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16)
제116화
#[검은 낙인> 특집
며칠 전.
의정부 소재 애지보살 점집.
이제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무당, 애지보살이 색동한복에 정갈하게 머리를 정리한 채로 앉아 있었다.
“들어오세요.”
그녀의 말에 한 남자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깜짝 놀라고 말았다.
반듯하게 생긴 중년 남자의 얼굴에 검은색으로 한자가 떡하니 쓰여 있는 것이었다.
死
밋밋한 얼굴에 ‘죽을 사’ 한자가 쓰여 있었다.
저 글자가 얼굴에 크게 쓰여 있다는 것이 굉장히 신기했다.
물론 이 글씨는 무당인 애지보살에게만 보이는 일종의 ‘영적 낙인’일 것이었다.
애지보살이 눈을 가늘게 뜨고 보고 있자 남자가 서글서글한 미소를 지으며 맞은편에 앉았다.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그 남자를 계속 응시했다.
순간 방 밖에서 컵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와장창-
깜짝 놀란 애지보살이 달려 나가 보았다.
애지보살의 제자가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다가 컵을 깨트린 것이었다.
“죄송합니다!”
그녀의 제자가 난처해하며 말했다.
애지보살은 괜찮다는 손짓을 하고는 다시 방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방 안에 들어왔던 남자는 사라져 있었다.
* * *
제보 내용을 들은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에 ‘죽을 사’자가 쓰여 있었다라. 신기하네? 그런 귀신이 있나?”
그는 화영과 태정을 보며 물었다.
“저도 직접 들어본 적은 없어요. 그런 케이스가 있나?”
태정은 화영을 보며 물었다.
“옛날 어느 괴담 중에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은 있어요. 벌전을 받거나 업이 많으면 얼굴에 낙인이 찍힌다고.”
화영은 뭔가 아는 듯 대답했다.
“진짜?”
“네. 그런데 그건- 예전에 노비나 범죄자들 얼굴에 낙인을 찍었잖아요. 그것 때문에 나온 괴담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말끝을 흐렸다.
자신이 본 것을 말한 것이지만 확신은 없는 모양이었다.
“뭐. 우리 프로그램이 하도 인기를 타니까 거기에 자기 숟가락 좀 얹어 보려고 제보한 거 아니에요?”
장혁은 심드렁한 얼굴로 볼을 긁적이고 말했다.
최근 프로그램이 떡상하면서 실제로 [미스터리 탐사대]에 허위 제보를 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출연하고 싶어서 자작 제보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무명인 무당들 사이에서 유명해지려고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얼굴에 한자가 쓰여 있다는 제보는 제법 신선한 편이었다.
“일단 한 번 연락을 좀 해볼까?”
승현은 서류에 적혀 있는 애지보살의 대표 상담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았다.
[네. 애지보살입니다.]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마 예약을 받는 직원이나 애지보살의 제자인 모양이었다.
“안녕하세요. RBS [미스터리 탐사대] 최승현 PD입니다. 제보 주신 것 때문에 전화드렸습니다.”
[아아, 네.]“저희가 한 번 찾아뵈려고 하는데요. 언제가 괜찮으실까요?”
승현이 스피커폰으로 통화를 하며 일행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면서 바로 애지보살과의 미팅 일정을 잡았다.
* * *
2일 후.
승현과 화영, 태정은 애지보살이 있는 의정부로 이동했다.
아직 정식 특집으로 결정을 한 것은 아닌지라 필립과 수연은 부르지 않은 상태였다.
그렇게 받은 주소지에 거의 도착할 무렵 중 화영이 놀란 표정으로 차창을 보았다.
“어머. 저거 뭐예요?”
그녀가 한 건물을 가리키며 물었다.
“어?”
승현과 태정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애지보살이 전달해 준 주소지의 건물 앞에 경찰들이 포진해 있는 것이었다.
“저기 맞아?”
승현이 묻자 화영이 주소를 다시 확인해 보았다.
“맞아요. 아. 저기 3층에 간판도 있는데요?”
화영이 차창 밖을 다시 한 번 가리켰다.
경찰이 둘러싼 건물 3층 창문에 ‘사주 / 궁합 / 이사 / 작명 / 애지보살’이라는 글자가 랩핑되어 있었다.
끼익-
승현이 차를 세운 후 일행과 함께 바로 건물 쪽으로 다가가 보았다.
그 사이 태정은 카메라를 켠 뒤 곧장 촬영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승현이 경찰에게 다가가며 이어 물었다.
“저는 RBS [미스터리 탐사대] 최승현 PD입니다. 여기 무슨 일이 생겼나요?”
“살인사건입니다.”
승현의 질문에 경찰이 사무적으로 대답했다.
“살인사건이요?”
“네. 여기 3층에서 살인사건이 났어요.”
경찰이 엄지로 등 뒤를 가리키며 답했다.
순간 승현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누, 누가 죽었죠?”
승현이 묻자 뒤에서 중년 남자가 다가와 대신 대답했다.
“저 3층 무당이 죽었어요. 근데 누구시죠?”
남자가 묻자 승현이 명함을 건네며 신분을 밝혔다.
그러자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악수를 청했다.
“아. PD님이시구나. 저는 의정부서 방주석 형사입니다.”
방주석 형사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나 3층 창문을 보았다.
“오늘 오전에 사건이 접수 됐어요. 저기 출퇴근하는 직원이 출근했더니만 자기가 모시는 사람이 죽어 있다고.”
“아아.”
승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따라 3층 창문을 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코 깊숙이 아주 강한 피비린내가 물씬 풍겨왔다.
동시에 뭔가 썩은 냄새도 강하게 느껴졌다.
‘살인과 악귀가 얽혀 있는 사건?’
승현이 물었다.
“확실히 살인인가요?”
“네. 흉기도 나왔고요. 건물 CCTV로 범인으로 특정할 만한 사람도 찾아냈고요.”
“혹시 저희가 현장을 좀 봐도 되나요?”
승현이 묻자 방주석 형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네? 그건 좀 어렵습니다만.”
“여기 피해자인 애지보살님께서 그제 저희한테 제보를 하나 주셨습니다.”
“네? 제보요? 무슨 제보요?”
“얼굴에 ‘죽을 사’자가 쓰인 남자가 무당집에 찾아왔었다고 했거든요.”
“그래요? CCTV 상으로는 얼굴에 문신 있는 남자는 없었는데.”
“아뇨. 아마 무당들만 볼 수 있는 무슨 낙인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황상 귀신이 왔던 것 같고요.”
“흐음.”
방주석 형사는 난처하다는 듯 턱을 매만졌다.
“아무래도 어렵나요?”
승현이 건물 입구를 보며 물었다.
그러자 방주석 형사는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따라오라는 손짓을 했다.
“안 그래도 이거 사건 관련해서 뭔가 이상한 게 포착이 돼서 다들 의아해 하고 있었어요.”
그는 건물 주변에 있던 자기 SUV 차량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승현은 태정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며 그의 뒤를 쫓았다.
“이거 한 번 보시겠어요? 끙차!”
그는 조수석 문을 열고 상체를 숙여 넣더니 태블릿 PC를 하나 꺼내 들었다.
그러고는 바로 영상을 하나 재생시켜 보여주었다.
건물 입구 쪽 CCTV 화면인 모양이었다.
승현은 경찰들이 포진해 있는 건물 입구를 한 번 본 후 영상을 확인해 보았다.
평범하게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들이 담겨 있었다.
그러던 중, 어떤 남자가 카메라 앵글에 들어오는 순간 기이한 현상이 발생했다.
카메라가 깜빡이며 노이즈가 끼더니 남자의 얼굴 부분만 픽셀이 뭉개진 듯 보이는 것이었다.
“잠시만요.”
승현은 영상을 뚫어져라 보며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동시에 남자가 등장한 부분을 반복해서 리플레이 해보았다.
번쩍-
아주 일순간, 픽셀이 뭉개진 것 같은 남자의 얼굴이 검게 변하면서 눈 부위가 붉게 변했다.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에이덴 평야에서 보았던, 악귀 쓰인 사람들에게서 나타났던 현상과 흡사했다.
그러면서 지독한 악취가 확 풍겨왔다.
마치 한 여름, 정화조 냄새가 옆을 스쳐가는 것 같은 냄새였다.
“이게 카메라 기술로 나올 수 있는 건가요? 가능한 건가? 지금까지 수많은 CCTV를 봤어도 이런 현상은 처음 보거든요.”
방주석 형사가 물었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겠죠. 그런데 저희 [미스터리 탐사대] 방송에서는 보신 적 있죠?”
“아. 음. 그래서 한 번 여쭤본 거죠. 공교롭게 여기도 오셨으니.”
“악귀와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현장이 정리되기 전에 한 번 확인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어려울까요?”
승현이 방주석 형사에게 재차 물었다.
그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비공식적으로 한 번 보시겠습니까?”
어쨌든 그 역시도 이번 사건에 대해 여러 의구심이 드는 모양이었다.
*
애지보살의 점집 앞에는 이미 노란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다.
그리고 수사 중인 경찰들의 모습이 곳곳에 보였다.
승현과 태정, 화영은 방주석 형사의 안내를 받아 안으로 들어갔다.
“어우.”
화영이 코를 틀어막았다.
실제 피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이건 ‘귀신의 흔적’이 아닌 실재였다.
입구에서부터 점사를 봤을 방 전체에 온통 피가 튀어 있었다.
얼마나 끔찍한지 천장에까지 얼룩이 묻어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방구석에는 하얀 천에 덮여 있는 애지보살의 시신이 놓여 있었다.
“사인은 과다출혈입니다. 목과 가슴, 허벅지를 찔렀어요. 경동맥과 대퇴부 동맥에 손상이 있었고요. 그 외에 약 다섯 번 정도 추가적으로 찌른 듯합니다.”
방주석 형사가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방에서 찔린 건가요?”
화영이 물었다.
“혈흔으로 봐서는 입구에서 최초로 1회 찔린 후, 애지보살이 방까지 기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바닥에 보면 기어간 핏자국이 보이죠.”
그는 바닥에 길게 난 핏자국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범인은 기어가는 애지보살을 따라가면서 지켜보다가 한 번씩 추가로 공격을 한 것으로 보이고요. 최종적으로 점사를 보는 저 방에서 목을 찌른 것 같습니다.”
“그러면 범인은 애지보살님이 천천히 죽어가는 걸 지켜봤다는 말씀이신가요?”
“지켜본 걸 넘어서 ‘즐기고’ 있었던 걸로 보입니다. 사이코패스죠.”
방주석 형사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화영과 형사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승현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얼굴에 ‘죽을 사’를 쓰고 찾아왔다는 남자.
정황상 그 사람은 ‘귀신’일 가능성이 커보였다.
제보에 의하면 잠시 방을 비운, 인간이라면 도저히 불가능한 짧은 순간에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게 의아해서 [미스터리 탐사대]에 제보를 했었다.
어쩌면 애지보살은 자신이 본 ‘죽을 사’ 귀신 자체가 신기해서, 무당인 자신이 보기에도 신기해서 제보를 했던 것일까.
그러던 중 승현은 벽에 걸려 있는 여러 사진 액자 쪽을 보았다.
낮임에도 불구하고 피가 묻어 있어 굉장히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애지보살이 굿을 하거나 기도를 하고 있는 사진들이었다.
40대 중년 여성의 모습이었지만 뚜렷한 이목구비가 꽤 미인상에 속했다.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보던 승현은 그녀가 제보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형사님. 혹시 애지보살님을 찾아왔던 고객 명단이나 일지 같은 게 있을까요?”
승현이 방주석 형사를 돌아보며 물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