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18)
제118화
승현과 화영, 태정은 신도준과의 인터뷰를 마무리한 후 다시 차에 올라탔다.
“박정욱한테 전화를 해볼까요?”
화영이 물었다.
그 사이, 태정은 차에 시동을 건 채로 인터뷰 장면을 촬영한 영상을 쭉 확인해 보고 있었다.
“해보기는 해야 할 텐데 뭐라고 하면서 걸지? 우리 소속을 밝힐 수는 없고.”
승현이 차창 밖을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때 태정이 다급하게 승현의 어깨를 두드렸다.
“선배. 선배. 선배.”
태정의 말에 승현이 놀라 고개를 돌렸다.
“왜 그렇게 요란이야.”
“이거. 이거 좀 확인해 보세요.”
태정은 카메라 LCD 화면을 보여주며 방금 녹화된 장면을 재생했다.
“뭐.”
승현이 카메라를 받아들고 영상을 확인해 보았다.
방금, 신도준과의 인터뷰 장면이었다.
승현과 신도준이 나란히 나온 구도는 여타 다큐멘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이게 왜?”
승현이 묻는 순간, 그는 배경에 포착된 가로수 뒤에 누군가 거꾸로 떠있는 것을 찾아낼 수 있었다.
얼굴에 ‘죽을 사’ 한자가 쓰인 남자였다.
화아아아악
남자를 발견하자 조금 전까지 느껴졌던 악취가 강렬하게 올라왔다.
“일단 승범보살님께 찾아가 보자.”
아무래도 얼굴에 ‘죽을 사’자가 쓰인 사람이 뭔지부터 제대로 밝혀내고 다음 스텝을 밟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
수원 승범보살의 점집 앞.
승현은 걸음을 옮기며 카메라를 보고 멘트를 했다.
“신도준 씨와의 인터뷰 장면에서도 얼굴에 한자가 쓰인 귀신이 포착 되었는데요. 수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승범보살님을 찾아왔습니다. 함께 들어가 보시죠.”
승현은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후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안에서 승범보살의 고함이 들렸다.
“나가!”
굉장히 날카롭고 공격적인 말투였다.
들어가려던 승현이 멈칫하자 안에서 승범보살이 달려 나왔다.
“이 부정한 놈! 나가! 나가라!”
그녀는 승현에게 고래고래 소리쳤다.
“어어.”
놀란 승현이 뒤로 주춤거렸다.
순간, 목덜미에서부터 등골을 따라 살짝 한기가 흐르더니 바람이 한 번 확 몰아쳤다.
잠시 뒤, 승범보살이 승현을 한참 노려보다 휙 돌아섰다.
“들어와!”
그녀의 말에 승현과 태정, 화영은 서로 눈치를 보다 안으로 들어갔다.
지금까지 승범보살의 이런 반응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웬 괴물을 끼고 왔어.”
승범보살이 자기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
“괴물이요?”
승현이 물었다.
그러자 승범보살은 제 얼굴에 글씨를 쓰듯 검지로 휘적휘적 휘저으며 말했다.
“얼굴에 글씨 쓰인 놈 때문에 온 거 아냐?”
그녀의 질문에 승현은 다시 한번 소름이 끼쳤다.
“아니, 그걸 어떻게.”
“뭘 어떻게는 어떻게야. 등 뒤에 떡하니 붙이고 다니는데. 왜 그런 놈이 붙은 거야?”
승범보살이 물었다.
승현은 지금까지 취재한 내용과 방금 촬영된 귀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승범보살은 못 볼 걸 본 사람처럼 인상을 쓰며 말했다.
“살귀(殺鬼)야. 그것도 지독한 살귀.”
“지독한 살귀요?”
“그래. 사람을 하도 죽여서 영혼 자체가 아주 일그러져버린 거야.”
승범보살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신도준 씨를 괴롭히고 애지보살님을 죽인 건 이 살귀인 건가요?”
“그렇다고 봐야겠지. 그 ‘신도준’이라는 사람 아내한테 붙어 있던 살귀가 그 남편한테 붙었다가 그 무당한테 옮겨간 거지.”
“그런데 살귀가 사람을 그렇게 죽이는 게 가능한가요? 아무리 살귀여도 귀신인데.”
“칼에 찔렸다 그랬지?”
“네, 네. 경찰 CCTV에도 찍혔다고 합니다. 이상하게 찍히긴 했어도.”
“그럼 다른 누군가의 몸에 빙의 돼서 그 무당을 죽였을 거야.”
“그럼 취재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요?”
승현이 물었다.
승범보살은 고민하다가 대답했다.
“그 살귀를 잡아야지. 놈이 붙어 있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 사람을 찾아.”
“아.”
“조심해. 그 살귀의 다음 타깃이 너인 것 같으니까.”
승범보살이 승현을 보고 나지막이 말했다.
승현은 긴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수연 씨는 어디 갔어요?”
화영이 주변을 보며 물었다.
“기도하러 갔어. 이번엔 도와주기 힘들 거야.”
승범보살은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대답했다.
이내 그녀는 부적을 꺼내 승현에게 건넸다.
“이걸 지니고 있어. 네 몸에 붙을 살귀를 떼어내 줄 거야.”
“감사합니다.”
승현이 꾸벅 인사를 했다.
승범보살과의 면담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자 어둑어둑 해가 지는 것이 보였다.
승현은 하늘을 보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한테 살귀가 붙어 있었다는 게 소름이네요.”
태정이 나지막이 말했다.
승현은 머리를 북북 긁다가 차에 올라탔다.
“일단 늦었으니까 회사로 돌아가자.”
그의 말에 화영과 태정 모두 동의를 한 후, 곧장 방송국으로 복귀했다.
* * *
밤늦도록 승현과 화영, 태정은 지금까지 촬영된 영상들 분석에 나섰다.
확실히 인터뷰 장면마다 얼굴에 ‘죽을 사’를 쓴 살귀가 등장하고 있었다.
분명 촬영 당시에는 보이지 않았던 존재였다.
아직 퇴근을 하고 있지 않던 장혁도 촬영 영상들을 보고는 혀를 내둘렀다.
“이 귀신이 누군가의 몸에 들어가서 ‘애지보살’이라는 사람을 죽인 거죠?”
장혁이 물었다.
“그런 셈이지.”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취재는 어째 좀 스릴러네요.”
장혁이 어깨를 으쓱이고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 역시도 관련 자료들을 계속 검색해보고 있는 것이었다.
“맞아요. 만날 공포영화만 찍다가 스릴러 영화 찍는 기분이에요.”
태정도 거들어 말했다.
“다들 잡담 그만하고 그 ‘박정욱’에 대해 검색 좀 해봐. 명함에 있는 내용들로 검색하면 뭐 나오지 않겠어?”
승현이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팀원들의 대답과 함께 키보드 소리가 사무실을 잠식했다.
타다닥 타다닥 타다닥
한참 뒤.
화영이 한 손을 들더니 말했다.
“PD님. 뭐 좀 건진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승현이 다가가 화면을 보았다.
“박정욱하고 전화번호 검색을 같이하다 보니까 이게 나오는데요?”
화영이 자신의 의자를 뒤로 빼며 모니터를 가리켰다.
–
[2001년 신도 모집]축복 받은 땅.
사탄에 의한 휴거를 꿈꾼다.
에이덴 박 정 욱
010-****-****
경기도 파주시 밀창읍 ********
–
오래되어 보이는 웹사이트에 자연 풍경과 함께 명함에 나온 이름과 연락처가 확인 되었다.
약 20년 전, 신도들을 모집했던 흔적인 모양이었다.
“주소지 어떻게 돼.”
승현이 웹사이트에 기재된 주소지 사진을 찍어 두었다.
바로 내일, 방문해 볼 장소가 정해진 것이었다.
“와. 이거 뭘까요.”
옆에서 화면을 보던 장혁이 중얼거리며 물었다.
“뭔지는 몰라도 저기서 뭔가 건질 게 있을 것 같아.”
승현은 나지막이 대답하며 태정에게 고개를 돌렸다.
“야, 태정아. 필립 씨한테 전화해서 내일 좀 같이 가자고 하자.”
“네, 알겠습니다.”
에이덴 평야를 촬영할 때를 생각하면 필립의 촬영 실력은 물론 ‘육탄전 캐릭터’도 필요한 타이밍이라는 판단이었다.
* * *
다음 날 아침.
승현과 태정, 화영은 필립과 함께 곧장 파주로 향했다.
그리고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해 보았다.
그러자 지도상으로 논밭 한가운데에 목적지가 찍혔다.
“여기 맞아요?”
필립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가봅시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했다.
부우우웅-
태정은 곧장 가속페달을 밟았다.
그렇게 넷은 2001년, 에이덴의 신도를 모집했던 곳으로 이동했다.
약 한 시간 정도 넘게 달리자 시골 도로에 들어섰고, 목적지에 도착하니 기괴한 모습이 커다란 철문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듯 보이는 철문은 갈색으로 흉물스레 녹슬어 있었고 그 위로 ‘에이덴 평야 경기 지부’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와. 이거 뭐래요. 명주에 있는 게 다가 아니었네.”
태정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내려 보자.”
승현이 차 문을 열고 내렸다.
그러자 형용할 수 없는 엄청난 악취가 확 몰아쳤다.
“우욱!”
승현은 자신도 모르게 옆으로 비켜서 구역질을 했다.
“어머. PD님!”
화영이 깜짝 놀라며 달려와 등을 두드려 주었다.
태정은 그런 승현의 모습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승현이 ‘귀신의 흔적’을 강하게 감지했음을, 태정은 눈치챈 것이었다.
“괜찮으세요?”
필립도 걱정하는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
승현은 괜찮다는 손짓을 하고는 다시 입구를 보았다.
“더럽게 오싹하네.”
태정이 카메라를 세팅하며 말했다.
“다들 정신 똑바로 차립시다.”
승현은 속을 진정시키려 가슴을 쓸어내리고 말했다.
저벅 저벅 저벅
입구로 가는 길은 자갈로 되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걸을 때마다 발소리가 을씨년스럽게 들려왔다.
승현은 촬영 중인 태정과 필립을 번갈아 보고는 철문에 다가갔다.
입구에는 녹슨 쇠사슬이 칭칭 감겨 있었다.
“자물쇠로 걸려 있진 않네요.”
승현이 카메라를 보고 말한 뒤 쇠사슬을 살짝 풀었다.
가라라라랑- 철커렁-
쇠사슬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쏟아져 내렸다.
끼이이이이이잉-
그러자 무게중심이 안 맞는지, 육중한 철문이 자동으로 열렸다.
흡사 일행을 반기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건 다 뭐래요.”
필립이 뷰파인더로 내부 사진을 찍다가 놀란 표정으로 카메라를 내렸다.
철문을 열자 보인 것은 거대한 운동장과 함께 멀리 보이는 2층짜리 건물 한 채였다.
건물은 오래 방치된 것처럼 흉물스럽게 바뀌어 있었다.
그리고 방금 연 철문 안쪽으로 경비실이 보였다.
승현은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후 경비실로 향해 보았다.
안에는 오래된 컴퓨터와 서류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한 쪽 벽에는 사진이 걸려 있었다.
“부교주.”
사진을 보는 순간 일행 모두 동시에 말했다.
순간포착 능력이 있는 승현도, 실제로 부교주를 본 태정, 필립, 화영도 모두 알아본 것이었다.
꽤 젊은 모습이었지만 사람을 홀릴 것 같은 묘한 외모가 도드라지는 부교주의 얼굴을 명확히 구분할 수 있었다.
“여기 출입대장이 있어요.”
필립이 창문 쪽 책상을 보며 말했다.
승현이 다가가 출입대장을 들춰보았다.
01.04.12 – 6명 입소.
01.04.13 – 4명 입소.
01.04.14 – 3명 명주 평야로 이송.
01.04.14 – 2명 입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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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기록인 듯했다.
“여기서 말하는 ‘명주 평야’가 전라도 명주에 있었던 그 ‘에이덴 평야’를 말하는 거겠죠?”
화영이 옆에서 물었다.
“네. 조금 더 살펴봐야겠지만 예전엔 에이덴 신도를 이곳에서 모집한 후에 명주로 보냈던 것 같네요.”
승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때,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출입 명단 중 부교주가 이곳에 방문할 때마다 사인한 흔적이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사인은 한글로 ‘박정욱’으로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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