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22)
제122화
파주 90182부대.
통칭 불도저 사단 본부.
승현 일행이 탄 차량이 부대 정문에 접근했다.
안에는 필립과 태정, 화영이 타고 있었다.
수연은 기도를 하러 갔다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해서 이번 촬영에서는 빠지기로 하였다.
그리고 화영의 품 안에는 [미스터리 탐사대] 제작진의 마스코트로 순식간에 자리매김한 삼색 고양이가 안겨 있었다.
“현장 촬영에까지 데려오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태정이 운전을 하며 룸미러로 화영과 고양이를 보았다.
“출발하려니까 계속 쫓아오려고 하잖아요. 도움이 될지도 모르죠, 뭐.”
화영이 입을 삐죽거리며 대답했다.
“그래서 이름은 정했어?”
승현이 화영을 보며 물었다.
“네. ‘초코’라고 부르기로 했어요.”
“초코?”
“네. 근데 진짜 똑똑한 것 같아요. ‘초코야~’하면 돌아보더라고요.”
화영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초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엽네. 이름.”
승현이 조수석에서 앞을 보며 피식 웃었다.
“신분증 준비해주세요.”
태정은 위병소 앞쪽에서 군인들의 수신호에 따라 속도를 줄이며 말했다.
정차를 한 후 차창을 내리자 군인들이 다가왔다.
“어떻게 오셨습니까.”
군인이 굉장히 사무적인 목소리로 물었다.
“인사장교 이봉정 소령님과 뵙기로 했습니다.”
승현이 신분증을 내밀며 말했다.
군인은 신분증을 받아들고 무전기로 어딘가와 통신했다.
잠시 무어라 말을 주고받은 군인은 다시 돌아왔다.
“확인되셨습니다. 이 길 따라 쭉 올라가시면 사단 본부 나오는데 거기 1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봉정 소령님께서 들어오시는 분들 신분증을 모두 받아놓으라고 지시하셨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태정의 예상대로였다.
아무래도 GP에 올라갈 예정인 만큼 보안을 철저히 하는 것이었다.
“들어가신 이후에는 허가된 장소에서만 촬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일행 모두 신분증을 제출하자 군인들이 바리게이트를 열어주었다.
부우우우웅-
차량은 바로 부대 안으로 들어가 사단 본부로 향했다.
면회소를 지나 여러 대대 건물들과 연병장들을 지나고 나니 드디어 사단 본부가 눈앞에 나타났다.
승현 일행은 본부 옆 주차장에 주차를 한 뒤 바로 건물 앞으로 이동했다.
현관 앞에는 군복을 입은 소령 계급장의 남자가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RBS [미스터리 탐사대] 최승현 PD입니다. 이열상 CP님께 요청받고 찾아왔습니다.”
승현이 다가가 이봉정 소령과 악수를 나눴다.
“반갑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그는 유리문 안으로 들어가며 말을 이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 수고 많았습니다. 저희 부대는 6.25 때 북한군하고 격전을 벌였던 부대라 역사가 꽤 깊습니다.”
이봉정 소령이 걸어가며 양옆을 가리켰다.
벽에는 오래된 군인들 사진과 함께 각종 표창장이 걸려 있었다.
“충성!”
“충성!”
“충성!”
지나가는 병사들이 이봉정 소령을 볼 때마다 경례를 했다.
화영은 낯선 듯 고양이를 안은 채 두리번거렸지만 다른 남자 일행들은 익숙한 듯 이봉정 소령과의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 78 GP는 어떤 곳입니까?”
승현은 부대 자랑을 늘어놓던 소령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인사과 문을 열고 들어가며 대답했다.
“여기서 위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팔비고지’가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에 고지전이 벌어졌던 곳인데요. 휴전 직전에 저희 사단이 점령하면서 그곳에 GP를 세웠습니다. 거기가 78 GP입니다.”
그는 자리에 앉으며 말을 이었다.
“그곳이 터가 안 좋은지 예전부터 귀신 본다는 병사들이 많았어요. 장교된 입장에서 무시하라고 지시는 해놨지만 아무래도 찝찝하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으니.”
승현은 소령의 말을 들으며 업무를 보고 있는 인사과 계원들의 눈치를 슥 보았다.
그들의 반응을 살펴보기 위함이었다.
이들 역시도 최근 있었던 총기 난사 사건 때문인지 눈빛을 빠르게 돌리는 것이 눈치를 보고 있는 듯했다.
“또 어떤 사고들이 있었죠?”
“뭐, 별거 아닌 것들입니다. 다 애들 부주의였죠.”
이봉정 소령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때 갑자기 핸드폰이 울리자 그가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받았다.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그는 나가면서 승현에게 한마디 하고는 인사과를 빠져나갔다.
졸지에 인사과 사무실 안에 덩그러니 남은 승현 일행은 뻘쭘하게 서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승현은 근무 중인 병사 한 명에게 물었다.
“아까 저분이 말씀하신 사건 사고가 뭡니까?”
그러자 그 병사는 난처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잘못 들었습니다? 아. 아까 그 얘기 말입니까. 그게- 음.”
“안 계실 때 슬쩍 말씀해 주세요. 목소리도 변조해 드릴게요.”
승현이 녹음기를 켜며 말했다.
“그게-”
그는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했다.
* * *
78 GP 인근 초소.
D병장과 E이병이 근무를 서고 있었다.
그때 철책을 따라 다음 근무자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D병장님. 근무자 올라옵니다.”
E이병은 꾸벅꾸벅 졸고 있는 D병장에게 나지막이 말했다.
“암구호 해.”
D병장은 쳐다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근데 당직사령님이랑 같이 오는 것 같습니다. 세 명입니다.”
E이병은 어두운 조명 아래 보이는 세 개의 실루엣을 보며 말했다.
통상적으로 이 초소에 다음 근무자가 올 때는 두 명만 왔다.
세 명이 온다면 당직 근무자 중 누군가 따라왔다는 의미였다.
“아이 X발.”
D병장은 귀찮다는 듯 자세를 고쳐 서고 총을 겨누었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바람.”
“마우스.”
“용무는!”
“근무 교대.”
“초병 전 3보 앞으로!”
D병장이 정석대로 외치자 근무자들이 다가왔다.
“웬일로 안 주무시고 계셨습니까?”
교대하러 온 F상병이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내가 언제 잤다고. 인마.”
D병장은 뒤쪽 어둠에 서 있는 ‘당직 근무자’의 눈치를 보며 대답했다.
“인수인계사항 있어?”
그 사이 F상병과 함께 온 G일병이 E이병에게 물었다.
“뒤에 삼일고지 쪽 북한 초소에 경계병들이 몇 명 더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또-”
E일병은 근무 중 있었던 일에 대해 다음 근무자인 G일병에게 모두 인계해 주었다.
그러는 동안 D병장은 옷을 추스르고는 군화 끈을 다시 맸다.
“뭐해. 가자.”
D병장이 짤막하게 말하고는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때 그는 자기 옆에 누군가 다가와 걷는 기척을 느꼈다.
D병장은 당연히 E이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걸음 걷자 D병장은 뭔가 이상한 것을 느끼고 옆을 보았다.
그러자 당연히 있어야 할 E이병은 없었고, 웬 정체 모를 남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방탄 헬멧을 쓰고 있어 눈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회색빛 피부에 좀비처럼 쭈글쭈글한 피부는 굉장히 징그러워 보였다.
“우와 씨! 뭐야!”
D병장이 그 남자에게 총을 겨누었다.
복장 역시도 현대 한국군 군복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너 뭐야!”
D병장이 소리쳤다.
“왜 그러십니까.”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그 순간이었다.
남자의 코와 입에서 벌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이이이!”
D병장은 그대로 방아쇠를 당겨버렸다.
타아아아아아앙-
어두운 산골짜기.
수십 년 동안 첨예한 대립 속에 침묵만이 가득한 철책과 비무장지대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부대에 비상이 걸리고 전 병력이 출동했다.
그리고 발견된 건 정신이 반쯤 나가 있는 D병장과 머리에 구멍이 나버린 E이병의 시신이었다.
소름 끼치는 건 애초에 F상병과 G일병이 투입될 때도 두 명밖에 없었다는 점.
D병장과 E이병이 보았던 제3의 실루엣은 귀신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귀신에 홀린 듯, D병장이 E이병에게 총을 쏴버린 사건이었다.
* * *
78 GP 유류창고.
H상병은 유류창고 관리병으로 자기 전, 기름 상태를 체크해야 했다.
그는 언제나처럼 유류탱크와 계기판을 확인한 후 생활관으로 복귀하려 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철조망 너머로 무언가 그림자가 보였다.
저곳은 눈이 왔을 때 제설작업에 쓰는 넉가래가 쌓여 있는 곳이었다.
“거기 누구냐?”
H상병이 그곳으로 손전등을 비춰보았다.
하지만 세워져 있는 넉가래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돌아서려 했다.
덜컹-
그런데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H상병이 다시 뒤를 돌아 손전등을 비췄다.
넉가래 사이로 검은 그림자가 웅크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뭐냐. 거기 누구야.”
마치 몰래 뭔가를 먹는 듯한 뒷모습이었다.
그렇다는 건 선임병보다는 후임병 중 한 명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복장이 무명옷 같은 것이 현재 GP에 거주하는 인원 중 저런 옷을 가진 사람은 없었다.
그렇다는 건 간첩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
H상병은 옆에 있던 몽키스패너를 집어 들고 천천히 다가갔다.
넉가래를 세워두는 그곳 바닥쯤에는 샤워실이 보이는 창문이 있었다.
H상병은 고개를 갸웃하고 그곳으로 계속 접근했다.
그렇게 웅크린 그림자에 도착하는 순간, 그림자가 갑자기 고개를 휙 돌았다.
눈알이 없이 퀭한 얼굴에 회색 피부.
입술이 없어 이빨이 훤히 드러나 있는 기괴한 얼굴이었다.
언뜻 해골처럼 보이는 상태였지만 그렇다기에는 분명 피부가 남아 있었다.
“으악!”
H상병이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바닥에 있던 파이프에 다리가 걸린 H상병이 뒤로 나자빠졌다.
꿍-
뒤통수를 세게 부딪친 H상병이 신음을 흘렸다.
즈즈즈즈즈즈즈즈즈즈즈즈즈즈즈
웅크리고 있던 그 기괴한 그림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H상병 몸 위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고개를 기웃거리며 H상병을 빤히 내려다보았다.
H상병은 밑에서 그 모습을 보고 기겁을 하며 도망치려 했지만 뒤통수 충격이 강한 탓인지 손발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기괴한 그림자는 H상병을 향해서 허리를 숙였다.
얼굴이 점점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H상병은 미칠 듯 느껴지는 공포에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
그리고 잠이 오듯, 묘하게 의식을 잃어갔다.
그날 밤.
H상병이 복귀하지 않자 GP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 유류창고 앞에 기절해 있는 H상병을 찾을 수 있었다.
그는 넋이 나간 사람처럼 헛소리를 해 댔다.
결국 그는 환각과 환청 증상에 시달렸고, 의가사 제대를 하기에 이르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