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21)
제121화
다음날.
출근하기 위해 옷을 챙겨 입던 승현은 무심코 옆을 돌아보았다.
창가에 앉은 고양이가 승현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꼴에 생명체라고 눈을 마주칠 줄 아네.”
승현이 피식 웃고는 돌아서 가방을 멨다.
그때 고양이가 풀쩍 뛰어오르더니 가방에 매달렸다.
“아잇. 야. 뭐해!”
승현이 고양이를 떼어내려 했지만 도대체 떨어지지를 않았다.
“아이. 안 된다니까.”
결국 가방을 내려놓고 고양이를 내려주었다.
“안 돼. 안 돼. 너 자꾸 그러면 다시 내쫓을 거야!”
승현이 으름장을 놓듯 말했다.
그러자 고양이가 승현을 보며 하악질을 했다.
“그래도 안 돼. 회사에 어떻게 널 데려가니.”
승현이 손사래를 치며 다시 가방을 멨다.
폴짝
고양이가 다시 뛰어올라 가방에 매달렸다.
“아이! 진짜!”
그렇게 승현과 고양이는 한참 동안 씨름을 했다.
하지만 고양이는 포기할 줄 몰랐다.
시계를 한 번 확인한 승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이. 진짜 난감하네.”
이대로면 지각을 할 판이었다.
승현은 머리를 북북 긁고는 고양이를 들어 안았다.
“아무리 지구애적인 관점으로 널 데려왔다 하더라도 이렇게 날 방해하면 널 데리고 있을 수 없다!”
승현은 고양이를 안은 채 집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거리에 탁 내려놓았다.
“네 갈 길 가라!”
승현은 으름장을 놓으며 말한 자차에 올라탔다.
폴짝-
문이 닫히는 순간 고양이가 풀쩍 뛰어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조수석에 앉아 승현을 빤히 보았다.
승현은 고양이를 한참 빤히 보다 고개를 가로젓고는 출발을 했다.
언제까지 씨름을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었다.
*
RBS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사무실.
승현이 사무실로 들어가자 먼저 출근한 직원들이 모두 인사를 했다.
승현은 손인사로 받아주고는 바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가방을 열자마자 고양이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어머!”
고양이를 본 화영이 화색을 하며 달려왔다.
“고양이?”
태정도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회사에 고양이가 왔다는 건 물론, 그 주체가 승현이라는 사실이 무척 신기한 모양이었다.
“갑자기 웬 고양이에요?”
장혁도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승현은 검지로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고는 말했다.
“열상이 형한테 모르게 해. 아니, 어제 길거리에서 보고 집에 데려왔는데- 오늘 출근 할라니까 계속 달라붙잖아. 어떻게 집에 놔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시 거리에 버릴 수도 없고.”
승현은 턱을 괴고 앉아 말했다.
폴짝
고양이는 승현의 책상 위로 올라오더니 얼굴을 빤히 보았다.
마치 승현을 알아보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길냥이가 한두 마리도 아니고. 왜 얘를 특별히 챙기셨어요?”
태정이 물었다.
“음-”
승현은 어제 보았던 남자 귀신과 고양이의 반응을 말해주었다.
“이 고양이. 귀신 보네요.”
이야기를 들은 화영이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강아지처럼 얌전히 고개를 숙였다.
사람의 손길을 아는 것 같았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네. 그리고 PD님하고도 뭔가 교감하는 거 아니에요?”
화영은 그런 고양이가 너무 예쁜지 눈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
“으잉?”
승현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옛날부터 고양이는 저승과 관련이 있는 동물이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를 신성시하기도 했고요.”
“그래?”
“네. 귀신들이 두려워하기도 한다고 하고. 또 그런 것 때문에 어떤 데에서는 터부시되기도 하고요.”
“그렇구나.”
승현이 고양이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이름이라도 지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귀여운데 이름도 없어서 어떡해요?”
태정이 웃으며 물었다.
“적당히 보호소나 입양할 사람 찾을 거야.”
승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얘는 선배를 완전히 찜한 거 같은데요?”
태정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유. 안 돼. 난 거의 방송국에서 사는데 얘를 어떻게 커버하냐.”
“그럼 방송국에서 키우면 되죠.”
“에?”
승현이 태정에게 고개를 휙 돌렸다.
화영과 여러 작가진 모두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사무실에서 키우면 되죠!”
화영이 말했다.
“그게 그렇게 쉬운 문제가 아니잖니. 세상에 어느 직장상사가 사무실에 고양이 있는걸-”
이열상 CP가 보면 한소리 할 것 같다는 생각에 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이 타이밍에 문이 벌컥 열리더니 이열상 CP가 들어왔다.
“야. 다음 거 촬영지 정했-”
그는 말을 하다 승현의 책상 위에 있는 고양이를 보고 말을 멈추었다.
팀원들 모두 쥐 죽은 듯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뭐냐. 저세상 귀여운 생명체는?”
이열상 CP의 반응에 다들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게요.”
승현이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이며 다시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이열상 CP는 굉장히 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사무실에서 좀 봐줘. 대신 여기 사무실 밖으로 못 나가게 철저히 단속하고 국장님한테는 비밀로 하고.”
“네, 네.”
승현이 멋쩍게 대답했다.
동시에 화영과 다른 작가들은 모두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무튼 다음 촬영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자.”
이열상 CP가 회의실로 들어오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승현과 태정, 화영, 장혁이 그를 따라 바로 회의실로 들어갔다.
고양이는 그런 넷을 가만히 바라만 보았다.
이때는 또 승현에게 달라붙지 않는 것이었다.
진짜 무슨 지능이 있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어머. 귀여워, 귀여워.”
작가들은 고양이 주변에 모여들어 저마다 감탄사를 내뱉었다.
*
“형님이 고양이 좋아하시는지 몰랐네요.”
승현이 웃으며 말했다.
“지금 [미스터리 탐사대]가 워낙 핫하니까 그냥 넘어가는 거야. 그리고 저런 ‘캐릭터’ 하나 더 생기는 것도 나쁠 것 같지 않고.”
“네?”
“그림 살잖아. 저런 동물 데리고 다니면 동물 팬덤도 생기고.”
“아?”
이열상 CP는 그 짧은 순간에 꽤 많은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아무튼. 다음 촬영지 정해진 거 없어?”
“네, 아직 없어요.”
승현이 곧장 대답했다.
이열상 CP는 심각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다 말했다.
“그- 이건 내 지인이 부탁을 한 거긴 한데 말이야.”
“네.”
“조금 민감한 사항이긴 한데 너라면 좀 잘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어떤 거죠?”
“너. 얼마 전에 뉴스 뜬 거 봤어? 일산 파주 위쪽에 있는 불도저부대 총기 난사 사건.”
“네. 알고 있죠.”
“내 친구가 소령으로 그 사단 인사장교로 있는데 말이야. 그 사건 취재를 좀 해달라고 하더라고.”
“총기 난사 사건을요? 그거 제 기억에는 어떤 일병이 생활관에서 총기 난사하고 수류탄 깐 사건 아니에요?”
“맞아. 그런데 그 사건 전후로 거기서 귀신을 본다는 말들이 많았나 봐. 터가 안 좋은 건지- 이래저래 좀 복잡한 것 같더라고.”
“군대 내 사건인데 방송 타도된대요?”
“그쪽 입장은 군대 내 부조리 때문에 터진 사건이 아니다-라는 것만 알려지면 괜찮다 이거야. [미스터리 탐사대]가 악귀로 인한 살인사건이나 귀신 문제 취재를 잘하니까 요청을 하는 거지.”
“그쪽에서 말하는 뉘앙스 보니 군대 내 부조리 때문에 터진 사건인 거네요.”
승현이 입을 삐쭉대며 말했다.
“진실이 뭐든. 군대 내 부조리 때문에 난 사건이 아니다-라는 결론이면 되는 거야. 거기에 귀신이 있으면 귀신이 있는 대로 촬영하면 되는 거고. 되레 귀신이 더 많이 나올수록 좋긴 하겠네.”
이열상 CP가 진지하게 말했다.
“결론을 내놓고 취재를 하라는 말씀이신데-”
화영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열상 CP의 말처럼 어차피 [미스터리 탐사대]의 주목적은 사건 해결이 아닌, 귀신 포착과 취재였다.
귀신을 촬영하려 하다 보니 사건이 해결된 경우가 제법 있을 뿐이었다.
그런 맥락에서 생각해 본다면 굳이 거절할 이유도 없었다.
특히나 군대에서는 귀신을 찾기 더 쉽기 때문이었다.
“일단 진행하죠. 형님이 요청받으신 거니 무시할 수도 없고.”
승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 인사장교 분 연락처 좀 알려주시겠어요?”
“아. 그래.”
이열상 CP는 핸드폰에서 그 인사장교의 연락처를 받았다.
그의 이름은 이봉정 소령.
전방의 불도저사단 인사장교로 복무 중이었다.
그리고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그 당시 상황에 대해 간단히 들을 수 있었다.
* * *
불도저사단 78 GP.
견고한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GP는 여타 다른 건물과 그 외관부터 큰 차이가 있었다.
흡사 벙커와 같은 모습에 철책과 망루가 곳곳에 배치된, 그야말로 최전방 전초기지였다.
주차를 할 수 있는 공간도 건물 내부에 위치해서 유사시 차량을 보호할 수 있게 되어 있어 그 내부도 굉장히 독특했다.
여기에 좁은 복도와 협소한 생활관.
그리고 투박한 취사장과 샤워실 등, 여러모로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대한민국을 지켜주는 최전방 요새가 아닐 수 없었다.
근무자들은 두 명씩 짝지어 전반야 근무팀, 후반야 근무팀 각각 다섯 팀으로 순환 근무를 돌았다.
철컹 철컹-
이들은 철책을 따라 걸으며 순찰패를 확인하고 철책에 문제가 있는지 여부를 점검했다.
그렇게 근무를 서고 돌아오면 다음 근무가 올 때까지 대기하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날 A상병도 그렇게 철책을 따라 근무를 하고 GP로 복귀했다.
그리고 취사장에서 식사를 한 뒤 생활관에서 TV를 보았다.
격오지인 터라 TV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들에게는 유일한 볼거리였다.
그때 B병장이 목욕 바구니를 들고 툴툴대며 들어왔다.
“와 X발. 샤워장에서 또 귀신 봄.”
그의 말에 A상병이 피식거리며 그를 보았다.
“또 귀신 얘기입니까? 아 언제까지 그 드립치실 겁니까. 우린 아무도 못 보는데 왜 혼자 모십니까.”
그는 키득거리며 장난치듯 말했다.
“아 진짜라니까. 창문 쪽에서 이상한 사람이 보고 있었다니까.”
GP의 특성상 기지 내부에 창문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샤워실의 경우에는 환기를 위해 천장 가까운 벽에 얇은 창문이 가로로 설치되어 있었다.
그 창문으로 귀신이 보인다는 이야기였다.
“우리 중에 누가 B 병장님 사랑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우리 중에 게이 있냐?”
“오우. 귀신보다 그 말이 더 무섭다.”
B 병장은 인상을 쓰며 목욕 바구니를 구석에 넣었다.
그때였다.
근무 복귀 후 총과 수류탄을 모두 반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C 일병이 무장을 한 채로 생활관에 들어왔다.
생활관의 병력 모두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너 그거 반납 안 하고 뭐했냐?”
다들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그 순간, 엄청난 총성과 수류탄 폭음과 함께 GP는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고 말았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