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14)
제114화
밤 11시.
백장고등학교 2학년 6반 교실 앞 중앙계단.
일행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로를 보았다.
찰칵 찰칵 찰칵
그 사이 필립은 교실 안 풍경 사진을 찍어댔다.
하지만 심령사진이 찍히지는 않았다.
“무슨 상황입니까, 지금?”
담임교사가 승현을 보며 물었다.
“김주연 학생이 6반이라고 하셨죠?”
수연은 대답 대신 되묻고는 교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순간 열린 교실 문으로 묘한 냄새가 풍겨왔다.
‘귀신의 흔적’이었다.
“수연 씨.”
승현이 흔적을 느끼자마자 수연을 불렀다.
혹시 모를 돌발 상황에 수연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수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교실로 들어가고는 방금, 귀신이 앉아 있던 책상 앞에 섰다.
그곳에는 펜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게 뭐예요?”
승현이 다가가며 물었다.
태정도 뒤를 따라 계속 촬영을 해나갔다.
“이 펜.”
수연이 천천히 펜을 들어 보였다.
태정은 그 펜을 클로즈업 했다.
“박세나.”
펜에는 작은 견출지로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박세나 학생의 펜인 것이었다.
“이 자리는 주연이 자리인데 왜-”
담임교사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 자리가 김주연 학생 자리라고요?”
승현이 놀라 되물었다.
“네. 주연이는 늘 이 자리에 앉았거든요. 그런데 세나 펜이 왜 여기 있지?”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 펜이 분신사바 할 때 썼던 펜이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다.
“계속 이동할까요?”
태정이 물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계속 이동하시죠.”
승현이 조용히 말하자 담임교사는 찝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몸을 돌렸다.
그렇게 2학년 6반 교실에서 나온 일행은 중앙계단을 올랐다.
그러는 동안, 승현이 수연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태정은 뒤에서 이 둘을 자연스럽게 촬영했다.
“분신사바를 했을 때 나타났던 귀신은 어떤 귀신일까요? 그때 말씀하시기로는 잡귀였을 거 같다고는 하셨는데.”
“학교 같은 곳에는 귀신이 많이 드나들죠. 우리 어렸을 때 ‘학교괴담’ 같은 게 많았잖아요. 그게 다 잡귀들이 많이 꼬여서 그런 거거든요.”
계단을 오르며 둘은 인터뷰를 하듯 담화를 나누었다.
끼이이잉-
꾸우우웅-
4층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복도 한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죠?”
필립이 물었다.
“가끔 라디에이터기 쪽에서 이런 소리가 납니다. 밤에는 유독 심해져요.”
담임교사가 복도 구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리고 그가 가리킨 방향에 과학실 입구가 보였다.
“저기가 세나 학생이 분신사바를 했던 곳이군요.”
승현이 과학실을 함께 가리키며 말했다.
뚜벅 뚜벅 뚜벅
일행들의 발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승현은 카메라를 돌아보고 뒷걸음질 치며 지금 상황에 대한 설명을 했다.
“저희는 지금 박세나 학생이 분신사바를 하고 김주연 학생이 사망한 그 과학실로 가고 있습니다. 지금 이미 귀신들을 마주친 상황에서 또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다소 걱정이 됩니다.”
멘트를 마친 승현이 다시 앞을 보고 걸었다.
그때, 양초 냄새와 함께 알코올 같은 묘한 냄새가 지독하게 풍기기 시작했다.
승현이 코를 틀어막자 태정이 바로 주변으로 앵글을 돌려보았다.
오랫동안 승현을 봐온 태정은 승현이 냄새와 소리로 귀신을 감지해 낸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넓고 넓은 바닷가에 오막살이 집 한 채. 고기 잡는 아버지와 철 모르는 딸 있네.”
순간 승현은 아주 은은한 노랫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미국 민요인 ‘클레멘타인’의 번안곡 가사였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그 노래는 과학실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승현은 귀를 쫑긋 세우고 수연과 필립, 태정을 돌아보았다.
“왜요?”
그 모습을 본 화영이 물었다.
역시나 다른 일행들은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있었다.
“아냐.”
승현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시 앞을 보았다.
그때, 수연이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바람 부는 마른 날에 아버지를 찾아서- 바닷가에 나갔더니 해가 져도 안 오네.”
그녀의 노랫말에 승현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승현만 듣고 있는 ‘귀신의 흔적’을 수연이 흥얼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 사이 담임교사는 열쇠를 꺼내더니 과학실 문을 열었다.
드르륵-
문을 열자 과학실 특유의 약품냄새와 함께 각종 모형이 모습을 드러냈다.
담임교사가 형광등을 켜보았다.
딸깍- 딸깍-
하지만 몇 번을 조작해 봐도 불이 켜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거 왜 이래.”
그는 당황하는 표정으로 형광등을 올려 보았다.
석고 택스로 만들어진 천장 한쪽이 부서져 있는 것이 보였다.
“저건 왜 저러죠?”
승현이 담임교사 옆에 다가와 물었다.
“남자애들이요. 점프해서 주먹으로 석고 깨는 애들 있어요.”
담임교사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찰칵-
필립이 스트로브를 장착한 후 과학실 내부 촬영을 했다.
스트로브가 번쩍이며 과학실 전체 사진이 찍혔다.
곧장 결과물을 확인하던 필립이 다급하게 승현의 등을 두드렸다.
“네?”
승현이 놀라 필립의 카메라 LCD화면을 보았다.
담임교사가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깨진 천장 구멍으로 사람의 머리가 보였다.
그런데, 그 모습이 굉장히 흉측했다.
피부는 녹아내린 것처럼 수포가 가득했고 두피 일부가 쪼글쪼글하게 찌그러져 있었다.
반면 다른 쪽 머리의 머리카락은 길게 늘어져 있는 것이 무척 기괴했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승현은 죽은 김주연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화학약품에 사망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진을 본 태정이 그 구멍 쪽으로 클로즈업 했다.
카메라 라이브 뷰 안에서 보이는 미묘한 손의 떨림과 어두운 천장 구멍.
그 자체만으로 묘한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였던 귀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찍히는데요?”
태정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이었다.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어두운 천장 안에서 무언가 기어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 구멍으로 불쑥 귀신이 머리를 내밀었다.
“으헉!”
깜짝 놀란 태정이 뒤로 물러섰다.
동시에 천장에서 튀어나온 귀신이 바닥에 툭 떨어졌다.
그런데 그 모습은 흡사 찰흙이 떨어지는 것처럼 질척한 느낌이었다.
동시에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지독한 냄새가 승현의 코끝을 찔렀다.
피 냄새도, 생선 썩는 냄새도, 고기 누린내도 아닌 밀랍 냄새가 이렇게 지독한 건 겪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무어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묘한 악취였다.
쩌저저저저저저적-
바닥에 떨어진 귀신이 점점 녹아 사라지듯 형체를 잃어갔다.
동시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분신사바분신사바분신사바분신사바분신사바분신사바분신사바분신사바분신사바분신사바분신사바분신사바
그러는 가운데 수연은 아까 읊조리던 ‘클레멘타인’ 민요를 읊조렸다.
“내 사랑아 내 사랑아, 나의 사랑 클레멘타인.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
그 순간이었다.
화영이 무심코 옆을 보는 순간, 약품 찬장 안에서 사람 얼굴이 툭 튀어나오는 것을 보았다.
“꺄아아아악!”
그녀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름과 동시에 과학실에 있는 모든 찬장 유리창이 깨져버렸다.
챙그랑-
유리조각들이 사방에 튀자 모든 일행이 몸을 움츠렸다.
상당히 위협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픽-
그때 유리조각 하나가 수연의 목을 스치고 지나갔다.
주르륵-
그녀의 목에서 피가 한 줄기 흘러내렸다.
“다들 다친 데 없어요?”
승현이 일행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때, 목에서 피가 나고 있는 수연을 보자 승현이 허겁지겁 손수건을 꺼내 지혈을 했다.
하지만 정작 수연은 고통을 못 느끼는 듯 가만히 서서 뚫린 천장을 보고 있을 뿐이었다.
“수연 씨?”
승현이 물었다.
“세나. 세나. 세나.”
수연은 천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네?”
승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
같은 시각.
째깍 째깍 째깍 째깍
벽에 걸린 시계에서 초침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방구석에 앉아 있는 세나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트렸다.
밤 11시에서 12시로 넘어가고 있는 시간.
평소 같으면 친구들과 메신저를 하거나 자려고 눈을 감고 있을 시간이었지만 지금은 공포에 질린 채 점집에 갇혀 있는 신세였다.
고개를 살짝 들어 옆을 보자 주름이 자글자글한 노파 승범보살이 눈을 감고 무어라 중얼거리고 있었다.
기도를 하는 건지, 잠꼬대를 하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휴우.”
박세나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고개를 떨어트렸다.
눈을 감을 때마다 어릴 적 함께 놀았던 주연의 얼굴이 떠올랐다.
쾅!
순간 승범보살이 책상을 꽝 내려쳤다.
깜짝 놀란 박세나가 벌떡 일어나 승범보살을 보았다.
“너. 우리한테 말 안 한 거 있지.”
승범보살이 박세나를 쏘아보며 물었다.
“네? 네? 제, 제가 무슨-”
“솔직하게 말해!”
승범보살이 버럭 소리쳤다.
“아뇨, 제가 무슨-”
“솔직히 말하지 못해?!”
다시 한번 호통을 치자 박세나가 어깨를 움츠렸다.
“솔직하게 말해. 그러지 않으면 안 돼!”
승범보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세나에게 다가갔다.
순간 박세나는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승범보살의 등 뒤에서 주연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과학실에서 화학약품에 뒤집어 쓴 채 죽었던 그 모습 그대로, 자신을 내려보고 있었다.
“으으으으으-!”
겁에 질린 박세나가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갔다.
“어디가! 너 나가면 안 돼!”
승범보살이 말리려 했지만 노인의 몸으로 10대 학생이 뛰어나가는 걸 말릴 수는 없었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밖으로 달려 나온 박세나는 미친 사람처럼 거리를 내달렸다.
신발도 신지 않아 양말이 모두 뜯어져 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고 대로변으로 향했다.
부우우우 부우우웅-
여러 차량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발을 동동 구르며 택시를 잡았다.
“백장고등학교요!”
장소를 말하자마자 택시가 출발했다.
박세나는 상체를 수그린 채 숨을 헐떡였다.
그 모습을 기이하게 본 택시기사가 룸미러를 보며 물었다.
“학생 무슨 일 있어?”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교복 입은 여학생이 학교로 가면서 저런 행동을 보이고 있으니 이상할 법도 한 것이었다.
박세나는 대답하지 않고 옆을 보았다.
순간 그녀는 또 한 번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옆자리에 죽은 백승호가 앉아 배실배실 웃고 있는 것이었다.
“세워요! 세워!”
박세나가 달리고 있는 차 문을 억지로 열려 하며 소리쳤다.
“어어! 위험해!”
택시가 엉겁결에 도로 한 가운데 차를 세웠다.
동시에 박세나가 문을 열고 밖으로 튀어나갔다.
빠아아아아아아앙-
순간 강렬한 트럭 헤드라이트가 박세나의 몸을 뒤덮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