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2)
제12화
승현의 말에 태정이 어깨를 으쓱였다.
“이거 생각보다 심각한 일 아니에요?”
태정이 물었다.
“심각할수록 시청률에는 좋지. 야. 우리 이거 터뜨려야 해. 안 그러면 너나 나나 짐 싸서 나가야 해.”
승현이 태정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
“그런데 그 [핸드사이드]에 처음 [풍경이 좋다] 귀신 사진 올린 유저는 혹시 연락해보셨어요?”
그때 뒤에서 필립이 물었다.
그는 승현과 태정이 직접 올린 것이라는 걸 모르는 상태였다.
“네? 아뇨?”
승현이 되물었다.
“아아. 혹시 연락을 해보셨을까 해서.”
그는 차창을 보며 중얼거렸다.
최초 유포자가 승현과 태정이라는 걸, 어쩌면 이미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지만 따로 묻지는 않았다.
잠시 뒤, 차량이 제릉시에 진입한다는 이정표가 보이자 승현이 카메라를 들어 제릉시 이정표를 촬영하며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점점 해가 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궁금한 마음을 참지 못하고 제릉시 태영읍으로 향하게 되었다. 심령사진을 취미로 찍어온 사진 전문가 장필립 씨와 함께 우리는- 태영 저수지의 귀신을 다시 확인해 보러 가는 것이다. 과연 어떤 한에 짓눌려 있는 귀신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원망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를 걸어가듯, 어둠 속을 헤치고 달려갔다.”
이 내레이션을 녹음할 당시에는 승현도, 태정도 알지 못했다.
추후 편집을 하다 발견한 사실이 있었다.
제릉시로 돌아가는 도로 장면과 함께 녹음된 이 내레이션을 끝으로 기현상이 담겼다는 것을.
내레이션이 끝나자마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들려오는 강렬한 노이즈가 일었다.
삐이이————————————————–
동시에 깜빡이는 화면과 함께 또 다시 들려오는 여성의 웃음소리가 끼어들었다.
– 흐흐-슷-흐-히히-흐-
* * *
경기도 제릉시 태영읍.
태영 저수지 인근.
해가 지고 밤이 되어서야 승현 일행은 저수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를 세운 태정은 촬영 장비를 꺼내더니 저수지의 야경을 촬영했다.
그리고 필립은 자신이 가진 필름 카메라와 DSLR을 이용해 저수지 풍경 곳곳을 찍었다.
그 사이 승현은 차 안에서 한참 동안 핸드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스마트폰 액정 불빛이 승현의 얼굴을 감싸는 것이 마치 귀신 연출을 위한, 하단 조명 같은 느낌이었다.
‘태영 어린이집 살인사건……. 태영 저수지 변사체 사건…….’
7회 방영 때에는 귀신만 이슈가 되었다가 9회, 묘비 사건 이후로 이곳 저수지 살인사건도 갑자기 크게 공론화가 되고 있는 듯했다.
아마 이것 때문에 스트리머나 네티즌들이 저수지를 많이 찾아오며 문제가 된 모양이었다.
실제로 여러 사진과 영상들이 엄청나게 많이 업로드 되며 새로운 정보들이 올라왔다.
‘엄청난 자상과 창상. 끔찍한 살인. 실종된 아이들.’
하지만 커뮤니티에 돌고 있는 이야기들은 사실상 두서가 없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사진들 역시도 심령사진으로 보일만 한 건 없었다.
다만 모든 정보에 한 가지 교집합이 있다면 ‘복수에 의한 살인’이었다는 점과 ‘실종된 아이들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
두 가지였다.
“선배. 뭐 하세요?”
그때 태정이 승현을 불렀다.
“아, 나갈게.”
승현은 커뮤니티에 돌고 있는 태영읍 관련된 괴담들을 정리해 보았다.
* * *
꼬오- 꼬오 꼬오-
꾸우- 꾸우- 구우-
밤벌레 우는 소리가 퍼지는 가운데 태정이 삼각대 위에 놓인 카메라를 조작했다.
승현은 멀리 저수지를 바라보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코 깊숙한 곳까지 파고는 강렬한 피 비린내와 플라스틱 녹는 냄새.
전에 왔을 때보다 더욱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우리를 인지했나.’
승현이 천천히 눈을 떴다.
역시 맨눈으로는 귀신이 보이지 않았다.
“저도 여기에 카메라를 설치할게요.
그때 필립이 태정의 카메라 옆에 자신의 삼각대를 펼쳤다.
“어떤 거 찍어보시게요?”
승현이 다가와 물었다.
“발상의 전환이죠. 60프레임으로 영상을 찍었는데 5프레임만 귀신이 찍힌 거잖아요. 그러면 되레 장노출로 사진을 찍으면 귀신이 더 잘 포착될 수도 있겠죠?”
“아하!”
승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마디로 카메라의 셔터스피드를 대폭 느리게 하면 아주 찰나의 순간 나타나는 귀신도 포착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는 카메라에 대해 지식이 있는 사람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승현은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레이션을 녹음했다.
“장필립 씨는 귀신이 나타난 곳에서 사진 촬영을 해보고 있다. 5프레임에서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낸 귀신. 그 귀신을 사진으로 포착하려면 셔터를 오랫동안 열고 있을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빛을 받아들이면 아주 찰나에 나타난 귀신도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승현이 녹음을 하는 사이, 필립이 세팅을 마치고 셔터를 눌렀다.
찰………칵!
셔터스피드는 대략 10초 정도 되는 듯했다.
필립은 바로 DSLR에 촬영된 결과물을 확인해 보았다.
“이거지!”
필립이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승현이 물었다.
태정도 풍경 촬영용으로 세팅해 둔 카메라는 그대로 두고 핸드헬드 카메라로 승현과 필립을 촬영했다.
“귀신이 찍혔습니다.”
필립은 부랴부랴 노트북을 꺼내 카메라와 연결을 했다.
그리고 방금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놀라운 장면이 포착 됐다.
귀신이 나타났던 바로 그 위치에 흐릿한 사람의 형태가 찍힌 것이었다.
처음 승현이 촬영했던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또렷한 느낌이었다.
이번에는 눈과 코, 입이 약간 눈에 띄지만 얼굴을 특정할 수는 없었다.
대신 새하얀 피부와 피 묻은 원피스가 조금 더 부각되어 보였다.
언뜻 보면 산 사람 같았지만 이 시간에 저 장소에서, 저렇게 서있을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승현이 귀신을 포착했던 바로 그 장소에서 똑같이 찍혔다는 건 우연일 수 없었다.
필립은 흥분한 듯 자신의 입술을 매만졌다.
“다른 피사체에 비해 흐릿하다는 건 셔터가 열려 있는 10초 동안 아주 잠깐만 나타났다 사라졌다는 걸 의미합니다.”
필립이 말했다.
승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저수지 쪽 근처를 보았다.
혹시나 일반 사람이 구도 안에 들어왔을 가능성을 보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셔터를 오랫동안 열고 있었으니 일반인이 카메라 앵글 안에 모습을 보였다면, 걸어오거나 움직이는 모습까지 궤적으로 모두 담겼을 것이 분명했다.
오로지 저 자리에서만 사람의 형체가 흐릿하게 담겼다는 건, 그저 그 자리에 반짝-하고 나타났다 사라졌다는 걸 의미했다.
“오호. 오호호. 하하하.”
필립은 경이롭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귀신이 또 촬영되다니. 한이 보통 강한 게 아닌가 본데요?”
태정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승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소스 다 만들었으면 이제 이동하자. 약속시간 다 되어 간다.”
승현이 시계를 한 번 확인하고 말했다.
“네. 이동하죠.”
태정이 대답한 후 필립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둘은 흥분한 마음을 진정시키며 삼각대와 카메라를 다시 정리했다.
* * *
벌레 소리가 가득한 저수지 근처에 발자국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저벅
승현과 태정, 필립은 카메라 장비들을 바리바리 들고 갈대숲을 헤쳐 갔다.
파스스-
갈대 부대끼는 소리가 정신없이 들려오는 가운데, 승현은 자신의 몸에 로프로 카메라를 장착했다.
현장감을 더하기 위해 1인칭 시점의 촬영 소스도 만들어두려는 것이었다.
태정 역시도 카메라로 이동 중인 모습을 계속 담았다.
“아, 선배. 천천히 좀 가요.”
승현이 앞서 걷자 태정이 볼멘소리를 했다.
“야. 너는 방송 1, 2년 하는 것도 아니고. 오디오 들어가게 뭐 그런 소리를 하냐.”
“어차피 편집하잖아요. 편집도 제가 하는데 뭘.”
승현의 질타에 태정이 투덜댔다.
푸스스 푸스스
손전등 불빛이 이곳저곳을 비췄지만 높은 갈대 키 때문에 제대로 시야 확보가 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승현은 계속 걸음을 옮기며 카메라를 보며 말했다.
시청자에게 설명을 해주는 멘트였다.
“우리는 사건을 본격적으로 파헤치기에 앞서 경기도 제릉시 태영읍 저수지의 사건 현장을 먼저 찾기로 했습니다. 이곳은 13년 전, 태영 어린이집 원장인 ‘신 모 씨’의 시신이 발견된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제보자 한 분을 만날 것입니다.”
승현이 멘트를 끝내자마자 태정이 말했다.
“그나저나, 전에도 느꼈지만 여기 확실히 음기가 강해요. 귀신이 머물기 딱 좋다니까요.”
그의 말을 들은 승현은 태정의 조모가 무당이었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렸다.
그렇게 몇 십 분을 걸어 드디어 저수지가 시야에 들어왔다.
달빛에 반사된 물결 주변으로 칠흑 같은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승현과 태정이 저수지 쪽으로 조금 더 다가가자 자동차 하이라이트 불빛과 함께 한 남자가 물수제비를 던지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승현의 손전등과 태정의 카메라 불빛이 어른거리자 남자가 뒤를 돌아보았다.
“안녕하세요. 진배철 경위님.”
승현이 인사하자 남자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아, 네. 그때 그 PD님 맞으시죠?”
“네, 네. 늦은 시간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아무래도 괜한 루머가 퍼지는 것보다 이렇게 방송으로 공론화 시키는 게 낫겠다 판단이 되었을 뿐입니다.”
승현은 잠시 생각하는 듯한 얼굴로 가만히 그를 응시하다 녹음기를 틀었다.
그리고 인터뷰와 현장 촬영이 시작되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