교사는 계속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으음.”
사진을 계속 확인하던 필립이 미간을 찌푸렸다.
“어, 잠깐만요.”
그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사진을 확대해 보았다.
“여기 3층 이 창문에 뭐 이상한 거 보이지 않아요?”
필립이 화영에게 카메라 LCD화면을 보여주었다.
“네?”
둘은 머리를 맞대고 화면 속 학교 사진을 확대해 보았다.
불이 꺼져 있는 교실 창문 안으로 시퍼런 얼굴이 드러나 있었다.
눈 부분은 시커멓게 그림자 져 있었지만 이목구비가 뚜렷한 파란색 얼굴이었다.
“어머머.”
화영이 놀라 입을 막았다.
인터뷰를 하던 승현이 뒤를 돌아보았다.
“왜요? 무슨 일 있어?”
승현이 묻자 화영이 입을 막은 채 대답했다.
“말씀 중에 죄송한데요. 3층 오른쪽에서 여섯 번째 창문이요. 저기 어디예요?”
그녀의 질문에 담임교사는 중앙현관에서 나와 건물을 슥 올려보았다.
“2학년 3반이요. 왜요?”
담임교사가 대답했다.
“지금 저기서 뭐 이상한 게 찍혔거든요?”
필립은 승현과 담임교사에게 방금 찍은 파란색 얼굴을 보여주었다.
“지금 학교에 아무도 없는 거 맞죠?”
승현은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네. 없죠. 그런데-”
담임교사가 겁에 질린 얼굴로 말끝을 흐렸다.
“그런데요?”
승현이 캐묻듯 되물었다.
“-2학년 3반은 혜란이 반이었어요.”
그 말이 끝나는 순간 일행 모두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창문에 앉아 있다가 실족사한 최혜란 학생의 반이라는 것이었다.
“한 번 올라가 보죠.”
승현의 말에 담임교사도 놀란 얼굴로 앞장서 걸음을 옮겼다.
*
2-3 최혜란.
2-4 백승호.
2-6 김주연.
2-7 박세나.
교실은 모두 3층에 있었고 과학실은 4층에 있었다.
승현 일행은 먼저 2학년 3반 교실에서 귀신이 포착된 만큼, 3층부터 가보기로 한 것이었다.
다다다다다다
터벅 터벅 터벅
일행 모두 허겁지겁 2학년 3반 교실로 향했다.
드르륵-
그리고 미닫이로 된 문을 여는 순간, 어두운 교실이 한눈에 들어왔다.
굉장히 평범하기 그지없는 교실 풍경이었다.
태정은 칠판부터 뒤쪽 사물함까지 슥 촬영을 했다.
귀신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나.”
태정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순간, 승현은 이상한 냄새를 느끼고 코를 막았다.
무슨 냄새인지 정확히 구분이 가질 않았다.
언뜻 밀랍인형에서 나는 냄새 같기도 했고, 양초 냄새 같기도 했다.
분명한 건 지금까지 맡았던 누린내, 피비린내와는 결이 다른 느낌이었다.
되레 상수 윤 씨 사당에서 맡았던 퀴퀴한 향냄새 같은 느낌과 비슷했다.
“수연 씨. 뭐 느껴져요?”
필립이 교실 사진을 찍으며 물었다.
“글쎄요.”
수연은 짧게 대답하고는 교실을 슥 돌아다녀 보았다.
그때, 승현의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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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아주 작은 목소리로 빠르게 속삭이는 소리였다.
승현은 귀를 기울이며 일행을 보았다.
일행 누구도 듣지 못하고 있었다.
나중에 촬영본을 편집할 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때 승현이 들은 소리는 오디오에 아주 작게 잡혀 있었다.
보통 사람들이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소리였다.
아주 짧은 프레임에 귀신의 모습이 담기는 대신, 아주 작은 소리로 귀신의 목소리가 담기는 것이었다.
“그게 네 업이다! 그게 네 업이야! 안타깝지만 어떡할 거니! 그게 네 업인걸!”
갑자기 수연이 사물함을 보며 호통쳤다.
담임교사는 놀란 얼굴로 승현을 보았다.
갑작스러운 수연의 행동을 보면 다들 보이는 반응이었다.
“사물함에 뭐가 있어요?”
승현이 수연에게 물었다.
하지만 수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사물함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승현은 태정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는 사물함에 천천히 다가갔다.
순간 ‘최혜란’ 명찰이 붙어 있는 사물함 안에서 피가 주륵 흘러나왔다.
승현은 침을 꿀꺽 삼키고 사물함 쪽에 손을 뻗었다.
그리고 천천히, 사물함 문고리를 잡았다.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승현은 카메라를 보며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사물함을 확 열었다.
툭-
그러자 체육복이 바닥에 떨어졌다.
목덜미 부분에 ‘2-6 김주연’이라고 이름이 쓰여 있었다.
“왜 이 학생 사물함에서 주연 학생 체육복이?”
필립이 물었다.
“아마 빌려간 거겠죠. 제때 돌려주지 않았을 거고.”
승현은 최혜란이 일진 무리였고 김주연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떠올렸다.
쿵-
쿵-
쿵-
그때 복도 밖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
승현 일행 모두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쿵- 쿵- 쿵- 쿵-
그 소리는 멀리서 점점 가까워지는 느낌이었다.
승현은 태정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고는 교실 뒷문으로 향했다.
드르륵-
교실 문을 연 뒤 복도 쪽을 보았다.
반대편 복도 끝에서 기다란 무언가가 퉁퉁 튀는 것이 보였다.
깜빡 깜빡 깜빡
복도 형광등 불빛이 빠르게 깜빡이는 통에 뭔지 잘 보이지 않았다.
“저거 뭐지?”
태정이 복도 끝을 클로즈업 했다.
깜빡 깜빡-
순간 굉장히 무서운 상황이 연출 되었다.
복도 불빛이 깜빡일 때마다 퉁퉁 튀는 기다란 무언가가 점점 가까워 보이는 것이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가까워졌을 때, 그게 뭔지 알아볼 수 있었다.
머리카락이 긴 여학생이 거꾸로 선 채로, 머리로 퉁퉁 튀고 있는 모습이었다.
“으아아악!”
끔찍한 모습에 태정이 비명을 질렀다.
순간 수연도 귀신의 모습을 봤는지 함께 비명을 질렀다.
팟-
동시에 모든 복도 형광등이 꺼져 버렸다.
지이잉- 지지지지지- 지이잉-
그리고 천천히 전기가 돌며 다시 형광등 불빛이 켜졌다.
퉁퉁 튀던 ‘기다란 무언가’는 사라져 있었다.
사색이 된 일행 모두 서로를 보았다.
담임교사 역시 기겁을 한 표정으로 복도 끝에 쪼그려 앉아 있었다.
“일어나세요.”
화영이 그를 부축해 일으키며 말했다.
하지만 화영 역시도 지금까지 봤던 모습 중 가장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최혜란 학생이 실족사를 했다고 했죠?”
수연이 나지막이 물었다.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승현은 수연이 질문한 의미를 대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방금 전 보았던 귀신이 바로 최혜란 학생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다음은 어디 가봐요?”
태정이 물었다.
승현은 고민하다가 담임교사에게 고개를 돌렸다.
“학생들이 분신사바를 했던 곳이 과학실이라고 했거든요? 과학실은 어딘가요?”
“4층. 4층입니다.”
“안내해 주시겠어요?”
승현이 묻자 담임교사는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주어진 임무가 있다 보니 여기서 승현 일행을 버려둘 수 없었다.
무엇보다 여기서 혼자 학교 밖으로 나가기 무섭다는 생각이 앞섰다.
결국 담임교사와 승현이 앞장서서 계단으로 향했다.
뚜벅 뚜벅 뚜벅
복도에서 마주친 귀신.
그것 때문에 일행 모두 온 신경이 곤두서있었다.
갑자기 귀신이 튀어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심지어 카메라뿐만 아니라 육안으로도 보고 나니 그 공포감은 극에 달했다.
뚜벅 뚜벅 뚜벅
4층으로 올라가는 중앙계단으로 가기 위해서는 2학년 6반 교실을 지나야 했다.
일행은 잔뜩 긴장한 채로 복도를 걸어갔다.
‘김주연 학생이 6반이랬지.’
승현은 6반 명패를 보며 생각했다.
그때, 귀에서 들려오는 ‘분신사바’ 속삭임이 더욱 커졌다.
동시에 밀랍 냄새가 물씬 풍겨왔다.
승현은 6반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교실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동시에 태정도 카메라 조명을 켠 채로 교실 안을 비췄다.
“헉!”
승현이 깜짝 놀라고 말았다.
6반 교실 맨 앞에 한 여학생이 앉아서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긴 머리를 축 늘어뜨리고 있기 때문에 책을 보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무언가를 쓰고 있는 것 같았다.
“야자 끝나고 남아서 공부하는 학생이 있나요?”
승현이 묻자 담임교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10시 이후에는 모두 나가게 되어 있어요.”
그는 의아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너 누구냐.”
담임교사가 창문을 살짝 열며 말했다.
그러자 여학생이 살짝 몸을 틀었다.
이내 보인 것은 필기를 하는 것이 아닌, 펜으로 책상을 파내고 있던 팔과 손이었다.
“너, 뭐하냐!”
담임교사가 다시 물었다.
그러자 여학생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리 고개를 돌려도 머리카락만 보이는 여학생의 기이한 모습이었다.
“으헉!”
담임교사가 기겁을 하며 뒤로 물러섰다.
꽈당-
그러다 넘어지자 필립이 바로 일으켜 주었다.
일행의 시선이 잠시 흩어진 다음 다시 6반 교실 창문 안을 보았다.
앞에 앉아 있던 여학생의 모습은 사라진 후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