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19)
제119화
“우리가 봤던 그 부교주 이름이 ‘박정욱’인 건가요?”
태정이 물었다.
“이 서명만 봐선 그런 거 같은데.”
승현이 카메라를 보며 말을 이었다.
“에이덴의 실세가 부교주였다면 그의 얼굴과 이름을 내세워서 신도를 모으는 경우는 있을 수 있겠죠. 더구나 20년 전이라면 인터넷이나 방송 문화가 발달하지 않았으니 더더욱 당당하게 모집을 했을 거고.”
그는 시청자들에게 설명을 하듯 말하며 다른 곳들을 뒤져보았다.
“그러면 신도준 씨한테는 부교주가 직접 연락을 한 걸까요?”
화영이 물었다.
그거까지는 알 수 없었다.
부교주 박정욱의 이름으로 명함을 만들었을지언정 그의 개인 연락처는 아닐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무당집도 마찬가지였다.
예약 상담번호라며 핸드폰 번호가 공개되어 있지만 그게 실제 그 무당의 개인 연락처는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것처럼 이것 역시도 신도 모집을 위한 ‘마케팅용 명함’이었을 수 있었다.
“부교주 체포 안 됐지?”
“제 기억에는요.”
태정과 화영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로 승현은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딸랑- 딸랑- 딸랑- 딸랑-
바람을 타고 울려퍼지는 방울 소리.
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창밖을 보았다.
순간 멀리 운동장 한가운데 한 남자가 눈에 들어왔다.
“태정아. 운동장. 운동장.”
승현이 태정의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네?”
태정은 바로 창문 밖 운동장 쪽으로 카메라를 돌려보았다.
하지만 승현이 본 남자는 보이지 않았다.
“왜요? 뭐 때문에요?”
아무것도 못 본 태정이 물었다.
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 순간이었다.
퉁-
승현이 보고 있던 창문에 한 남자의 모습이 떡하니 나타났다.
얼굴에 ‘죽을 사’자를 쓴 바로 그 남자였다.
“우왓!”
승현이 뒤로 물러 섰다.
일행 모두 깜짝 놀랐다.
“왜요! 무슨 일이에요!”
태정이 다시 물었다.
하지만 창문에 보였던 남자는 다시 사라져 있었다.
“어?”
그때 태정이 카메라를 내리고 이것저것 조작을 하기 시작했다.
카메라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
“뭐가 안 돼요?”
필립이 다가와 물었다.
“네. 화면이 제대로 안 나와요.”
태정이 카메라 전원을 몇 번 껐다 켜며 대답했다.
“아. 됐다.”
그는 다시 카메라를 들고 라이브뷰 화면을 보았다.
그 순간이었다.
승현의 뒤에 정체모를 한 남자가 우두커니 서있는 것이 라이브뷰에 잡혔다.
회색 피부에 얼굴에 검은색 한자가 쓰인 남자는 위아래가 하얀 이상한 옷을 입고 있었다.
“서, 서, 선배. 선배 뒤에 지금-!”
태정이 라이브뷰 화면을 보며 말했다.
신기한 것은, 그 남자는 실제 육안으로 볼 때는 보이지 않고 있었다.
태정의 반응에 승현이 멈칫했다.
악취가 굉장히 심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누군가 승현의 귀 뒤에서 속삭이는 듯한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스브스브스브스브스브스브스브스브스
정체를 알 수 없는 기괴한 소리였다.
소름끼치는 것은 ‘ㅂ’ 발음에서 ‘ㅅ’ 발음으로 넘어갈 때의 숨결이 목덜미에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승현이 침을 꿀꺽 삼키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확-
그러다 빠르게 뒤를 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태정이 보고 있는 카메라 라이브뷰 화면에서도 귀신이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등 뒤에 있는 부교주의 사진이 미묘하게 변해 있었다.
“어-!”
승현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벽에 걸려 있던 사진 속 부교주 박정욱의 얼굴 위에 ‘죽을 사’자가 새겨져 있는 것이었다.
태정은 그의 사진을 클로즈업 했다.
“얼굴에 ‘사’자 쓰인 남자가 부교주였던 건가요?”
필립이 물었다.
승현은 선뜻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사진을 보다 몸을 돌렸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 봅시다.”
승현이 앞장서서 경비실 밖으로 나섰다.
*
운동장을 가로질러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 내부는 무척 이상한 형태였다.
커다란 기둥만 몇 개 보일 뿐, 방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흡사 공사가 중단된 현장처럼 온통 맨 콘크리트 벽과 바닥뿐이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역시 난간 하나 없는 것이 신기했다.
거기에 온갖 악취와 알 수 없는 한기만 가득하니 공포감이 더해졌다.
“리미널 스페이스.”
화영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리미널 뭐요?”
그 소리를 들은 필립이 물었다.
그러자 승현이 손전등으로 주변을 비추며 대답했다.
“리미널 스페이스. 어떤 공간에 있어야 할 것이 없어서 생기는 위화감이나 공포감을 이야기 합니다. 아무도 없는 쇼핑몰이나 집 같은 데에서 오는 미묘한 공포죠.”
승현의 말에 필립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보았다.
끼긱- 끼긱- 끼긱- 끼긱-
그때 계단 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일행 모두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태정도 카메라를 계단으로 돌리며 조명을 켰다.
퉁-
그러자 보인 것은 회색 옷을 입은 채 우두커니 서있는 노인이었다.
승현은 그의 얼굴을 보자마자 에이덴의 부교주, 박정욱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취한 사람처럼 그 자리에 선 채로 천천히 몸을 흔들고 있었다.
조금 떨어져 있어 표정이 정확히 보이지는 않았다.
“에이덴 부교주.”
필립도 곧장 그를 알아본 모양이었다.
“어어. 선배. 어째 위험해 보이는데요.”
태정은 카메라 라이브뷰를 보며 말했다.
“음?”
승현이 태정 옆으로 가 화면을 함께 보았다.
화면 속 부교주의 얼굴에는 ‘죽을 사’자가 뚜렷하게 적혀 있었다.
“살귀야. 지독한 살귀.”
동시에 승범보살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그 순간이었다.
승현의 핸드폰 진동이 요란하게 울렸다.
“아니. 뭐야. 촬영 중에.”
승현은 인상을 쓰며 핸드폰을 확인해 보았다.
방주석 형사였다.
귀신이 나타난 마당에 잠시 고민하던 승현은 아무래도 중요한 정보일 것 같다는 생각에 전화를 받아보았다.
[여보세요? PD님?]“네. 안녕하세요, 형사님.”
[네. 다름이 아니고 애지보살 살인사건에 지문 감식 결과가 나와서요.]“네.”
[이름은 ‘박정욱’이고요. 예전에 PD님이 취재하신 사이비종교 에이덴의 부교주로 활동했습니다. 그때 방송된 이후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했던.]“아-!”
승현이 눈을 크게 뜨고 박정욱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계단 앞에 있던 그가 사라져 있었다.
[아직 수사 중이기는 한데 놈이 에이덴을 추적하는 사람들한테 해코지를 하고 있는 게 아닌 것 같습니다. PD님 말씀처럼-]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악!
박정욱이 나무 벨 때 사용할 법한 커다란 도끼를 들고 달려들기 시작했다.
콰아아앙-
가까스로 몸을 던져 피하자 도끼가 바닥을 찍었다.
“도망쳐! 도망쳐요!”
승현이 소리쳤다.
필립이 싸우려 했지만 태정이 그의 팔을 붙잡았다.
이 중 제일 싸움을 잘 하기도 하기 때문에 승현 역시도 육탄전 캐릭터로 필립을 부르기는 했지만 아직 부상이 다 낫지 않은 상황에서 도끼 든 살귀와 마주하는 건 위험했다.
[무슨 일입니까! PD님! PD님!]전화기에서 방주석 형사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승현은 답할 겨를 없이 바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타다다다다닷
태정과 필립, 화영도 승현의 뒤를 따라 도망을 쳤다.
“크아아악!”
박정욱이 미친 사람처럼 마구 달려들었다.
동시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악취가 지독하게 풍겨왔다.
다다다다다다
터벅 터벅 터벅 터벅
아무것도 없는 건물 안에서 추격전이 벌어졌다.
[무슨 일입니까!]방주석 형사는 승현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대번에 눈치챈 모양이었다.
“위험해요!”
순간 필립이 몸을 던져 승현을 쓰러트렸다.
어느 순간 승현의 뒤에까지 쫓아온 박정욱이 도끼를 휘두른 것이었다.
평범한 노인이라고 하기에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였다.
우당탕-
승현과 필립이 서로 뒤엉킨 채 쓰러졌다.
달각-
들고 있던 핸드폰도 떨어져 버리고 말았다.
“이잇!”
승현이 팔을 뻗어 핸드폰을 주우려 했다.
콰직-
순간 승현의 팔 앞으로 도끼가 찍혔다.
조금만 더 빨리 뻗었으면 손목이 잘릴 뻔한 상황이었다.
“흐압!”
필립이 박정욱의 복부를 가격했다.
하지만 박정욱은 도끼 손잡이로 필립의 머리를 후려쳤다.
빠악-
피가 터져 나오며 필립이 뒤로 나뒹굴었다.
하지만 크게 다치지는 않았는지 그는 다시 일어나 화영과 태정을 챙겼다.
승현도 일어나 핸드폰을 둔 채 내달렸다.
띠딕-
그 사이, 통화가 종료되었다.
방주석 형사가 사태의 심각성을 완전히 인지한 것이었다.
그는 곧장 승현의 핸드폰 위치를 추적한 뒤 지원 요청을 날렸다.
“밖으로! 밖으로!”
승현이 출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때 밖으로 나가는 문 옆쪽 벽에 가득한 낙서들이 보였다.
피로 쓰인 것 같은 이상한 문자들이었다.
타다다다다다다
하지만 박정욱이 금세 뒤에 쫓아와 있었다.
이렇게 도망가서는 저 넓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리기 전에 붙잡힐 것이 분명했다.
“쪽수도 우리가 많은데 그냥 덤비죠!”
태정이 소리쳤다.
승현은 뒤를 돌아보며 계속 내달렸다.
태정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심영현을 상대할 때는 집과 비닐하우스 등 여러 구조물들이 있고 그녀 자체도 승현 일행보다 속도가 느려 도망치기 용이한 면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박정욱의 속도가 더 빠른 것은 물론, 넓은 개활지다 보니 계속 등을 보이고 도망만 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 순간이었다.
도망치던 필립은 바닥에 나뒹굴고 있던 각목을 하나 집어 들고는 몸을 돌리며 박정욱의 머리를 후려쳤다.
빠각-
먼지와 함께 각목이 그대로 부러져 버렸다.
달려오던 박정욱도 멈춰 서고 고개를 푹 떨어트렸다.
“어어.”
일행 모두 뜀박질을 멈추고 그를 보았다.
스윽
고개를 떨어트리고 있던 박정욱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머리에서 피가 한 줄기 주르륵 흘러내렸다.
“필립 씨!”
승현이 가장 가까이 있는 필립에게 소리쳤다.
순간 박정욱이 필립에게 도끼를 휘둘렀다.
텁
필립이 박정욱의 손목을 낚아챔과 동시에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우당탕-
그가 바닥에 쓰러지자 몸을 기괴하게 비틀고는 네 발로 기기 시작했다.
필립은 당황한 듯 뒤로 물러섰다.
파바바바바바바밧
박정욱은 네발로 기며 손전등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은 모두 고스란히 녹화가 되고 있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