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Producer Who Captures Ghosts RAW novel - Chapter (124)
제124화
쿠르르르릉 쿠르르릉- 쿠구구궁-
쏴아아아아아-
천둥번개가 치더니 미칠 듯한 소나기가 매섭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GP의 시멘트 안에 있는 승현 일행에게도 들릴 정도로 거센 비바람이었다.
지이잉 지이잉-
여기에 깜빡거리는 형광등 아래 떨어진 정체모를 ‘시신의 일부’.
일행 모두 패닉에 빠지기 충분했다.
이봉정 소령은 미간을 찌푸리며 핸드폰을 들어보았다.
하지만 신호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
“뭐야. 왜 이래, 이거.”
그가 핸드폰을 치켜들고는 곳곳의 전파를 확인해 보았다.
[통화 불가]하지만 어디서도 전파가 잡히지 않았다.
“원래 GP에서는 통화가 안 되나요?”
승현이 물었다.
“아뇨. 아닌데.”
그는 당황한 듯 출구로 향했다.
그리고 굳게 닫힌 문을 두드렸다.
쾅쾅쾅- 쾅쾅쾅-
“야! 운전병!”
마구 외쳤지만 반응이 없었다.
승현은 마른 입술을 매만지며 물었다.
“여기 다른 출구는 없나요?”
“없습니다. GP 막사 안으로 들어오는 문은 이거 하나예요.”
“언뜻 듣기로 샤워실에 창문이 있다고 들었는데.”
“거긴 사람이 오갈 수 있게 만든 창문이 아닙니다. 성인 한 명도 못 지나갈 정도로 얇아요.”
이봉정 소령이 손사래를 쳤다.
“갑자기 여기 갇힌 건가요?”
필립이 카메라를 천천히 내리며 물었다.
“어째 느낌이 좀 쎄하다.”
태정은 바닥에 떨어져 있는 시신 일부를 보며 중얼거렸다.
달그락-
그 순간,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졌던 생활관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승현은 태정에게 따라오라는 손짓을 한 후 입구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후,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벽과 천장, 관물대에 가득한 핏자국은 흡사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여기에 시신들이 누워있던 자리에 하얀 실선이 그려져 있었고, 바닥에는 수류탄 파편과 탄피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엄청나게 지독한 악취가 일행을 휘감고 있었다.
피비린내였다.
승현은 여기에 ‘귀신의 흔적’인 악취까지 더해지니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5.56mm 소총탄 18발. 그리고 수류탄 한 발. 내무실에 있던 13명 전원 사망. 그중 두 명은 수류탄을 몸으로 감쌌죠.”
이봉정 소령도 피 냄새를 맡는지 손으로 코와 입을 살짝 가리고 천장을 가리켰다.
천장에 화약 그을림과 함께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살점도 튀었는지 핏자국의 음영이 묘하게 달랐다.
“맙소사.”
뒤따라 들어온 화영은 생활관의 참상을 보자마자 입을 틀어막았다.
말 그대로 대학살의 현장 그 자체였다.
관물대와 벽면에 남아 있는 탄흔은 그 당시의 처참함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가해자는 김중만 일병. 평범한 대학생이었고 현역 2급으로 입대한 평범한 애였어요. 관심병사도 아니었고.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
이봉정 소령이 씁쓸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GP는 특히나 내무 부조리가 심한 걸로 알고 있는데요. 정말 없었나요? 방송에 쓰지 않더라도 일단 진실은 알아야 할 것 같아서요.”
승현이 이봉정 소령을 돌아보았다.
“그건 옛날 얘기죠. 이젠 안 그래요. 세상이 어느 세상인데.”
이봉정 소령이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승현은 그의 말을 어느 정도 걸러 들었다.
물론 이열상 CP의 요청이 있으니 ‘부조리로 인한 총기사건’이었다는 결론을 낼 수는 없었다.
그래도 취재를 하는 데 있어서는 진실을 알 필요가 있었다.
승현이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고 있자 태정이 다가와 속삭였다.
“그냥 우리는 우리대로 촬영만 해요. 괜히 진실이니, 뭐니 들쑤시지 말고.”
태정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었다.
어차피 정해진 결론이 있다면, 어쩌면 그게 제일 속편한 방법이기도 할 것이었다.
“휴우.”
승현은 중앙 통로를 걸으며 양옆에 있는 관물대를 보았다.
걸그룹 사진과 여자친구 사진.
관등성명이 적힌 명패.
가지런히 걸려 있는 군복.
피가 묻어 있는 것을 제외하면 평범한 군인들의 생활관이었다.
“천장에는 저렇게 피가 튄 거죠?”
화영이 천장을 가리키며 물었다.
천장 전체가 피로 뒤덮인 것이 아니라 일부만 튄 것이 의아한 것이었다.
그러자 이봉정 소령은 그 바로 아래 바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폭발 자국과 함께 핏자국이 가득했다.
“수류탄이 굴러오자 문재영 상병과 박광수 병장이 수류탄을 덮었어요. 뭐, 잘 모르시는 분들은 수류탄을 몸으로 덮으면 폭발할 때 몸이 산산조각 난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는 이렇게 위로만 폭발이 응축돼서 천장에 피가 튀죠.”
“아.”
“나머지 벽과 관물대의 혈흔은 총상에 의한 거라고 보셔야 합니다.”
“가해자인 김중만 일병은 어떻게 됐습니까?”
승현이 물었다.
“전혀 기억에 없다고 하더군요.”
“기억에 없다고요?”
“네. 자기는 초소에 침투한 북한군을 죽인 것밖에 없다고.”
“인터뷰는 가능할까요?”
“김중만 일병 인터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아직 재판 중이기도 하고 해서.”
이봉정 소령이 선을 그어 답했다.
쿠구구궁- 쿠구구궁-
콰과광-
엄청난 소리의 천둥이 들렸다.
파지지직-
퉁-
이내 합선이 되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만 정전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뭐야!”
일행 모두 조명을 이리저리 비추며 당황해했다.
그건 이봉정 소령도 마찬가지였다.
“갑자기 왜 이러죠?”
승현이 소리쳐 물었다.
“번개가 치면서 송전선을 끊어먹은 것 같은데. 가끔 이런 일이 있다는 보고는 있었습니다.”
이봉정 소령은 답답하다는 듯 생활관 밖으로 나갔다.
다시 밖으로 나가보려는 심산인 듯 했다.
야오오오옹-
초코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승현이 손전등으로 주변을 천천히 비춰보았다.
불이 꺼진, 피 묻은 생활관은 좀 전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선배. 선배. 선배.”
태정이 다급하게 승현의 등을 두드렸다.
“이거 좀 봐요.”
그는 자신이 촬영한 라이브 뷰를 들이밀었다.
“어.”
승현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카메라의 조명 때문에 생활관 풍경의 일부만 카메라에 담기고 있는 가운데, 원형으로 비춰진 관물대에 이상한 것이 포착되었다.
관물대에 걸려 있던 모든 사진 속 인물들의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이었다.
온통 피 칠갑이 되어 있기에 언뜻 놓칠 수 있었지만 승현과 태정은 바로 포착할 수 있었다.
실제로 보면 그 사진들은 정상적이었다.
하지만 카메라로 촬영된 화면에서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달그락-
그때, 침상 아래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였다.
일행 모두 얼어붙고 말았다.
달그락-
또 한 번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승현은 태정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천천히 몸을 낮췄다.
그리고 살짝 엎드려 침상 아래로 몸을 숙였다.
달그락-
또 한 번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승현이 침상 아래를 보자 시커먼 어둠이 보였다.
승현은 손전등으로 천천히 침상 아래를 비추기 시작했다.
온갖 먼지들와 군화, 운동화가 보였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심장이 미칠 듯이 뛰었다.
그리고 소리가 난 곳으로 손전등을 비추는 순간이었다.
캬아아아아아아악-
초코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라졌던 초코가 침상 밑에 있는 것이었다.
초코는 승현을 보자마자 거세게 하악질을 했다.
동시에 악취가 약간 물러나는 것이 느껴졌다.
“초코야. 거기서 뭐해.”
승현이 말했다.
“초코요?”
그러자 화영도 침상 아래로 몸을 숙여 보았다.
“이리 와, 이리.”
승현이 초코에게 손을 뻗었다.
언제까지 여기 놔둘 수도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초코는 승현의 손에 잡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초코야. 이리로-!”
승현이 팔을 힘껏 뻗으며 말했다.
순간 초코가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음?”
본능적으로 승현도 초코가 보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이었다.
미간에 구멍이 난 남자가 흰자위를 훤히 뜬 채로 승현을 보고 있었다.
머리만 있는 것인지, 아니면 엎드려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헉!”
승현이 놀라는 순간 남자는 어깨로 기어 오듯, 승현에게 빠르게 접근했다.
머리만 빠르게 접근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굉장히 기괴했다.
“우와악!”
승현이 팔을 빼며 뒤로 물러났다.
“뭡니까!”
그때 밖으로 나갔던 이봉정 소령이 다시 생활관에 뛰어 들어왔다.
“아니, 여기-”
승현은 침상 아래를 가리키며 말을 이어가려다 멈췄다.
설명을 해도 믿지 못할뿐더러 지금 다시 아래를 봐봐야 귀신을 사라졌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밑에 뭐가요?”
이봉정 소령이 아무렇지도 않게 물었다.
승현은 미간을 찌푸리고 다시 아래를 보았다.
그러자 초코가 천천히 걸어 나오는 것이 보였다.
“뭐지.”
승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동시에 이상한 생각 하나가 스쳤다.
‘초코가 귀신들을 찾아내고 쫓아 내주나?’
초코가 하악질을 하는 순간 ‘귀신의 흔적’이 약간 사라졌던 것이 떠올랐다.
승현은 초코를 안아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무래도 이 현장에 오래 있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아직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일단 밖으로 나가죠.”
이봉정 소령이 나가자는 손짓을 했다.
“일어나시죠.”
필립은 놀란 가슴에 심장이 뛰고 있는 승현을 부축해 일으켜 주었다.
“일단 전기부터 조금 돌려야 할 것 같아요. 따라오시죠.”
이봉정 소령이 앞장서서 복도를 거닐었다.
승현 일행은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퉁퉁퉁
굳게 닫힌 철문 앞에 선 이봉정 소령이 문을 두드렸다.
“야! 운전병! 내 말 안 들려?! 운전병!”
이봉정 소령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소리가 좁은 복도에 메아리쳐 고막을 때렸다.
“일병 한현수. 잘못 들었습니다?!”
그제야 문밖에서 운전병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이거 문 안 열려! 네가 닫았어?”
“잘못 들었습니다?!”
워낙 두꺼운 철문이어서인지 소통이 잘되지는 않았다.
“이 문! 열어보라고!”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이내 문을 건드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열리지는 않았다.
“안 열립니다!”
다시 한현수 일병의 목소리가 들렸다.
“차에 무전기 있지?”
“네! 있습니다!”
“그걸로 본대에 여기 구조 요청하고! 지금 이 안에 전기 나갔거든? 밖에 케이블 뭐 나간 거 있나 확인해 봐!”
“알겠습니다! 확인하고 어떻게 알려드립니까? 여기서 알려드리면 됩니까?”
한현수 일병이 물었다.
꽤 현명한 병사였다.
이봉정 소령에게 연락할 방법이 없는 지금 시점에서 잘못하면 둘 중 한쪽은 문 앞에서 마냥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었다.
손목시계를 확인한 이봉정 소령이 대답했다.
“15분 뒤에 샤워장으로 와! 샤워장의 그 창문 알지?”
“유류 창고 옆쪽에 있는 창문 말씀이십니까?”
“그래! 거기는 그래도 말소리가 좀 들릴 거야!”
“알겠습니다. 15분 뒤에 거기로 가겠습니다!”
한현수 일병이 대답했다.
이봉정 소령의 고함이 끝나자 일행들은 저마다 귀를 후볐다.
그만큼 그와 운전병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대화를 나눈 것이었다.
“그럼 우리는 샤워장으로 먼저 가 있읍시다.”
이봉정 소령이 승현을 보며 말했다.
오