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23)
제123화
인사과 계원이 해준 마지막 이야기는 샤워실에서 나타나는 목매단 귀신이었다.
과거 이 초소는 북한군 포로를 후방으로 보내기 전에 잠시 가둬두는 곳이었는데 여기서 북한군이 단체로 자살한 이후, 한 번씩 목매단 귀신이 보인다는 이야기였다.
수십 명이나 되는 귀신들이 군화 끈을 샤워실 파이프에 걸고 목매달려 있는 것이 보인다는 것인데, 이것과 관련해서는 실제 병력들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 같지는 않았다.
벌컥.
그때 인사과 문이 열리더니 이봉정 소령이 다시 들어왔다.
승현은 녹음기를 끄고 재빨리 주머니에 넣었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조만간 훈련이 있어서.”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럼 지금 현장에는 병력들이 주둔하고 있나요?”
“아뇨. 인근 77 GP와 79 GP로 나누어 주둔 중입니다. 현재 78 GP는 폐쇄 중이고요.”
“다시 운용 계획이 있으시고요?”
“워낙 전략적 요충지라 그대로 두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네, 네. 자세히 설명해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러면 지금 바로 이동하나요?”
“따라오시죠.”
이봉정 소령이 근처에 있던 계원에게 손짓을 하며 말을 이었다.
“야. 닷지 지금 대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계원은 군기 잡힌 톤으로 대답한 후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그렇게 본부 옆쪽 주차장으로 가자 상대적으로 작은 군용 트럭이 정차하고 있었다.
차가 멈추자 운전병이 내리더니 뒤쪽 칸을 열고 의자를 펼쳐 주었다.
“오.”
화영은 신기한 표정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예비군 끝난 이후로는 이런 차 탈 일 없을 줄 알았는데.”
필립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태정과 승현도 추억에 잠긴 듯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규정상 상차 했을 때는 하이바를 쓰셔야 해서요. 이거 하나씩 쓰시죠.”
이봉정 소령은 의자 밑에 있던 방탄 헬멧을 하나씩 건넸다.
일행은 저마다 헬멧을 착용했고, 화영은 필립의 도움을 받아 착용했다.
그렇게 일행 모두 군용 트럭의 뒤 칸에 올라타자마자 곧장 출발을 했다.
부우우우웅-
덜컹 덜컹
승차감이 영 좋지 않았다.
하지만 화영은 신기한 경험이라는 듯 초코를 꼭 안은 채 주위 구경에 빠져 있었다.
그동안 승현은 지금까지의 내용을 어떻게 정리할지 콘티를 정리했다.
일단 방금, 인사과 계원에게 들은 사연들은 재연 장면으로 구성하고 목소리를 직접 녹음한 건 변조를 한 뒤 픽토그램을 이용한 익명 인터뷰 장면으로 삽입을 하면 될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 구상하는 사이, 차량은 부대 뒤편으로 이동하더니 이내 산길을 타기 시작했다.
꼬불꼬불한 산길 옆에는 진입 금지라는 팻말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거기에 민간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는 경고문도 여러 군데 보였다.
그 순간이었다.
승현은 미묘한 화약 냄새와 함께 굉장히 퀴퀴한 곰팡이 냄새를 맡았다.
달리고 있는 군용 닷지 트럭 뒤 칸에서는 전혀 날 수 없는 그런 냄새였다.
승현은 코를 살짝 막고 주변을 보았다.
달리고 있는 바깥 풍경이 고스란히 보였다.
캬아아아악-
그때 초코와 눈이 마주치자 초코는 송곳니를 드러내며 하악질을 했다.
‘귀신의 흔적.’
승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옆쪽으로 고개를 내밀어 차량 진행 방향을 보았다.
78 GP
검은 철판에 하얀 페인트로 투박하게 쓰인 안내판이 보였다.
부우우우웅-
트럭은 안내판을 스쳐 지나 커다란 콘크리트 구조물 안으로 진입해 들어갔다.
얘기로만 듣던 78 GP에 도착한 것이었다.
끼익-
차량이 멈춰 서자 운전병이 내려 GP 철문을 열었다.
카라랑- 크르르릉-
날카로운 금속 소리와 함께 커다란 철문이 열렸다.
운전병은 다시 올라타더니 트럭을 몰고 안으로 들어갔다.
부우우웅-
트럭이 GP 가운데 멈춰 섰다.
이곳은 병사들이 점호를 받거나 족구를 하던 작은 연병장 같았다.
“이제 내리시면 됩니다.”
이봉정 소령이 차에서 내리며 소리쳤다.
운전병은 서둘러 뛰어내리더니 트럭 뒤쪽을 열어주었다.
“후우!”
승현이 차에서 내리자마자 주변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오랜만에 군용 트럭을 탔더니 몸이 뻐근한 것이었다.
이어 다른 일행들도 하나둘 내려 주변을 보았다.
영화나 다큐멘터리, 드라마에서 흔히 접했던 GP 풍경이었다.
한쪽에는 유류 창고가 보였고, 다른 한쪽으로는 안으로 들어가는 철문이 보였다.
흡사 감옥처럼 굉장히 견고해 보이는 문이었다.
‘냄새가 난다.’
승현은 코밑을 슥 닦아내며 생각했다.
초코 역시도 뭔가 이상한 걸 느꼈는지 굉장히 불안정해 보였다.
“아이고. 초코야! 왜 그래!”
화영이 안고 있기 버거울 정도로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냥 놔줘.”
승현이 말하자 화영이 초코를 내려주었다.
도도도도도도
그러자 초코는 바로 어딘가로 사라졌다.
“어어?”
화영이 쫓아가려 하자 필립이 그녀를 말렸다.
부대 안을 함부로 돌아다니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다시 우리한테 오겠지.”
승현은 걱정 말라는 듯 수첩을 꺼내며 말했다.
“여기부터는 촬영해도 되나요?”
그 사이, 태정이 카메라를 들며 물었다.
“아. 네. 촬영하셔도 됩니다. 대신 바깥 배경이나 예민한 정보 같은 건 모자이크 해주셔야 합니다.”
“저희가 편집하기 전에 영상을 보여드릴게요. 모자이크가 필요한 것들은 체크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봉정 소령이 대답하며 문으로 향했다.
문고리에는 출입 금지 스티커와 함께 쇠사슬이 걸려 있었다.
그는 성큼성큼 다가가 자물쇠에 열쇠를 열고 열었다.
끼이이이이잉-
문이 열리자 굉장히 좁고 견고해 보이는 시멘트 복도가 드러났다.
정말 벙커에 들어가는 것처럼 계단을 타고 약간 내려가야 하는 구조였다.
태정과 필립은 각자의 카메라를 들고 승현과 화영, 그리고 이봉정 소령의 뒷모습을 촬영했다.
그리고 운전병은 늘 그렇듯 차에서 대기를 하기 시작했다.
뚜벅 뚜벅 뚜벅-
안으로 들어가자 아까부터 느껴지던 악취에 피비린내까지 지독하게 풍겼다.
“이거 피 냄새인가요?”
화영이 물었다.
피비린내는 ‘귀신의 흔적’이 아닌 모양이었다.
“네. 지금 현장이 아직 그대로 보존 중입니다.”
이봉정 소령이 대답했다.
“사건이 난 지 좀 된 거 같은데 왜 그대로죠?”
“이래저래 절차상 문제도 있고…….”
그는 말끝을 흐렸다.
내부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기는 한 모양이었다.
야오옹- 야오옹- 야오옹-
복도에서 초코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귀신의 흔적’과 함께 피비린내까지 진동하는 가운데 고양이 소리가 들리니 한층 더 음산한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쟤는 언제 여기로 들어왔대.”
화영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뚜벅 뚜벅-
이동할 때마다 발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승현은 천천히 걸음을 떼며 벽과 천장, 바닥을 조심히 살폈다.
형광등 조명이 들어와 있었지만 수시로 깜빡이는 것이 상태가 그리 좋지 못했다.
“조명 켜자.”
승현이 손전등을 꺼내자 태정과 필립도 각각 카메라 조명과 스트로브를 꺼내 장착했다.
“여기부터네요.”
승현이 이봉정 소령을 보며 물었다.
그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투박한 시멘트 벽면 옆으로 명패와 방문들이 보였다.
소대장실
행정실
취사장
샤워장
통신실
간이탄약고
1종 창고
생활관
.
.
.
규모는 크지 않지만 나름대로 있을 건 다 있었다.
“먼저 사고가 난 곳부터 볼 수 있을까요?”
승현이 묻자 이봉정 소령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장섰다.
그리고 생활관 입구에 서서 안을 가리켰다.
야오오옹-
초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곧이어 정체 모를 또 다른 소리가 들렸다.
따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돌이 빠르게 맞부딪치는 듯한 이상한 소리였다.
승현이 고개를 갸웃하며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태정은 승현이 뭔가를 감지했다는 걸 눈치채고 바로 뒤쪽을 촬영했다.
방금 들어왔던 복도와 복도 끝에 있는 철문이 보였다.
끼이이잉 쿵-
동시에 문이 닫혀 버렸다.
“뭐야. 운전병이 닫았나.”
이봉정 소령이 고개를 갸웃했다.
지이이잉 찌이이잉 띵 띵- 지이이잉-
닫힌 철문 쪽 형광등이 요란스럽게 깜빡였다.
전기가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하면서 이상한 소리도 들렸다.
야아오오오옹-
날카로운 고양이 소리가 복도 전체에 휘감겼다.
태정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무것도 안 찍혀?”
승현이 태정의 옆에 와서 속삭여 물었다.
“아직요.”
태정이 라이브 뷰 화면을 보여주었다.
형광등 불빛이 깜빡거리고 있는 복도가 그대로 촬영되고 있었다.
순간 승현은 다른 무언가를 볼 수 있었다.
요란하게 깜빡거리는 찰나의 순간.
형광등 밑으로 정체 모를 남자가 서 있는 것이었다.
밝은 황토색, 혹은 하얀색 상하의를 입은 회색 피부의 남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하지만 깜빡거리는 찰나에만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어 태정이 확인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왜요? 뭐가 보여요?”
태정이 물었다.
뭔가 눈치가 이상하자 필립도 복도 쪽 사진을 촬영해 보았다.
찰카라라라라락-
초당 20장을 연쇄적으로 촬영해 보았다.
그리고 곧장 자신의 LCD 화면을 확인해 보았다.
“허, 허!”
필립이 깜짝 놀라며 승현을 보았다.
그가 촬영한 사진 결과물에 귀신이 촬영된 것이었다.
그것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굉장히 끔찍한 얼굴이었다.
태정은 필립의 카메라 LCD화면을 클로즈업해 담았다.
“뭐야. 이게 귀신입니까? 아니, 이게 말이 돼?”
이봉정 소령은 어깨 너머로 촬영된 귀신을 보더니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를 작동시켜 보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그 어떤 것도 포착되지 않았다.
“이거 뭐 조작하시는 거 아니죠?”
이봉정 소령이 카메라 설정을 바꿔보며 물었다.
“아뇨.”
승현이 곧장 대답했다.
그 순간이었다.
무언가 이봉정 소령 앞으로 떨어졌다.
철퍽-
그 소리도 굉장히 기괴했다.
마치 걸쭉한 액체를 담은 물풍선이 바닥에 떨어지는 그런 소리였다.
“우왓!”
이봉정 소령이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일행 모두 뒤로 물러서 바닥에 떨어진 것을 보았다.
그러자 보인 것은 반쯤 부패된 것으로 보이는, 사람의 시신 일부였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