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15)
제115화
와그작- 와그작-
과학실 안에서 걸음을 옮길 때마다 유리 밟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승현 일행은 놀란 표정과 자세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태정은 이 광경을 천천히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죠?”
승현이 수연을 보며 물었다.
“굉장히, 굉장히 화가 났어요. 주연 학생이요. 우리 생각보다도 더요.”
그녀는 목에 나는 피를 손수건으로 막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때, 승현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승범보살에게 전화가 온 것이었다.
“여보세요?”
[최PD! 지금 백장고야?]“네. 지금 촬영 중입니다.”
[박세나 학생이 지금 여길 뛰쳐나갔어!]“네? 이 시간에요?”
[가만히 앉아서 접신 하다 보니까 박세나 학생이 뭔가 말 안 한 게 있는 거 같더라고. 그래서 그걸 물어보니까 겁에 질려서 도망쳤어.]“말 안 한 게 있다뇨?”
승현이 놀란 얼굴로 수연과 담임교사를 번갈아 보았다.
[분신사바를 거기서 멈춘 게 아니었더만!]“그,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일단 박세나 학생을 찾아야 해.]“알겠, 알겠습니다.”
승현이 다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지금 박세나 학생이 실종됐다고 합니다. 일단 나가죠.”
이어 일행들과 함께 학교를 빠져나가기 위해 계단으로 달려갔다.
그러는 동안 점점 악취는 심해져만 가고 있었다.
상황이 뭔가 굉장히 안 좋게 흘러가는 모양새였다.
* * *
새벽 2시.
승범보살의 집이 있는 수원에서부터 추적을 한 결과, 한 여고생이 교통사고를 크게 당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학생이 박세나라는 것과 병원의 위치도 금방 알아낼 수 있었다.
승현 일행은 수원 소재 대학병원 응급실로 허겁지겁 들어갔다.
이런 상황에서도 태정은 촬영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여기 여고생 한 명 교통사고로 실려 오지 않았나요? 박세나-라는 이름의-”
“-아, 네.”
승현의 문의에 응급실 간호사가 바로 안내를 해주었다.
그녀 역시도 무척 다급한 모습이었다.
“응급실에서 촬영은 금지입니다.”
그때 다른 간호사가 카메라를 든 태정을 막아섰다.
“밖에서 기다려.”
승현이 태정과 필립에게 말하고는 수연, 화영과 함께 뛰어 들어갔다.
“CPR!!”
“쇼크 상태입니다!”
의사와 간호사들이 한 병상 옆에 모여 다급하게 소리치고 있었다.
그들의 허리 사이로 피 묻은 교복과 경련을 일으키는 여고생의 모습이 보였다.
박세나였다.
승현과 화영, 수연은 놀란 표정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ECG 더 갖고 와!”
“박선생 어디 있어!!”
모여 있는 의료진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중 한 간호사는 눈을 뒤집은 채 경련을 일으키는 박세나의 어깨를 억누르고 있었다.
피로 뒤덮인 모습에 거품까지 문 그녀의 모습은 삶의 끝자락에서 마지막으로 불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뚜 뚜 뚜 뚜-
바이탈 사인 모니터도 굉장히 빠르게 부저음을 내고 있었다.
덜컹 덜컹 덜컹
경련을 일으키는 몸집에 병상도 요란하게 흔들렸다.
침대 시트와 이불에까지 피가 잔뜩 튀어 있는 것이 무척 끔찍했다.
그렇게 삶과 죽음 사이에서 사투를 벌이던 박세나는 길고 긴 ‘경고음’을 끝으로 축 늘어졌다.
삐이이이이-
바이탈사인이 일자를 그리자 경련을 일으키던 박세나가 잠잠해졌다.
툭-
그녀의 팔도 의료진들 허리 사이로 툭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이제야 진정을 찾은 그녀의 눈은 의료진 뒤에 서있는 승현을 향했다.
승현은 그녀의 눈에서 점점 생명이 잃어가는 것을 그대로 응시하고 말았다.
사인은 다발성 골절에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사였다.
택시에서 뛰어내린 그녀는 옆 차선에서 오던 1톤 트럭에 그대로 치여버렸다.
대체 무엇이 그녀를 그렇게 무섭게 했는지, 그 정체가 뭔지 알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건 당연히 김주연의 귀신이었다.
그 귀신이 박세나를 쫓아다니는 것에 더해 그녀 스스로도 극심한 죄책감에 환각을 보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분신사바에 있었다.
이건 박세나에 핸드폰에 남아 있던 그녀의 짤막한 일기를 통해 추가적으로 밝혀진 내용이었다.
* * *
분신사바를 했던 날.
야간자율학습이 끝난 시간.
박세나는 분신사바를 할 때 사용했던 물건들을 챙긴 후 집에 갈 준비를 했다.
그때 문득 인터넷에서 봤던 몇 가지 경고사항이 떠올랐다.
분신사바를 할 때 사용했던 펜은 잉크가 다 될 때까지 쓸 것.
분신사바를 한 방법을 7명에게 말하지 말 것.
붉은 펜을 쓸 것.
분신사바에 사용한 종이를 반드시 네 부분을 찢어 소각할 것.
분신사바에 사용한 펜을 남에게 인도하지 말 것.
.
.
.
각 지역이나 동네, 일본과 우리나라에 따라 그 금기사항에 차이가 있어 무엇이 진짜라고 규정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뭐라도 더 하고 싶었던 박세나는 분신사바 할 때 사용했던 펜을 김주연의 책상 서랍에 몰래 숨겨 두었다.
물론 마음 한편으로 김주연이 없어지기를 바란 것도 있었지만 이런 금기된 분신사바가 정말 이런 사달을 낼 것이라고 크게 믿지는 않았던 것이다.
또한 뉴스를 통해 살인사건으로 보도된 백승호 같은 경우에도 최종적으로는 자살로 판명이 되었다.
혼자 분리수거장에 비틀비틀 걸어가더니 제 손으로 못을 눈에 찔러 넣는 장면이 CCTV에 포착되었기 때문이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어찌되었든 타살이라고 결론지을 사항은 아니었다.
질투에 휩싸인 박세나의 분신사바.
본인도 반신반의하며 벌인 ‘장난’이 결국 이런 끔찍한 비극으로 끝나게 되었다.
* * *
박세나 학생이 죽은 후, 다음 날 학교에 다시 갔지만 전 날 보았던 기현상들은 포착되지 않았다.
퇴마가 된 것인지, 귀신들이 한을 푼 것인지 당장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귀신의 흔적’은 물론 심령사진도 찍히지 않았다.
결국 승현은 지금까지의 촬영본을 토대로 최종 편집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추가적으로 밝혀진 사실도 있었다.
김주연 학생은 어릴 적 병으로 모친을 잃고 부친도 투병 중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공부로 어떻게든 집안을 살려보겠다고 죽어라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승현은 자신이 들었던 ‘클레멘타인’ 곡조의 의미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문제도 한 가지 있었다.
이걸 방영해도 될지, 말지에 대한 문제였다.
김백춘 교양국장은 학생들의 사고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그렇다고 선뜻 반대하지는 못했다.
승현의 감을 무시할 수는 없을뿐더러 엄밀히 따지면 모두 ‘사고’에 의한 사망이기 때문이었다.
이열상 CP도 김백춘 국장과 같은 입장이었다.
승현은 고민하다 학교명과 학생들 이름을 철저히 익명으로 해서 1회 분으로 방영하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했다.
방영 일주일 전.
예고편이 공개 되었다.
이번 ‘금기된 분신사바’ 특집의 예고편은 이례적인 조회 수를 기록했다.
재연 배우들이 나와 분신사바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예고편은 수많은 미스터리, 공포 마니아들의 시선을 모으기 충분했다.
실제 공포영화의 예고편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이었다.
사실 예고편을 이렇게 제작한 이유는 백장고등학교에서의 사건이라는 걸 감추기 위해서였다.
덕분에 예고편이 방영될 때만 해도 누구도 백장고등학교 사건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방영이 된 이후, 일부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백장고등학교 사건이라는 것을 눈치 챈 모양이었다.
시청자 게시판과 너튜브 댓글을 통해 교명과 학생들의 이니셜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번에는 죽은 학생들 가족으로부터 고소, 고발이 들어올 수 있는 만큼 온 작가진이 총 출동해 관련 내용들을 일일이 삭제했다.
덕분에 특집 자체는 공론화가 되었지만 백장고등학교가 이슈화 되지는 않을 수 있었다.
물론 일부 유가족으로부터 항의전화를 받고 고소를 당하긴 했지만 결론적으로 프로그램 자체적으로 피해 학생들과 교명을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합의금으로 마무리하는 선에서 정리가 되었다.
* * *
“근데 그 ‘백승호’인가 하는 친구는 왜 그렇게 죽은 걸까요? 혼자 걸어가더니 혼자 못으로- 으으으.”
태정이 회의실에 앉아 몸서리를 치며 말했다.
자기 손으로 자기 눈에 못을 찌른다는 게 생각만 해도 끔찍한 모양이었다.
“아마 귀신에 쓰였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화영이 승현을 보며 덧붙였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모르겠지만 주연 학생이 복수하고 싶었던 거겠지.”
“그 분신사바로 불러냈던 ‘잡귀’는 어떻게 됐던 걸까요?”
“모르지. 그놈 입장에서는 한낱 장난이었을 수도 있고 말이야.”
“그놈. 진짜 악귀는 아니었을까요?”
태정이 진지하게 물었다.
“그 잡귀?”
승현이 되물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촬영 당시 분위기와 냄새들을 떠올려 보았다.
흔히 승현이 맡아왔던 악귀의 냄새는 아니었다.
물론 ‘악취’라고 불릴 수 있을 정도로 독한 밀랍 냄새기는 했지만 무언가 썩는다든지, 피비린내라든지 하는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었다.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승범보살의 말대로 ‘악귀’로 판단할 근거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시 고민을 하듯 입을 다물고 있던 승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아유. 됐고 다음 촬영지나 고민해보자. 어디 좀 봐둔 데들 있음 얘기해 봐.”
승현의 말에 태정과 장혁, 화영이 각자 자기 앞에 놓인 A4용지를 뒤적였다.
“저쪽- 포항 쪽에 귀신이 나타난다는 다리가 있대요. 시골에 있는 다리인데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난간 아래에서 누가 쳐다보고 있다는데요.”
장혁이 먼저 운을 뗐다.
“또 학교괴담을 하기는 좀 뭐하겠죠? 저희 시청자 게시판에 제보가 하나 있던데. 자기 학교에 귀신 나온다고.”
태정이 볼을 긁적이며 말했다.
“이건 어때요?”
그때 화영이 A4용지 한 장을 승현에게 밀어 넣었다.
“의정부에 살고 있는 ‘애지보살’이 제보한 내용이에요.”
“애지보살?”
“네. 거기 터를 잡은 무당인 것 같은데 조금 특이한 걸 이야기하네요?”
“뭐 어떤 내용인데?”
승현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내용을 슥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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