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20)
제120화
#외전 [귀신 보는 나의 고양이>
웨에에에에에엥-
웨에엥 웨에엥-
어두운 시골 길을 가득 메우는 경찰 사이렌과 함께 경광등이 번쩍였다.
부우우우웅 끼이이이익-
이어 경찰차가 멈춰 서자 경찰들이 우르르 내렸다.
그 사이에는 방주석 형사와 그의 후배로 있었다.
둘은 녹슨 철문 앞에 주차 되어 있는 승현의 차량을 보고는 안으로 들어가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경찰들은 녹슨 철문을 지나 바로 안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일부 경찰은 입구에 있는 경비실에 들어가 수색을 시작했고, 나머지는 곧장 건물로 몰려왔다.
그리고 건물 밖으로 부랴부랴 도망쳐 나오고 있는 승현 일행을 마주할 수 있었다.
“PD님!”
방주석 형사가 승현을 보고 소리쳤다.
“안에. 안에 박정욱이 있습니다!”
승현이 안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방주석 형사는 뒤에 있는 경찰들에게 진입하라는 손짓을 했다.
“도끼를 들고 있어요! 조심하셔야 합니다!”
필립의 외침에 경찰들은 저마다 총과 테이저건을 뽑아 들었다.
“괜찮으십니까? 부상이 있으신 것 같은데.”
방주석 형사는 승현 일행을 살피다 필립을 보고 물었다.
필립은 괜찮다며 손을 흔들어 보였다.
“어떻게 된 겁니까?”
방주석 형사가 물었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으로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승현이 태정의 카메라를 가리키며 말했다.
“일단 병원부터 가시죠.”
그는 근처에 있는 다른 경찰을 불러 승현 일행을 안내하도록 지시했다.
승현과 태정, 화영, 필립은 경찰의 안내를 받아 다시 철로 된 대문 밖으로 이동했다.
그때 건물 쪽에서 총성이 들렸다.
타아아앙- 타아아앙- 타아아앙- 타아아앙-
승현은 박정욱이든, 경찰이든, 인명피해가 발생했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 * *
애지보살을 죽인 범인은 에이덴의 부교주, 박정욱이 맞았다.
그는 에이덴 특집 방영 후, 다시 교세를 살리려고 부단히 애를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과 법조계에 신도들이 있어 어떻게든 법적 방어를 하려 했지만 [미스터리 탐사대] 방영 이후 여론 자체가 에이덴에 불리하게 돌아갔고, 법적으로 방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에이덴 평야에서 발생한 각종 범죄에 대한 수사가 계속 이어지며 숨통을 조여 오자 그는 도주를 선택.
열성 신도들의 집을 오가며 도피생활을 했었다.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었다.
결국 그는 20년 전 자신이 주로 활동했던 건물에 은신하기에 이르렀다.
이곳은 과거 에이덴 평야에 노동자들을 공급하기 위해 신도들을 모집했던 곳이었다.
화영이 인터넷에서 이곳을 발견했던 건 굉장한 우연이었다.
과거에 만들어놨던 신도 모집 웹페이지는 닫아놨지만 일부 페이지가 서버에 남아 있어 포털사이트 검색 결과 구석에 찌꺼기처럼 남아 있었던 상황이었다.
화영은 끈질기게 검색을 해나가 그 찌꺼기를 찾아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승현의 [미스터리 탐사대]는 지난 에이덴 특집 이후 잠적한 부교주 박정욱을 찾아내는 데에 성공했다.
애지보살의 제보와 그녀의 죽음에서 시작되어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이비교단의 실세를 체포하게 된 것이었다.
현실적으로는 그를 체포하며 사건이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승현에게는 한 가지 과제가 남아 있었다.
얼굴에 쓰여 있던 ‘죽을 사’자의 정체.
그것이 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승범보살은 ‘사람을 많이 죽인 살귀’라고 알려주었지만 실질적으로 그가 살인을 한 것인지, 아니면 지시만 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체포된 박정욱은 이에 대해 단 한 마디 언급도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어찌 되었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가 귀신에 쓰여 있었다는 점이었다.
촬영된 영상에서 그의 얼굴에 ‘죽을 사’자가 명확히 보였기 때문이었다.
소름끼치는 건 실제 그를 마주하고 있을 때에는 얼굴에 한자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는 건 분명 심령현상의 일환으로 얼굴에 한자가 보였다는 것이다.
어쨌든 에이덴에 대한 경찰 수사가 계속되고 있고 또 실세 부교주의 체포가 이루어진 만큼 앞으로 더 많은 범죄행각이 밝혀질 것이었다.
몇 주 후.
이번 특집의 이름은 ‘검은 낙인’으로 명명되었다.
얼굴에 한자가 쓰여 있다는 소스 자체가 굉장히 소름끼쳤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사람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던 에이덴 교단을 다시 한 번 언급함으로 해서 예전 특집 영상과 함께 이번 방영분의 조회 수도 꽤 높게 기록할 수 있었다.
또 한 번 시청률 떡상을 기록한 것이었다.
여기에 에이덴 교단에 대한 여론을 한 층 더 안 좋게 만듦으로 해서 신도들을 색출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이에 에이덴 신도들은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사무실로 항의 편지와 메일을 보내는 등 반발을 했지만 승현의 입장은 단호했다.
OTT에 제공되고 있는 ‘검은 낙인’ 특집의 방영분과 너튜브에 업로드 된 클립 영상, 그 어떤 것도 삭제하지 않고 유지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건 두고두고 조회 수를 올려주는 효자 콘텐츠로 남게 되었다.
* * *
다시 현재.
‘검은 낙인’ 특집의 취재가 끝나고 최종 편집까지 마치고 퇴근하는 길.
승현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비척비척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귀신의 흔적’이 발동하는 덕분에 귀신이 있는 곳을 찾아낼 수 있고 또 영상과 사진으로 흥미로운 컷을 뽑아낼 수 있어 시청률 떡상에 큰 도움이 되고 있지만 이렇게 독한 귀신을 만날 때마다 수명이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귀신의 냄새를 맡기는 하지만 어디에, 어떻게 귀신이 있는지 찾아내지 못한다는 점 또한 불편한 요소로 작용했다.
그리고 이런 것 때문에 갑작스러운 위험에 대처하지 못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필립이 부상을 입고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에휴.”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진 승현은 집에 가서 술이나 한잔 하고 잘 요량으로 편의점에 들렀다.
컵라면과 소주를 산 승현은 봉지를 흔들며 골목으로 들어섰다.
물씬-
좁은 골목으로 몸을 돌리는 순간 묘한 구린내가 풍겨왔다.
오래된 화장실 같은 냄새였다.
늘 지나던 길인데 이런 냄새가 났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승현은 ‘귀신의 흔적’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뭐지.’
그는 걸음을 멈추고 두리번거렸다.
그때 등 뒤에서 작은 아기고양이 한 마리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이제 3개월쯤 되어 보이는 아주 작은 삼색고양이였다.
“귀엽네.”
승현은 고양이를 보며 피식 웃고는 걸음을 뗐다.
순간 중년 남자가 앞에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아.”
승현이 몸을 틀어 비켜주었다.
남자는 승현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지나갔다.
캬아악-
순간 고양이의 ‘하찮은’ 하악질 소리가 들렸다.
승현이 뒤를 돌아보았다.
고양이가 그 남자를 보며 하악질을 하고있는 것이었다.
제 딴에는 위협을 하는 것 같았지만 승현이 보기에는 마냥 귀여워 보일 따름이었다.
그때 또 한 번 이상한 냄새가 났다.
승현은 남자의 뒷모습을 보았다.
‘아?’
저 남자가 귀신이었다.
그는 골목을 빠져나오자마자 아무렇지도 않게 도로를 가로질러 걸었다.
부우우웅-
차들이 그를 뚫고 지나가자 남자는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순간 승현은 오래 전, 이 도로에서 교통사고가 났던 것을 떠올렸다.
술 취한 중년 남자가 골목에서 도로로 나가자마자 차에 치여 사망했던 사건이었다.
‘그때 그 아저씨 귀신?’
승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앞을 보았다.
그때 승현의 앞에는 방금 보았던 그 남자가 또 걸어오고 있었다.
캬아아악-
고양이는 그 남자를 보며 또 하악질을 했다.
남자는 아까와 똑같이 골목 밖으로 나가더니 또 차에 치였다.
이어서 다시 승현 앞에 나타나더니 골목 밖으로 걸어가 차에 치였다.
계속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었다.
캬아아악-
고양이는 그 남자가 나타날 때마다 하악질을 했다.
문득 승현은 자신이 죽은지 모르는 영가에 대한 이야기를 떠올렸다.
갑자기 사고로 죽은 일부 귀신들은 자신이 죽은지도 모른 채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런 귀신은 죽기 직전에 했던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하며 구천에 머물고 있는 것이었다.
이럴 때 만약 귀신에게 자신이 죽은 존재라는 걸 인식시키면 성격에 따라 악귀가 되기도 하고 스스로 죽음을 인정하고 천도를 하기도 한다고 했다.
만약 자신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하면 되레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승현은 계속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남자를 가만히 바라보다 고개를 가로저으며 돌아섰다.
그리고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다.
캬악 캬악-
하지만 그 고양이는 남자가 나타날 때마다 그 자리에 남아 하악질을 하고 있었다.
승현은 그런 고양이를 돌아보았다.
무슨 마음이 동한 걸까.
승현은 길고양이를 데려다 키우거나 먹이를 주는 일은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저 고양이에게는 마음이 쓰이고 있었다.
귀신을 보며 계속해서 하악질을 하고 있는 것이 어째 자신의 처지와 동일시되는 부분도 있었다.
잠시 고민하던 승현은 고양이에게 다가갔다.
“날도 추워지는데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자.”
고양이를 조심히 들자 손톱으로 손을 마구 할퀴었다.
승현은 쓰라림을 꾹 참고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쪼르륵-
컵라면을 앞에 두고 잔에 술을 한 잔 따른 승현은 방구석에 있는 고양이를 빤히 보았다.
고양이는 TV장 아래 숨어들어 승현을 응시하고 있었다.
“왜 쟤를 데리고 왔지.”
승현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다시 고양이를 보았다.
또랑또랑한 눈에 작은 체구.
정말 귀여운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너 이름 뭘로 할래?”
승현은 알딸딸하게 오르는 취기를 느끼며 고양이에게 물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